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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유가족, 반 발짝만 떨어져 봐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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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유가족, 반 발짝만 떨어져 봐 달라" [국민참여를 통한 세월호 진상규명] 장훈 4.16 가족대책협의회 진상규명 분과장

사건이나 사고의 진실 규명을 위해서는 초기 대응이 매우 중요하다. 객관적인 증거를 가장 많이 확보할 수 있고, 생존자들의 기억도 매우 정확하고, 목격자들의 증언도 신빙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는 1년하고도 6개월이 경과하고 있다. 각종 증거와 증빙 자료들은 보존 기간을 넘겨 법적으로 확보하기 어려운 경우가 발생하고, 현장의 증언과 진술들은 이미 희미해져 가고 있다.


그 가운데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가 본격적으로 조사 활동을 시작했다. 우여곡절 끝에 탄생한 만큼, 특조위 활동이 제대로 되고 있는지 지켜보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라 할 수 있다. ‘국민참여를 통한 세월호 진상규명’은, 특조위 측에 진상규명과 관련한 주요 쟁점, 향후 과제 등을 제시하기 위해 마련한 기획이다.


지난번 안병욱 '4.16세월호참사 진상규명 국민참여 특별위원회' 위원장의 기고(☞관련기사 : "우리는 아직 참극에 대한 설명을 못 들었다")에 이어, 이번에는 세월호 유가족 인터뷰를 싣는다. 인터뷰에 응한 이는 단원고등학교 2학년 8반 고(故) 장준형 군의 아버지 장훈 씨다. 그는 세월호 참사 가족대책협의회 진상규명 분과장을 맡고 있다. 그는 현재 특조위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직권 조사할 능력과 의지 모두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이라도 밤새워 방향성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고 했다. 다음은 지난 6일 서울시 중구 4.16연대 사무실에서 진행된 인터뷰 내용이다.

▲장훈 4.16 세월호 참사 가족대책협의회 진상규명 분과장. ⓒ프레시안(최형락)

"뭘 더 해야 하나. 죽어야 하나"


프레시안 : 지난해 4월 참사 후 1년 6개월이 지났다. 그간 어떻게 지내셨는지.

장훈 : 개인적으로는 지금이 더 힘들다. 감정 조절이 안 된다. 가족들도 마찬가지다. 사고 초반 진도에 오래 있느라 준형이 동생들한테 신경을 많이 못 써줬다. 그 여파가 지금 나타나는 것 같다. 준형이 바로 아랫동생이 고등학교 2학년 다니는 딸이다. 신경을 안 써도 될 일까지 신경을 너무 많이 써서 그런지 머리도 자주 아프다고 하고 위장 장애도 걸렸다.

우리 유가족들, 지난 1년 6개월 가까이 열심히는 했다고 자평할 수 있다. 그렇지만 아쉽다. 뭐 하나 이룬 게 없다. 당장 죽어서 우리 아들 앞에 갔을 때 뭘 이뤘다고 말할 수 있을까. 허탈하다. 점거 농성도 하고 도보 행진도 팽목항까지 가고, 단식도 하고, 삭발도 하고. 이제 더 뭘 해야 할지를 모르겠다. 죽어야 하나.

프레시안 : 인양하는 걸 지켜보기 위해 진도에 자주 간다는 말을 들었다. 지난해 수색 작업을 보며 느낀 게 무엇인가. 또 최근 인양 작업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장훈 : 우리 아이를 찾을 때 우여곡절이 있었다. 시신이 여러 번 바뀌었는데, 그중 한 명이 준형이다. 준형이라고 한 시신을 봤는데, 준형이랑 닮은 것 같았다. 점 위치도 똑같았었다. 언제 죽은 자식 얼굴을 본 적이 있어야지…. 장례 준비하다가 시신이 바뀌었다는 연락을 받고 다시 진도에 내려갔다.

그때 느낀 게, 희생자 가족들은 아무런 정보가 없다는 것이었다. 심지어 가족들은 일주일이 넘도록 잠수부들이 언제 수색을 하는지도 몰랐다. 그래서 (지난해 4월) 24일 저녁에 팽목항 상황실에서 해경 차장하고 본청장, 해양수산부 장관한테 찾아갔다. 그때 처음 들은 얘기가 심해 잠수부는 13명이고 하루 네 번밖에 못 들어간다는 것이었다. 뉴스에서는 잠수부들이 24시간 풀(full)로 작업하는 것처럼 얘기했었지 않나.

정부가 수색을 작년 8월쯤 접고 인양을 하려고 했다. 그때 수색 중단을 지연시킨 게 미수습자 가족인 은화, 다윤이 엄마였다. 그리고 지현이가 10월 말에 나왔다. 발견된 곳이 여자 화장실이었다. 생존 친구들이 지현이를 마지막으로 목격했다고 여러 번 찾아달라고 했던 곳이었다. 수색 13번 만에 찾은 거다. 이렇게 가족들이 따져야 뭐가 된다.

지금 중국 인양 업체가 왔다. 그런데 바지선에 못 올라오게 한다. 그래서 해수부랑 이야기했다. 적어도 한 달에 한 번이라도 올라가자고. 우리가 가서 해코지하려는 게 아닌데, 꽁꽁 싸매기만 한다. 그래서 아버지들이 동거차도에 가서 600mm짜리 망원렌즈로 지켜보고 있다.

웃긴 일이 있다. 원래 망원경으로 보면 바지선 옆면이 보였다. 그런데 이젠 뒷면만 보인다. 감시당하는 기분이 들을 테니 싫은 것도 이해는 간다. 그런데 우리 입장에서는 맥없는 사업이 아니다. 안에 미수습자들이 있고 모든 희생자의 유품이 다 있다. 아무리 썩어빠질지언정 다 찾아야지. 사실 우리 가족들은 정부에서 뭘 한다는 게 못 미더운 거다. 그만큼 지난 1월 6개월간 당한 게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배 위에서 세월호 사고 지점 부표를 바라보는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 ⓒ프레시안(최형락)

"123정장만 처벌할 거면 해경 해체 왜 했나"

프레시안 : 희생자 가족들이 특조위에 조사를 신청했다. 20가지가 넘는데, 그 가운데서 중점 과제들을 짚어달라.

장훈 : 사고는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 그런데 구조할 수 있는 시간도 있고 어선도 있었는데도 300 넘는 생목숨이 그냥 수장됐다. 그래서 가장 중점적으로 생각하는 게 구조 실패에 대한 책임이다. 정부에서는 총력을 다해 구조에 나선다더니, 119, 해경, 해군, 민간 어선 중 제일 많이 구한 게 민간 어선이었다. 가족들이 최근 청해진이랑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걸었다. 책임 문제가 꼭 뒤따를 수밖에 없고, 관련자를 처벌해야한다는 생각이다.

일차적으로는 해경 등이 당시 적절히 대처를 했는지, 그리고 승객을 다 구할 수 있는 체계가 있었는지에 대한 조사를 신청했다. 그리고 이차적으로는 좀 더 윗선인 서해청, 그리고 그 다음엔 좀 더 윗선. 그렇게 올라가다 보면 최종 책임자가 누군지에 대한 얘기가 나올 거다.

그런데 과연 어느 선까지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구조에 책임 있는 사람들 중에 123정 정장 한 명한테만 책임을 묻고 있는 건 너무 웃긴 일이다. 대통령이 해경이 잘못했다며 해경을 해체시켰다. 그럴 만큼 죄가 크면 적어도 책임이 처벌 받을 대상이 서해청장까진 올라와야 한다. 그런데 목포서장. 서해청장 아무도 처벌 안 했다. 그렇게 큰 문제가 없으면 도대체 왜 해경을 해체한 건가. 모순된 거다. 보다 윗선의 책임을 물었다면 가족들도 수긍했을 거고, 특조위를 만들 이유도 없었을 것이다.

123정 정장의 재판 판결문에 적시된 내용이 있다. 1심 판결에서는 56명의 목숨만 책임져야 한다고 했는데, 그 다음 2심에선 303명까지 늘어났다. 또 한 가지가 뭐냐면, 정장 한 사람한테만 물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우리도 판결문 따라서 하는 거다. 우리 싸움의 기본이 되는 게 그 판결문이다.

ⓒ프레시안(최형락)

"유가족을 '민원인' 취급하는 특조위, 반 발짝만 떨어져 있으라"

프레시안 : 특조위와 자주 접촉하고 있나.

장훈 : 제 직책(진상규명 분과장)이 직책이다 보니 특조위 직원들과 공식이든 비공식이든 자주 만나서 이야기한다. 옆에서 지켜 본 바에 따르면, 지금 특조위는 일 할 인원도 부족하고, 사람들의 태도도 문제다. 계속 공무원화되고 있다. 정부 파견 공무원이 아니었던 분들도 가족들을 민원인 취급하고 있다. 특조위를 만든 게 누군가. 특조위 설립을 위해 국민들과 함께 싸운 게 우리 가족들이다. 시행령 때문에 싸우고, 인원 충당하라고 대신 싸웠다. 우리는 일반 민원인이 아니다.

그렇다고 무조건 희생자 가족들 입장을 따르라는 얘기는 아니다. 제가 진상규명 분과 별정직 공무원들과 만나서 한 얘기가 있다. 저희 옆에 너무 다가오려고 하지 말라고 했다. 너무 우리 옆에 있으면 못 보는 것들이 있다. 일반 국민도 마찬가지다. 다른 사람들까지 아프라고 하고 싶지 않다. 저도 지금 하루에 소주 네다섯 병 먹지 않으면 잠 못 잘 정도로 아픔이 크다. 이런 우리랑 부대끼게 되면 조사를 못 한다. 일정 거리는 둬야 한다. 그렇다고 너무 멀리 떨어지는 것도 안 되고, 반 발짝 떨어져서 봐야 한다.

희생자 가족들과 적당히 거리 두기를 하는 건 좋지만, 그렇다고 해서 민원인 취급해서도 안 된다. 과거사위나 다른 특위를 봐도 그랬다. 사건 신청자를 민원인 취급하면 그 사건은 아예 진행이 안 된다. 사건 신청하는 사람과 위원회가 협력해야만 진실이 밝혀진다.

"특조위 안에서 서로 눈치 싸움만…방향성 찾아야"

프레시안 : 우여곡절 끝에 특조위가 본격적으로 조사에 착수했다. 제대로 활동이 이뤄지고 있는 것 같나.

장훈 : 특조위라는 게, 두 가지 방법으로 조사를 한다. 하나는 직권 조사다. 이건 무조건 특조위 내부에서 정해서해야 한다. 그리고 개개인이 사건 신청을 해서 하는 조사가 있다. 특조위는 직권 조사를 손 놓고 있다. 지금쯤이면 알아서 체계를 미리 세워서 이미 발표를 하고 직권 조사가 진행이 되고 있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 현재로썬 아무것도 없다. 특조위는 지금 사건 신청을 안 넣으면 일을 진행하질 못한다. 특조위를 맨 처음 만든 이유가 뭔가. 성역 없이 조사해서 진상을 규명해달라는 건데, 직권 조사를 못 하는 게 말이 되나.

그렇게 직권조사를 못 할 거면, 신청한 조사라도 제대로 하고 있느냐. 신청을 하면 바로 조사에 들어가는 게 아니다. 각하는 아니지만 계속 가족들에게 보완 신청을 요구한다. 20건 넣는데 15건 보완 신청이 온다. 제가 세월호가 맹골수도로 들어간 것, 그리고 급변침을 하게 된 원인이 군 작전에 의한 것 아닌지 조사해달라고 했다. 그런데 그 조사를 해야 하는 근거를 나더러 달라고 한다. 해군에 공문 발송해서 그때 작전이 있었는지 알아보면 될 걸 굳이 나한테 물어본다.

보완 신청이 걱정스러운 것은, 사건 신청 자체를 위축시켜버릴 염려가 있다는 것이다. 가족들이 개별적으로 신청하는 것도 있는데 평범한 엄마아빠인 사람들이 그런 걸 어떻게 아나. 특조위에서 간단한 조사를 하면 되는데. 자기들이 할 생각을 안 하고 보안 요구를 남발한다. 또 기껏 사건 신청 넣은 것도 전부 병합시키거나 해서 실질적인 조사가 못하는 방향으로 갈까 봐 걱정스럽다.

가장 문제는, 특조위 안에 구심점이 없다는 거다. 가족협의회에서는 핵심 과제를 정하면 밀고 나가는 힘이 있다. 그런데 특조위에서는 각자 서로 눈치를 본다. 파벌도 다르고 당도 다르니까. 새누리당이든 새정치민주연합이든 대법관 출신이든 다 뭉쳐서 진상규명을 목표로 힘을 합쳐보자는 게 특조위를 만든 목표였는데, 지금은 그 의미가 퇴색됐다. 가족들 입장에선 답답하다.

지금이라도 밤새워 미래 방향성에 대해서 논의를 해야 한다. 내부에서 싸우다 보니까 정작 누구하고 싸워야 할지를 모르는 거다. 그러면 될 일도 안 된다. 유대력 있게 끈끈하게 해야 한다. 지금처럼은 죽도 밥도 안 된다.

▲세월호 특조위 회의 모습. ⓒ프레시안(최형락)

"특조위 활동 종료 시점은 인양 후 6개월"

프레시안 : 특조위 활동 기간에 대한 논란이 아직도 매듭이 안 지어진 상태다.

장훈 : 특조위 활동 종료 시점은 인양 후 6개월이 맞다. 새누리당 주장대로라면 특조위 활동 기간이 끝난 뒤 인양을 할 수도 있다. 배를 봐야 한다. 배 어딘가 구멍이 있을 수도 있다. 세월호는 아무리 배가 기울어도 7시간 이상은 떠 있는 배라고 한다. 그런데 한 시간도 안 돼 침몰했다. 또 기관실도 봐야 하고 조타실도 봐야 한다. 미수습자들을 먼저 찾고, 유품들 정리한 뒤 배를 봐야 한다.

2017년 6월이든, 인양 후 6개월이든, 특조위에서는 활동 마감 시점이 얼마 안 남았다고 생각하면 된다. 일단 들어온 사건 신청 조사 진행하고 나머지 조사할 항목 만들어서 가족들이랑 논의하고 해경한테 쫓아가야할 거 아닌가. 해경이랑 무조건 싸우란 얘기가 아니다. 해수부 전체가 잘못했다는 게 아니다. 그 당시 상황에 맞춰서 왜 아무도 그 일을 안 했는지를 따지라는 것이다. 파고들 역량이 되어야 하고 투지 있게 달라붙어야 한다. 그런데 그런 투지 있는 조사관이 몇이나 있을까 싶다.

해경 자체가 나쁜 게 아니다. 그런데 특조위는 방향 설정 자체가 잘못됐다. 처음부터 너무 강하게 나왔다. 그래서 특조위도 정부 기구인데, 정부 기구끼리 알력이 생기는 거다. 그래서 간단한 문제도 잘 처리할 거를 복잡한 절차를 거치게 된다.

저희도 질질 끌기 싫다. 전 국민이 세월호 문제를 보고만 있을 순 없다. 그래도 적어도 배를 건져 올리고 6개월은 조사해야 한다. 그래야 급변침 원인이나 다른 이유들을 알 수 있다.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 : 특조위 조사와는 별개로 소송을 제기했다고 들었다. 소송을 제기한 이유가 무엇인가.

장훈 : 소송에서 이겨서 얻을 돈 생각하고 소송 시작한 게 아니다. 이겨본들 몇 푼 못 받는다. 그런데 지금 재판과는 별도로 우리는 참고인으로만 참여했었다. 그래서 우리가 묻고 싶은 걸 묻질 못했다. 이를테면, 지난 재판 때 검사들은 상황실에서 무전을 계속 했다고 주장했는데, 우리 입장에선 의아한 부분이다. 그런 점을 직접 재판에서 따질 수 있게 된다.

소송을 넣는 게 특조위 조사와 충돌되는 게 아니다. 해를 끼치는 게 없고 오히려 도움이 될 거다. 위증죄가 있기 때문에 피의자들이 재판에서 하는 말과 특조위에 하는 말이 다르진 못할 테니까 가족들과 특조위는 서로 윈윈하는 거다.

"사람 목숨값이 너무 싸다"


프레시안 : 최근 돌고래호 사고를 보며 소감이 남달랐을 것 같다.

장훈 : 돌고래호, 세월호랑 똑같다. 제 생각에 공무원하고 영웅은 한 끗발 차이인 것 같다. 세월호가 넘어갔을 때 119도 왔었고 해경도 왔다. 그런데 그중에 어느 하나도 선실에 와서 나가라고 소리친 사람이 없다. 누구든 나오라고 소리쳐서 백 명만 더 살려냈으면 영웅이 된다. 공무원들은 안주해버렸다. 이번 돌고래호도 마찬가지였다. 안전 불감증이 여전하단 지적도 맞다. 그런데 그걸 지적하려면 조끼 안 입는 승객을 바로 내보내질 말았어야 한다. 그럼 그런 사고도 안 났다.

저는 우리나라가 안전사회로 가는 길이 아직 멀었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사람 목숨값이 너무 싸다. 안전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 차라리 보상해주는 게 더 싸다. 공사 현장 가봐라. 세월호 참사 난 다음부터 조금 강화됐지만 건설 노동자들 헬멧도 잘 안 쓰고 목숨 내놓고 일한다. 목숨값이 더 오르면 절대 부실공사 못 하고, 돌고래호같이 배 못 내보낸다. 보상비가 많이 들면 선원이든 승객이든 구명조끼 안 입을 때 배 출항 못 시키는 거다. 안전에 대한 사회적 비용을 더 높여야 한다. 이게 다 우리나라가 너무 빨리 성장한 여파일 거다. 차근차근 가면 좋겠지만, 지금이라도 그런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지난해 4월 세월호 시행령 폐기와 선체 인양을 촉구하며 삭발한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 : 마지막으로 국민들에 드리고 싶은 말이 있나.

장훈 : 애초에 세월호에 관심 없던 분들은 차치하고, 관심 가졌던 분들 중 지금 세월호 이슈를 피하는 분들이 생긴 걸 안다. 우리나라 모든 참사는 사건이 난 다음에 TV 카메라가 현장에 갔다. 그런데 세월호는 아니었다. 희생자들이 죽어가는 걸 생방송으로 지켜봤다. 그게 너무 아픈 거다. 나도 아픈데 국민들도 아플 거다. 너무 아프고 힘들면 피해버린다. 그 마음을 안다.

작년엔 세월호 유가족이 배보상 바란다고 욕하는 국민도 많았다. 솔직히 이젠 배보상 받는 분들도 많다. 그동안 일 년 반 동안 너무나 힘들었다. 생계비가 없는 거다. 굶어 죽을 수 없으니 울며 겨자먹기로 돈 받는 거다. 그런가 하면 소송 간 부모도 많다. 또 이도 저도 아닌 부모들도 10% 가까이 된다.

그냥 이런 모습들을 있는 그대로 봐주셨으면 좋겠다. 자식 잃은 놈들이라고 생각하고 조금만 너그럽게 봐주셨으면 좋겠다.

프레시안 : 국가와 정부에도 한 말씀 부탁한다.

장훈 : 우리 유가족들 평범한 부모들이다. 싸워도 금방 풀리는 사람들이다, 청운동 김영오 씨 단식할 때 대통령이 한 번 나와서 손 한 번 잡아주고 들어가면 된다. 그러면 벌써 가족인 나서서 다 철거했다. 그런데 그런 게 하나도 없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전태일 씨가 분신하자 어머니(고(故) 이소선 여사)를 찾아 손을 잡아줬다. 박근혜 대통령한테 그런 것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청운동 주변에 노란 옷 입고 두 명만 가도 막는다. 하물며 세종시가서 해수부 기자회견에서는 회견 시간이 다 차지 않아 돌아다니게 했더니 우리한테까지 '가만히 있으라' 한다. 희생자 가족들이 가장 싫어하는 게 그 말인데. 정부에서 반정부 투사를 키우고 있다.

ⓒ프레시안(최형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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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어리
매일 어리버리, 좌충우돌 성장기를 쓰는 씩씩한 기자입니다. 간첩 조작 사건의 유우성, 일본군 ‘위안부’ 여성, 외주 업체 PD, 소방 공무원, 세월호 유가족 등 다양한 취재원들과의 만남 속에서 저는 오늘도 좋은 기자, 좋은 어른이 되는 법을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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