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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방송시장 당장 개방하라" 한국에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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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방송시장 당장 개방하라" 한국에 요구 [한미FTA 뜯어보기 129] 단독입수 문광부 문건서 확인…정간물 시장도 개방 요구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서 한국 정부는 방송서비스를 '미래유보' 분야로 설정하려고 했으나 미국 측에서 이를 '현재유보'로 변경할 것을 요구했던 것으로 1일 <프레시안>이 입수한 문화관광부 내부문건에서 밝혀졌다.

지난달 하순 제주도에서 열린 한미 FTA 4차 협상을 앞두고 문화관광부 실무자들이 협상준비를 위해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이 문건에 따르면, 미국은 공중파 방송을 비롯한 각종 방송서비스 분야에 대해 한국 정부가 제시한 미래유보 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미래유보란 FTA 협정이 발효된 뒤에 정부가 국내 산업을 보호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게 될 경우에는 개방의 범위와 내용 등에 관한 추가 규제를 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 대신 미국은 한미 FTA가 체결된 뒤에는 방송서비스 시장에 대해 한국 정부가 기존의 규제 이외의 추가적인 규제 조치를 취할 수 없도록 한국의 방송서비스 분야를 '미래유보'가 아닌 '현재유보'의 대상으로 설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이 문건에 적시돼 있다.

이런 미국 측의 요구가 그대로 한미 FTA에 반영될 경우에는 우리 정부가 국내 방송서비스 산업의 개방 수위를 상황에 따라 적절히 조절할 수 있는 정책권한을 잃게 된다.

방송서비스 분야에 대한 한미 간의 이런 입장차이가 지난달 하순에 열린 4차 협상에서 어떻게 조율됐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정부가 1일 현재까지도 이 분야에 대한 4차 협상 내용을 공개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프레시안>이 입수한 문화관광부 내부문건은 미국의 방송서비스 개방 요구를 우리 정부가 수용할 경우에 방송위원회, 시민단체, 방송사 등 방송서비스 관련 단체와 기관의 반응이 어떻게 나타날 것인지를 분석 또는 예측해본 내용을 담고 있어 주목된다.

이런 문건의 내용은 '방송시장 개방은 없다'고 강조해 온 정부가 실제로는 미국의 요구를 일정하게 수용하는 방송시장 개방계획을 비공개적으로 마련해 놓고 그 계획에 따라 미국과의 협상에 임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불러일으킨다.

이 문건은 특히 방송에 대한 소유제한 완화와 관련해 "SBS를 포함한 지역 민영방송사, 위성방송사, 종합유선방송사업자, 방송채널사업자(PP) 등의 경우 외자유치 차원에서 찬성할 것이 예상된다. 공영방송인 KBS, MBC, EBS 등은 국가 소유이기 때문에 표면적으로는 외국인 투자에 반대할 이유가 없으나 피해의식에 기초한 반대가 예상된다"고 적시하고 있다. 이는 소유제한 완화에 대해 방송사들은 실질적인 반대를 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인 셈이다.

이 문건은 또한 "NGO(비정부기구, 시민단체)들은 방송의 공공성 훼손 등을 명분으로 반대 입장"이라고 지적하고 "방송위의 경우는 타국 사례 등을 고려할 때 추가개방은 곤란하다는 입장"이라고 분석했다.

'국산 프로그램 의무 편성비율(방송쿼터)'에 대해서는 "PP의 경우 국산 영화 및 애니메이션 쿼터 이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쿼터 축소 시 이들의 편성이 줄어들 것"이며 "직접적 이해관계자인 방송사는 오히려 반길 수도 있다. 그러나 영화계, 만화계, NGO 측은 스크린쿼터 축소에 이은 방송 축소에 대해 극렬한 반대가 예상된다"고 문건에 적혀 있다.

한편 이 문광부 내부문건에 따르면, 미국은 3차 협상까지 방송채널사업자, 위성방송, 케이블방송 순으로 한국의 외국인투자 지분 제한의 완화에 관심이 있으며 방송쿼터, 외국방송 재송신 규제 등 방송콘텐츠 제한의 완화에도 관심을 드러낸 것으로 되어 있다.

미국은 또한 도박, 도서관, 문화재, 온라인콘텐츠, 정기간행물 등 한국의 문화서비스 산업 전반에 대해 규제완화와 시장개방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은 한국 측이 미래유보 분야로 분류한 도박과 도서관, 문화재 산업에 대해 유보대상에서 제외할 것을 요구했고, 온라인콘텐츠에 대해서는 유보대상에서 제외하거나 유보의 범위를 축소할 것을, 정기간행물에 대해서는 한국 측의 미래유보 안을 현재유보로 변경하고 지점 및 지사 설치 등의 시장접근을 허용해줄 것을 각각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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