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국정감사 정상화의 조건으로 정세균 국회의장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지만 관련법과 입법 현실상 가능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국회의장이라는 직책의 엄중함을 감안해 의장이 개인의사에 따라 함부로 자리에서 물러날 수 없도록 '법적 장치'가 마련돼있기 때문이다.
국회법 9조는 국회의장의 임기를 "임기 개시 후 2년이 되는 날까지"로 정하고 19조에서 사임의 요건을 별도로 규정했다. 무기명 비밀투표를 통해 국회의 동의를 얻어야 의장직을 사임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특히 사임안이 가결되려면 재적의원의 과반수 출석과 출석의원의 과반수 찬성이 필요하다.
이에 따라 현재의 여소야대 구도에서는 정 의장이 대승적으로 자진 사퇴하려고 해도 야당이 이에 찬성하지 않는 한 사임안이 국회를 통과할 수 없다.
현재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정 의장이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 처리과정에서 세월호와 어버이연합 등을 언급하며 "맨입으로 안 되는 것"이라고 발언한 것을 여당이 공격하고 있는데 대해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보이며 정 의장을 엄호하고 있다.
특히 야당으로서는 4·13 총선의 승리로 어렵게 얻어낸 의장직인데다 차기 대선을 겨냥해 정국 주도권을 둘러싼 여야 간 줄다리기가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만큼, 야당이 선뜻 동의해줄 수 없는 상황으로 보인다.
더욱이 정 의장이 사퇴할 경우 원구성 협상 이후 무소속 의원들의 입당으로 제1당이 된 새누리당이 의장을 자신들의 몫이라고 주장할 가능성이 있는 점도 문제다.
역대로 국회의장이 사임한 것은 다섯 차례다. 이승만, 이기붕, 박준규, 백두진, 박희태 전 의장 등이다.
가장 최근으로 18대 국회 막바지에 이뤄진 박 전 의장의 사퇴는 2008년 새누리당 전당대회 돈 봉투 사건에 연루된 데 따른 것이다.
당시 박 의장은 임기를 3개월여 남긴 상황에서 사퇴했다. 박 의장의 사임안은 재석의원 197명 가운데 찬성 157명, 반대 17명, 기권 23명으로 가결됐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