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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진영은 昌의 출마를 반길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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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진영은 昌의 출마를 반길 일인가?

[2007 대선이야기]이회창 출마설을 바라보며

"강자분열(强者分裂), 약자연합(弱者聯合)". "분열필패(分裂必敗), 연합필승(聯合必勝)". <한국일보> 고정칼럼 '손호철의 정치논평' 2007년 5월 14일자 "분열 대 분열"에 인용했던 한 정치학 논문의 핵심요지이다. 이 논문은 1987년 민주화 이후 계속되어온 한국정치의 이합집산을 이 같은 사자성어들로 집약해 설명하고 있는 바, 강한 자는 분열하는 반면 약한 자는 연합을 하게 마련이고, 그 결과 강해서 분열한 세력은 패배하고 약해서 연합한 세력은 승리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3당 통합의 반호남연합에 기초해 막강한 지지기반을 가지고 있었던 김영삼(YS)정권은 이 힘을 믿고 낡은 3김정치를 청산한다며 김종필(JP) 전 자민련 총재의 정계은퇴를 압박했다. 화가 난 JP가 탈당하면서 여권은 분열했다. 그리고 약한 김대중 전 대통령(DJ)과 JP가 손을 잡아 95년 지자체 선거를 승리로 이끌었다.

오만해진 DJ는 민주당을 깨고 국민회의라는 신당을 만드는 분열의 길을 갔다. 반면에 YS는 '역사 바로 세우기'로 인기를 회복, 96년 총선에서 승리를 거뒀다. 그러나 이회창 씨를 대권후보로 해서 잘 나가던 민자당은 결국 이인제의 탈당으로 분열했다. 반면에 반호남연합과 색깔론으로 수세였던 김대중은 수구세력과의 연대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또 다시 유신총재인 JP와 손을 잡았고 게다가 대선직전에 한국전쟁이후 최대의 국난이라는 환란사태가 터짐으로써 대선 4수 끝에 승리할 수 있었다. 2002년 대선 때도 약자였던 노무현 후보는 정몽준 후보와 후보 단일화라는 연합을 통해 기사회생할 수 있었다.

"분열 대 분열"이라는 글은 경선과정에서 나타난 이명박 후보와 박근혜 후보의 사생결단의 대립이 '강자분열'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이해가 되지만 여러 지지도가 보여주듯이 약자인 범여권은 노무현 대통령과 정동영,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들 간의 정면출동 등이 보여주듯이 약자임에도 불구하고 분열하고 있어 '약자 분열(弱者分裂)'이라는 새로운 공식이 생겨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그리고 그 결과로 강자도 약자도 모두 분열하는 '분열 대 분열'의 대결이라는, 한국정치의 전혀 새로운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이었다.

강자분열, 약자연합?

이후 이명박 후보가 한나라당 경선에서 승리하면서 한나라당의 분열은 봉합되는 모습을 보였다. 범여권의 경우도 일단 열린 우리당이 해체되고 대통합민주신당이 만들어졌으며 이 당의 경선에서 정동영 후보가 승리했다. 그러나 이명박 후보 지지도의 고공행진이 계속되면서 정 후보와 코믹하게도 민주당 대선후보로 되살아난 이인제 후보, 그리고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문국현 창조한국당 후보 간의 단일화 압력이 거세졌다.

아니 이들 세 후보의 지지도를 다 합쳐도 이명박 후보를 이기기가 어려워지자 일부 진보적 지식인들이 민주노동당까지도 반한나라당 전선에 합류해 후보단일화를 해야 한다는 신판 비판적 지지론을 공개적으로 제기하고 나서기까지 했다. 이처럼 이 후보의 독주로 재미없게 끝나는 것 아닌가 싶었던 대선이 이제 새로운 활기가 넘치고 있다.
▲ ⓒ연합

엉뚱하게도 '차떼기의 총책'인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이 대선출마 결심을 굳혔다는 뉴스가 전해지고 있다. 그가 정말 출마를 할지는 아직 알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그가 출마를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전혀 예측하지 못 했던 충격 중의 충격이다. 차떼기의 소동 속에 이 전 총재가 정계를 떠나아 했던 당시 상황을 기억해보면 그의 정계복귀와 출마는 상식적으로 말이 되지 않으며 따라서 누구도 예측할 수 없었던 일이다.

자유주의세력이 워낙 죽을 쑤고 있는 것이 안타까워 자신을 던져 냉전적 보수진영을 분열시키고 시대착오적인 냉전세력의 집권을 저지함으로써 차떼기로 국민에게 진 빚을 갚으려는 숭고한 마음에서 출마를 결심한 것이 아닌 다음에야, 손학규도 아니고 그래도 한 때 '대쪽' 소리를 들었던 그가 어떻게 다시 출마를 결심할 수 있단 말인가?

어쨌든, 그러면 그렇지 한국의 대선이 우리를 실망시키고 지금처럼 재미없이 끝날 리는 애당초 없었다. 그리고 한국 정치는 역시 살아있는 생물과 같아서 한치 앞도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나아가 "강자 분열, 약자 연합"이라는 법칙이 다시 한 번 맞아떨어지는 것일까?

昌이 몰고온 먹구름

일부 자유주의 진영과 진보진영에서는 이회창의 출마가 냉전적 보수세력을 분열시켜 자유주의진영에 또 한 번의 승리를 가져다주는 것 아닌가 싶어 내심 반가워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이 같은 정파적 이익에 의해 이 전 총재의 정계복귀를 판단해선 안 된다. 한 사회가 제대로 서기 위해서는 정파적 이익을 넘어서 그 이상의 근본적인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

차떼기의 주범으로 응당 감옥을 갔어야 할 사람이 다시 정계에 복귀하는 것은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파적 이익에 눈이 멀어 이 전 총재의 복귀에 침묵한다면 자유주의진영과 진보진영은 더 큰 것을 잃게 될 것이다. 하긴 여론조사에서 이 전 총재의 지지도가 이미 정동영 후보를 비롯한 자유주의진영의 후보들을 앞지르고 있어 정치공학적으로도 그의 출마가 자유주의진영에 도움을 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큰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지만 말이다.

물론 이 전 총재가 정말 출마를 할 것인지, 나아가 이번 대선에서 완주를 할지, 이명박 후보가 각종 스캔들을 이기고 살아남을지, 이들이 막판 후보단일화를 할지, 이들이 분열을 해 끝까지 완주를 하고도 둘 중 하나가 승리를 할 수 있을지, 아니면 이들의 분열로 다시 자유주의세력이 승리함으로써 이 전 총재가 다시 한 번 한국민주주의발전에 기여를 할 것인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다시 말해, '강자 분열, 약자 연합', 나아가 '분열필패, 연합필승'의 법칙이 이번에도 맞아 떨어질지는 아직 알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우려되는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우선, 이 전 총재의 출마를 둘러싸고 찬반 논쟁이 가열되고 이명박과 이회창의 후보단일화, 이에 대항하기 위한 범여권의 후보단일화 등 정치권의 이합집산이 대선의 중심화두로 자리 잡으면서 가뜩이나 후보들 간에 정책적 논쟁이 없이 흘러가고 있는 대선이 더욱 그런 방향으로 고착화될 것이 우려된다.

둘째로, 정치지평의 우경화도 심각하게 우려되는 사태이다. 이명박 후보가 이 전 총재가 출마의 변으로 들고 나온 보수세력 집결에 대항하기 위해 우경화하면서 가뜩이나 우경화하고 있는 한국의 정치지형이 더욱 우경화할 것이라는 걱정이 앞선다.

셋째로, 이 전 총재는 이명박 후보와의 차별화전략으로 강경한 대북정책을 주로 들고 나올 것이라는 점에서 북한 핵문제등 대북정책이 대선의 중심의제로 부상하면서 문국현 후보가 그나마 의제화하고 있던 신자유주의와 사회적 양극화 문제가 뒷전으로 밀려 날 것이 크게 우려된다.

넷째, 이 전 총재가 언론보도처럼 충청지역당을 노리는 심대평 국민중심당 의원과 연대해 국민중심당 후보로 출마한다면, 그리고 그 같은 중부지역당 전략이 먹혀든다면, 한국정치는 또 다시 암울한 지역할거체제로 돌아가 버리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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