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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유년의 강, 명포를 추억하며
[이 많은 작가들은 왜 강으로 갔을까?] <23·끝> 박정애 소설가
우리 어머니 택호는 명포댁. 당연히 명포엔 어머니의 친정이자 우리 사남매의 외가가 있었다. 숲으로 둘러싸인 아버지의 동네 숲실과 달리, 지형이 양지바른 포구 같아서 명포明浦라 불렸던 외가 동네에는, 배들이 들락거리는 포구는 없어도, 금모래가 빛나고 예쁜 조약돌이
천변 동네
[이 많은 작가들은 왜 강으로 갔을까?] <22>하종오 시인
제방이 무너져 물이 밀려왔다 가내공장 지하방에 스며든 물이 지상으로 일시에 차올랐다 장마가 지나간 후 주민들은 가내공장에서 하천에다 내다버려서 지하방으로 떠밀려 들어온 폐기물을 쓸어 모아놓은 뒤 제방을 다듬어 산책로를 내고는 가장자리에 여러
모든 것은 흘러가리라, 그러나
[이 많은 작가들은 왜 강으로 갔을까?] <21> 이혜경 소설가
대학 시절, 고향 출신 대학생들이 만들었던 회보가 어쩌다 내 손에 들어왔다. 특집 기사의 앞머리에 실린 짤막한 글을 읽다가 문득 미소 지었다. "내〔川〕를 기억할 수 있다. 여름이면 갈라질 듯 빛나던, 물속에서 오래 견디기 내기를 하고 나와 조금씩 어지럼증을 느끼며
나를 내어주려 곧지 않고 부러 굽었소
[이 많은 작가들은 왜 강으로 갔을까?] <20> 최승호 시인
한국에는 사막이 없다. 고비사막에서 돌아와 내가 새삼 알게 된 것은 한반도에는 사막이 없다는 사실이었다. 고비에서 나는 날마다 누런 흙먼지 낀 눈으로 황막한 사막을 바라보곤 했다. 물 없는 고비, 땅에는 돌멩이와 거친 모래와 낙타의 뼈가 뒹굴고 있을 뿐 들장미 한 송
낙동강
[이 많은 작가들은 왜 강으로 갔을까?] <19> 안도현 시인
저물녘 나는 낙동강에 나가 보았다, 흰 옷자락 할아버지의 뒷모습을 오래오래 정든 하늘과 물소리도 따라가고 있었다 그때, 강은 눈앞에만 흐르고 있는 것이 아니라 비로소 내 이마 위로도 소리 없이 흐르는 것을 알았다 그것은 어느 날의 신열身熱처럼 뜨겁게,
물의 도감
[이 많은 작가들은 왜 강으로 갔을까?] <18> 신용목 시인
엎드린 짐승의 등을 파고 한 그루 나무를 심었다 일어서 달리기 위하여, 푸른 눈이 단풍으로 타오를 때까지 붉은 깃털이 낙엽으로 휘날릴 때까지 나는 너덜거리는 그림자를 달고 폭우 지나간 창틀 유리의 안쪽을 닦는 자 그리움은 언제나 맨 위쪽에 있거나 아래쪽
[이 많은 작가들은 왜 강으로 갔을까?] <17>최승호 시인
한강
[이 많은 작가들은 왜 강으로 갔을까?] <16>이성부 시인
나는 지금 너르고 깊은 심성이다 너무 고요해져서 나는 내가 두렵다 나는 나의 아래로 길을 찾아 느리게 흘러간다 세상의 저 많은 슬픔이나 상처들을 어루만지며 날마다 골고루 해가 비치듯이 날마다 밤마다 보이지 않는 힘에 떠밀려 속속들이 나를 씻으며 나아간다
망각은 없다
[이 많은 작가들은 왜 강으로 갔을까?] <15> 진은영 시인
세상에서 나를 제일 증오하던 이가 죽었다 그는 다시 태어나 내 몸이 되었다 세상에서 내가 가장 사랑했던 이가 죽어 그는 강이 되었다 그는 나의 정오, 나의 자정 부드러운 머릿결이 모든 계절에 과일과 별의 향기를 뿌리며 네 개의 강으로 지나갔다 어
사람과 사람 사이, 강물처럼 글이 흐른다
[이 많은 작가들은 왜 강으로 갔을까?] <14> 하성란 소설가
내린천은 소양강의 수많은 지류 중 하나이다. 그 많은 지류들을 끌어안고 유장하게 흘러가는 소양강도 한강의 제2지류이고 북한강의 제1지류이다. 어떤 강이든 원줄기로 흘러들거나 원줄기에서 갈려 나왔다는 말일 것이다. 그러니 경중(輕重)을 따질 수 없다는 말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