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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 좋아하는 정치인? 체육 말아먹는 정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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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체육 좋아하는 정치인? 체육 말아먹는 정치인! <기고>국체협 회장 승인 거부 논란의 진실은…
문화관광부가 지난 10일 국민생활체육협의회(국체협)의 새 회장으로 선출된 한나라당 이강두 의원에 대한 회장 승인을 거부하면서 촉발된 논란은 정치권의 파문으로 비화되면서 여야의 대결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이 의원과 한나라당은 법적 대응을 불사하겠다며 강경하게 나오는 가운데 코드인사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문광부는 수세에 몰린 듯하다.
  
  한마디로 말하면 '쌤통'이다. 다른 중앙정부기관들도 그랬지만 문광부도 이제까지 산하 단체장 임명에서 '낙하산 인사'란 비난을 들으면서도 종종 정치적 판단 하에 밀어 붙였던 터라 가진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는 처지가 됐다. 아무리 그럴 듯한 명분도 과거의 행적 때문에 통하지 않는다. 문광부는 이번에 제대로 걸렸다.
  
  그러니 신문들은 사설까지 동원해 김명곤 문광부 장관을 공격하고 있다. '정부의 이번 조치가 상식에 반하는 것이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알 수 있는 일(부산일보)'이고 '국체협 회장 승인 거부 모두가 웃는다(한국일보)'고 한다.
  
  그러나 그 삼척동자도 모르는 것이 있다. 그리고 체육의 발전을 생각하는 체육인, 파행적 체육이 아닌 올바른 체육을 꿈꾸는 체육학자들은 이번 일에 웃지 않는다. 체육계의 현안인 대한체육회와 국체협의 통합이 물 건너 갈 위기에 처했고, 또 그 지겨운 정치인이 체육계에 얼굴을 들이밀고 있기 때문이다.
  
  체육계를 기웃거리는 정치인들
  
  체육계 기웃거리는 정치인 이야기를 먼저 해야겠다. 정치인이 체육 좋아하는 것까지는 좋지만 문제는 정치인들이 체육을 지겹게 이용해 먹는다는 것이다. 멀게는 히틀러와 무솔리니가 축구장을 드나들며 대중선동의 기회로 삼았고 가깝게는 우리의 축구협회장이 월드컵 성적을 발판으로 대권에 도전했었다. 또 현재 대한체육회(김정길), 한국배구연맹(김혁규), 대한핸드볼협회(김한길), 대한농구협회(이종걸), 대한싸이클협회(임인배), 대한야구위원회(신상우) 등 많은 경기단체 수장이 정치인이다.
  
  이들이 한국 체육발전에 기여했는가? 아니다. 한 것 없다. 만약 한 게 있다면 축구협회장처럼 스포츠를 풍악이 요란한 '쇼'로 만들고 정작 내실과 기반을 다지는 기본업무는 내팽개쳐 축구발전에 '역주행'한 정도일 것이다. 지금 K리그의 저 '썰렁한' 풍경을 보라.
  
  이 뻔뻔스런 정치인들은 열이면 열 체육계에 타이틀 하나 걸어놓고 그들의 정치적 기반을 다지기 위한 네트워킹사업에만 몰두할 뿐이다. 정치인 회장을 모시고 있는 체육단체 치고 잘되는 데를 못 봤다. 중장기 계획 하나 제대로 세워 추진하는 곳, 그래서 몇 년 후 그 성과를 거두는 곳을 하나 못 봤다.
  
  올 초 낙하산 인사로 시끄러웠던 KBO를 보자. 전임 총재 여덟 명 중 네 명은 국회로, 장관으로, 안기부장으로 임기 중 옮겨갔고 두 명은 구속됐다. 임기를 온전히 마치고 떠난 사람은 초대 서종철 총재 뿐이었다. 대통령 후원회장 출신인 현 신상우 총재는 일흔 평생 야구는커녕 체육의 어느 구석과도 인연이 없던 분이 시민단체와 여론의 비난세례에도 불구하고 대통령 '백'으로 기어코 자리에 앉으셨다. 하지만 야구에 대해 아시는 게 없으니 계획이 있을 리가 만무하다. 그래도 뭔가 해야겠다고 생각을 하셨는지 지난 WBC야구대회에서 한국팀이 4강에 오르자마자 대회가 끝나기도 전에 역시 '백'을 써서 선수들의 병역을 면제해 줬다. 전광석화였다. 수많은 젊은이들의 공분은 몰라라 하면서.
  
  다른 경기단체장 중에도 정치인이 있으니 이강두 의원의 회장 취임을 승인해야 한다는 논리가 있지만 솔직히 그것은 국체협이라는 큼직한 체육단체 하나 더 말아먹자는 이야기다. 1991년 출범한 국체협은 그 뒤 최일홍, 엄삼탁 등 정치인들이 챙겨 왔다. 그 성과는 한마디로 군계일학(?)이다. 국체협은 정부산하기관 경영평가 문화·국민생활분야에서 2년 연속 꼴찌(2004년 13개 기관 중 13위, 2005년 14개 기관 중 14위)를 차지하는 업적을 이뤄냈다. 문광부가 요구하는 CEO형 리더가 아니더라도 적어도 생활체육의 전문가가 그 자리에 앉아야 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체육계가 얼마나 엉망인지 예를 더 들어보겠다. 이 땅의 체육을 관리하는 단체 중 가장 중요하고 큰 조직은 국체협과 대한체육회, 그리고 국민체육진흥공단 3개 단체다. 그런데 이들 체육계의 '빅 쓰리'가 바로 경영평가에서 밑바닥에서부터 1,2,3등을 싹쓸이하는 놀라운 성과를 올렸다. 한국 체육의 저력이다.
  
  문제는 정치야, 이 바보야
  
  이 단체들은 왜 이렇게 망가졌나. 이유는 많겠지만 역시 놀라운 공통점이 있다. 수장들이 몽땅 정치인이다. 공단 이사장(박재호)은 기금을 만지고 불려야 하니 돈에 밝은 사람이어야 하고, 체육회장(김정길)은 체육도 알아야 하고 올림픽 등 스포츠외교가 주 업무이므로 영어 하나라도 잘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모두 이와는 거리가 있는 인물들이다. 이번에 문제가 된 국체협도 안기부 기조실장, 병무청장 출신으로 국민회의 부총재였던 엄삼탁 씨가 7년을 이끌다 결국 이렇게 됐다.
  
  체육계도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전문성이 확보된 리더, 또는 CEO형 리더가 필요하다. 문화콘텐츠진흥원은 설립과 함께 삼성전자 부사장이었던 서병문 원장을 선임했고 서 원장은 특유의 전문성, 추진력, 청렴성으로 높은 평가를 받아 재작년 재선임 됐다. 또 한국관광공사는 2004년 정부투자기관 경영평가 꼴찌에서 2005년 일약 3위로 도약해 대표적 성공사례가 되었다. 꼴찌와 3위의 차이는 어디서 오는 걸까. 바로 정치인 회장(조홍규)와 전문경영인(김종민, 전 경기관광공사 사장 및 세계도자기엑스포 조직위원장)의 차이다.
  
  이제 정치인 경기단체장에게 더 이상 바랄 것은 없다. 민주화 사회, 전문화 사회에서 정치인들의 체육계 입성은 때깔 좋은 썩은 사과 아니면 공갈빵일 뿐이다.
  
  이처럼 썩은 정치가 썩은 체육을 낳았다. 이번 분쟁도 결국 정치적으로 시작해 정치 싸움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 국체협 문제는 체육계에서 풀어야 할 문제이지 정치인들이 끼어들 사안이 아니다.
  
  이번 사단의 내막은 대한체육회와 국체협의 통합이라는 체육기구 통합 문제에 닿아 있다. 원래는 대단히 '체육적'인 문제였다. 문광부와 체육학계는 엘리트체육을 전담하는 대한체육회와 생활체육을 전담하는 국체협으로 나뉜 체육정책의 이원화가 우리 체육의 올바른 발전을 가로막는 첫 번째 요인으로 파악하고 2002년부터 이 두 단체의 통합에 나섰다. 그러나 원래 구조조정이라는 것은 골칫거리이기 마련이다.
  
  역사와 규모 면에서 상대가 되지 않는 국체협은 대한체육회로 흡수통합에 대한 우려 때문에 지난 5년간 문광부의 통합정책에 끈질기게 저항해 왔다. 국체협은 대등한 통합을 내세워 통합 전 국체협의 법정법인화를 전제로 내 걸었지만 이는 사실상 통합 거부에 다름 아니었다. 이강두 의원은 국체협의 이런 처지를 간파하고 회장 선거에 뛰어든 것이다.
  
  다가오는 대선과 300만 등록회원
  
  작년 9월 엄삼탁 전 회장이 구속돼 물러난 후 국체협은 C 부회장의 직무대행체제로 유지되었다. 그런데 내심 회장을 꿈꾸고 있던 C 회장대행은 정작 대의원들이 체육전문가로서 양 단체 통합을 지지하던 여당의 안민석 의원을 옹립할 움직임을 보이자 불안한 나머지 그 대항마를 찾아 나서게 되었고 그 결과가 바로 야당의 최고위원인 이강두 의원이었다.
  
  애초에 국체협 회장엔 생각도 없던 이 의원이었지만 내년 대선이 다가온 상황에서 등록회원만 300만에 생활체육 동호인 수가 전 국민의 40%인 1800만이고, 더구나 그 300만이 모두 투표권자인 국체협의 매력을 지나칠 수는 없었을 것이다. 과거 박정희의 새마을운동을 계승한 전경환의 새마을운동본부 이후 최대 조직인 국체협은 정치인에겐 매력덩어리인 것이다.
  
  지난 2월 회장 선거를 앞두고 이 의원과 안 의원이 출마 의사를 밝히자 선거가 정치판으로 변질될 것을 우려한 문광부는 두 의원에게 회장 출마를 자제할 것을 권했고, 안 의원은 사실상 회장이 되려는 뜻을 접었다. 그러나 이 의원은 16개 시도협의회와 전국 250개 지자체에 지역협의회를 가지고 있는 국체협의 특성상 현재의 정치적 분위기에서라면 대의원총회에서의 당선을 확신하고 출마를 강행했다.
  
  이 의원은 국체협이 바라마지 않던 법정법인화를 선거공약으로 내걸고 선거운동에 들어가게 된다. 법정법인화는 사실상 대한체육회와의 통합거부인데 이를 정치인이 주도한다는 점은 이제까지 5년간 통합을 위해 애써 오던 체육인과 체육학자들에게는 가슴을 향해 날아오는 비수와 다름없었다.
  
  양 단체 통합문제는 체육계의 대세였던 터라 이에 저항하는 국체협은 이제까지의 공청회나 토론회에서 자신을 지지해 줄 체육학자 섭외조차 어려운 처지였고 올해는 그 마무리에 들어가는 단계였다. 그런데 '등록회원 300만'에 눈이 어두워진 정치인이 뛰어드는 바람에 그 수많은 사람들의 고민과 노력이 물거품이 될 위기에 처한 것이다.
  
  문광부가 이 의원에게 불출마를 권유한 것을 두고 일부 언론은 정치적 개입이라고 비난한다. 그러나 문광부는 역시 여당인 안 의원에게도 불출마를 권했고 모 대학 체육학과 교수 출신인 그는 문광부의 취지를 이해하고 선거운동을 중지했던 것을 보면 정치적으로 편향된 '압력'이라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만약 개입이라면 '정책적' 개입이지 '정치적' 개입은 아니다.
  
  체육의 정치화, 그 지겨운 족쇄
  
  국체협도 반성해야 한다. 체육과학연구원의 정책담당 연구원 출신으로 체육학과 교수였던 국회의원은 1차에서 날려 버리고 20년 이상 체육을 다룬 정책전문가로 체육담당 차관보까지 지냈던 배종신 전 문광부 차관은 거들떠도 안 보고서는 정작 체육의 문외한인 이 의원을 모셔다 회장으로 선출해 놓고는 이렇게 격렬하게 저항하는 모습은 참으로 어이없다.
  
  국체협은 또 회장단, 사무처장단 등을 동원해 '생활체육은 정치가 아니라 정책'이라고, 또 '문광부가 생활체육 정책을 거부'한다며 문광부를 비난하면서 앞으로는 문광부의 '생활체육 발전을 저해하는 부당한 지시와 간섭을 단호히 거부'하겠다 한다. 적반하장이다. 생활체육에 정치를 끌어들인 장본인이 바로 국체협이고 체육계의 문제를 정치적으로 해결하려다 이러한 파문을 초래한 장본인도 국체협이다.
  
  생활체육의 발전을 그렇게도 원한다면 경영평가 2년 연속 꼴찌의 빛나는 업적(?)과 도대체 변화가 없다는 세간의 평에 대해 반성하며 자숙하기 바란다. '정치적 개입을 하고 있는 문화부의 이중적 태도에 준엄한 경고'를 했던데 도대체 누가 누구를 경고한다는 건지 헷갈릴 뿐이다.
  
  국체협은 10년간 국체협 산하의 게이트볼연합회 회장을 지낸 이 의원의 '생활체육에 대한 열정과 뜨거운 봉사정신'을 높이 평가했다고 강변한다. 그러나 그가 10년이나 회장을 지냈건만 그때의 게이트볼이나 지금의 게이트볼이나 별 차이가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의원의 열정과 뜨거운 봉사정신은 어디론가 샌 것이 아닌가 싶다.
  
  생활체육 가지고 편 가르기 하는 일부 언론
  
  이번 국체협 파문을 빌미로 일부 보수신문은 문광부의 정치적 개입이라고 비난한다. 외견상 딱 그렇게 보일 수도 있다. 그 내막을 모른다면 말이다. 사실 이 문제가 황당하게 정치권 싸움으로 번지면서 체육계의 사정을 잘 모르는 정치부 기자들이 기사를 쓰는 바람에 생겨난 일이다.
  
  이 의원의 정치적 계산과 무리한 출마는 결국 체육계의 미래를 향한 청사진에 먹물을 뿌린 꼴이 되었다. 결과적으로 체육인의 바람을 무시한 결과가 됐다. 역시 정치다.
  
  정치인들께서는 이 바쁘고 어지러운 시국에 체육을 더 이상 말아먹지 마시고 정치에나 전념했으면 한다. 체육정책이 뭔지도 잘 모르고 너무 바빠 대의원총회 참석조차 힘든 분들이 무엇 하러 체육단체의 얼굴마담이나 하시려는 건지 이유를 모르겠다. 지금 하시는 분들도 구속 되시는 일 없이 임기 무사히 마치시고 얼른 떠나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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