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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사랑'하는 노인도 "박근혜 하야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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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사랑'하는 노인도 "박근혜 하야해야" 탑골공원 노인들 "최순실보다 박 대통령이 문제"
1일 서울 종로구 탑골 공원에서 만난 어르신들의 민심은 심상치 않았다. "이게 나라인가"라는 개탄이 나오는가 하면, "오죽하면 학생들이 거리로 나왔겠나"라는 말도 들렸다. 경상도가 고향인 한 노인은 "박근혜 대통령이 하야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대통령을 찍었다고 밝혔다.

정국원(75) 씨는 경상북도 영천에서 태어나 박정희 전 대통령을 존경하고 평생 새누리당만 찍어온 '보수’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정 씨는 "최순실 사고가 터지기 전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외교도 잘한다 싶었는데, 사고가 터지고는 박근혜 대통령이 하야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너무 속상하다"고 울분을 토했다.

"박정희 존경하지만, 박근혜 대통령 자격 없다"

정국원 씨는 "장관들한테도 다 최순실의 입김이 미쳤다는 생각이 든다. 이건 박지만이가 누나 힘 믿고 한 것보다 더 나쁜 것"이라며 "순실이 욕할 거 아이고(아니고), 박근혜가 잘못해가(잘못해서) 이런 일이 생겼다. 대통령 자격이 없다"고 말했다.

청와대가 최근 문고리 3인방(이재만, 정호성, 안봉근)과 우병우 민정수석, 안종범 정책조정수석 등을 경질한 데 대해서는 "할 수 없이 잘랐지"라며 "우병우도 (박근혜 대통령) 자기가 보기에는 괜찮아도 밖에서 말이 많으면 잘라야 하는데, 그때부터 박근혜 대통령이 아니다 싶었다"고 답했다. 그는 박 대통령이 또다시 사과하거나, 인적 쇄신을 해도 다시 지지하지는 않겠다고 선언했다.

지난 대선 때 박근혜 후보를 찍었다는 강모(73) 씨는 "(시민들이 하야 촉구) 촛불 시위를 하는데, 박근혜 대통령이 이렇다 저렇다 말을 안 한다"며 "무슨 정신인지 모르겠다. 박근혜 대통령이 나서서 해명해야 하는데, 제대로 안 하니까 실망"이라고 말했다.

강 씨는 "사이비 종교 때문에 시야가 묻혀서 말을 안 하는 것인가? 최태민이 사이비 종교 목사인데, 박근혜 대통령이 (최태민 목사의) 덕을 봤다고 하지 않나"라고 물었다. 강 씨는 "지금 대통령은 힘이 없다. 뭘 해볼 수도 없다"면서도, "나라가 시끄럽지 않기를 바란다. 시간이 지나서 나라가 조용해지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고 체념했다.

▲ 1일 서울 종로 탑골공원에서 한 노인이 신문을 읽고 있다. ⓒ프레시안(김윤나영)

"오죽하면 학생들이 거리로 나왔겠나" vs. "박 대통령 하야 요구하면 역적"

지난 대선 때 투표하지 않았다는 이모(85) 씨는 "이게 나라인가? 최순실 데리고 국정 농단하고, 아주 대통령이라고 부르고 싶지도 않다"며 "대통령이 국민을 사랑하면 사표를 내는 게 도리다. 오죽하면 공부해야 할 학생들이 거리로 나왔겠나"라고 말했다.

이 씨는 "유승민 같은 바른 말하는 사람을 찍어내서 불순분자로 만들고 '종북이네’ 하는 게 대통령인가"라며 "국민은 등록금도 못내서 아우성인데, 자기는 호의호식하며 국민 세금으로 외국에 갔다. 역대 대통령 중에 최고로 많이 외국에 드나들면서 얻은 게 뭔가?"라고 반문했다.

이 씨는 "최순실-박근혜 대통령 문제로 대한민국이 세계적인 조롱거리가 됐다"며 "최순실보다 대통령이 문제다. 배고픈 놈 떡 주면 떡 안 먹겠나?"라며 떡을 먹은 최순실 씨보다 떡을 준 박근혜 대통령이 더 잘못했다고 강조했다.

지금까지 새누리당을 찍은 적이 없다는 이 씨는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도 문제다. 대통령 내시라지 않느냐"라면서도 "그렇다고 야당이 잘하는 것도 아니다. 다음 대선 때 투표하면 뭐하나. 그놈이 그놈인데"라고 말하기도 했다.

옆에서 다른 노인들이 인터뷰하는 모습을 지켜보던 윤모(62) 씨는 기자에게 "나도 한마디만 해도 되느냐"며 "청와대 박 대통령 왜 그렇게 사나 모른다. 한심스럽다. 대한민국이 100년, 200년 후퇴했다"고 말하고 화를 내며 자리를 떠났다.

'최순실 게이트’와 상관 없이 여전히 박근혜 대통령을 지지한다는 사람도 있었다. 자신을 이북 사람이라고 소개한 안지욱(가명.84) 씨는 "대선 때 찍어놓고 이제 와서 박근혜 대통령에게 내려놓으라고 하면 역적"이라며 기자에게 "너 민주당에서 돈 얼마씩 주냐"라고 묻기도 했다.

▲ 1일 서울 종로 탑공공원에 노인들이 모여 있다. ⓒ프레시안(김윤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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