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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역적' 위안부 합의, 박근혜 '업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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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역적' 위안부 합의, 박근혜 '업적'인가? '대단원의 막' 내렸다?…'해석 전쟁'은 이제 시작
위안부 문제 관련 한일 협상이 타결됐지만,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청와대와 정부가 한일국교정상화 50주년과 '연내 타결'을 지나치게 의식하면서 만족할 만한 협상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들이 나온다. 해석의 여지를 지나치게 열어두면서 한일 양국이 자의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부분들을 많이 남긴 것도 문제다. 이른바 '졸속 합의' 논란이다.

청와대와 정부가 강조하는 것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일본 정부가 '도의적', '인도적', '도덕적' 책임이라는 수사를 사용하지 않은 것이 최초라는 것이다. 일본은 "위안부 문제는 당시 군의 관여 하에 다수의 여성의 명예와 존엄에 깊은 상처를 입힌 문제로서, 이러한 관점에서 일본 정부의 책임을 통감"한다고 했다.

둘째, 위안부 관련 재단에 일본 정부가 출연하는 10억 엔 부분에 대해서도 정부는 "획기적", "창조적"이라는 수사를 동원하며 성과로 내놓고 있다.

두 가지 모두 많은 해석을 가능케 해 향후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먼저, 일본 정부의 책임 인정 부분이다. 청와대나 정부가 이른바 2012년 이명박 정부 시절 '사사에 안'과 다르다고 주장하는 것도 이 부분이다. '사사에 안'은 노다 정부 시절 사사에 겐이치로 외무차관이 제시한 안으로 주한 일본 대사가 일본 정부를 대표해 피해자들에게 사죄하고, 노다 총리가 이명박 전 대통령과 회담을 연 후 인도적 지원 조치를 일본 정부 자금으로 충당한다는 방안이었다. 이명박 정부는 이를 거부했다.

당시 일본은 '도덕적 사죄'를 언급했지만, 이번 협상은 "정부의 책임"을 명확히 했다는 점에서 '사사에 안'보다 진전된 것이라는 게 정부와 청와대의 설명이다. 그러나 인과관계가 명확치 않다. 일본 정부는 분명 "책임을 통감"한다고 했지만 그 이유와 관련해 "당시 군의 관여"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식으로 모호한 수사를 내놓았다. 명확한 근거에 기초를 둔 합의가 아니라 '정치적 합의'이기 때문에 발생하는 한계다.

오히려 일본 정부는 "이번 발표를 통해 동 문제가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으로 해결될 것임을 확인"했다는 점에 방점을 두고 있다. 이번 한일 협상으로 위안부 문제가 완전히 해결됐으며, 추후 이 합의를 뒤집을 수 없다는 단서까지 달아 놓았다.

향후 일본 정부는 8.15 등에 이 문제와 관련된 언급을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위안부 문제와 관련된 논란에 시달릴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이를 일본 정부가 악용한다면 향후 한국 정부의 역사적 사실 언급에 대해서도 사사건건 딴지를 걸 수 있다. "불가역적", "최종적"이라는 표현으로 오히려 일본이 얻어간 것이 더 크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은 이때문이다.

일본 정부의 10억 엔 출연 부분도 논란거리다. 이 금액은 '배상'이나 '보상'이 아니며 위안부 피해자의 "명예와 존엄의 회복 및 마음의 상처 치유를 위한 사업을 행하기로" 하는 데 쓰인다. 모호한 성격이다. 정부와 청와대는 이 금액의 취지에 대해 명확한 설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일본 외상은 협상이 끝난 후 자국 기자들에게 "배상이 아니다"라고 명확히 했다. 우리 정부는 "협상문 그대로 봐달라"는 말만 되풀이 하고 있다.

위안부 소녀상 문제에서 우리 정부는 오히려 한발 물러나 버렸다. 위안부 소녀상 이전 문제도 해석의 여지를 많이 남겼기 때문이다. 협상문에서 우리 정부는 "일본정부가 주한일본대사관 앞의 소녀상에 대해 공관의 안녕·위엄의 유지라는 관점에서 우려하고 있는 점을 인지하고, 한국 정부로서도 가능한 대응방향에 대해 관련 단체와의 협의 등을 통해 적절히 해결되도록 노력"한다고 했다.

위안부 소녀상 문제는 민간 영역이라는 그간 입장을 정부와 청와대가 사실상 뒤집은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우리 정부의 개입 가능성을 열어 둠으로써 일본 정부의 지속적인 공세를 사실상 허용한 셈이다.

▲ 박근혜 대통령 ⓒ청와대

靑, 박근혜 '업적'으로 부각시키나?… '해석 전쟁'은 이제부터 시작

박근혜 대통령은 협상 타결 후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상을 접견한 자리에서 "지난 11월 2일 정상회담을 통해서 합의한 대로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인 올해를 넘기지 않고 양측이 노력해서 합의를 이뤄내게 돼 더욱 의미가 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연내 타결에 방점을 찍어왔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이번 한일 협상을 직접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협상 고비 때마다 '대승적 결단'을 내려왔다고 한다. 이번 협상이 본인의 '작품'임을 숨기지 않고 있다.

박 대통령은 협상 후 28일 오후 5시 47분 경 아베 총리와 13분 간 통화를 했다. 아베 총리는 "위안부 피해자분들의 명예와 존엄의 회복 및 마음의 상처 치유를 위한 사업을 착실히 실시해 나가겠다"고 하면서 "금번 합의를 통해 위안부 문제가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으로 해결될 것"임을 박 대통령에게 확인받았다.

박 대통령은 "양국 정부가 어려운 과정을 거쳐 합의에 이른만큼 앞으로도 금번 합의를 바탕으로 신뢰를 쌓아가며 새로운 관계를 열어갈 수 있도록 긴밀히 협의해 나가기를 희망"했다고 밝혔다.

정부와 청와대 일각에서는 이번 협상 결과를 위안부 문제의 '대단원의 막'을 내린 것으로 자축하고 있는 분위기다.

그러나 당장 29일부터 일본 정부 및 일본 언론과 '해석 전쟁'에 돌입할 가능성이 높다. 과거 일본 정부는 한일 회담 등의 결과를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언론에 흘리는 등, 숱한 물의를 일으켜 왔다. 비록 전제가 달리긴 했지만, "연내 타결"이라는 비논리적 목표 아래 "비가역적"이고 "최종적"인 협상을 이끌어 낸 박 대통령의 노고에 마냥 박수를 보낼 수만은 없는 일이다.

이미 많은 사람들은 1965년 한일협정 사태를 떠올리기도 한다. 일본 정부는 협상 청구권이 소멸됐다며 당시 협상이 불가역적이고 최종적이라는 논리를 고수하고 있다. 박 대통령이 직접 챙긴 이 "불가역적"이고 "최종적"인 합의가, 잘못된 합의가 아니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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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열
정치부 정당 출입, 청와대 출입, 기획취재팀, 협동조합팀 등을 거쳤습니다. 현재 '젊은 프레시안'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쿠바와 남미에 관심이 많고 <너는 쿠바에 갔다>를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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