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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국회가 지난 40년간 헌법에 보장된 권한을 행사하지 않고 넘어 왔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해영 한신대교수는 19일 국회헌정기념관에서 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의 주최로 열린 "'왜 통상절차법인가?' 한미FTA 긴급 토론회"에 참석해 우리나라의 헌법 개정 연혁을 비교 분석하면서 이 같은 주장을 제기했다.

이 교수가 준비한 자료에 따르면 1948년에 제정된 우리나라 제헌헌법에서는 대통령이 조약을 체결하고 비준할 권한을 가지고, 국회는 조약 비준에 대한 동의권만을 가졌다.

4.19 이후 개정된 내각책임제 헌법에서는 조약체결권은 내각이, 대통령은 비준권만을 가졌다. 당시 내각은 지금처럼 대통령이 임명하는 것이 아니라 국회에서 구성하는 것이었다.

그러다가 대통령 중심제로 환원한 1962년의 제5차 개정 헌법에서는 대통령이 조약의 체결 및 비준권을 갖고 국회가 대통령의 조약 체결·비준에 대한 동의권을 갖도록 했다. 제헌헌법에는 없었던 조약 체결에 대한 동의권이 국회에 새로 부여된 것이다. 이 조항은 1987년에 개정된 현행헌법에도 그대로 유지되었다.

그러나 제5차 개정헌법 이래로 한번도 국회는 대통령의 조약 체결에 대한 동의권을 행사한 적이 없다. 그 이유를 이해영 교수는 국회가 자신에게 새로운 권한이 부여된 줄을 모르고 이승만 시대의 습관에 따라 그냥 비준에 대한 동의권만 행사해 온 때문이 아니었겠느냐고 분석했다. 마치 이번 전효숙 헌재소장 임명 동의안을 제출할 때 대통령이 전효숙 헌법재판관 청문동의안을 제출하지 않았고, 국회도 조순형 의원이 지적할 때까지 그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던 것과 비슷한 관습 행위론인 셈이다.

이처럼 헌법이 부여한 권한을 행사하지 않은 기간이 오래 되다 보니 이제는 헌법학자조차 "법리적으로 해석하면 그렇지만 국회가 그런 권한까지 행사하는 것은 과도하지 않으냐"는 식으로 본인의 가치 판단을 명백한 헌법 조항에 앞세워 국회의 조약 체결 동의권을 부정하는 의견을 내놓고 있는 현실이라고 이해영 교수는 지적했다.

얼마 전 노무현 대통령은 권영길 의원이 발의한 통상절차법에 대해 대통령의 조약 체결권을 침해하는, 3권 분립 원칙에 위배되는 법안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이해영 교수는 국회가 통상절차법으로 3권 분립원칙을 침해하는 것이 아니라 대통령이 국회 동의없이 조약을 체결하는 것이 헌법위반이라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권영길 의원은 지난 2월 통상정책의 수립 및 협상 과정에 대한 국회의 조정 감독을 강화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 통상절차법을 국회의원 40명의 이름으로 발의했다. 권 의원이 발의한 통상절차법은 지금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한편으로 열린우리당의 송영길 의원과 이상경 의원도 각기 통상절차법안을 준비하고 있다. 이 세 개의 법안은 국회 토론과정에서 하나로 합쳐질 것으로 권영길 의원은 전망했다.

대통령의 조약 체결에 대한 국회의 동의권을 올바르게 행사하기 위해서는 통상절차법이 당연히 제정되어야 한다는 것이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사람들의 전체적인 의견이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민주노동당의 권영길 의원이 발제를 했고, 같은 당 심상정 의원의 사회로 이상민 열린우리당 국회의원, 탁명구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사무총장, 왕상한 서강대 법학과 교수, 그리고 이해영 한신대 교수 등이 토론자로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