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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대통령 "한미FTA 협상, 시간에 쫓겨선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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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대통령 "한미FTA 협상, 시간에 쫓겨선 안 돼"

"FTA 안보효과, 고려 이유 없어…이념 우선하면 토론 안돼"

노무현 대통령은 21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과 관련해 "가급적이면 협상이 빨리 진척되면 바람직하지만 시간에 쫓겨서 내용이 훼손되는 일은 있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대외경제위원회에서 "양측이 서로 이익이 되는 최적의 균형을 달성하는 협상이 바람직하다"며 이같은 입장을 밝혔다고 정문수 청와대 경제보좌관이 전했다.
  
  "서로 이익되는 최적의 균형을 달성해야"
  
  그간 정부에서 노 대통령 임기 내 협상 타결의 필요성을 누차 강조해 왔다는 점에서 노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시민단체뿐 아니라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 등 여당 내에서도 한미 FTA의 졸속 추진을 비판하고 나선 것 등을 고려해 한발 물러선 발언이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그러나 정문수 보좌관은 "꼭 시한을 염두에 두고 말씀하신 게 아니라 기본적인 자세를 말하는 것"이라며 "기존 기조에서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정 보좌관은 또 "양국 정부가 협상의 실질적인 타결을 내년 3월까지로 잡고 있다"며 "이는 당연히 노대통령 임기 내에 하는 것"이라고 정부가 기존 입장대로 밀고 나갈 것임을 분명히 했다.
  
  한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노 대통령 발언에 대해 "협상 시한보다는 내용에 방점을 둔 발언"이라며 "막판에 도저히 받을 수 없는 내용일 때는 협상이 결렬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며 조금 상이한 해석을 하기도 했다.
  
  정부는 6월 1차 협상에 이어 오는 오는 7월10일부터 14일까지 서울에서 2차 협상을 갖는다. 또 오는 9월(워싱턴)과 10월(서울), 12월(워싱턴)에 3~5차 협상을 벌인 뒤 내년 3월 공식 협상을 끝맺는다는 계획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 행정부의 무역촉진권한(TPA)이 내년 7월1일 소멸되므로 협정 체결 90일 이전에 의회에 체결 의사를 통보해야 한다는 규정을 감안할 때 사실상 협상 마지노선은 내년 3월말이다.
  
  그간 통상 2개월에 한번씩 개최되어 온 여타의 FTA 협상과 달리 한미가 7개월간 다섯 차례나 협상하는 것은 이처럼 협상 시한을 염두에 두고 조기 타결을 목표로 한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FTA의 안보효과 고려할 이유 없다"
  
  노 대통령은 또 '한미 FTA가 미국과 중국 간의 관계를 고려할 때 한반도 안보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과 관련해 "FTA가 안보적 효과가 있다는 것은 맞지만 협상 추진에 있어 안보적 효과를 고려할 이유는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노 대통령은 "정치안보적 문제는 정치안보적 관점에서 풀어나갈 것이고 FTA는 어디까지 경제적 관점에서 추진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협상 쟁점 중 하나인 개성공단 제품의 한국산 인정 문제에 대해 "다만 개성공단 문제는 정치적 고려가 필요한 부분"이라며 "여야의 초당적 외교가 아주 필요한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정 보좌관은 "개성공단 문제는 어려운 문제"라며 "우리로서는 이 문제가 우리 안대로 관철되도록 하는게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농업 협상 때마다 보따리 내놓으라면…"
  
  노 대통령은 또 이날 FTA가 농업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도 길게 언급했다. 노 대통령은 "1994년 WTO 협상을 안 했다면 우리 농업이 어떻게 됐을지 따져보라"며 "또 가정이지만 FTA를 하지 않으면 농업 구조조정 하지 않고 살 수 있는지 짚어볼 문제"라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농업 구조조정은 필연적인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또 "한ㆍ칠레 FTA 타결 후 119조라는 막대한 재원을 농업 구조조정 비용으로 발표했다"며 "매 협상마다 보따디를 또 내놓으라고 하면 국가 재정도 어렵지 않겠느냐"고 농민들의 요구가 다소 무리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노 대통령은 "119조를 얼마나 잘 효율적으로 써서 농업 구조조정을 성공적으로 하느냐가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념이 사실과 논리에 우선하면 토론이 불가능"
  
  한편 청와대는 이날 회의에 한국노총, 민주노총, 전농, 한농연 등 노동 및 농민단체 대표들도 초청했다. 노 대통령이 한미 FTA에 반대하는 이들과 공식적인 회의를 가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점에서 큰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노 대통령은 이들에게 "FTA 자체를 적으로 생각하고 처음부터 반대하면 토론이 안된다"며 "이념이 사실과 논리에 우선하면 토론이 설 자리가 없어진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어떤 내용으로 FTA를 협상하고 추진해나갈 것인지가 토론의 방향이 됐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노 대통령은 또 언론 보도에 대해서도 "한미 FTA와 관련해서 걱정되는 부분 중 하나가 객관적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언론 보도"라고 문제제기하기도 했다. 노 대통령은 1994년 NAFTA를 체결한 멕시코 사례에 대한 언론 보도와 관련해 "멕시코와 한국은 기술력과 경제 구조에 있어 매우 큰 차이가 있다"며 "이를 고려하지 않고 단순히 숫자상 비교하는 것은 국민들을 오도할 수 있는 위험이 크다"고 불만을 제기했다.
  
  또 FTA 협상이 불투명하게 전개돼 왔다는 지적에 대해 노 대통령은 "국무회의도 다 공개하기 어려운 점이 있는데 국가간 협상을 다 공개하는 것은 무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노 대통령은 이날 보고된 한미 FTA 1차 협상 결과 보고서를 공개할 것을 지시해 관련 부처 검토를 거쳐 이르면 22일 이를 공개할 것이라고 정 보좌관이 전했다.
  
  노 대통령은 준비 없이 FTA가 추진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선 "한미 FTA 협상 개시 발표가 갑자기 됐지만 준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며 "2003년부터 준비와 검토를 했고 우리가 미국에 먼저 협상을 제의했는데 미국이 작년말 갑자기 수용하겠다고 해 발표가 갑자기 된 감이 있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국민적 공감대가 부족하다'는 지적에 대해 "1년 정도 남아 있으니 국민적 동의가 형성되지 않겠냐"며 "공청회도 국회가 주도하는 등 국회에서 논의가 적극적으로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는 정부에서는 김종훈 한미 FTA 수석대표 등 협상단 이외에 한명숙 총리, 한덕수 경제부총리를 비롯해 김현종 통삽교섭본부장, 천정배 법무장관 등 관계 부처 장관이 참석했다. 또 손경식 대한상의 회장, 이희범 무역협회장, 김용구 중기협회장 등 경제계 대표, 정광호 한국노총 부위원장, 허영구 민주노총 부위원장, 문경식 전농의장, 박노욱 한농연 부회장 등 시민사회단체 대표들도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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