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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중심적인 2007년 체제'는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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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중심적인 2007년 체제'는 가능할까? [2007 대선이야기·1] 또 한번의 '10년대란'의 길목에서
2007년 대선이 아홉 달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87년 민주화 항쟁 20년, IMF 금융위기 10년이 되는 해에 치러지는 대선은 지나온 과거에 대한 매듭이자 새로운 시대에 대한 모색일 것입니다. 따라서 향후 5년의 국정을 책임질 대통령을 뽑는 일은 우리 사회의 골격을 다시 세우고 살집을 불리는 과정이 돼야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의 주체들은 이 과정에 얼마나 성의 있는 답을 내고 있는지 묻게 됩니다. 국민들은 신자유주의의 공세와 양극화의 고통 속에 그간 우리 사회가 일구어 온 민주주의의 성과마저도 돌아볼 겨를이 없어 보입니다. <프레시안>은 올해 대선에 씨줄날줄로 엮이는 우리 정치의 쟁점과 현안, 전망을 두루 살펴보는 기획, <2007 대선이야기>를 마련해 정치권과 유권자를 잇는 다리를 놓으려 합니다.
  
  탁월한 식견과 깊이 있는 분석으로 정치비평 분야에서 신망을 얻고 있는 여섯 분의 필자들이 한 분씩 매주 월요일 독자 여러분들을 찾아갈 예정입니다. 손호철 서강대 교수, 박성민 민기획 대표, 이강로 전주대 교수, 김헌태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소장, 김호기 연세대 교수, 고원 서울대 한국정치연구소 선임연구원(글 싣는 순)입니다.
  
  손호철 교수가 첫 글을 보내왔습니다. 한국 민주주의의 위기와 신자유주의의 공세를 극복하고 '인간중심적인 2007년 체제'의 등장을 염원하는 '민중과 서민의 희망찾기'입니다. <편집자>
  
  한국정치에는 '10년 대란설'이라는 것이 있다. 한국정치에는 10년마다 주기적으로, 대란이라고 불릴만한 엄청난 변화가 일어난다는 것이다.
  
  해방정국과 1950년 한국전쟁이 발발한 지 10년이 지난 1960년, 4.19로 이승만정권이 무너졌고 5.16을 거쳐 군사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10년이 지난 70년대 초, 반독재민주화운동의 저항이 거세지면서 유신이 들어섰다. 그러다가 다시 10년이 지난 79년 말과 80년 초, 유신체제가 무너지고 광주의 학살을 거쳐 전두환정권이 등장했다. 그 이후 80년대의 '짧은 10년' 동안 광주의 피를 먹고 민주화운동이 성장하면서 87년 6월 항쟁을 통해, 민주화가 이루어졌다.
  
  그러나 이로부터 10년 뒤인 1997년, 우리는 한국전쟁 이후 최고의 국난이라는 IMF 경제위기를 겪어야 했다. 그리고 그 같은 위기의 덕분으로 사상 최초의 선거에 의한 평화적인 여야 간의 정권교체가 이루어져 김대중정부라는 자유주의정권이 탄생했다.
  
  그러나 자유주의정권 10년이 지난 2007년 현재, 우리 사회는 개혁정권이라고 부르는 자유주의정권들에 대한 환멸 속에 박정희 향수가 만연하고 있고 한나라당의 인기가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역시 10년 대란이고 "권력은 10년을 가지 못 한다"는 권불십년인가? 안타까운 일이다.
  
  올해 다시 맞는 10년대란설…한국 민주주의의 위기
  
  2007년 3월 현재, 다시 말해, 1987년 민주화 이후 20년 만에, 그리고 1997년 이후 자유주의정권 집권 10년 만에, 한국의 민주주의는 최대의 위기에 처해 있다. 이 같은 비극적 현실은 왜 일어났으며, 이 같은 비극을 탈출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 특히 오는 대선에서 국민들로부터 버림받은 자유주의 내지 중도개혁세력은 패배하는 반면 민주노동당과 같은 진보세력은 아직 충분히 성장하지 못함으로써 한나라당이 승리하고 새로운 '2007년 체제'가 등장하는 것인가?
  
  해방정국에서 등장한 1948년 체제는 단순한 극우반공체제였다면, 이를 대체한 것은 박정희모델로 상징되는 1961년 체제다. 한마디로, 국가주도형 개발독재체제라 할 수 있는 1961년 체제는 우리 사회를 25년 이상 지배하며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그러다가 1987년 6월항쟁에 의해 무너졌다. 그 결과로 등장한 것이 1961년 체제 중 군사독재 부분을 해체시킨 1987년 체제다.
  
  이 민주화는 군사독재와의 타협에 의한 민주화였고 1987년 체제는 이 같은 타협의 결과로 오랫동안 한국정치를 지배해 온 민주-반민주의 대결구도를 완전히 해체하지는 않았다. 아직도 일부 남아 있는 민주-반민주 구도 내지 개혁-수구의 구도, 그리고 이에 기초한 반한나라당 전선론은 이 같은 1987년 체제의 찌꺼기다.
  
  그러나 1987년 체제는 이미 그 큰 틀은 무너진 지 오래이며, 대통령 중임제와 같은 헌정체제를 제외한다면 1987년 체제를 이야기하는 것은 시대착오적 발상이다. 1997년 경제위기가 터지면서 김대중 정부가 1961년 체제 중 1987년 체제에 남아 있던 나머지 반쪽, 즉 발전국가라는 국가주도형 경제를 해체하고 시장만능의 신자유주의체제를 자리 잡게 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1987년 체제를 1997년 체제가 대체한 것이다.
  
  이제 1997년 체제라는 신자유주의체제가 자리 잡은 지도 10년이 지났다. 그리고 그 결과는 군사독재시절보다 더 심각한 사회적 양극화다. 또 이 같은 신자유주의체제를 주도한 것이 바로 김대중, 노무현정부라는 민주화운동 출신의 자유주의정권이라는 사실과 관련해, 대중들 사이에서는 박정희에 대한 향수가 거세게 일고 있다. 특히 이들 정권의 지지기반이 되어야 할 서민들이 "먹고 살기도 어려운데 무슨 민주개혁이냐"고 반발하고 있다. 한마디로, 1997년 체제(양극화)가 1987년 체제의 유제(민주개혁)을 압도하고 있는 것이다. 안타까운 일이다.
  
  어디서 희망을 찾을 것인가?
  
  그러나 이것을 희망이라고 불러야 하는 것인지 회의적이지만, '희망'이라면 희망은 아직 남아 있는 것 같다. 그것은 역설적이게도 한나라당이 너무 잘 나가고 있어 이명박과 박근혜라는 두 박정희주의자가 분열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또 정말 역설적으로 아직도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이유는 망국적인 지역주의 덕이다. 구체적으로, 사회적 양극화에도 불구하고 대선은 크게 보아 지역주의에 의해 좌우될 것이라는 점이다. 지금은 죽을 쑤고 있지만, 범여권의 후보가 뜨면 호남은 그를 다시 지지할 것이다. 특히 충청 출신이 범여권의 후보가 되는 경우 호남과 충청을 묶어주는 디제이피(DJP) 연대가 복원되어 신자유주의적 양극화라는 역사적 중죄에도 불구하고 자유주의 세력이 다시 집권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이들이 군사독재 시절보다 더욱 크게 민중과 서민을 고통으로 몰고 간 신자유주의 정책을 포기하지 않는 한 설사 이들이 다시 집권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다시 민중과 서민들에게 희망일 수는 없다. 다시 말해, 1997년 체제가 끝나고 한나라당이라는 냉전적 보수세력이 다시 권력을 장악하는 퇴행적인 2007년 체제가 등장하는 것도 문제지만 이에 못지않게 1997년 체제가 지속되는 것도 문제이긴 마찬가지다.
  
  결국 문제는 1997년 체제와 퇴행적 2007년 체제라는 두 시나리오를 넘어서 '보다 인간중심적인 2007년 체제'를 만들어내는 것일 것이다. 이를 위해 범진보진영이 집단적 지혜를 모아 대안을 조직해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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