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자유주의를 무작정 옹호하는 목소리는 이제 잦아들었다. 이른바 '줄푸세'(세금은 줄이고, 규제는 풀고, 법질서는 세운다) 구호는 확실히 한물 갔다. 신자유주의, 무분별한 사유화가 나쁘다는 건 다들 안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시장 만능주의가 나쁘니, 다시 국가주의인가?

국가 소유를 개인 소유로 돌리는 것, 혹은 그 반대.

지난 세기 역사는 이 두 가지가 모두 위험하다고 가르친다.

대안은 종종 주어진 선택지를 벗어난 자리에 있다. 무엇인가를 소유한다는 건, 아주 복잡한 개념이다. 국가가 소유하거나 특정 개인이 소유하는 것 말고도 다양한 선택지가 있다. 대상과 소유자가 꼭 일대일로 연결돼야 하는 것도 아니다. 온라인 공간에서 떠도는 숱한 정보와 지식에게 일대일 관계로 주인을 맺어주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인터넷 이용자라면, 누구나 공감할 게다.

'커먼스'(The Commons, 공유) 운동을 소개하는 건 그래서다. 우리에게 익숙한 일대일 대응 소유 개념은, 인류의 역사에 비춰보면 오히려 낯설다. 15세기 말, 영국 영주들이 땅에 울타리를 치고 농민을 몰아내면서 자리 잡은 개념일 뿐이다. 이 같은 '울타리 치기' 운동은 지금껏 이어졌지만, 여전히 미완이다.

울타리를 칠 수 없는 영역이 아직 많다. 앞서 거론한 온라인 정보만이 아니다. 평판, 명성, 친분처럼 손으로 만지기도, 숫자로 세기도 애매한 것들이 많다. 누구나 아주 소중하게 여기는 것들이지만, 익숙한 소유 개념으로 접근할 수는 없다. 예컨대 평판을 주식처럼 쪼개서 사고파는 건 불가능하다.

요컨대 국가와 시장에서 벗어난 '커먼스' 영역이 분명히 있다. 그리고 국가 소유와 개인 소유가 모두 온전한 대안이 아니라면, '커먼스' 영역을 확대하자는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일 가치가 있다.

미셸 바우엔스(Michel Bauwens), 데이비드 볼리에(David Bollier) 등이 주도한 'P2P 커먼스 재단'(P2P Commons Foundation)이 이미 활동 중이다. 말 그대로 '커먼스'에 대한 연구와 실천을 하는 재단이다. 한국에서도 이들과 연계한 활동이 시작됐다. "e-commerce(이커머스)의 시대에서 e-commons(이커먼스)의 시대로"라는 구호를 내걸고, '지식공유지대 e-Commons(이커먼스)'가 창립했다.

<프레시안>은 최근 홍기빈, 박형준 '지식공유지대 이커먼스' 준비위원과 대담을 진행했다. 홍기빈, 박형준 준비위원은 '지식공유지대 이커먼스'를 통해 지식과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그들이 그간 낸 책을 무료 전자책으로 공개하는 것부터 시작했다. '지식공유지대 이커먼스' 홈페이지를 방문하면, 누구나 pdf 파일을 내려 받아서 전자책 리더로 읽을 수 있다.

아울러 이들은 '커먼스' 운동에 관한 다양한 자료를 소개할 예정이다. 우선 'P2P 커먼스 재단'이 배포한 <커먼스 전환과 P2P : 입문서(Commons Transition and P2P : a primer)>를 번역했다. <프레시안>은 박형준 준비위원이 번역한 내용을 연재할 예정이다.

☞홍기빈, 박형준 '지식공유지대 이커먼스' 준비위원 대담 : "'망리단길' 부동산 가치는 원래 누구 몫일까?"

P2P와 커먼스 경제를 가속화하는 10가지 방법들

그럼, 커먼스 기반 P2P 생산이 우리의 현재 경제를 어떻게 더 개선시킬 수 있을까? 행동을 위한 다음의 10가지 아이디어는 우리가 공동 자원에 기초해 생계를 창출할 수 있는 새로운 생산적 공동체와 윤리적 사업 연합의 새로운 관행에 대해 연구한 결과이다. 그것들은 새로운 윤리적 경제의 회복력을 강화할 수 있는 새로운 관행을 강조한다.

아래 도표는 세 가지 영역으로 구성되어 있다 : 자유로운(free, 공개적이고 공유 가능하고 공평한 접근 방식으로), 공정한(fair, 모든 사람들과 사회적으로 연대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sustainable, 우리 자신을 자연의 지배자가 아닌 그 일부로서 간주하고, 자연을 관리하고 복원하는 데 우리의 책임을 받아들이는).

사례 연구들 :

엔스파이럴(Enspiral), 센소리카(Sensorica), 그리고 팜핵(Farm Hack)

잘 기록된 자유, 오픈 소스 소프트웨어 프로젝트의 생태계 외에도 엔스파이럴(Enspiral), 센소리카(Sensorica), 그리고 팜핵(Farm Hack)도 점점 늘어나고 있는 커먼스 기반 P2P 생산 생태계의 복합성에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고 있다.엔스파이럴은 "중요한 사안에 대해", 즉 사회적으로 지향된 프로젝트에 "공을 들이는" 전문가들과 기업들의 네트워크이다. 개발자, 법률 및 금융 전문가를 비롯해 (생산적인 커뮤니티의) 다양한 전문가들로 이루어진 광범위한 커뮤니티를 포괄한다. 그들은 자신들의 기술과 창의적인 에너지를 한 데 모아 지식과 소프트웨어의 커먼스를 만들고 있다. 이 커먼스를 중심으로 형성된 사업 벤처들의 관계망이 (사업 연합체가) 그들 자신처럼 창조적인 공동체가 민주적인 거버넌스와 디지털 시대에 관련된 특정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오픈 소스 도구 및 서비스를 제공한다. 예를 들어, 루미오(Loomio)는 참여적인 의사 결정을 위한 오픈 소스 플랫폼이고, 라비드(Rabid)는 웹 개발에 대한 전문가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이다.이러한 그림은 이 네트워크 전체에 대해 협력을 용이케 하고 지원을 제공하는, 협동조합식으로 운영되는 비영리 단체인 엔스파이럴 재단(Enspiral Foundation, 호혜적 협회)을 통해 완성된다. 이 재단은 모든 전문가들과 회사들이 공식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 사업체이다. 재단은 네트워크의 인프라를 유지하고, 공동 재산을 보유하며, 그것의 문화와 임무를 보장한다.이 글을 쓸 당시 엔스파이럴 재단과 연계된 15개가 넘는 사업 벤처 중 하나 또는 여러 곳에 기여하고 있는 사람들이 약 300명이었다. 벤처 기업은 소프트웨어 솔루션 및 서비스를 고객들에게 제공함으로써 수익을 창출한다. 그 다음 그들은 이 수입을 기여자들에게 나누어 돌려주고 그 중 일부(보통 20 %)는 재단에 기부된다. 이 기금의 거의 절반은 재단의 운영비에 쓰이고, 나머지는 공동체가 제안한 프로젝트에 공동 기금을 통해 투자된다.엔스파이럴의 문화는 주주보다는 사회를 위한 가치 창출에 전념한다. 규약에 명시적으로 공동선을 지향하고, 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조건을 적극적으로 개발한다. 가치에 대한 이러한 접근법을 잘 보여 주는 핵심 요소 중 하나는 "수익 한도(capped returns)"이다. 투자자가 사업체의 주식을 기초로 받을 수 있는 총 수익에 상한(한도)을 도입하는 게 기본 개념이다. 이를 위해, 회사가 발행 한 주식은 합의된 가격으로 주식의 환매를 요구하는 매칭 콜 옵션과 결부된다. 일단 모든 주식이 회사에 의해 회수되면, 모든 미래 수익을 자유롭게 사회 임무에 투자할 수 있다. 이 메커니즘을 통해, 외부적이고 잠재적으로 추출적인 자본은 "협력적 자본"에 "융합되고" 규율된다.센소리카(Sensorica)는 센서 및 감각 시스템의 설계와 배치에 전념하고 있는 협력적 네트워크이다. 센소리카는 비즈니스, 공공부문, 시민 사회 조직과 함께 개인들 사이에서 상호작용을 만들기 위한 개방형 플랫폼을 제공한다. 여기에는 모든 종류의 기술과 전문가(예를 들어, 엔지니어, 연구원, 개발자, 변호사)가 포함된다. 그리고 부분적으로는 커먼스 기반 커뮤니티이고 부분적으로는 기업체이다. 한편으로 개인들과 조직들(생산 공동체)은 자원을 한데 모으고, 개방형 하드웨어 기술 솔루션을 생산하는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조직한다. 예를 들어, 가장 성공적인 센소리카 프로젝트 중 하나는 모스키토(Mosquito)이다. 이 장치는 생명공학 분야에서 수많은 응용분야를 가진 역학량/변위 센서 장치이다다른 한편, 종종 공동체에 의해 시작된 독립적인 비즈니스 사업체(사업 연합체) 그룹이 시장에서 혁신적인 솔루션을 발표하기도 한다. 모든 수익은 네트워크에, 특히 관련된 사람들에게 다시 분배된다. 이를 위해, 센소리카는 네트워크에서 가치 회계 및 자원 관리를 용이하게 하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이 시스템은 모든 프로젝트에서 모든 회원의 투입을 기록하고 결정하며, 각각의 기여에 비례하여 수익을 재분배한다. 한 프로젝트의 산출이 다른 프로젝트의 투입일 수 있으므로, 이와 동시에 프로젝트에서 사용하거나 생성한 관련 자원과 연관된 네트워크의 모든 활동을 추적한다.네트워크에 참여하는 모든 에이전트는 공통 인프라 및 자원을 관리하는 관리자(호혜적 협회)로 가입되어 있다. "비소유권(non-dominium)" 계약에 기초해 네트워크의 모든 자산과 부채를 비영리 조직이 보유한다."비소유권"은 어떤 에이전트나 에이전트의 결합도 공유 자원을 지배할 수 없다는 사실을 반영한다. 이는 개방적이고 대규모적 협업과 공동 창작된 가치의 공평한 분배를 결합하기 위해 노력하는 센소리카의 역동적이고 매우 적응력 있는 구조를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팜핵(Farm Hack)은 기계를 자체 제작하고 개선하는 농민 공동체이다. 연결망의 중심은 디지털 플랫폼이다. 거기서 생산적인 커뮤니티가 디자인과 노하우, 아이디어를 공유한다. 현재 플랫폼에는 500가지 이상의 기계를 갖추고 있으며, 커뮤니티에는 전 세계의 회원이 있다. 그들의 도구는 크리에이티브 커먼스(Creative Commons) 라이센스 하에 제공되며 모든 사람이 접근할 수 있다. 비영리 단체(호혜적 협회)는 공동체의 기풍과 바람에 따라 플랫폼을 모니터링 하고 유지 및 개선한다.

동시에, 가장 적극적으로 플랫폼에 기여하는 발명가/농부 중 일부는 원형 시제품 도구에 상당한 시간과 자원을 투자한다. 커뮤니티는 그들이 기업 활동(사업 연합체)에 참여할 수 있게 해준다. 그를 통해 커뮤니티의 커먼스를 풍부하게 하고 일련의 과정에서 자신들을 유지해 갈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그들이 채택하는 비즈니스 모델은 개방성의 기본 원칙이 유지되는 한 그들에게 맡겨진다. 그들은 도구나 부품을 제조하고 판매 할 수 있다. 그들은 부분적으로 조립된 키트를 판매하거나 단순히 다른 농부들이 자신의 도구를 만들 수 있도록 가르치는 워크숍을 실시하기도 한다. 이런 프로세스의 지속은 도전적인 과정이며 커뮤니티 내에서 주요한 논의 사항이다. 그러나 공동체로부터 이익을 얻는 지속 가능한 상업 활동의 창출과 동시에 공동체에 권한을 부여하는 것은 분명히 바람직하다.

엔스파이럴, 센소리카, 팜핵은 많은 자유, 오픈 소스 소프트웨어 프로젝트, 위키피디아, 그리고 가치 창출의 새로운 탈자본주의 생태계를 구축하는 개방형 디자인 프로젝트와 마찬가지로 우리가 설명했던 범위 내에 들어온다.

다양한 커먼스 기반 P2P 생산 프로젝트의 이러한 생태계는 디지털 커먼스를 통해 상호 연관되어 있다(하나의 프로젝트의 산출물이 다른 프로젝트의 투입물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커먼스 기반 P2P 생산은 다양한 소규모 생태계로 구성된 하나의 거대한 생태계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