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세계 천문의 해'를 맞아 이미 연재 중인 '문화, 우주를 만나다'에 이어 '별, 시를 만나다'를 '2009 세계 천문의 해' 한국조직위원회가 운영하는 웹진 과 공동으로 연재한다. 한국 시단을 대표하는 시인 50인이 별, 우주를 소재로 한 신작시 50편을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매일 한 편씩 선보인다. 매번 첨부될 시인의 '시작 노트'와 천문학자 이명현 교수(IYA2009 한국조직위원회 문화분과 위원장·연세대 천문대)의 감상은 시 읽는 즐거움을 더해 줄 것이다. |
별의별-작은 사건들 22
오줌이 마려워 절로 눈을 뜨는 아침입니다. 어제 나는 똥을 참았습니다. 나를 미워하는 그녀가 나를 사랑하는 그이처럼 문틈 너머 엿보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가벼운 노크가 두어 번 반복될 적마다 그녀의 향수가 두어 번 코를 쳤습니다. 냄새를 들키면 평생을 져야 합니다. 작별의 키스 직전 it's time, 이도 실은 이를 닦기 위해서였다나요. 똥을 밀어올리고 오줌을 끌어내리는 수축과 팽창의 피스톤 놀이 속에 별의 안부는 바야흐로 산란기였습니다. 어린 날 나를 때린 한 소년의 눈에서 별이 사라질 때, 얻어맞은 내 눈에서 무지개떡 색동으로 그 별이 와 빛날 때, 별 본 일 없음보다 별 본 일 있음으로 나는 위풍당당행진곡에 홀로 발맞추고 있었습니다. 가끔씩 출근길에 일부러 넘어져 지각 대신 푸른 멍을 연유 삼는 이유, 그거야 뭐 이따금씩 문어발식 댄스가 땅길 때도 있는 거니까요. 오줌을 누고 밑을 닦은 휴지에 빨간 고춧가루 한 점 하마터면 별인가, 콕 집을 만큼 반짝거렸습니다. 변비에는 역시 비코그린보다 알알이 다시마환이 최고라는 생각입니다.
별이 나이가 들어서 죽음이 임박한 무렵이 되면 맥동을 시작한다. 적색거성이 되어서 커졌다 작아졌다를 반복한다는 이야기다. 그러다가 질량이 큰 별은 초신성 폭발을 일으키는 것이고, 태양처럼 질량이 작은 별들은 행성상성운과 백색왜성으로 분리되어버리는 것이다. 문득, 화장실에 가지 못해서 안절부절 못하는 맥동하는 적색거성이 떠올랐다. 참다참다… 못참아서… 꽝… 사건이 터지고야 말았다. (작은 사건들 23)
어쩌다 화장실 변기 위에 앉아 있을 때나 별 타령을 하게 되었다. 너도 시인이냐, 누군가 물으면 똥도 못 싸는 게 무슨 시인이냐 고개 숙이는 나날이다. 시든 똥이든 일단 좀 싸고 볼 일이다. 부끄러운 초여름의 어느 하루다.
김민정은… 1976년생. 1999년 <문예중앙> 신인문학상으로 등단. 시집 <날으는 고슴도치 아가씨>. 박인환 문학상(2007) 수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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