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대추리의 '평화 공무수행', 이제 우리가 나섭시다"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대추리의 '평화 공무수행', 이제 우리가 나섭시다"

[문정현신부의 호소] 대추리 투쟁은 계속되어야 한다

미군기지 확장이전을 반대해 온 경기도 평택 대추리 주민들과 정부와의 협상이 지난 2일부터 진행 중이다. 6개월만에 재개된 대화이지만 합의점을 찾기란 좀처럼 쉽지 않아보인다. 적절한 생계 보장을 요구하는 주민들과 남들 이상의 보상은 있을 수 없다는 정부 사이의 인식 차이는 너무 깊다.

주민들은 답답하다. 들판에 설치된 철조망 때문에 농사를 짓지 못하는 가운데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또 다시 봄을 맞이해야 하는 농부의 심정은 착잡함 그 자체다. 미군기지 확장이전 사업의 부당성을 주장하며 정부와 국방부의 졸속 추진에 맞서 싸워온 '평택 미군기지 확장저지 범국민대책위원회' 역시 답답하긴 마찬가지다.

이런 가운데 오랜 시간 '평택 투쟁'을 같이 해왔던 문정현 신부가 <프레시안>에 글을 보내왔다. 때론 투쟁에 앞장서며, 때로는 한 동네 이웃으로서 대추리 주민들과 동고동락해 온 문 신부는 "세상 사람들은 주민들이 투쟁을 접었다고, 이 투쟁은 끝났다고 너무도 쉽게 말한다"며 "야속하다"고 말했다.

또 문 신부는 "이제 우리가 주민들의 뒤를 이어 싸워야 한다"며 "황새울에 한 번이라도 다녀간 사람들은 모두 모여 혼신의 힘을 써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묻고 있다. <편집자>

2006년은 유난히 길고 힘겨웠다. 평택미군기지 확장을 저지하자며 평택역 앞에서 천막농성을 하던 지난해 겨울보다 올 겨울이 더 추운 듯하다. 청와대 앞 단식농성 보다 더 견디기 힘들다. 평택 황새울 싸움이 주마등처럼 스친다. 정부의 폭력을 곱씹어 보자니 기가 찬다.

권위주의 시대의 폭압 그대로 보여준 정부
▲ 지난해 7월 청와대에서 대추리까지 걸으며 미군기지 확장이전 반대를 알린 '평화야, 걷자!'에 참여했던 문정현 신부가 대추리에 도착해 만난 마을주민과 함께 기뻐하고 있다. ⓒ프레시안

평택미군기지 확장은 목적 자체가 폭력이요 권위주의 시대의 폭압 그대로였다. 평택 미군기지 확장은 국가 간 문제이기 때문에 무슨 일이 있더라도 2008년까지 집행을 완료해야 된다면서 작년 5월 대추 초등학교 때려 부수고 논밭에 철조망을 쳐 논밭을 빼앗았다. 6월에는 마을의 이장 김지태 위원장을 구속하였다. 9월 빈집을 철거했다. 그것도 모자라 11월 13일엔 그나마 남은 쥐꼬리만 한 14만 평마저 철조망을 치는 만행을 저질렀다.

정부는 국민을 속이고, 국회를 속이고, 온 나라를 속여 왔다. 국회는 국민과의 약속인 '청문회'도 열지 않고 직무를 유기한다. 정부와 국회는 사기극을 연출해 왔다. 주민들의 주장이 정당함을 알면서도 정부는 법의 가면을 쓰고 폭력을 자행해 왔다. 자기 국민을 내버리고 미국의 전략을 위해 모든 것을 갖다 바치는 정부로 전락했다. 정부는 주민이 떨어져 나가도록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견디지 못해 피눈물을 흘리며 떠나는 주민이 속출했다. 떠날 사람은 다 떠나고 의리 있는 주민들 46세대가 남아 있다. 대부분 가난한 분들이다.

나는 주민들에게 끝까지 싸워야 한다고 말할 수 없다

세상 사람들은 대추리를 기억하고 있을까? 대추리 주민들이 "단 한 평도 줄 수 없다", "올해도 농사 짓고 내년에도 농사 짓자"라고 외치며 수년 동안 싸웠던 일을 기억할까? 김지태 이장은 "평택이 무너지면 한 반도가 무너진다" 고 절규했다. 주민들은 지칠 대로 지쳤다. 국가의 군경을 앞세운 폭력 앞에, 생활고 앞에 지칠 대로 지쳤다. 그런 주민들이 정부와 공동체 이주협상을 벌인다고 세상 사람들은 주민들이 투쟁을 접었다고, 이 투쟁은 끝났다고 너무도 쉽게 말한다. 야속하다.

나는 대추리 주민들에게 "주민들이 잘 버텨 주어야 한다"고 말할 수 없다. 끝까지 싸워야 한다고 말할 수 없다. 이 분들과 3년째 같이 한 동네에서 살고 있는 나로서는 더 이상 주민들의 그 고통을 외면할 수 없다. 대한민국의 정부가 아닌 미국의 정부이기를 작정한 이 나라 정부는 주민들을 강제로 쫓아낼 법적인 모든 수단을 강구해 놓았다. 정부와의 대화에서 주민들이 주장하는 공동체를 유지한 채 이주하는 안을 정부가 수용할지는 두고 봐야 한다.
▲ 철조망이 쳐진 뒤 억새밭이 된 평택 대추리 황새울 들판 ⓒ프레시안

이 시대의 정의 보여주기 위해 우리가 나서야 한다

평택 미군기지 확장 사업이 2008년이 아니라 2013년까지로 연장되었고, 기지 확장사업의 마스터플랜도 아직 마련되지 않았지만 저들은 어떻게든 주민들을 몰아낼 궁리만 한다. 그리고 모든 책임을 주민과 평택미군기지 확장저지 투쟁을 해 온 평화세력들에게 뒤집어씌운다.

주민들은 마지막 쫓겨나는 단계에서 어쩔 수 없이 정부와 협상에 나섰다. 이제 우리가 주민들의 뒤를 이어 싸워야 한다. 주민들을 살리고 나라를 구하는 것은 미국도 아니고 정부도 아닌, 바로 마음의 빚을 진 사람들이다.

정부는 결단코 주민들을 짓밟고 말 것이다.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혼신을 다해 투신해야 할 날이 다가온다. 황새울에 한 번이라도 다녀간 사람들은 모두 모여 혼신의 힘을 써야 하지 않겠는가?

김지태 위원장을 비롯한 주민은 정부가 전쟁 공무를 하는 동안 평화의 공무를 해 왔다. 이제 우리가 나서야 한다. 한반도에서 전쟁의 재앙을 막기 위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한 싸워야 한다. 대추리 투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것을 정부와 미국에게 똑똑히 보여주어야 한다. 그것이 이 시대의 정의다.
▲ 매일 저녁 대추리 창고에서 열리는 주민 촛불문화제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지난 9일 열린 859일째 촛불문화제 모습 ⓒ프레시안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