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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중국 경제와 시진핑의 '공급 측 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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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중국 경제와 시진핑의 '공급 측 개혁' [강준영의 차이나 브리핑] '신창타이' 시대의 공급 측 개혁
올 초부터 중국 경제는 더 이상 과거와 같은 고도성장이 불가능한 중속 성장 시대, 이른바 신창타이(新常態, New Normal) 시기를 맞이했으며 이를 기초로 향후 '중국식' 경제 정책을 펼치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

본래 미국에서 만들어진 용어인 뉴 노멀은 2008년 세계 금융 위기 이후, 정부와 기업, 그리고 가계가 앞 다투어 부채 축소에 나서면서 세계 경제가 저성장, 저물가, 저금리, 저고용이라는 4저 현상이 구조적인 장기 정체(secular stagnation)로 고착화된 상황을 지칭하는 말이었다. '신창타이'란 뉴 노멀의 중국어식 표현이다.

그러나 뉴 노멀의 기치 아래 내수를 극대화해 지속 가능한 발전을 추구하겠다는 중국 정부의 의지는 다양한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신창타이는 단순히 경제 성장이 중속(中速)으로 떨어졌다는 의미가 아니라 중국이 직면하고 있는 다양한 난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맹목적인 고도성장을 추구할 여건이 아니므로 새로운 성장 방식을 추구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현재 중국은 무역과 금융의 세계화 추세에 따라 기술 수준이 낮은 제조업 위주로 형성된 세계 공장형 경제 구조를 '탈공업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역 간, 계층 간 불평등을 비롯한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으며, 저부가가치형 노동 집약 산업이 고부가가치형 기술 및 자본 집약 산업으로 이행하는 과정에 있다. 그 속에서 여전히 정부 주도형 경제와 시장 경제 간의 괴리, 그리고 고급형 소비를 갈망하는 대중의 욕구가 복잡하게 얽혀있는 상황이다.

중국의 신성장 정책, 공급 측 개혁

이런 상황에서 중국 정부는 고도성장이나 대외 과시성 GDP 증가보다는 질적인 안정 성장에 방점을 두고 있다. 중국 정부는 하이테크형 제조업 강국 건설을 목표로 하는 '제조업 2025' 같은 '공급 측 개혁(供給側改革)'이 수반되지 않으면 더 이상의 경제 발전과 안정 성장은 무망하다는 인식을 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 정부가 '공급 측 개혁'에서 강조하는 '공급 측'은 일반적으로 '공급 경제학(Supply-side economics)'에서 말하는 '공급' 개념과는 조금 다르다. 공급 경제학은 경제의 안정적 회복과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수요 측면보다 공급 측면을 중시하는 경제 정책상의 입장으로 조세의 유인 효과를 통해 재화나 서비스의 공급을 증가시킬 필요가 있음을 주장한다. 이에 반해, 중국이 강조하는 공급은 수요를 만족시키지 못하는 과잉 공급 및 불필요한 공급을 개혁을 통해 유효 공급으로 전환시켜 새로운 수요를 창출한다는 개념이다.

주지하다시피 투자, 수출, 소비는 기존 중국 경제를 지탱하는 3대축이다. 그러나 이제 중국 경제는 전통적인 정부 중심의 부양성 투자, 생산 과잉에 시달리면서 가격 경쟁력마저 상실한 제조업 기업, 불합리한 자원 배치에 편승해 혈세로 생명을 연장하고 있는 한계 좀비 기업, 그리고 보조금을 통해 소비를 진작하는 가전 하향(家電下鄕), 자동차 하향(汽車下鄕) 같은 소비 진작 정책이 한계에 다다랐다.

특히 정부의 내수 진작 정책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소비자들은 자신들의 소비 욕구를 해결할 수 있는 해외 직접 구매나 쇼핑몰 등을 통한 인터넷 구매에 더욱 열을 올리고 있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제시된 것이 바로 소비자들의 눈높이에 맞는 제품을 만들 수 있도록 공급 사이드를 개혁하겠다는 공급 측 개혁이다.

공급 체계의 질과 효율을 높여 성장 동력 강화하기

이 개념은 지난 10월 10일, 시진핑(習近平)의 경제 책사로 알려진 중앙재경판공실 주임 류허(劉鶴)가 광둥성을 시찰하면서 공급 측의 구조적 개혁을 언급하고 좀비 기업 퇴출과 생산 과잉의 효과적 해결을 강조하면서 본격화되었다.

11월 10일에는 중앙재경영도소조에서 시진핑 주석이 적당히 수요를 늘리는 동시에 공급 측 개혁도 강화해 공급 체계의 질과 효율을 제고하고 경제의 지속적인 성장 동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13차 5개년 규획의 실시를 앞두고 공급 측 개혁이 향후 중국 경제 발전의 화두가 될 것임을 암시한 것이다.

즉, 단기적 경제 성장을 추동하는 투자, 수출, 소비라는 3대 축보다는 중장기적으로 안정적인 경제 성장을 담보하는 노동력, 토지, 자본의 이용 효율 개선과 창의성(創新)을 통해 새로운 발전 축을 세워보겠다는 선언이기도 하다. 시 주석은 공급 과잉 해소, 기업 원가 감소, 그리고 부동산 재고 해소와 금융 위험 해소 등 4가지를 공급 측 개혁의 핵심 개념으로 언급했다. 이는 분명히 기존의 재정 및 화폐 자극을 통한 일시적 경기 부양과 수요 확대가 아닌 잠재적 생산 능력의 극대화를 통해 경제 발전을 추구하고자 하는 '중국식 신 계획 경제'의 시도로 볼 수 있다.

중국 정부가 공급 측 개혁을 강조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생산 과잉과 성장 한계에 직면한 기업들이 방만하게 소비하는 생산 요소들을 효율적으로 관리해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향후 기업의 구조 개혁이나 산업 재편의 추진 등 다양한 경제 영역에서의 시장화, 제도화, 국제화가 향후 중국 경제 정책의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통해 교육, 의료, 금융이나 여행업, 주택, 양로, 환경, 문화 산업, 그리고 인터넷+ 같은 서비스 업종을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성장 주도 산업으로 육성하고 이들 산업을 중심으로 노동력과 자본, 금융, 기술 등의 효율적 공급을 꾀할 계획이다. 특히 서비스업은 1% 성장 시 약 100만개의 일자리 창출이 가능해 제조업의 50만 명 내외에 비해 약 두 배의 효과가 있다.

이제 중국 정부는 투자 의존형 경제 성장을 통해 총수요를 개선해온 기존의 정책을 지양하면서 다양한 생산 요소의 효율적 관리를 기초로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는 구조적 개혁에 주사위를 던졌다. 그러나 공급 측 개혁은 중국 경제 정책에 있어 결코 새로운 개념은 아니다.

중국은 이미 1991~95년까지 진행된 9차 5개년 계획 기간 중 조방식(粗放式) 경영을 집약식(集約式)으로, 계획 경제를 시장 경제로 전환하겠다는 '두 개의 전환(兩個轉變)' 정책을 추진한 바 있다. 조방식 경영은 사실 고정 자산 투자 등을 확대해 경제 발전을 추동하는 방식이다. 이어지는 10차 5개년 규획 및 11차 5개년 규획 기간 중에도 여전히 투자를 통한 경제 발전을 이어가는 정부적 발상과 관성을 벗어나지 못했다.

이는 두 개의 전환 중 시장 경제로의 적절한 전환이 이루어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중국 경제 정책에 쓴 소리를 자주하는 우징롄(吳敬璉) 같은 학자는 정부가 여전히 시장을 믿지 못하고 정부 주도로 일방적인 공급 측 개혁을 추진하면 결코 성공할 수 없다는 논지를 편다.

사실 경제에서 수요와 공급은 분리될 수 있는 개념이 될 수 없다. 중국 정부가 강조하는 공급 측 개혁 역시 최종적으로는 새로운 유효 수요를 창출하기 위한 시도이기 때문이다. 녹록치 않은 국내외 경제 환경에서 정부의 구호로만 그치지 않는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조치가 없으면 결코 시장의 신뢰를 얻을 수 없다는 데 중국 정부의 고민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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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영
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지역대학원 중국학과 교수이며, 외교부 정책자문위원 및 중국 문제 시사평론가로 활동 중이다. 중화민국 국립정치대 동아연구소에서 현대 중국정치경제학을 전공해 석사 및 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에 관한 100여 편의 연구 논문과 <한 권으로 이해하는 중국>, <중국의 정체성> 등 다수의 저서와 역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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