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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종윤의 영화정석] 가장 이기적인 집단은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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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노종윤의 영화정석] 가장 이기적인 집단은 누구인가?

영화제작자 노종윤씨의 글을 새로 연재한다. 노종윤씨는 삼성영상사업단과 싸이더스 등 국내 굴지의 영화사에서 프로듀서로 활동하며 <쉬리>에서부터 <살인의 추억><범죄의 재구성> 등 굵직굵직한 국내 흥행작들을 제작해 왔다. 현재는 영화사 '노비스'를 창립, 새 작품을 준비중이다. 노씨의 이번 글은 정부의 스크린쿼터 일수 축소안이 발표되기 직전에 들어 온 것이다. 다소 시차가 있는 내용일 수 있으나 정부의 이번 결정에 대한 영화인들의 입장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고민끝에 게재를 결정했다. – 편집자
권태신 재경경제부 제2차관이 최근 어느 조찬포럼에서 "스크린쿼터에도 집단이기주의가 있다"면서 영화계를 비난했다. 전체 국민은 4800만명인데 비해 영화인은 1만∼2만명이고, 우리의 전체 수출이 2800억 달러선인데 비해 영화 수입은 1억 달러 규모라고 통계 비교치까지 제시하면서 스크린쿼터축소를 반대하는 영화계를 공격하고 나섰다. 나라의 경제를 책임지는 총책임자라는 사람이 무슨 이유로 조찬포럼에서 집단이기주의라는 표현까지 하면서 강력하게 영화계를 비난했을까? 그리고 과연 누구의 관점으로 이기주의라고 판단하는 것일까? 이기주의라고 비판할 수 있는 근거는 무엇인가? 정말 영화계가 자신들의 밥그릇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스크린쿼터축소 반대투쟁을 하는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하게 만든다. 그러나 지금까지 영화인들은 스크린쿼터를 축소,폐지하려는 정부 측에게 영화인들의 밥그릇을 빼앗지 말라고 투쟁한 적은 없다. 나라의 경제를 무너뜨리면서 스크린쿼터축소 반대를 주장하는 것도 아니다. 단지 미국이라는 나라와의 자유무역협정 때문에 지금까지 있었던 스크린쿼터를 미국 측의 요청으로 축소, 폐지하는 것에 반대하며, 영화산업을 단지 경제논리로만 보지말고 문화산업으로 인식해 달라는 것이다. 2005년 10월 유네스코에서는 154개국 중에서 반대 2(미국,이스라엘), 기권 4를 제외하고 문화 다양성협약을 채택하였다. 문화 다양성 협약은 각종 무역협정으로 인하여 발생될 수 있는 문화의 획일화라는 재앙을 막아야 한다는 내용이며. 또한 어떠한 국제협약의 관계 설정에서도 문화 다양성 협약은 다은 협약들에 종속되지 않음을 분명히 하는 내용이다. 그런데도 정부에서는 전세계 국가가 인정하는 문화 다양성 협약을 파기하려고 하는가? 또한 프랑스 정부에서는 스크린쿼터를 축소, 폐지하려는 정부측에게 유감을 표시하고 문화를 사랑하는 국가를 존중한다는 서한을 보냈음에도 불구하고 왜 우리나라 정부에서는 단지 미국이라는 나라에서 요청하는 제안에만 응답하는지 그 이유를 모르겠다.
스크린쿼터 영화인 대책위 기자회견 ⓒ프레시안무비 김정민 기자
영화계를 집단이기주의로 보시는 재경부의 '그 분'이 통계치를 좋아하니 통계로서 그 논리를 반박해보겠다. 영화의 수출규모는 총수출규모에서 1%도 안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면 현재 최고의 수출을 자랑하는 반도체 시장을 살펴보자. 불과 20년 전만 하여도 국내 반도체 산업은 1억불도 채 되지 않는 산업중의 하나였다. 하지만 과감한 투자와 정부의 지원으로 지금은 한국 총수출규모의 10%를 차지하고 있는 중요산업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만일 그때 보잘 것 없는 산업이라고 육성하지 않았으면 전세계반도체 시장은 일본에게 점령당했을 것이다. 통계치로만 육성할 산업을 판단한다면 영화산업은 나라경제를 위해서 불필요한 산업일 것이다. 불과 10년전만 하여도 한국영화는 내수시장에서도 인정을 받지 못하고 헐리우드 영화에 밀려 극장상영조차도 하기 어려운 시절이 있었다. 또한 10년전만 하여도 내수시장에서의 점유율은 30%미만이었다. 그러나 영화인들의 노력으로 지금은 50%를 넘는 시장점유율을 유지하고 있고, 지금은 한국영화와 드라마가 아시아지역에서 인기를 받으며 한류스타들을 배출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리고 영화와 드라마로 한국제품을 아시아시장에 홍보하는 창구역할을 하고 있다. 한 나라의 문화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과 투자를 필요로 한다. 문화는 그 나라의 정신과도 같다. 그래서 자신들의 문화를 지키기 위하여 많은 투자를 하고 있는 프랑스에서는 프랑스영화를 전세계에 홍보하기 위하여 문화관을 설립하고 정부지원으로 프랑스영화제를 전세계에서 개최하고 있다. 한미자유무역협정에서도 미국측에서 한국의 스크린쿼터를 축소,폐지하라고 압력을 가하는 것도 미국내의 영상산업을 확장하기 위해서이다. 한국영화가 국내시장에서 성장하고 있을 때, 반대로 미국영화는 한국영화에 밀려 시장점유율이 하락했다. 또한 지상파방송에서 한국드라마가 인기를 받으면서 점차적으로 미국 드라마는 지상파방송에서 자취를 감추게 되었다. 그러다보니 미국 영상물은 한국내에서 인기를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스크린쿼터를 단순히 극장에서 한국영화를 보호하는 제도적 장치로 인식한다면 정말 잘못된 생각이다. 스크린쿼터가 축소,폐지된다면 국내영상물시장에서 미국영상물이 진입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며, 현재 방송국에서 갖고 있는 국내제작물 쿼터도 폐지대상이 되고 말 것이다. 그 이후로는 국내 방송에서는 국내영상물보다는 미국측 영상물이 방영될 것이고, 문화적 감수성이 예민한 10대들은 미국식의 사고방식과 미국식 문화를 거침없이 수용하게 될 것이다. 단순히 통계치로만 계산하는 정부관료들은 문화산업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 그러나 나라의 경제는 단순히 통계로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문화가 없는 경제는 껍데기에 불과하다. 지금 한국 전자제품이 세계시장에서 인기를 받는 것은 기술보다는 디자인이 때문이라고 한다. 디자인이 바로 문화인 것이다. 제발 미국 영상산업을 보호하는 정부보다는 한국 문화를 사수하고 지원하는 정부의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하는 것이 영화제작자로서의 조그만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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