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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실명제는 무지의 소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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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실명제는 무지의 소산" [한국언론법학회 토론] "표현의 자유 훼손" "실효성도 없어"
한국언론법학회(회장 김진홍 한국외국어대 교수)는 ‘인터넷 언론과 현행법의 개정방향’이라는 주제로 인터넷 언론과 정부관련부처 그리고 학계 인사를 초청해 18일 연세대학교에서 최근 국회 정개특위의 합의로 커다란 사회적 논란이 되고 있는 인터넷실명제에 대한 토론회를 가졌다. 토론의 결론은 국가인권위원회가 지적했듯 "인터넷 실명제는 위헌"이며 "무지의 산물"이라는 것이었다.

<사진1>

***인터넷 실명제, “표현의 자유 침해”**

이날 토론에서 선거기간 동안 근거없는 흑색선전이나 불건전한 내용이 유포되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도입 중인 인터넷 실명제는 목적에 비해 지나친 표현의 자유를 훼손한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황성운 문광부 문화산업국 사무관은 “(인터넷 실명제) 도입으로 표현의 자유 위축은 필연적인데 반해 이로서 얻을 수 있는 흑색선전 사전 규제 효과는 지극히 의심스럽다”며 “얻는 것에 비해 잃는 것이 커 보인다”고 말했다.

이창호 인터넷신문협회장은 “인터넷 실명제 도입 취지를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그러나 민의가 자유롭게 개진되고, 신속하게 나타나는 공간은 인터넷 밖에 없는 만큼 인터넷 실명제는 이러한 자유로운 민의 개진을 심각하게 제약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진2>

이와 관련 국가인권위는 “인터넷실명제는 세계인권선언 제19조와 헌법 제21조가 보장한 표현의 자유를 침해, 헌법 제 17조가 규정한 개인정보 자기 결정권도 위협하고 있다”며 위헌적 법률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한편 이러한 다수의견과 달리, 강경근 숭실대 법학과 교수는 인터넷 실명제 자체가 위헌적이라는 주장은 무리가 있다는 소수의견을 제시했다.

강 교수는 “법률적으로만 따져보면, 오프라인 공간에서도 욕설-근거없는 비방 등은 제약된다”며 “마찬가지로 온라인 공간도 공적 공간인 만큼 이를 규제한다는 것 자체는 위헌적이라고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강 교수는 “‘인터넷언론인·인터넷국가검열반대공동대책위원회’가 미국 조지아 주에서 인터넷 실명제가 위헌 판결을 받았다는 근거를 제시하는데, 사실 조지아 주의 경우는 우리보다 훨씬 포괄적인 인터넷 실명제를 위헌 판결 한 것”이라며 “이를 근거로 위헌 운운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덧붙였다.

***“규제 대상도 지나치게 광범위해”**

최휘영 네이버 기획실장은 “선거법에서 인터넷 언론을 너무 광범위하게 규정하고 있다”며 “이에 따르면 개개인의 블로그나 홈페이지까지 저촉대상이 된다”고 광범위한 규제 범위에 대해 문제제기를 했다.

선거법에 규정된 인터넷 언론은 정치,경제,사회,문화 등에 관한 보도-논평을 제공하거나 매개하는 인터넷 홈페이지로 정하고 있어, 현재 활동 중인 공식 인터넷 신문이외에도 시민사회단체의 게시판, 뉴스를 생산하지는 않지만 뉴스를 매개하고 있는 포털사이트 뉴스섹션 그리고 시사성을 가지고 있는 개인 블로그 등 거의 모든 인터넷 매체가 인터넷 언론의 범주에 들고 있다.

김영석 연세대 교수는 이와 관련 “지나친 광범위한 규제 자체가 문제이기도 하지만, 현실적으로 수천 수만개의 게시판 모니터링이 가능하겠냐”며 실효성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이런 논란에 대해 김용희 중앙선관위지도과과장은 우선 “선관위 입장으로는 공정한 선거를 위해 흑색선전-불건전한 내용유포는 필히 제한할 의무가 있다”며 이해를 요청했다. 김 과장은 “(광범위한 규제에 대해) 규제의 관점으로 접근하다보니 지나치게 대상이 광범위해진 것은 사실”이라며 “실제 적용에 있어서는 업데이트 정도-조회수-영향력 등 상식적인 기준을 바탕으로 좀더 구체화시켜 한정된 게시판만 규제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인터넷 실명제를 부정적으로만 해석하지 말라”며 “오히려 선관위가 나섬으로써 인터넷 언론사들이 허위사실 유포 등의 혐의로 형사고발 당하는 사태를 미연에 방지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정개특위 안이 보수정당의 기득권지키기등 정치적 의도가 숨어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는 “솔직히 정개 특위 안을 보면 보수정당들의 정치적 의도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인터넷-네티즌에 대해 자신없는 보수정당들이 네티즌의 활동을 법적으로 제약하기 위한 불순한 의도성이 짙다”고 주장했다.

김용희 과장은 이와 관련, “인터넷 실명제를 발의한 국회의원들도 당론에 따라 발의했을 뿐이지 개인적으로 법안에 대해 완전히 동의하지는 않는다고 말한다”고 전해, 국회의원 스스로도 법안의 문제점을 인정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실효성도 의문**

위헌논란과 별개로 인터넷 실명제 도입으로 흑색선전이나 근거없는 비방이 현실적으로 근절되기 힘들다는 지적도 나왔다.

최휘영 네이버 기획실장은 “네이버의 경우 이미 실명제를 수년간 실시하고 있다. 여러 가지 방법으로 인신공격등 ‘게시판 물을 흐리는 행위’를 지속적으로 단속하고 있다”며 “그러나 현재 기술로는 비방을 작심하고 덤벼드는 사람들을 인터넷 실명제로 막을 수 없다”고 말했다.

<사진3>

최 실장은 이어 “현장에 있는 사람으로써 이번 인터넷 실명제 법안은 인터넷 환경이나 인터넷 문화에 대한 철저한 무지의 소산”이라고 평가했다.

이전행 조인스 기획실장도 “강교수님 말처럼 온라인 공간에서도 흑색선전이나 비방은 근절되어야 한다는 것은 동의한다"면서도 “기술적인 측면만 보더라도 정부나 국회가 좀더 오랜 시간동안 규제 방안을 실효성있게 검토하고 준비했어야 했다. 이번 안은 선거가 코앞에 다가온 상황에서 졸속으로 만들어 진 것 같다”고 주장했다.

17대 총선이 60일도 채 안남은 지금, 인터넷 실명제가 시민단체-인터넷언론등이 제기하는 위헌논란, 실효성논란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관련 부처와 국회의 대응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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