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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돈 "실패한 리더 바꿀 수 있는 '내각제' 고민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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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이상돈 "실패한 리더 바꿀 수 있는 '내각제' 고민하자" 손학규 "총리 바꾸고 개헌도 해야", 정의화 "새누리 소멸될 것, 촛불 집회 나가겠다"
국민의당 이상돈 의원이 25일 '현 시국과 개헌, 그리고 제3지대론'이라는 주제의 토론회를 열어 눈길을 집중시켰다. 개헌 논의에 긍정적인 여야 비주류 정치인들이 대거 모이는 자리가 됐기 때문.

이날 토론회는 정의화 전 국회의장의 주제 강연에 이어, 이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의원, 정 전 의장의 측근인 박형준 전 국회 사무총장, 이대근 <경향신문> 논설위원이 개헌과 제3지대론을 놓고 토론하는 순서로 준비됐다.

그러나 애초 참석 예정이 없었던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가 이날 전격 참석해 축사를 했고, 여야 의원들도 대거 참석하는 등 성황을 이뤘다. 야당 의원들 가운데는 민주당 박병석, 김성수, 최명길 의원, 국민의당 박지원, 주승용, 황주홍, 김중로, 최도자 의원 등이 참석했다.

새누리당에서도 주호영, 김학용, 홍일표, 정종섭 의원 등이 참석했는데, 특히 김무성 전 대표의 측근인 김학용 의원과, 박근혜 정부 안전행정부 장관을 지내 '진박'으로 불리는 정종섭 의원이 동시에 참석한 것이 이목을 끌었다.

토론회의 주된 주제는 '현 시점에서 개헌을 추진하는 것이 합당한지'와 '이른바 제3지대론이 지금 국면에서 의미를 가질 수 있는지'였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해법이 개헌인지에 대해서는 박형준 전 총장이 찬성론을, 이대근 위원이 반대론을 강하게 주장했고, 이상돈 의원과 박영선 의원은 중간자적 입장에서 토론에 참여했다.

박형준 전 총장은 "이번 사태는 제도의 비극, 제도의 실패이자 인물의 실패라는 두 측면을 다 봐야 한다"면서도 "국회는 대선 선거 캠프가 되고 대통령이 말하면 곧 법이 되는 대통령 중심제의 문제"가 이번 사태의 배후에 있다고 주장했다.

이대근 위원은 "이 게이트는 지구상에서 박근혜만 벌일 수 있는 게이트"라며 "미국에서도 워터게이트가 일어났고, 내각제인 일본에서도 부패 게이트가 발생했다. 좋은 제도를 만들면 좋은 세상이 되는가? 지금 헌법에 실세가 국정을 농단해도 좋다고 써 있는 것이 아니고, 헌법에는 경제 민주화를 하라고 돼 있지만 지난 4년 동안 하나도 안 했다. 이게 왜 헌법 때문이냐"고 지적했다.

박영선 의원은 "견제와 균형이 작동할 수 있도록 개헌은 반드시 필요하다"면서도 "국민이 대통령제를 선호한다면 정부의 예산 편성권, 법안 제출권을 없애고, 대통령이 검찰총장을 임명하게 하는 것을 바꿔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상돈 의원은 "현행 헌법에도 견제와 균형이 (명시)돼 있긴 하다"며 "물론 내각제를 해도 이탈리아 베를루스코니 총리 같은 지도자가 나올 수 있지만, 실패한 대통령을 교체할 수 없다는 점에서 '견제' 면에서는 내각제가 낫다"고 평가했다.

이상돈 의원은 이른바 제3지대론에 대해서는 "국민의당이 (지난 총선에서) 제3지대론을 내걸고 뜻밖의 성공을 거줬다. 그런 국민의 여망이 있다"면서 특히 "새누리당이 와해 단계에 들어왔기 때문에 (개헌과 제3지대는) 보수가 변화할수 있는 명분이 되기 때문에 논의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소속인 박 의원은 "탄핵을 앞두고 제3지대 얘기를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조심스러워하면서도 "다만 국민적 여망이 있다는 데에는 동의한다"고 언급했다. 그는 "극단의 좌우는 싫고, 합리적 보수와 합리적 진보 세력이 한 번 만나보면 어떨까 하는 상상력은 국민이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지만 "문제는 이런 합리적 중도 세력이 나오기 위해서는 지금의 소선거구제로는 힘들다는 것이다. 제3지대론은 무지개 같은 것이고, 과연 실현될 것인지 (가능성이) 구름 위에 떠 있다"고 했다.

▲ 25일 이상돈 의원실이 주최한 '현 시국과 개헌, 제3지대론' 토론회에 참석한 정의화 전 국회의장과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가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의화 "대통령 하야가 헌정 중단? 5.16 쿠데타 같은 게 헌정 중단이지…"


본 토론이 시작되기 전 정의화 전 의장의 기조 강연과 손학규 전 대표의 축사도 눈길을 끌었다. '제3지대론'이 현실화될 경우 이들의 역할이 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정 전 의장은 강연 첫머리에서 "주말에 100만보다 더 많은 시민이 하야를 외치지 않겠나 한다"며 "(미국 정치학자가) '국민 3.5%가 거리로 나오면 정권이 무너지게 돼 있다'고 했다고 한다. 그래서 저도 나가야 하나 해서, 내일 부산 가는 것을 접고 손학규 전 대표와 식사도 하고 (촛불 집회) 현장에 나가볼 생각이다"라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정 전 의장은 "질서 있는 퇴진을 하도록 하는 게 좋겠다"며 "대통령이 2월 정도에 '하야하겠다'고 하고, 각 당은 내년 4월 재보선과 함께 대선을 할 수 있게 준비하면 어떨까. 이것이 제가 생각하는 '질서 있는 퇴진'"이라고 했다. 다만 그는 "정치권에서는 탄핵 주장이 높아지는데, 이는 헌법에 따른 절차이니 원칙적으로 옳은 일"이라며 "대통령의 태도 변화가 없다면 어쩔 수 없이 탄핵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것에 동의한다"고 했다.

정 전 의장은 "청와대와 여당 일부에서는 '대통령 하야는 물론 완전한 2선 후퇴도 위헌'이라고 주장하며 '헌정 중단은 안 된다'고 한다"면서 "그러나 대통령이 물러난다고 헌정이 중단되는 게 아니다. 5.16 쿠데타 같은 게 헌정이 중단되는 것"이라고 박 대통령의 역린을 건드리기도 했다.

새누리당에 대해서도 그는 "제 친정"이라면서도 "지난 총선 때 새누리당 공천은 막장 공천이고 악랄한 사천(私薦)이었다. 그간 새누리당은 무능하고 부패의 길로 갔다. 국민들이 자연히 소멸시킬 것"이라고 맹비판했다. 그는 "어떤 술책을 쓴다고 해도 국민 지지를 다시 받을 수 없다는 것은 명약관화"라며 "제3지대를 얘기한 이유도, 건전하고 합리적인 중도보수당이 새로 태어나야 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자신이 김종인 전 민주당 비대위 대표와 논의해 '비패권 정상지대'라는 말을 만들고 주장해 왔다고 강조하면서 "친박, 친문 패권을 제거한 중간 지대에 나머지 정치인들 중에 뜻이 맑고 곱고 올바른 분들끼리 모여 보자"며 다음날 손 전 대표와 회동할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손 전 대표 역시 친정인 민주당을 향해 강하게 날을 세웠다. 그는 "아침에 신문을 보고 기겁했다"며 "야당이 황교안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을 대행하는) 체제 하에서 수습을 한다? 이게 탄핵과 하야를 요구하는 국민들의 요구이냐. '황교안 체제'를 국민들이 받아들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손 전 대표는 "야당이 국민들을 어떻게 보고 이 따위로 정국 수습책을 내놓고 있느냐"며 "(야당이) 총리를 어떻게 뽑을지 한 마디 대화라도 나눴느냐. '합의 안 된다'는 얘기만 했지, 합의하려는 노력을 한 가지라도 했나? 그리고 이제 와서 '시간이 없으니 황교안 총리에게 대통령 권한 대행을 넘기겠다니 이게 말이 되는 소리냐"고 비판했다.

손 전 대표는 "헌법 개정도 그렇다"며 "'탄핵과 개헌이 같이 갈 수 없다', '혼란을 막을 수 없다'고 하는데, 생각해 보라. 국회에서 탄핵안을 통과시키고 나면 그 다음은 국회가 할 일이 아니다. 국회는 체제 변화를 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축사를 하러 온 박지원 국민의당 비대위원장까지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를 간접 비난하면서, 박지원·손학규·정의화 세 정치인이 나란히 문 전 대표를 직간접적으로 비판하는 모양새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제3지대'라는 담론이 위치한 지형을 보여준다.

박지원 비대위원장은 "국회를, 대한민국 정치를 한두 사람이 욕심을 내고 있다"며 "그 분이 '총리도 안 된다', '개헌도 안 된다' 이렇게 선언하니 전체 정치권이 흔들린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민주당 일부 인사들은 (탄핵안 발의에) 협조를 해주는 새누리당 비박 의원들을 엄청나게 비난한다"며 "그 목표가 탄핵안 가결에 있는지, 아니면 괜히 '폼'으로 제출해 놓고 부결에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 그는 "민주당 한두 사람이 방해하더라도 정의로운 새누리당 의원들이 협력해서 가결될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그는 "가결되면 대통령 권한 대행은 현재 총리가 맡는다"며 "그 분(황 총리)이 제2의 박근혜 정권으로 나가기 때문에 어둡다고 하지만 정치인들은 현실을 현실대로 받아들여야 하기 때문에 그래도 박 대통령이 현직에 있는 것보다는 황교안 직무대행에 기대를 걸어보는 방법밖에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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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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