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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의회가 거수기? 천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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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의회가 거수기? 천만에! [지방의회 돋보기] 당을 초월한 '연대'의 싹을 보다
수식어만 화려한 제주특별자치도. 결국 그 속내들이 하나 둘씩 드러나고 있다. 규제 자유화라는 명목으로 노동기본권마저 기업의 자유를 위해 포기하려는 시도가 진행되고 있다. 민주노동당 심상정 국회의원이 최근 입수해 <프레시안> 등을 통해 알려진 대외경제위원회 회의자료에 따르면 제주특별자치도의 교육, 의료산업화 전략은 FTA 개방에 따른 충격을 실험해 보기 위한 내용이었다는 것도 확인됐다.
  
  이러한 와중에 제주특별자치도의회 활동도 두 달이 가까워지고 있다. 초기 우려와는 달리 제주도의회는 제자리 찾기에 어느 정도 성공한 듯한 느낌이다. 한나라당, 열린우리당, 민주당, 무소속 의원 할 것 없이 회기가 없음에도 자료요구서를 작성하고 분야별로 공부하는 동료의원들의 모습이 낯설지 않다. 필자 역시 '초짜의원'으로서의 첫 다짐을 잃지 않기 위해 더욱 긴장하고 있다.
  
  실제 7월 의장단, 상임위 구성을 마치자마자 진행된 업무보고는 '업무보고' 수준이 아니라 '행정감사'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도 집행부에 대한 관행적 봐주기가 사라졌다. 솔직히 다른 의원들의 활동 내용을 지켜보면서 어떻게 그 짧은 시간에 그 방대한 자료를 준비하고 집행부를 논리적으로 공격하는지 놀랄 정도였다.
  
  복지안전위원회 소속인 필자가 7월 의회에서 핵심적으로 준비한 것은 공공의료기관인 제주의료원 문제였다. 자화자찬 같지만 제보를 통해 어느 정도 가닥을 잡고 있던 의료기기 중고품 납품 의혹을 밝혀내 결국 경찰이 해당업체 대표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한 사례는 뿌듯하다.
  
  또한 제주지역 의료노동조합 관계자들과 함께 준비해 의료원 용역 직원 대한 직접고용을 촉구한 것도 일정한 성과를 냈다. 정규직은 아니지만 용역을 폐지하고 직접고용을 하겠다는 답변을 이끌어내면서 연대운동의 힘을 확인했다.
  
  휴가철인 8월에도 제주도의회는 쉬지 않았다. 준 독립적 성격인 제주도 감사위원장 인준을 위한 청문회가 있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나는 감사위원장 청문특위 간사를 맡게 돼 부담도 있었다.
  
  사실 감사위원장 후보자가 제주지역에서 오랜 기간 교수로 활동했고 도덕적으로 큰 문제가 없어 무난한 청문회와 임명동의안 가결이 예상됐다. 그러나 청문회를 앞두고 각종 제보와 자료를 뒤적여보면서 문제점이 발견되기 시작했다.
  
  핵심적인 것은 감사위원회 사무국장이 위원장 후보자와 친인척이라는 점이었다. 더군다나 사무국장은 현재 검찰에서 현직 지사의 선거를 도운 혐의로 조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독립성과 중립성이 핵심적 요소인 감사위원회 위상에 비추어 도의회로서는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었다.
  
  8월10일 열린 청문회에서는 이 문제와 함께 감사위원회 중립성, 후보자의 철학과 소신에 대한 점들이 집중 부각됐다. 청문회를 통해 일부 의원들이 부정적 의사를 표명하자 집행부인 제주도청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청문회 과정에서 문제를 주로 지적한 의원들을 대상으로 집요한 로비공세도 이어졌다. 어떤 의원은 하루에 30~40통 전화를 받을 정도였다. 본회의 전날인 8월15일에는 전체 도의원들을 대상으로 전방위적인 로비 공세가 진행되기도 했다.
  
  문제의 8월 16일. 본회의 직전, 감사위원장 임명동의안 심사보고서와 관련해 전문위원실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해 올린 초안은 청문특위 의원들의 의논을 거쳐 전면 수정됐다. 정당을 떠나 문제점을 공유한 의원들 사이에는 나름의 연대의식까지 싹트고 있었다.
  
  오후 시작된 본회의. 김태환 제주도지사는 일일이 도의원들과 악수까지 나누며 은근히 가결을 당부하기도 했다. 하지만 결론은 찬성 13표, 반대 22표, 기권 1표. 결국 부결이었다. 문제가 된 감사위원장 후보가 도의회의 관문을 끝내 넘지 못한 것이다. 그동안 제주도의회가 생겨난 이래 본회의에서 부결시킨 안건이 거의 없었다는 점에 비추면 대단히 충격적인 일이었다.
  
  의회 주변에서는 감사위원장 후보자 본인의 문제보다는 중립적이어야 할 감사위원회를 쥐고 흔들려던 집행부의 잘못된 의도를 제주도의회가 바로 잡은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어쩌면 제주도지사가 특정정당에 소속되지 않은 무소속이라는 점이 의회의 견제력을 더욱 발휘하게 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본회의가 끝나고 누군가 농담반 진담반으로 던진 말이 아직도 귓가에 맴돈다. "이제 더 이상 집행부가 도의회를 얕보지 못하겠네…."
  
  아직 갈 길은 멀겠지만, 7~8월을 거치며 필자는 당을 떠나 동료 의원들과의 끈끈한 연대의 싹을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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