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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1년 여객선 직접 타보니…객실 내 짐 '위태위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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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1년 여객선 직접 타보니…객실 내 짐 '위태위태'

[세월호 1주기] ① 안전점검-화물적재 점검 강화…기항지 신분증 확인 안해

제주를 향하던 여객선이 침몰해 300여 명의 인명피해를 낸 세월호 참사가 오는 16일이면 1주기를 맞는다. 정부와 국회는 참사 이후 국가안전처를 신설하고 특별위원회를 설치해 각종 안전대책을 쏟아냈다. 정부는 안전사고 예방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지만 일반 국민들이 느끼는 안전체감도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세월호 유족들은 침몰사고 원인규명과 조속한 인양을 위한 정부의 전향적 자세를 요구하고 있다. 1년전 단원고 학생들이 당도하고자 했던 곳은 제주였다. <제주의소리>는 세월호 1주기를 맞아 여객선 안전운항을 점검하고 진도 팽목항을 찾아 유족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봤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세월호 참사1년' 제주서 여객선 직접 타보니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진도 팽목항의 눈물
③ "전날까지 통화했는데"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

세월호 침몰사고가 난지 벌써 1년이다. 정부는 해양경찰을 전격 해체하고 국가안전처를 신설하는 등 야단법석을 떨었다. 대형 해양사고 1년 후 해운업계는 무엇이 달라졌을까.


참사 1주기를 앞둔 지난 10일 <제주의소리> 취재진 2명은 사전 연락없이 제주항을 찾았다. 일반승객과 같은 조건으로 현장을 보기 위해 승선표를 구매하고 관광객 무리에 섞였다.

승선권 발권 창구에서 안내원은 2명의 신분증을 모두 요구했다. 승선시간이 되자 탑승구에 긴 줄이 만들어졌다. 시간에 맞춰 해양경찰관 2명이 개표구에 자리를 잡았다.

▲ 세월호 1주기를 맞아 찾은 제주항 승선 과정에서 세차례에 신원확인이 이뤄지고 있다. 제주항 여객터미널에 길에 줄을 선 승객들. ⓒ제주의소리

먼저 선사측 직원이 1차로 승선표와 신분증을 대조하고 연락처를 확인했다. 해양경찰관 2명이 교대로 신분증을 확인하고 개표구에 설치된 위조신분증 감별기로 추가 점검을 벌였다.


해경의 점검이 끝나면 선사측 직원이 다시 표를 확인하고 승선권을 절반으로 잘라 보관한다. 매표에서 개표구 통과까지만 무려 3차례 신분증 확인 절차가 이뤄졌다.

선석으로 나온 승객들은 줄을 지어 여객선에 올랐다. 입구에는 선사측 직원 2명이 있었지만 신분증 확인은 이뤄지지 않았다. 개표구까지 까다로운 확인절차가 무색해지는 순간이었다.

운항 중간 멈춰선 기항지에서는 매표 과정에서 신분증만 확인할 뿐 승선 과정에서는 신분증은 물론 승선표 확인마저 생략됐다. 선사 직원들은 승객들의 개인화물을 싣는데 바빴다.

배에 오르자 250여명의 승객들이 정해진 좌석에 자리를 잡았다. 출항 직전 선내에 설치된 모니터에서는 안전 안내방송이 반복되고 있었지만 승객들 소음 탓에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영상화면이 상대적으로 작고 소리도 낮아 집중도가 크게 떨어졌다. 모니터를 확인하는 이들도 찾아보기 힘들었다. 방송화면 외에 선내 직원의 안전교육이나 별다른 안내는 없었다.

▲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안전기준이 강화된 여객선. 객실 내부에 구명동의 종류와 착용법을 안내하는 표지판이 곳곳에 부착돼 있었다. ⓒ제주의소리

▲ 1층 객실 앞쪽에 쌓인 승객들의 짐. 별다른 칸막이나 그물 등 안전시설이 없어 사고시 승객들을 덮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제주의소리

▲ 객실 밖 갑판에 쌓여있는 화물들. 그 옆에서 관광객들이 선상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다. 사고 발생시 화물을 사람을 덮쳐 2차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제주의소리

탈출요령이나 구명장비 사용법은 선내 곳곳에 안내문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구명동의는 의자 밑에 1인당 1개씩 설치돼 있었다. 2층 선반에는 어린이용 구명동의까지 마련돼 있었다.


선박 내부 시설물들은 대부분 제대로 고정돼 있었다. 정수기와 소화기 등은 제대로 결박돼 있었지만 좌석 곳곳에 자리잡은 철제 휴지통 수 십여개는 고정되지 않아 자리를 이탈했다.

더 불안한 건 승객들의 짐이었다. 1층 객실 앞 공간에 무차별적으로 짐들이 쌓여갔다. 대형여행가방과 낚시장비, 선물용 상자 등 종류도 다양했다.

해양사고로 짐들이 승객들을 향할 경우 무기로 돌변할 수 있을 정도였다. 화물과 승객 사이에 칸막이 설치나 그물 형태의 방어막으로 화물 이동을 최소화 하는 방안이 필요해 보였다.

선상에도 마찬가지였다. 별다른 칸막이 없이 짐들이 쌓여있었다. 그 옆으로 관광객들이 사진을 찍기에 바빴다. 선체 충격으로 짐이 한쪽으로 쏠릴 경우 승객들의 부상이 우려됐다.

세월호의 경우 승객들이 찍은 스마트폰 동영상에는 고정되지 않은 집기들이 통로와 입구를 막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자판기에 깔려 부상을 당한 승객들도 있었다.

▲ 여객선 갑판 앞쪽에 설치된 팽창식 구명뗏목(구명벌). 25인승으로 선미쪽에 6개가 설치돼 있다. 안내판에는 2014년 6월 정기점검 표시가 돼 있다. ⓒ제주의소리
팽창식 구명뗏목(구명벌)은 선박 앞쪽에 설치돼 있었다. 자유낙하 방식으로 비상시 레버를 잡아당기면 수동작동도 가능하다. 안내표에는 2014년 6월 안전점검이 이뤄졌다고 표시됐다.

세월호의 경우 사고 당시 해경이 강제로 펼친 구명뗏목 2개만 작동했을 뿐 나머지 장비는 작동되지 않았다. 부실한 안전점검을 한 업체 대표는 최근 법원에서 법정구속 되기도 했다.

배를 자주 이용한다는 한 승객은 "세월호 사고 이후 신원확인과 안전점검이 강화된 것은 사실"이라며 "다만 형식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인 관리와 점검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여객과 함께 화물운송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세월호 참사 이후 강도 높은 과적단속으로 화물선에 실을 수 있는 적재규모가 크게 줄었다. 만재홀수선을 지켜야 하기 때문이다.


만재홀수선은 화물을 적재하고 안전하게 운항할 수 있는 최대한계선이다. 화물 이탈방지를 위한 결박과 화물공간 내 안전통로까지 확보해야 해 적재공간은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동안 화물은 최대한 많이 싣는 방식이 공공연히 이뤄졌다. 적재량과 만재홀수선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고 운송 관계자들의 자의적 판단에 따라 화물 결박도 제각각인 경우가 많았다.

세월호 사고 이후 차량 30여대를 싣던 화물선들이 20대를 채 싣지 못하고 있다. 차간거리를 확보하고 결박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중장비는 허가 받은 배가 아니면 실을 수도 없다.

▲ 항에 쌓여있는 화물들. 세월호 사고 이후 화물적재 안전기준이 강화되면서 제주를 오가는 화물선과 여객화물선의 화물적재량이 크게 줄었다. ⓒ제주의소리


불만도 없지 않다. 제주~인천간 세월호와 오하마나호 등 로로(RO-RO) 여객선 운항이 취소되면서 화물차 운전기사들은 트럭을 배를 싣고 본인들은 항공기를 이용하는 경우가 있다.


화물선은 로로 여객선과 달리 화물차 운전기사 승선인원이 정해져 있어 한꺼번에 많은 자동화물차량이 화물선에 오를 경우 일부 운전자는 탑승이 거부되는 상황이 발생한다.

현행 선박안전법상 화물차 운전자 등은 임시 승선자에 해당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 같은 규정에 일부 화물차 운전사들은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항공기를 이용하고 있다.

제주 해운업계 관계자는 "세월호 사고 이후 적재 가능한 화물량 자체가 줄었다"며 "안전규정 강화에는 공감하지만 업무현장의 현실을 반영한 규정과 단속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2015년 4월9일 현재 제주와 다른지방을 오가는 여객선은 6개 항로에 10척에 이른다. 지난해 160만명이 여객선을 이용해 제주를 오갔다.

▲ 연간 100만여명 이상의 승객과 화물을 실어 나르는 제주항의 모습. ⓒ제주의소리

프레시안=제주의소리 교류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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