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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있는 안전 장치, 왜 한국엔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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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미국에 있는 안전 장치, 왜 한국엔 없나" [송기호 칼럼] '쇠고기 고시' 선진회수육 규정, 미국과 다르다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이 관보에 올린 고시는 광우병 발생국 미국의 '선진회수육(ARM)' 앞에 한국의 푸드 시스템을 전면 노출시켰다.

'선진회수육'이란 수압 장치 기계를 이용해, 소의 머리뼈와 척주에 압력을 가해, 거기에 아직 붙어 있는 살 조각들을 뜯어내 모은 것이다. 기계 장치식 작업이기 때문에, 광우병 원인 프리온이 떨어져 나와 섞일 위험성이 있다. 영국에서 1996년에 열아홉 살의 청년이 인간 광우병으로 처음 사망한 후, 선진회수육을 금지시킨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은 선진회수육 공정을 포기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하버드 대학의 2001년 연구는, 쇠고기가 광우병 원인 물질에 오염되는 가장 중요한 통로로, 이 선진회수육을 지목했다. 선진 회수육 기계 장치로 뼈에서 고기를 뜯어내는 과정에서 척수와 등배 신경절이 선진회수육으로 옮겨져 잔류한다는 것이다(미국 정부 관보, 69FR1875).

실제로, 2002년 미국 농무부 식품안전검역국(FSIS) 조사 결과, 선진회수육을 원료로 만든 가공제품 256개 제품 중 89개 제품에서 척수 또는 등배신경절 등 광우병 위험물질(SRM)이 검출되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미국 정부는 선진회수육 규제를 강화하지 않을 수 없었다.

2003년 광우병 발생이 계기가 돼, FSIS는 2004년 선진회수육 규제를 강화하였다. 30개월 이상인 소의 머리뼈와 척주는 선진회수육 생산 공정에 투입되지 못하도록 했다. 그리고 중추신경계 조직과 골수 성분이 잔류되지 못하도록 했다(9CFR301, 318). 그런데 이것으로 충분히 안전한가?

정운천 장관의 관보 고시는 미국의 선진회수육 정책에 대한 철저하고도 맹목적인 긍정이다. 아래 표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1)과 (3)의 미국 규정은 정 장관의 관보와 동일하다. (3)의 한국 측 규정에만 있는 특정 위험 물질은 미국이 별도의 법령에서 이를 식용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둘은 서로 같다. 그런데 (2)와 (4)의 미국 규정은 정 장관 관보에는 없다.
기준2004년 미국 FSIS 규정2008년 한국 관보 규정
(1) 선진회수육의 대상30개월 이상 소의 머리뼈와 척주로부터는 선진회수육을 생산하지 못함("other than skulls or vertebral column bones of cattle 30 months of age and older": 9CFR Part 318.24(a))"도축 당시 30개월령 이상된 소의 머리뼈와 척주에서 생산된 선진 회수육(advanced meat recovery product, AMR)은 '쇠고기 및 쇠고기 제품'에서 제외된다." (1조 1항)
(2) 골수 잔류 금지선진회수육 공정이 제품 100그램 기준 철분 함유량을 3.5밀리그램 초과하여 증가시킬 경우, 골수 잔류 한계 위반없음
(3) 중추신경계 잔류 금지일체의 뇌, 삼차신경절, 척수, 등배신경절이 잔류해선 안됨 "특정위험물질 또는 중추신경계 조직을 포함하지 않는 선진 회수육은 허용된다." (1조 1항)
(4) 30개월 미만 소의 머리뼈와 척주선진회수육 공정을 통과한 것이면, 가공육 원료로 사용 금지(Spent skulls or vertebral column bone materials from cattle younger than 30 months of age that exit the AMR system shall not be used as an ingredient of a meat food product. 9CFR Part 318.24(c)(3))없음

정운천 장관은 광우병 발생국의 선진회수육이 분쇄육, 가공제품, 쇠고기 추출물을 통해 한국 푸드 시스템의 전면에 진입하도록 사상 처음 허용하면서도, 미국에서도 시행하고 있는 골수 잔류 금지 기준을 관보에서 검역 기준으로 명시하지 않았다.

골수는 광우병 안전성 여부가 아직 입증되지는 않은 것으로서, 미국 식품의약품안전청(FDA)도 소장, 편도, 등배신경절과 같이 광우병 전염 물질이 존재할 수 있는 조직으로 시인하고 있는 민감한 사항이다. 또한 유엔 세계보건기구(WHO)도 2006년의 <WHO 가이드라인>에서 아직 골수를 광우병 전염력이 없는 등급보다는 한 단계 더 위험한 등급으로 부류하고 있다(24쪽).

정운천 장관은, 이뿐 아니라, 미국 규제의 핵심적 내용으로서, 중추신경계 조직 잔류 금지에 대해서도 이를 미국 정부의 수출검역증명 사항에서 제외시켜 주었다. 정 장관이 관보에 미국 정부의 수출검역증명 대상으로 고시한 조항에는 신기하게도 아예 선진회수육이란 말 자체가 없다(22조).

대신 다음과 같이 엉뚱하게 '기계적 회수육(MSM)'이 미국 정부의 수출검역증명 대상으로 되어 있다.
쇠고기 또는 쇠고기 제품은 미국 식품안전검사청(FSIS)의 규정에 따라 특정 위험 물질(SRM) 또는 30개월령 이상된 소의 머리뼈와 척주에서 생산된 기계적 회수육(MSM)에 의한 오염을 방지하는 방식으로 생산 및 취급되었다. (17조)

위의 'MSM'은 기계로 뼈를 부수거나 가루 내어 뼈에서 고기를 발라낸 '기계적 분리육'이다. 그리고 미국이 이에 대해 30개월 이상 소의 뇌와 척수와 연관시켜 규제한 것은 사람이 먹는 쇠고기가 아니라, 닭과 돼지의 사료이다. (21CFR589.2001(b)(1)(iv)) 이 고시가 바로 이른바 "강화된 사료 조치" 공고 관보이다.

정 장관 관보의 위 17조는 명백히 오류이다. 우리가 앞의 맨 앞의 표에서 보았듯이 30개월령 이상된 소의 머리뼈와 척주에서 생산되지 않도록 한 것은 '선진회수육'이다. 그리고 정 장관의 관보에서도 위 표의 'MSM'은 아예 월령과 관계없이 수입 되지 못하도록 되어 있다(1조 1항).

결국 정 장관은 선진 회수육이 들어가야 할 자리에 '기계적 회수육(MSM)'이란 낱말이 잘못 넣은 채 관보에 올렸다. 이는 단순한 잘못이 아니다. 왜냐하면 이는 미국 정부의 수출증명서의 기재 사항(22조), 곧 미국 정부가 검역증명해야 할 대상에 관한 오류로서 심각한 체계적 오류이다. 이는 정부가 미국 정부와 수출검역증명서 양식 협상을 통해 해결할 일이 아니다. 관보 자체를 수정해야 한다.

나는 정운천 장관에게 묻고 싶다. 도대체 광우병 발생국의 선진회수육이 한국의 푸드 시스템에 진입하는 상황에 대한 장관의 대책은 무엇인가?

그런데 정운천 장관은 추가 협상이 끝난 후, <미국산 쇠고기 추가협상 관련 Q&A>를 내어놓았다. 여기에 선진회수육 관련 대목이 있다(20쪽). 아래와 같이 농림부는 위 두 줄까지는 예상 질문을 구성한 다음, 셋째 줄에서부터 이에 대한 대답을 적고 있다. 길이 글어지지만 관련된 부분만 아래 표에 모두 옮긴다.
1. 선진회수육의 전면 수입 금지는 왜 반영하지 못했나?

- 선진회수육은 신경 조직과 골수 조직의 혼입에 따라 미국 학교급식 프로그램에서 금지.
□ 뼈를 부수거나 갈지 않고 뼈로부터 고기를 긁어 모으거나 압력을 주어서 생산된 선진회수육은 뼈를 부숴서 고기를 생산하는 기계적 회수육과 다름.
○ 선진회수육의 경우는 특정위험물질이나 중추신경계 조직이 포함되지 않아야 하며, 도축 당시 30개월령 이상된 소의 머리뼈와 척주로 선진회수육을 생산하는 것도 금지되어 있음.
○ 또한 미국의 학교급식에서 선진회수육을 제외한 것은 BSE 위험 때문이 아니고 선진회수육이 회수부위별로 품질상의 차이가 크기 때문임.
※ 학교급식보다 더 안전성이 보장되어야 하는 유아식(Baby food)에 선진회수육 사용이 허용되어 있음(USDA FSIS 홈페이지 fact sheets, 2008년 6월)

이 자료는 결코 말하지 않는다. 미국의 선진회수육 상황은 2004년부터 지금까지 골격이 그대로인데, 한국 정부만 왜 갑자기 태도를 바꾸었는지를.

글을 마치면서, 위 농림부 자료의 미국 학교 급식 및 유아식 관련 내용에 대해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위 농림부 자료에서, 농림부는 자신의 공식 문서에서, 미국이 학교 급식에서 선진회수육을 제외한 것이 광우병 위험 때문이 아니라고 한다. 그런 말을 미국의 농무부가 하는 것이라면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미국의 농무부조차 미국 학교 급식에 선진회수육을 공급하지 않는 것을 광우병과 연관시켜 설명하고 있다. 미국 FSIS의 홈페이지를 보면, 학교 급식에는 선진회수육과 주저앉는 소 등에서 나온 고기를 공급하지 않는다고 밝히는 부분이 있다. "학교급식 고기는 안전한가요?(Are meats used in the National School Lunch Program safe?"라고 묻는 예상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하는 농무부의 답변 내용이다. 그리고 이 문답 자료의 제목이 바로 <광우병>이다. (☞)

미국 농무부마저도 학교 급식 선진회수육 금지를 광우병 위험 관련 규제라고 말하는데, 어떻게 한국의 농림부는 광우병 위험 때문이 아니라고 하는가? 나는 학부모의 한 사람으로서 정운천 장관의 사퇴를 요구한다.

그리고 그의 관보 고시 역시 그와 같이 퇴장해야 한다. 대신 나는 미국의 선진회수욕에 대한 농림부의 평가 보고서를 간절히 보고 싶다. 가장 최근의 농림부 미국 도축장 현지 점검 보고서에서도 선진회수육이란 낱말조차 없다.

실효성 있는 검역 대책도 없이 선진회수육을 수입하는 관보를 폐지해야 한다. 선진회수육이란 내가 골라서 피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미국 유아들도 먹는다고 말하기 전에, 미국 유아들이 먹는 스프 기준에라도 검역 기준을 맞추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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