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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피한' 정리해고에서 나는 냄새의 정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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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피한' 정리해고에서 나는 냄새의 정체는? [쌍용자동차 파업, 그 후⑦] 정말 지금 정리해고가 '합리적'인가?
2009년 8월 6일, 쌍용 자동차 노동자들은 77일간의 옥쇄 파업을 마치고 공장 문을 나섰다. 직접적으로는 2008년 미국발 경제위기의 여파로 시작된 자동차산업의 구조조정, 더 원인을 파고 들어가면 외환위기 이후 본격화된 해외자본의 국내기업 인수의 예고된 비극, 노동자 입장에서 따지면 한국사회에 깊게 뿌리 내린 신자유주의적 노동유연성에 낳은 칼바람이었던 쌍용차 사태는 한국사회에서 큰 상징성을 갖고 있다. 그로부터 200여 일이 지난 지금 파업 참가 노동자들은, 쌍용 공장은, 그리고 우리 사회는 어디쯤에 서 있는 것일까?

미행(美行)과 쌍용 파업 참여 노동자, 가족들 그리고 금속노조를 비롯한 다양한 노동, 정치, 사회 단체들과 현장 활동가, 르포작가, 교수, 작가, 블로거 등 다양한 사람들이 각각의 관점에서 오늘을 진단해본다. "파업 그 후"부터 "88만원 세대와 쌍용"을 거쳐, "한국 사회와 노동자 파업"에 이르기까지 그들과 우리가 처한 오늘을 기록한다. 편집자


정리해고란 기업이 노동자를 '정리'하는 것을 말한다. 1998년 2월 긴박한 경영상 이유가 있을 때 정리해고를 할 수 있도록 법이 바뀌었다. 해고가 불가피한 긴박한 경영상의 이유. 이와 관련해 누가 봐도 합리적이라 인정할 만한 지 최근 사례를 곰곰이 따져보자.

캐리어에어컨이 절반을 자르겠다고 발표했다. 그 뒤 알아서 200명이 사표내고 나갔고 회사는 결국 40명을 지난 연말 정리해고 했다. 그런데 올 1월 중순 회사는 현장에 생산인력이 부족하다며 200명 가까이 비정규 노동자를 쓰겠다는 이야기를 꺼냈다. 있는 인원 자르고 이제와 언제든 해고할 수 있는 사람으로 대체하겠다는 뜻이다. 이게 누가 봐도 합리적인가?

지난 연말부터 세상을 시끄럽게 하다 지난 2월 말 일단락 된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사태. 그런데 회사는 올 1월 대만으로부터 벌크선 2척을 수주했다며 이를 필리핀 공장에서 생산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내 공장에는 '수주물량 없다'며 해고를 밀어붙였다. 인원삭감의 불가피성을 쉽게 납득할 수없는 대목이다. 이 공방 한 가운데에서 400여 명은 알아서 회사를 떠났다.

지난해 10월 말 665명 노동자중 293명을 자르겠다고 선포한 대림자동차. 그 뒤 200명 가까이 희망퇴직 했고 결국 47명이 정리해고 됐다. 최근 합의에 이르렀지만 정리해고 명단에 노조간부가 모조리 담겨 있었다 하니 오토바이 산업 쇠락이라는 객관사실에도 불구하고 회사가 정한 해고명단 기준에는 불합리한 냄새가 진동한다.

정리해고의 내막, 참 냄새난다

'잘나가는' 한국자동차산업 발을 생산하는 굴지의 타이어 생산회사 금호타이어. 그룹 윗분들의 돈놀이 실패가 재벌 순환출자구조 속성상 금호타이어 자금유동성에 치명타를 안겼다. 그리고 1300여 명의 인원을 자른단다. 그중 일정규모는 정리해고, 나머지는 도급화(비정규직). 재벌 총수의 분명한 잘못으로 인한 긴박한 경영상 이유마저 해고의 합리적 사유로 인정해달라는 세상이 과연 누가 봐도 합리적인 세상인가.

이처럼 최근 정리해고는 비정규직 사용의 무한허용, 국가를 뛰어넘는 글로벌 생산전략, 노동운동가 싹 자르기, 그리고 재벌중심 주주자본주의 구조 등과 철저하게 직결돼 있다. 지난해 쌍용차 사태. 이 사태는 이 모든 것들의 종합세트였다. 정리해고법이 마련된 뒤 12년. 순진하게(?) 정리해고 반대만 외쳐서 될 문제가 아니게 세상이 변해버렸다.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의 노동자들은 "덜 일하고 싶다"며 정년연장 반대를 외치고 연금 삭감안을 던진 정부를 규탄한다. 그런데 우리는 "제발 일하고 싶다"는 원초적 요구 투성이 세상에 산다. 어느 노동자는 정치의식이 높지만, 우리는 당연히 생존을 위한 본능만 앞서도록 내몰려있다. 생존이 달린 싸움은 알다시피 야만적이다. 이를 두고 "법 좀 지키라"든가 "이제는 그런 시대가 아니"라든가 격조 있게 이야기할 수 없다. 여긴 '아직' 유럽이 아니니까. 77일의 쌍용차 파업을 결코 점잖은 척 평론해선 안 되는 이유가 이것이다.

여긴 유럽이 아니다

▲우리나라에서 해고 없는 세상이란 비정규 사용 남용 없는 세상, 해외생산 전략에 무분별함이 없는 세상, 노동자를 산업발전의 파트너로 인정하는 세상 모두를 포함해야 완성된다 ⓒ프레시안(여정민)
우리나라에서 해고 없는 세상이란 비정규 사용 남용 없는 세상, 해외생산 전략에 무분별함이 없는 세상, 노동자를 산업발전의 파트너로 인정하는 세상 모두를 포함해야 완성된다. '정리해고 몇 명'이라 신문에 몇 자 표현되는 것만으로는 그 이면에 담긴 복잡한 자본의 뜻은 안 드러난다. 노조가 다른 이면의 것을 내어주고 숨기면서 단지 정리해고 숫자를 줄이거나 막았다고 포장하는 악순환을 끊으려 노력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금속노조는 지난 3월 9일 대의원대회에서 몇 가지 중요한 결정을 했다. 지난해 현대차는 2조9600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냈다. 그 앞 3년 평균 한 해 당기순이익의 두 배다. 기아차도 3년 평균 555억 원에서 2009년 1조4500억 원으로 무려 26배 이상 늘었다. 그런데 아직 우리는 현대기아차에서 정규직 생산직을 신규채용하거나 비정규직을 정규직화 했다는 이야기는 듣지 못하고 있다. 이에 금속노조는 올 임단협에서 "수조원 당기순이익 낸 대기업부터 정규직 채용 늘리라"고 일제히 요구하고 투쟁을 벌인다.

수조원 당기순이익 낸 현대기아차, 해외 생산으로 나간다

금속노조는 올해 '해외공장 비율제 도입'도 요구하고 투쟁한다. 지난해 현대차의 국내공장과 해외공장 생산 실적은 51대 49의 비율을 차지했었다. 기아차는 75대 25. 그런데 현대기아차의 올 생산계획에 따르면 각각 49대 51, 65대 35로 해외생산비율을 높여 잡고 있다. 이는 완성차와 동반 진출하는 부품업체도 동일한 양상일 것이다. 이에 노조는 이번 임단협에서 2009년 국내외 생산비율 수준으로 올 생산을 유지하자고 요구하며 국내에 신설공장 투자 및 증설을 함께 요구할 것이다. 이와 더불어 노조는 해외생산을 통제할 수 있는 협의기구인 노사동수 '글로벌 전략위원회' 구성 및 운영도 요구한다.

또한 300명 이상 자동차업종 사용자에게는 "결산 뒤 당기순이익 1%을 협력업체 발전기금으로 출연하라"는 성과공유제 시행을 요구하기도 한다. 아울러 노조는 노사동수로 자동차 부품산업 발전전망 수립을 위한 노사공동위원회 가동을 추가 요구한다. 우리 스스로 노동시간을 줄일 테니 그만큼의 신규 채용을 늘리라는 요구도 있다. 이 모든 요구들은 사실 비정규 남용을 줄이면서 일자리를 늘리고, 해외생산의 분별성을 가지면서도 노동자를 산업발전의 동반자로 여겨달라고 재벌중심 주주자본주의에 던지는 외침이다. 이것이 구조조정 광풍의 시대를 맞이하여 '다 같이 살아보자'는 금속노조의 태도다.

재벌중심 주주자본주의에 던지는 외침

자본주의에서 자본가들은 서로 경쟁한다. 고로 자본주의에서 정리해고가 없는 세상이란 원리상 불가능해 보이기도 하다. 하지만 우리 노동자들이 재벌중심 주주자본주의에 던지는 외침에 함께 떨쳐 일어난다면, 그 뒤의 세상은 지금의 세상과는 패러다임 자체가 달라져 있지 않을까 상상한다. 물론 그 뒤 세상은 모른다. 87년도 그랬고, 96~97년도 그랬다. 그 뒤 세상을 미리 알고 대투쟁을 벌인 것은 결코 아닐 테니까.

그런데 생존권적 본능이 작동될 때만 쉬 움직여왔던 노동자들이 자기 목에 해고의 칼이 들어오지도 않았는데 이 같은 노조의 태도에 장단 맞춰 떨쳐 일어나 줄까? 그러니까 노동조합은 구성원 간의 교육과 토론이 필요한 게다. 그래서 현재와 미래가 절대 동떨어져 있지 않다고 스스로 깨달아가면서 한 발짝씩 발걸음을 떼는 것. 그런데 지금 정부와 자본은 노동조합 구성원 간에 교육과 토론을 벌이고 조직하는 노조전임자 발목을 잡아보겠다 한다. 이거야말로 노동조합을 배수진조차 없게 내모는 형국이다. 어쩌면 우리는 예상치 않은 곳에서 노동자 대투쟁이 터져 나올 수도 있는 역동적인 시대에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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