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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거품'에 이어 '금융 거품' 일으키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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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거품'에 이어 '금융 거품' 일으키려나 우리당, 자본시장통합법 조기처리 추진…'부동자금 관리' 명분
열린우리당이 11.15 부동산 대책의 보완방안의 하나로 자본시장통합법(자통법)안을 조속히 처리하기로 해 논란이 예상된다.

변재일 제4정조위원장은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어제 정부가 내놓은 대책 안에는 주택가격 불안의 가장 큰 원인인 520조 원 규모의 부동자금에 대한 대책이 없다"고 말했다.

변 위원장은 "총부채상환비율(DTI)과 담보인정비율(LTV) 적용대상을 현행대로 6억 원 이상 주택에 한정해 실효성에 의문이 있다"며 "공급확대 정책도 오는 2008년 이후에나 효과를 볼 수 있어 현재 부동산 시장의 집값 상승에 대한 대책으로는 미흡하다"고 말했다.

유동자금 대책과 관련해 변 위원장은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금리를 올릴 수도 없고, 공급도 중장기 대책이다 보니 부동자금이 대기하고 있는 현 상황에 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변 위원장은 "국민들은 (집값이 안정될 때까지) 기다리고 싶어도 부동자금은 기다리지 않는다. 입체적이고 종합적인 대책이 시급하다"며 대책의 일환으로 자통법의 조속한 입법을 거론했다. 그는 "부동자금이 금융상품을 찾아갈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이 제일 좋다"며 이같이 말했다.

요컨대 부동산 쪽에 쏠린 520조 원 규모의 시중 유동성 문제를 금융시장과 해외투자 쪽으로 돌려보자는 취지다. 변 위원장은 "재경부는 이런 방안을 요구하고 있다"면서 "조만간 재경부와의 당정협의를 통해 자통법안을 검토, (조기 처리를) 추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부동산 대책은 명분, 재경부 숙원사업 해소?

문제는 자통법 도입이 부동산 대책의 보완방안이 될 수 있느냐다. 민주노동당 심상정 의원은 "자통법은 제2금융권의 구조조정 문제와 직결돼 있다"면서 "구조조정 과정에서 엄청나게 (상환이) 밀려있는 주택담보대출 자금을 회수하자는 취지인 것 같은데 그 효과는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심 의원은 또한 여당이 자통법을 부동산 대책으로 거론하는 배경에 사모펀드 활성화 의도가 깔려 있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내보였다. 실제로 자통법은 '한국판 골드만삭스, 메릴린치를 키운다'는 목표 하에 재경부가 그동안 야심 차게 추진해 온 것으로 사모펀드 활성화 방안과 직결돼 있다.

이날 강봉균 정책위의장이 시중자금 흡수 방안으로 "사모펀드의 운용범위를 좁게 하는 규제가 많아 사모펀드가 활성화되지 않는 측면이 있다"면서 "숨통을 좀 틔워야 할 것"이라고 말한 것도 자통법안의 조기 처리 방침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심 의원은 그러나 "사모펀드를 활성화하자는 것은 금융시장 내에서 투기를 보장하자는 것"이라며 "사모펀드는 장기적인 기업 안정성을 도모하자는 게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그는 "주로 팔려고 (시장에) 나온 기업들은 공적자금이 투입된 굵직한 기업들인데 사모펀드 활성화를 통해 이를 매입하도록 하면 기간산업의 안정성과 지속성을 해치는 방향으로 가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금융버블에 대한 우려도 있다. 자통법은 금융투자상품의 범위를 열거식에서 포괄식으로 바꾸도록 하고 있어 제도 도입 시 파생금융상품의 종류는 거의 무한대로 늘어난다. 이에 따라 소비자 보호장치가 제대로 구축되지 않은 상태에서 새 금융상품이 나오면 시중자금이 몰려 금융혼란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경고음도 나오고 있다.

한편 증권업계에선 자통법이 도입되면 4~5개의 대형 증권사 외에 중소형 증권사들은 생존이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 제2금융권의 구조조정에 따른 부작용도 지적된다.

무엇보다 자통법은 정부가 추진 중인 한미 FTA 협상과 직결돼 있다. 한미 FTA 체결로 금융서비스 시장이 개방되면 자통법으로 자유화된 국내 금융시장은 경쟁력이 월등한 외국계 투자은행의 놀이터로 전락한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국내 펀드 육성이라는 당초 목적보다 외국계 대형 펀드에만 좋은 환경을 제공해 줄 것이라는 우려다.

심 의원은 "자통법은 (국내 기업들이) 외국 투기자본의 먹잇감이 되거나, 국내 금융자본이 투기자금화하거나 하는 방향으로 (우리 경제를) 치닫게 하는 것일 뿐"이라며 "유동성의 위험을 더욱 증가시킬 우려가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결국 개혁정책을 깔짝대던 청와대가 정책기조를 포기한 채 재벌들의 요구대로 경제정책을 원위치시키는 꼴"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변재일 위원장은 "모든 정책은 순기능과 부작용이 있다. 항상 선택의 문제다"라며 "지금은 현재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심각한 문제점, 즉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 판단의 기준을 둬야 한다"고 반박했다.

자본시장통합법은 현재 법제처의 심사가 진행 중이며, 정부여당이 이번 정기국회 중에 처리하면 2008년 하반기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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