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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이 원하는 새정치, 평당원에 권한 부여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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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이 원하는 새정치, 평당원에 권한 부여해야 [조성복의 '독일에서 살아보니'] 독일의 정당 ④ 사민당(SPD)
사민당은 원래 '사회민주당(Sozialdemokratische Partei Deutschlands: SPD)'의 약자로 독일 의회주의 역사상 가장 오래된 정당이다. 이 당은 1863년에 만들어진 '독일노동연합(ADAV)'과 1869년에 세워진 '사민주의 노동자당(SDAP)'이 1875년 고타(Gotha)에서 채택된 고타강령에 따라 통합한 것이다. 이후 사회주의법에 따라 1878~1890년 사이 정당 활동이 중단되었다가, 1890년 가을 그 법의 효력이 정지되면서 현재의 당명을 갖게 되었다.

SPD는 1891년 카우츠키(K. Kautsky)와 베른슈타인(E. Bernstein)이 기초한 에어프르트 강령, 즉 보통선거를 통한 권력쟁취의 입장(수정주의)을 수용하였다. 이후 몇 차례 강령개정을 거쳤으며, 나치 시대에는 그 탄압을 피해 망명조직의 본부를 순차적으로 프라하, 파리, 런던으로 옮겼었다.

2차 대전 후 당을 재건하고 1949년 첫 연방총선에 나섰으나 기민/기사당에 근소한 차이로 뒤지게 되었다. 이후 1953년과 1957년에 연이어 패배하자 정책변화의 필요성을 인식하게 되었고, 1959년 고데스베르크 강령(Godesberger Programm)을 채택함으로써 기존의 '사회주의 노동자 정당'에서 '사회민주적 대중정당'으로 변모하였다.

▲ 독일 사민당 내에 위치한 빌리브란트 동상 ⓒ조성복
이처럼 당을 개방적으로 운영하게 되면서 1961년과 1965년 총선에서는 보다 나은 결과를 얻게 되었다. 1966년부터 69년까지 기민/기사당과의 대연정을 통해 처음으로 연방정부에 참여하게 되었다. 1969년 총선에서 빌리 브란트(W. Brandt)가 "보다 많은 민주주의에의 도전(mehr Demokratie wagen)"을 모토로 승리하여 자민당과 연립정부를 수립하였다. 그의 뒤를 헬무트 슈미트(H. Schmidt) 총리가 이어 갔고, 1982년 기민당의 헬무트 콜(H. Kohl)이 등장할 때까지 집권당의 지위를 유지하였다. 이후 사민당은 1998년 총선에서 승리하여 콜의 16년 장기집권을 무너뜨리고 2005년까지 적녹연정을 실시하였다.

현재 사민당은 2007년 함부르크 강령을 당의 주요 노선으로 채택하고 있다. 이것이 추구하는 기본가치는 "자유, 정의/공정(Gerechtigkeit), 연대"이다. 이에 따라 '사회정의(soziale Gerechtigkeit)'는 그들이 정치적으로 추구하는 최우선 가치의 하나이다. '사회적 시장경제'는 보다 더 강화되어야 하고, 그에 따른 생산물은 국민 전체의 복리를 위해서 좀 더 공정하게 분배되어야 한다. 사회적 약자그룹에 대한 체계적 지원이 가능하려면 하나의 강력한 국가 또는 능력 있는 사회국가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당내노선은 크게 좌파 사민주의자와 보수적 사민주의자로 나뉜다. 좌파진영은 '민주적 좌파 21'과 '의회주의 좌파'로 구성되고, 보수주의자에는 '제하이머 서클(Seeheimer Kreis)'과 '뉘른베르크 중도포럼'이 있다. 과거 적녹연정에서 슈뢰더 총리가 정치적 중도를 지향하는 '아젠다 2010'이란 개혁프로그램을 들고 나왔을 때, 당내 보수진영은 이를 지지하였으나, 좌파진영은 반대 입장을 표명하였다.

SPD는 2013년 제18대 총선에서 25.7%를 득표하여 연방하원에서 193석(총 631석)을 가진 제2당으로 기민/기사당과 함께 대연정을 구성하고 있다. '대연정(Große Koalition)'이란 제1당과 제2당이, 즉 CDU/CSU와 SPD가 연립정부를 구성하는 것을 말한다.

그 밖에도 사민당은 전체 16개 주 가운데 13개의 주 정부에 참여하고 있으며, 그 가운데 9개 주에서는 주지사(우리의 광역단체장)를 하고 있다. 이는 9개 주에서 사민당이 제1당의 위치에 있다는 뜻이다. 최근 5월의 유럽의회선거에서는 27.3%를 득표하여 독일 측 배당인원 96명 가운데 27명의 의원을 배출하였다.

2009년부터 당 대표를 역임하고 있는 가브리엘(S. Gabriel)은 현재 연방부총리 겸 연방경제/에너지장관이다. 이번 18대 총선에서 비록 정권교체에는 실패했지만, 지난 17대 총선(23.5% 득표율, 총 622석 가운데 146석 차지)에 비해 나은 결과를 얻었다. 덕분에 2013년 11월 14일에서 16일 사이에 라이프치히에서 열린 정기 연방전당대회에서 그를 포함한 연방지도부 대부분은 연임되었다.
사민당은 약 1만 3500개에 달하는 '기초지역위원회(Ortsverein)'로 구성되어 있다. 이들은 정기적으로 당원모임을 개최하고, 상급 지역위원회에 보낼 대표자들을 선발한다. 기초지역위원회 상부에는 약 350개의 '지역위원회(사민당에서는 이를 주로 Unterbezirk 또는 Kreisverband라고 표현한다)'가 있으며, 이들도 정기적으로 모임을 갖고, 주 위원회에 보낼 대표자들을 선출한다.

지역위원회 위에는 20개의 '주 위원회(Landesverband 또는 Bezirk 라고 표기)'가 있는데, 마찬가지로 정기적인 모임을 갖는다. 이들은 110명으로 구성된 '당 자문위원회(Parteirat)'의 구성원을 선출한다. 이와는 별도로 각 지역위원회는 1명씩, 주 위원회는 1명 이상의 대표자를 선발하여 약 600명을 '연방전당대회'에 참석시킨다. 연방전당대회에서는 당 지도부, 감독위원회와 연방심판위원회의 구성원들을 선출한다.

이와 같은 각 단위의 위원회 이외에도 여러 가지 실무위원회 또는 실무공동체들(Arbeitsgemeinschaften: AG)이 존재하는데, 이들은 전당대회 청구권을 가지며, 부분적인 자율성을 가지고 활동한다. 당원 가운데 35세 이하는 '청년공동체(Jusos)', 60세 이상은 'AG 60 플러스', 여성은 '여성사민공동체(ASF)'에 자동으로 가입된다. 그 밖에도 다른 공동체들이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자동으로 가입되거나 가입할 의무가 있는 것은 아니다.

예외적으로 청년공동체의 경우에는 당원 가입을 안 하더라도 완전한 당원의 권리를 갖는 회원이 될 수 있다. 그렇게 활동을 하다가 2년이 경과하면 당원 가입을 요청받게 된다. 이후 추가적으로 2년의 시간을 더 주고 그래도 당원에 가입하지 않을 경우에는 청년공동체 회원의 자격이 끝나게 된다. 젊은이들에게 정당활동을 체험할 기회를 주는 괜찮은 방안이라 생각되는데, 우리 정당들도 이러한 제도의 도입을 검토했으면 한다.

당원 수는 2012년 말 기준 약 47만 7000명으로 사민당 역사상 최저수준이다. 60세 이상이 전체의 50%를 차지하고 있고, 30세 이하는 8%이다. 당원의 평균연령은 59세, 여성 비율은 32%이다. 2009년 기준 당원들의 종교를 살펴보면, 기독교 48%, 가톨릭 23%, 종교가 없는 사람이 26%이다. 직업별로는 노동자 16%, 사무직 30%, 공무원 및 공공분야 42%, 자영업자, 학생 등이 12%를 차지하고 있다. 당원 가운데 노동조합 가입자의 비율은 42%이다. 당원 가입 최저연령은 14세이며, 당을 상징하는 색깔은 빨간색이다.

▲ 독일 사회민주당 홈페이지 ⓒ//www.spd.de/

사민당은 2차 대전 직후 다수의 망명 또는 저항조직 출신의 사회주의자 및 사민주의자들을 당원으로 넘겨받았다. 1949년 최초 연방총선 당시 당원 수는 75만 명에 달했고, 1951년에는 약 82만 명을 기록하였다가, 1958년에는 다시 59만 명으로 줄어들었다. 1960년대 이후 다시 회복세를 보여 1977년 처음으로 1백만 명을 넘어섰다. 이후 정체를 보이다가 통일 직후 추가적인 증가세를 기록하였으나, 이후 20년간 약 40만 명이 감소하였다.

독일 인구대비 사민당 기초조직의 비율을 계산해보면 다음과 같다. 독일인구가 8200만이고 사민당이 1만 3500개의 기초지역위원회(이를 지구당으로 가정할 경우)를 가지고 있으므로, 이는 인구 약 6000명 당 지구당이 1개씩 있는 셈이다. 전체 당원 수를 지구당 수로 나누면, 평균적으로 1개 지구당에는 약 35명의 당원들이 있는 셈이다. 이들 지구당들은 다시 30~40개로 묶이어 350개의 지역위원회를 구성한다. 이는 직접투표에 의해 선출된 지역구 국회의원 수(299명)와 비슷한 규모이다.

이러한 비율을 한국의 상황에 적용한다면, 인구 5000만 명이니까 전국적으로 약 8300개의 지구당이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그런데 우리는 아직 그러한 지구당을 가지고 있지 않다. 다만 국회의원 지역구에 해당하는 245개의 당협위원회 또는 지역위원회(인구 20만 명당 1개 정도)가 존재할 뿐이며, 그마저도 합법적인 조직의 형태가 아닌 상황이다.

우리가 인구대비 독일과 유사한 정도의 지구당을 갖고자 한다면, 기존 245개의 지역구는 각 1개당 다시 약 34개의 지구당으로 나누어져야 한다는 말이 된다. 만일 이와 같이 각각의 국회의원 지역구 내에 약 30개의 지구당이 만들어진다면, 그것들은 국민의 정치적 의사를 수렴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역할을 충분히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30개 지구당에 속한 당원들이 자신의 위원장(지구당 위원장)을 뽑고, 이들 30명의 지구당 위원장들이 모여서 지역위원회 위원장(지역구 국회의원 후보)을 뽑는다면, 그것이 바로 우리가 하고자 하는 상향식 공천이며, 당원의 권한이 보장되는 정당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의 현실은 중앙당에서 지역위원회 위원장을 임명하고, 이 지역위원장이 지역위원회 대의원(위의 가정을 따르면, 지구당 위원장)을 임명하고 있다. 또한 지역위원장이 시의원이나 구의원 후보자들의 선출에도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 후보대상자들이 지역당원들의 의견을 듣고 신임을 얻는 데 애를 쓰는 것이 아니라, 지역 국회의원(또는 지역위원장)의 눈치를 보거나 돈을 가져다주고 공천비리를 만드는 것이다.

현 상황에서는 당원이 할 일이 거의 없다. 당 지도부는 시스템을 이렇게 만들어 놓고 당원이 늘지 않는다고 푸념을 한다. 당원이 되면 들러리 서는 것 이외에 할 일이 거의 없는데, 누가 굳이 당원이 되고자 하겠는가! 당원에게 정치참여의 기회를 주고, 정당조직의 말단부터 자신의 대표를 선출할 권한을 주어야 정당에 대한 참여가 늘어나지 않겠는가?

독일에서는 위에서 살펴본 대로 당원들이 지구당 위원장을 뽑고, 이들이 다시 지역위원장을 뽑는 식으로 철저하게 상향식으로 정당이 운영되고 있다. 이러한 시스템하에서 교육받고 훈련된 리더십을 갖춘 정치인들이 중앙무대로 진출하게 된다. 그래서 선거에서 패배하더라도, 새 인물들이 새로운 비전을 가지고 다시 나서게 된다. 선거에서 지면, 당 이름이나 색깔 등을 바꾸고 나머지는 대부분 그대로인 우리와는 다르다. 국민이 기대하는 새정치는 바로 이런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왜 우리는 그렇게 할 수 없는 것일까? 정녕 국민이 미개한 탓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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