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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시간이 있다. 포기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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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시간이 있다. 포기하지 말라" [뉴스메이커] 국제문화전문가단체(CCD) 로버트 필론, 한국에 급파돼
벼랑 끝에 선 한국의 스크린쿼터를 위해 외국의 전문가가 국내로 급파됐다. 캐나다의 로버트 필론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필론 씨는 국제문화전문가단체(CCD, 원래 명칭은 문화다양성연대)의 국제운영위원회 대표이자 캐나다 본부의 부회장이다. 지난 해 10월 유네스코(UNESCO) 총회에서 문화 콘텐츠와 예술적 표현의 다양성 보호를 위한 협약, 곧 '문화다양성 협약'을 이끌어 내는 데에 주도적 역할을 했던 인물이다. CCD는 90여 개 국의 600여 개 문화단체가 회원으로 가입해 있는 대규모 국제문화단체다. 로버트 필론이 한국에 온 것은 지난 2004년 유네스코 서울총회 이후 2년만의 일. 그는 "한국 정부의 스크린쿼터 축소 방침에 크게 실망했다"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 정책을 변화시킬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있다, 한국인들과 한국 영화인들 모두 스크린쿼터제를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로버트 필론과의 일문일답. - 이번 한국정부의 조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스크린쿼터는 놀라운 결과를 가져온 제도였다. 지난 10년간 이뤄진 한국영화의 발전에 있어 스크린쿼터가 효율적인 역할을 했다는 점을 각 여러 나라의 문화연대 기구를 대표하는 사람으로서 분명히 말할 수 있다. 왜 이런 제도를 정부가 축소하려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정말 이해가 되지 않는다." - 미국 정부, 특히 통상대표부는 이 제도를 극단적인 보호무역정책의 일환이라고 공격하고 있다. "이건 보호무역정책이 아니다. 오히려 매우 균형 있고 공정한 제도다. 시장의 40%를 자국 영화산업이 갖고 나머지 60%를 외국 영화산업에게 내주겠다는 원칙이 어떻게 극단적인 보호무역장치인가?"

- 정부는 스크린쿼터를 양보하지 않으면 미국과의 FTA 협상에서 더 큰 걸 잃거나 아예 FTA를 잃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그건 어떤 시각에서 보느냐에 따라 매우 다른 얘기가 될 수 있다. 예컨대 FTA를 미국이 더 원하느냐, 한국 정부가 더 원하느냐의 문제를 따져봐야 한다. 롭 포트먼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는 얼마 전 인터뷰에서 '한국과의 무역협정은 미국에게 매우 중요하다. 한국은 세계 10위의 무역대국이며 FTA가 체결되면 한국에 대한 미국의 수출무역량이 크게 늘어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 얘기는 곧 한국 시장을 여는 데에 미국의 관심이 얼마나 지대한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미국은 스크린쿼터가 아니더라도 한국과의 FTA를 체결하려 할 것이다. 굳이 스크린쿼터를 양보하지 않아도 되는 문제였다." - 많은 한국 사람들은 스크린쿼터 문제가 이제 '루비콘 강을 건넌 문제'라고 생각하는 분위기다. "난 본성적으로 낙천적인 사람이다.(웃음) 그래서 그런 분위기에 동의하지 않는다. 자국의 문화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권리는 그 나라의 국민에게 있다. 다른 나라가 그걸 이래라 저래라 해서는 안 되는 문제다. 이번 한국 정부의 결정에 대해 한국 사람들이 판단하고 다시 결정할 권리가 있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한국 사람들은 한국 정부의 결정을 뒤집을 수 있는 권리가 있다고 본다." - 정부는 그 국민을 대표한다. "그런데 그 정부가 이번 조치를 스스로의 판단을 통해 결정한 것이 아니라는 데에 문제의 핵심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번 축소안은 철저하게 미국의 요구와 압력에 따른 것이다. 이건 내부에서 제기된 것이 아니라 외부에서 제기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 사람들이 이를 다시 뒤집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난, 그럴 시간이 아직은 남아 있다고 본다." - 그러려면 한국 사람들은 지금의 정부를 베네주엘라의 우고 차베스 정권과 같은 반미 정부로 교체해야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념과 체제의 문제로까지 연결돼 있다는 얘기다. "한국정치에 대해 나는 함부로 얘기할 수 없다. 하지만 중요한 건, 스크린쿼터 문제는 미국측의 강한 필요(needs)에 의해 발생한 것이라는 점이다. 지금 미국의 영화시장은 국내 매출액이 계속 하락하고 있는 반면 외국 시장, 특히 아시아 시장에서의 매출액은 올라가고 있는 상황이다. 외국 시장에 대한 의존도가 계속해서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미국 무역대표부와 할리우드는 바로 이점을 눈 여겨 보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아시아에서 거의 유일하게 스크린쿼터 제도를 갖고 있는 한국부터 정리할 필요가 있었을 것이다." - 축소 일수에 대해 영화계와 정부, 미국 측이 일정한 타협안을 만들 수는 없는 것인가? "중요한 건 일수가 얼마냐가 아니라는 점이다. 미국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They won't stop.) 그게 20%가 됐든 30%가 됐든 일수에 상관없이 궁극적으로 0%가 될 때까지 그들은 한국 영화계를 밀어 붙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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