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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북한인권법'을 경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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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일본의 '북한인권법'을 경계한다. [기고] 美.日, 앞다퉈 인권 명분으로 대북 압박
지난 16일 일본 국회는 '납치문제 기타 북한 당국에 의한 인권침해 문제에의 대처에 관한 법률(일명 북한인권법)'을 통과 시켰다.

이에 앞서 지난 2004년 9월 28일 미 의회는 '북한인권법(North Korean Human Right Act in 2004)'을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북한 인권을 개선하기 위한 인권 특사(레프코위츠)가 임명됐고, 올해만 하더라도 6월 21일 현재 200만 달러의 예산이 집행됐다('북한인권법'에 따라 2005년부터 2008년까지 연간 2400만 달러를 사용하도록 규정). 일본도 작년 12월 초순 사이카 후미코를 인권대사로 임명해 북한 관련 인권문제를 전담시키고 있다.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며 인권을 명분으로 하는 북에 대한 압박 전술이 광범위하게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일본의 '북한인권법'의 대강은 일본인 납치 문제 해결에 중심을 두되, 탈북자 지원 및 비정부기구(NGO)에 대한 재정적 배려, 북한 당국에 의한 인권침해 문제의 대처에 대한 정부의 연례보고서 작성 의무, 국제사회와 연대하는 북한 인권 개선 노력 등을 주된 내용으로 한다.

일본 '북한인권법'의 특색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첫째, 총 일곱 개 조문으로 이루어진 인권법의 마지막 제7조가 특별한 의미를 부여한다. 이 조항은 북한 당국에 의한 인권침해 상황이 개선되지 않는 경우에 대한 조치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이 예상하는 조치의 핵심은 '경제적 압박'이다.

"특정선박의 입항 금지에 관한 특별조치법(2004년) 제3조 제1항의 규정에 의한 조치, 외국환 및 외국무역법(1959년) 제10조 제1항의 규정에 의한 조치 등을 강구한다"고 규정한다.

북한선박의 입출항을 통제하는 방식으로 경제적 제제를 가하고 조총련계 동포의 대북 송금을 규제하는 방식으로 경제적 압박을 가하겠다는 취지인 것이다.

참고로 미국 '북한인권법'은 북한에 대한 경제제제 조치조항은 특별히 두고 있지 않다. 이미 테러와의 전쟁에 근거한 '애국법' 등에 각종 경제적 제제조치를 충분히 마련해 놓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본다면 미국이나 일본 공히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대응방식으로 경제적 제제를 선호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둘째, 일본의 '북한인권법'의 핵심은 일본인 납치 문제의 해결에 있다. 그래서 미국의 '북한인권법'과는 큰 차이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미국법과 비교해볼 때 '탈북자 수용 여부'와 관련해서도 차이가 있다.

일본의 '북한인권법'은 최종 입법 과정에서 '탈북자 보호 및 지원 관련 규정'은 포함하게 되었지만, '탈북자 수용의무'는 제외됐다. 이 부분을 '탈북자 보호 및 지원노력'이라는 추상적 표현으로 정리한 것이다. 따라서 탈북자들에 대한 대량 수용은 아직까지 일본 정부로서는 적극적으로 고려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지금까지 일본 정부의 입장은 '일본인 또는 재일한국인 가족 출신 탈북자에 대한 정주허용' 정도였다. 이러한 일본 정부의 입장은 일본의 '북한인권법' 제정 이후에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반해 미국은 이미 얼마 전부터 탈북자들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미국의 '북한인권법'이 규정한 북한 난민보호 조항에 근거한 것이다. 지난 19일 켈리 라이언 미국 국무부 난민담당 부차관보는 '세계 난민의 날' 행사에서 "미국 정부는 관련법상 수천 명은 아니더라도 수백 명의 탈북자들에 대해선 (난민을) 허용할 권한을 이미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부분이 일본 법과 미국 법의 큰 차이일 수 있다.

셋째로 앞서 적은 바와 같이 미국 법은 구체적인 예산상의 조치를 담고 있음에 반해 일본 법은 구체적인 예산을 명기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 커다란 차이가 되겠다.

국제사회의 북한 인권에 대한 관심과 압박은 갈수록 그 공세를 더해간다. 인권이 갖는 국제적 보편성을 넘어 일종의 북한에 대한 압박 전술의 하나로 사용되는 단계에까지 이르고 있는 것이다.

일본인 납치문제에 대한 일본 정부의 관심은 충분히 이해한다. 이 부분만큼은 북한이 좀 더 분명하고 열린 자세로 일본에 사죄할 것은 사죄하고 의심을 풀어주려는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일본인 납치 문제를 넘어선, 일본 정부의 북한 인권에 대한 보편적 관심도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문제는 '남용의 가능성'이다. 인권에 대한 문제제기는 순수한 '인권' 그 자체에 머물러야 한다. 인권의 보편성에 상응하는 문제 제기 방법 자체의 순수함은 반드시 견지되어야 한다. 인권에 대한 문제제기를 넘어서 또 다른 정치적 배경과 의도를 내포한다면 이것은 도리어 보편적 가치인 인권을 훼손하는 일이 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인간의 존엄과 가치'에 직결되는 '생명권'의 문제나, '사법절차 상의 기본권'이 보장되지 않음을 들어 비판하는 것은 국제사회의 의무일 수 있다. 하지만 정치적 자유권의 문제를 들어 지나치게 정치적 인권을 문제 삼는 것은 북한뿐만 아니라 어느 나라건 체제에 대한 위협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다. 북한의 정치적 자유가 인정되지 않고 있다는 이유로 북한에 대한 경제제제를 발동한다면 이는 남용의 염려가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이다.(중국이 공산당의 일당 지배 국가라는 이유로 이는 곧 정치적 결사의 자유가 없는 것이고 따라서 중국민의 정치적 인권이 침해당하고 있기에 중국에 대해 경제제제를 해야 한다면 받아들이기 어려운 일 아니겠는가?)

일본이 '북한인권법'을 제정하는 것은 일본 주권의 문제이겠지만 혹시라도 있을 정치적 의도는 경계할 필요도 있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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