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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일본 우익은 '김영남 모자 상봉'을 불편해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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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일본 우익은 '김영남 모자 상봉'을 불편해 하나 [기고] 한일 양국의 시각차를 생각한다
한 맺힌 세월을 넘어 김영남 씨 가족이 상봉했다. 같은 동포로서 눈물로 축하한다. 일본 NHK의 28일자 오후 4시 톱 뉴스는 김 씨 가족의 상봉 소식이었다.
  
  우리의 관심만큼 일본의 관심도 대단하다. 김 씨가 납치된 일본인 요코다 메구미(橫田惠)씨의 전남편이기 때문이다. 이번 상봉에는 김 씨와 메구미 사이에 태어난 혜경 양(19)도 함께 했다. 일본 정보기관으로서는 지금 혜경 양의 머리카락 한 올 한 올도 정보판단의 소재가 될 것이다. 일본은 지금도 메구미가 살아 있다고 믿는다. 메구미의 유골이라며 북한이 건네준 유골이 유전자 감식 결과 다른 사람 것으로 결론 내렸기 때문이다.
  
  이번 상봉이 우리와 일본 공동의 관심사임에도 불구하고 상봉을 바라보는 시각은 상이하다. 우리는 어머니와 아들이 만났다는 것이다. 일본은 북한이 전남편인 김 씨와 딸을 내세워 메구미가 이미 사망하고 없다는 사실을 대내외에 확인시킴으로써 납치 문제를 사실상 종결지으려는 의도로 평가한다.
  
  일본 <문예춘추> 7월호의 기사(다카세 히토시, '요코다 사키에 씨가 운다, 한일의 벽')를 보자.
  
  "북한으로 불러 메구미 씨의 남편과 딸 김혜경 양과 '눈물의 만남'을 시켜주고 메구미 씨의 '죽음'을 확정시킨 후 납치문제의 막을 내리는 것이 북한의 시나리오다. (…) 김 씨 가족을 북한에 데려가서 그를 만나게 해주고 그것으로 끝내는 시나리오도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 이 시점에서의 평양 방문은 북한의 책략에 이용당해 메구미 씨 등을 돌려보낼 수 없게 만들 뿐만 아니라 납치문제 전체에 피해를 입힐 가능성이 높다."
  
  김 씨 가족들은 아들을 만나러 북한에 갔다. 하지만 일본의 납북자 단체들은 김 씨 가족들이 북한에 이용당하는 것이라며 직간접적으로 상봉을 만류해 왔다.
  
  지난 8일, 이미 김 씨 가족과 '납북자 가족모임(대표 최성용)'은 기자회견을 열어 "일본 납북자 지원단체와는 '더 이상' 연대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25일에는 김영남 씨의 누나인 김영자 씨가 "북한에 가 동생을 만나기 전까지는 일본 언론과 인터뷰를 거부하겠다"고 했다.
  
  일본은 납치 문제를 국제테러범죄로 평가한다. 국민을 보호해야 하는 일본의 국가주권을 침해한 범죄행위라는 것. 일본이 최근 제정한 '북한인권법'의 핵심도 납치문제 해결이다. 물론 김 씨의 납치도 현재까지의 사실관계대로라면 철저히 비판받아야 할 범죄행각이다. 북한 측 스스로 만족할만한 해법을 내놓아야 한다.
  
  하지만 납치문제를 대하는, 좁게는 이번 상봉을 바라보는 한일 간의 시각은 근본적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일본의 시각에도 한편 타당한 측면이 있다. 상봉이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가로막는다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하지만 상봉을 바라보는 일본 우익의 불편한 시각 또한 한국인의 입장에서는 불편한 점이 많다.
  
  첫째는 일본 납북자 단체가 갖는 지나친 극우적 성격이다. 일본 납북자 관련 단체 중 가장 큰 단체가 '구조회(일명 스쿠이카이)'이다. 활동자금은 극우 쪽의 지원이 대부분이다. 구조회에 대해 경계할만한 분명한 이유가 또 있다. '구조회'의 상임 부회장으로 사실상 전권을 쥐고 흔드는 니시오카(西岡力)는 '일본 후쇼샤 등 교과서모임'의 부회장이다. 일본 교과서 왜곡의, 일본 우경화 흐름의 대표선수 격이다. 그런 니시오카는 한국말이 유창하여 그동안 한일납북자 단체간, 가족간 연결고리 역할을 해 왔다.
  
  둘째 납북자 문제에 대한 공조까지는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공조를 넘어 일본 극우세력들이 우리의 납북자 단체를 이용하려 했던 것은 커다란 문제였다. 나아가 일본 우익자금의 국내유입 가능성도 논란거리였다. 앞서 본 일본 <문예춘추> 7월호의 기사도 이런 맥락에 서 있다. 기사는 일부 한국인 납북자 가족이 일본 언론들에게까지 지나친 (금전적) 요구를 했다고 기사화하기까지 한다.
  
  기사는 터무니없게도 한국 납북자 단체의 분열까지 문제 삼는다. '납북자 가족협의회(대표 최우영)', '납북자 가족모임(대표 최성용)', '6 25납북자 가족 협의회(대표 이미일)' 등이 분열되어 있는 바람에 한일간 공조가 어렵다고 비판한다.
  
  하지만 이런 분열을 역이용하는 일본 납북자 관련 단체의 태도가 더 문제였다. 일본 '구조회'는 자신들의 자금동원력과 언론접근성을 바탕으로 한국 내 단체들을 철저히 분리시켜 차별적으로 대해 왔다. 최근에는 '납북자 가족협의회'와만 긴밀한 관계를 유지한다.
  
  앞선 기사는 이런 이용가능성을 염려한 나머지 일본의 극우적 행사나 면담에 동참을 거부했던 김 씨 가족들을 비판했다. 김 씨 가족이 일본 방문 도중 '한일연대 동경집회'와 2500명이 참가한 '국민대집회'에 참석을 거부했다고 탓한다. 늘 망언을 일삼았던 대표적 우파 정치인인 '아소 다로' 일본 외상과의 면담을 일방적으로 취소한 것도 문제 삼았다.
  
  자신들의 뜻대로 움직이지 않은 한국인 납북자 가족들의 정당한 행동을 철저히 자신의 시각에서 비판적으로 접근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일본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그래서 김 씨 모자의 상봉을 이들은 불편한 감정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는 것 같다.
  
  납치 문제에 대한 북한의 책임은 분명하다. 김 씨에 대한 것이든 메구미에 대한 것이든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이 문제를 해결하는 접근방식은 우리와 일본 사이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북한과 일본은 '역사적 관계' 속에서 이 문제를 접근한다. 지난 2002년 9월 17일 북한과 일본은 <북ㆍ일 평양선언>에서 북한이 1945년 해방 이전의 재산청구권을 포기하는 동시에 납치문제에 대해서도 유감을 표시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한 바 있다. 우리에게는 북ㆍ일 간의 문제 접근 방식이 적용되지 않는다.
  
  일본 우익은 이러한 차이를 무시한 맹목적인 '일방적 공조'를 요구하는 것이다. 이런 태도는 전혀 타당하지 않다. 차이를 인정하는 데에서 공조는 출발해야 한다. 다시 한번 김 씨 모자의 상봉을 눈물로써 축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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