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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날의 칼'과 '상상력의 빈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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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양날의 칼'과 '상상력의 빈곤' [2007 대선이야기]'朴-李 갈등'-'범여권 분열' 안개 속
6월 들어 한나라당과 범여권, 그리고 민주노동당은 12월 19일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각기 바쁜 정치일정에 돌입했다. 2002년 16대 대통령선거 당시 민주당과 한나라당의 대통령후보가 5월에는 확정됐던 것과 비교하면 현재 진행되고 있는 대통령후보 선출 일정은 상당히 늦다.
  
  이같은 정치일정의 지연과 불확실성은 이번 대통령 선거과정의 주요 특징으로서, 앞으로도 상당기간 비슷한 상황이 진행될 것이다. 이러한 정치흐름을 어떻게 보아야 할 것인가?
  
  한나라당 검증공방은 양날의 칼
  
  한나라당은 5월 중순 당내 대선후보 경선 규정에 대한 합의를 바탕으로 5월 27일 이후 5인의 대선후보간 분야별 정책 토론회를 개최하면서, 정책과 후보 개인에 대한 검증 공방을 첨예하게 진행시키고 있다. 특히 여론조사에서 1, 2위를 달리는 이명박과 박근혜 양 진영의 대립은 정책검증보다 후보의 경력과 사회활동, 재산증식과 보유에 대한 의혹을 중심으로 전개되면서 아슬아슬한 순간들을 넘나들고 있다. 이러한 검증 공방은 주로 이명박 전 시장에 대한 박근혜 전 대표 측의 문제 제기로 진행되고 있다.
  
  당내 대선후보 검증공방은 양날의 칼로 한나라당에 작용할 수 있다. 긍정적인 면은 당내 경선과정에서 주요 후보들의 정책 실현 가능성과 후보 개인에 대해 검증이 충분하고 철저하게 진행될 경우, 최종 확정된 당 후보의 본선 경쟁력이 확실하게 강화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부정적인 면도 소홀히 할 수 없다. 후보 개인과 정책에 대한 상호 간 검증 공방은 당 대선 후보가 선출되는 8월 중순까지 더욱 지리하게 계속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검증공방으로 만일 이명박 후보의 국민 지지도가 떨어질 경우 이명박 후보 측의 박근혜 후보 개인에 대한 적극적인 공세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러나 이명박, 박근혜 후보 양측이 객관적으로 근거가 부족한 상태에서 상대방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는 것은 양측 모두에게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은 불문가지다. 특히 검증 공방에 상대방의 감정을 자극하는 비속어나 저질스러운 표현이 덧붙을 경우 누가 대선후보로 확정돼도 본선에서 상대방의 도움을 받지 못하고 최종 승리도 담보할 수 없게 된다.
  
  더구나 상대방의 감정만을 자극하는 공방은 한나라당 후보들에 대한 국민의 혐오감을 자극할 수도 있다. 국민이 대통령후보를 결정할 때 국가운영 비전과 정책에 대해서만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후보 개인의 인간적인 면에 대한 호감과 비호감이라는 감성적인 면도 중요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의 검증논란에서 더욱 문제되는 것은 이런 검증 작업이 당내 후보의 대통령으로서의 국가 운영 자질에 대한 논의로 연결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단순한 의혹제기로 상대방의 도덕성에 흠집을 내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후보자의 잠재적인 국가운영 자질을 검증하는 데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또 현재 당내 경선과정에서 한나라당은 당 외부의 경쟁세력, 특히 노무현 대통령이 한나라당과 특정후보들의 정체성과 성격, 정책 방향에 대해 날선 비난을 하는 데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노 대통령의 공격이 계속될 경우 한나라당과 후보는 새로운 모습을 국민에게 제시하지 못하고, 다시 집권세력에 의해 '규정된 정체성'으로 대통령 선거운동을 불리하게 맞을 수밖에 없다. 더구나 노 대통령과의 대결 속에서 한나라당의 주요 정치행사가 국민들의 관심을 제대로 끌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범여권, DJ 그늘에서 상상력의 빈곤 보여
  
  민주당과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 열린우리당의 제정파, 그리고 일부 시민사회 정치세력은 반(反)한나라당, 비(非)민주노동당 대선 후보 선정을 위해 통합과 분열의 정치 분화를 지금도 끊임없이 겪고 있다.
  
  이러한 범여권의 정치 분화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사람은 단연 김대중 전 대통령이고, 노 대통령은 김 전 대통령 만큼은 아니더라도 정치권 내의 취약한 지지 세력에도 불구하고 나름대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한나라당 후보에 대항할 정치세력의 단결을 위해 DJ는 '국민'의 이름을 빌어 '단일 정당 결성 후 후보 선출'이라는 방향을 설정하고, 이의 실현을 위해 막전막후에서 활발히 움직이고 있다. 이런 정치흐름에 많은 범여권 현장 세력이 공감해 이를 실현할 수 있는 방법으로 대통령후보 선출을 위한 완전국민경선제를 추구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 역시 현직 대통령으로서 아직까지 정치권에 일정한 파장을 일으킬 수 있는 힘을 갖고 있다. 열린우리당의 분열과 왜소화에 비례해 그 영향력이 감소한다는 한계가 있기는 하지만 최소한 누군가를 '못 되게' 할 능력만큼은 충분히 보유하고 있다.
  
  '탈(脫)'열린우리당이라는 범여권의 정치 분화에서 노 대통령은 '지역주의에의 회귀'에 대해 끊임없이 경고하며 2002년 대선에서 결정적 영향을 미쳤던 '영남표' 역할을 계속 강조하고 있다. 그렇지만 범여권의 재집결 과정은 노 대통령의 권고가 아니라 DJ가 제시한 방향으로 점차 움직이고 있다. 노 대통령이 비록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 자신의 치적에 대해 자부심을 갖고 그것을 지키려는 의지와 노력이 강렬하다고는 해도, 이미 노 대통령은 '역사의 무대'로 진입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면 긴박하게 진행되고 있는 범여권의 정치적 분화과정에서 현실 정치세력은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가? 중도통합민주당 결성이 한 축에서 진행되는가 하면 8일 16명 국회의원의 탈당 등 열린우리당 정치인들의 탈당 행렬이 예고되어 있다. 범여권 각 정치세력은 당의 재결성과 대선 후보 단일화를 동시에 추진하여야 할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 그러나 유력 대선 후보의 부재, 다양한 정치색깔, 상호불신과 내년 4월 총선에 대한 고려로 인해 재통합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 탈(脫)열린우리당이라는 탈색 과정, 한나라당 출신 손학규와의 제휴 방식, 노 대통령과 최후 친노세력의 정치적 위상, 그리고 제휴대상인 일부 시민사회세력의 미약한 힘은 통합작업을 더욱 지지부진하게 만들고 있다. 더구나 8월 20일쯤 정해질 한나라당 대선후보의 경선 일정도 범여권 정치세력의 재집결에 제약요소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아직 '반한나라당, 비민주노동당'을 자기 방향으로 하는 정당의 결성과 대선 후보 선출의 가능성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이들의 이합집산에는 여전히 많은 시행착오가 예상된다. 특히 반한나라당, 비민주노동당의 노선을 통해 한나라당의 집권을 막아보겠다는 생각만 있고, 무엇을 위해 어떻게 국가를 운영하겠다는 상상력의 빈곤이 이들의 운신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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