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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피라이트? 카피레프트? 카피페어! ['커먼스' 시대가 온다] 커먼스 전환과 P2P <8>

신자유주의를 무작정 옹호하는 목소리는 이제 잦아들었다. 이른바 '줄푸세'(세금은 줄이고, 규제는 풀고, 법질서는 세운다) 구호는 확실히 한물 갔다. 신자유주의, 무분별한 사유화가 나쁘다는 건 다들 안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시장 만능주의가 나쁘니, 다시 국가주의인가?

국가 소유를 개인 소유로 돌리는 것, 혹은 그 반대.

지난 세기 역사는 이 두 가지가 모두 위험하다고 가르친다.

대안은 종종 주어진 선택지를 벗어난 자리에 있다. 무엇인가를 소유한다는 건, 아주 복잡한 개념이다. 국가가 소유하거나 특정 개인이 소유하는 것 말고도 다양한 선택지가 있다. 대상과 소유자가 꼭 일대일로 연결돼야 하는 것도 아니다. 온라인 공간에서 떠도는 숱한 정보와 지식에게 일대일 관계로 주인을 맺어주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인터넷 이용자라면, 누구나 공감할 게다.

'커먼스'(The Commons, 공유) 운동을 소개하는 건 그래서다. 우리에게 익숙한 일대일 대응 소유 개념은, 인류의 역사에 비춰보면 오히려 낯설다. 15세기 말, 영국 영주들이 땅에 울타리를 치고 농민을 몰아내면서 자리 잡은 개념일 뿐이다. 이 같은 '울타리 치기' 운동은 지금껏 이어졌지만, 여전히 미완이다.

울타리를 칠 수 없는 영역이 아직 많다. 앞서 거론한 온라인 정보만이 아니다. 평판, 명성, 친분처럼 손으로 만지기도, 숫자로 세기도 애매한 것들이 많다. 누구나 아주 소중하게 여기는 것들이지만, 익숙한 소유 개념으로 접근할 수는 없다. 예컨대 평판을 주식처럼 쪼개서 사고파는 건 불가능하다.

요컨대 국가와 시장에서 벗어난 '커먼스' 영역이 분명히 있다. 그리고 국가 소유와 개인 소유가 모두 온전한 대안이 아니라면, '커먼스' 영역을 확대하자는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일 가치가 있다.

미셸 바우엔스(Michel Bauwens), 데이비드 볼리에(David Bollier) 등이 주도한 'P2P 커먼스 재단'(P2P Commons Foundation)이 이미 활동 중이다. 말 그대로 '커먼스'에 대한 연구와 실천을 하는 재단이다. 한국에서도 이들과 연계한 활동이 시작됐다. "e-commerce(이커머스)의 시대에서 e-commons(이커먼스)의 시대로"라는 구호를 내걸고, '지식공유지대 e-Commons(이커먼스)'가 창립했다.

<프레시안>은 최근 홍기빈, 박형준 '지식공유지대 이커먼스' 준비위원과 대담을 진행했다. 홍기빈, 박형준 준비위원은 '지식공유지대 이커먼스'를 통해 지식과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그들이 그간 낸 책을 무료 전자책으로 공개하는 것부터 시작했다. '지식공유지대 이커먼스' 홈페이지를 방문하면, 누구나 pdf 파일을 내려 받아서 전자책 리더로 읽을 수 있다.

아울러 이들은 '커먼스' 운동에 관한 다양한 자료를 소개할 예정이다. 우선 'P2P 커먼스 재단'이 배포한 <커먼스 전환과 P2P : 입문서(Commons Transition and P2P : a primer)>를 번역했다. <프레시안>은 박형준 준비위원이 번역한 내용을 연재할 예정이다.

☞홍기빈, 박형준 '지식공유지대 이커먼스' 준비위원 대담 : "'망리단길' 부동산 가치는 원래 누구 몫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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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먼스 전환을 이루기 위한 실천적 지침

3. 재분배에서 사전-분배와 권한 강화로의 전환

우리는 재분배의 복지국가 논리를 넘어서는 어떤 것이 필요하다. 다시 말해, 우리는 기여하는 시민들의 창조적 자율성을 위한 조건을 창출하는 국가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 어떤 일이 일어난 이후의 재분배보다는 자원의 사전-분배(pre-distribution)가 요구된다.

앞에서 설명했듯이, 커먼스 기반 P2P 생산 생태계는 "관리" 혹은 "운영" 기관으로서 생산적인 공동체, 사업체 연합, 호혜적 협회로 구성된다. 더 광범위한 사회로 확장해서 보면, 이러한 구조는 커먼스에 기여하는 생산적 시민사회라는 비전을 제시한다. 이러한 사회는 커먼스를 중심으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매우 생성적인 시장에 의해 지지되고, 동반자 국가(partner state)에 의해 보호된다. 국가 내 공공기관들이 시민적 가치의 직접적인 창출 과정에서 그것을 지탱해 주는 역할을 한다.

동반자 국가는 시민권리의 보호자일 뿐만 아니라, 모든 시민들의 기여적인 역량을 촉진하는 역할도 한다. 그리고 커먼스 기반 P2P 생산 생태계에 필요한 인프라를 만들고 유지함으로써 시민사회가 가치를 직접 창출하는 것을 가능케 하고 권한을 강화해 준다. 이러한 국가 형태가 바로 급진적인 민주주의 절차와 실천을 (심지어 정부 교체의 절차와 실행까지 포함해) 시행함으로써 시민사회로부터 국가의 분리를 점진적으로 없애는 국가가 될 것이다.
핵심 개념 : 사전-분배(Pre-distribution)

예일 대학 정치학자 제이콥 해커(Jacob Hacker)가 만든 용어인 사전-분배는 정부가 세금이나 보조금을 통해 재분배 전략을 실시하기 전에 경제적 역량의 보다 더 민주적인 분배를 촉진하도록 시장을 개혁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자본주의가 불평등을 영리 사업을 영위하는 비용으로서 간주하고 그것의 완화를 비효율적인 국가에 떠넘기는 것과는 달리, 커먼스 접근방식은 처음부터 공정함 속에 세워나가는 것이다. 그것의 목표는 생성적인 업체들을 커먼스와 직접적으로 연계시킴으로써 분배적인 행위들을 생성적인 사업체 속에 병합하는 것이다.
동반자 국가의 접근방식은 복지국가 모델에 반하는 것이 아니고, 그것을 포함함과 동시에 초월하는 것이다. 그것은 복지국가의 연대 기능을 유지하지만, 시민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존재하는 관료주의를 제거한다. 사회적 논리는 소유 중심에서 시민 중심으로 이동하며, 국가는 공공 서비스의 공유화와 공공-커먼스 파트너십을 통해 관료화를 해제해야 한다.

앞장에서 설명했듯이, 도시 커먼스 보호와 부흥을 위한 볼로냐 규정(Bologna Regulation for the Care and Regeneration of the Urban Commons)과 바르셀로나 공유 시민 플랫폼(Barcelona En Comú citizen platform)같은 일부 도시 실천들에서 동반자 국가의 초기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사례 연구 : 도시 커먼스 보호와 부흥을 위한 볼로냐 규정

볼로냐 규정은 헌신적 시민들이 도시 자원을 공유지로 요청하는 것을 허용하는 헌법의 변화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그리고 시민들이 그 보호와 관리에 나서겠다는 관심을 천명할 수도 있다. 요청의 평가 절차가 끝나면, 시 당국과 "협정"이 조인된다. 시 당국이 어떻게 자원의 적절한 배합을 통해 이 운동을 지원할지, 그리고 공동의 "공공 커먼스"를 운영할지가 여기에 명시되어 있다.

볼로냐만 해도, 수십 개의 프로젝트가 진행되었으며, 140개 이상의 다른 이탈리아 도시가 그 뒤를 따랐다. 이 규정은 시민들에게 정책 제안을 펼칠 수 있게 하고, 도시와 그 인프라를 변화시킬 수 있는(이를 가능케 하는) 직접적인 권한을 부여한다는 점에서 급진적이다. 그 핵심은 논리의 역전이다. 다시 말해, 시민이 시작하고 제안하면, 시 당국이 그를 가능케 하고 지원한다.
4. 부차적 자본주의(Subordinate capitalism)

자본주의 하에서 시장은 지배적이며 모든 것은 상품화되는 경향이 있다. 자본주의는 이윤을 극대화하려는 추출적인 (사회적) 관계이다. 자본주의는 자연이 준 선물을 마구 먹어치우며, 노동자를 착취하고, 자유, 오픈 소스 소프트웨어의 자유로운 노동과 개방형 디자인 노동자들을 등친다.

그런데 우리는 시장을 완전히 없애는 것을 원하는가? 시장은 커먼스 지향 사회에서 계속 존재할 것이다. 하지만 거기서의 시장은 추출적인 성격과는 정반대의 의미로서 매우 생성적일 것이다. 이것은 시장이 커먼스에 복무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오늘날 커먼스 기반 P2P 생산 참여자들은 커먼스를 생산하면서 생계를 만들어 가기 위해 고군분투 하고 있다. 한편으로 동반자 국가가 기본 소득과 보조금을 통해 그들을 지원할 수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 커머너들은 새로운 시장 사업체를 만들어 그들의 기여가 지속 가능하도록 촉진함과 동시에 새로운 시장 사업체가 계속해서 커먼스에 기여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이것을 달성하는 한 가지 방법이 바로 카피페어(CopyFair) 라이센스를 사용하는 것이다.

이 접근방식에서는, 지식의 자유로운 공유가 – 즉, 비물질적 커먼스의 보편적 이용이 – 유지되지만, 상업화는 자본주의 시장 영역과 커먼스 영역 사이에 호혜성에 기초해서만 이루어진다. 이 접근방식은 커먼스 지향 사업체 연합의 생태계가 비물질적(그리고 궁극적으로 물질적인 것 까지 포함한) 자원들을 모아 모든 참여자들이 편익을 얻을 수 있도록 한다.
핵심 개념 : 카피페어(CopyFair) 라이센스

커먼스 기반 호혜적 라이센스(또는 "카피페어" 라이센스)는 커먼스 내부에서 라이센스를 획득한 내용물을 자유롭게 사용하고 제한 없이 상업화할 수 있게 열어준다. 이윤을 추구하는 사업체가 라이센스 요금 또는 다른 방식으로 커먼스에 기여하기만 하면 된다. 그러나 비-호혜적인 방식으로 전유하는 것은 방기하지 않는다.

카피레프트 라이센스는 내용물에 대해 이루어진 변화와 향상을 다시 커먼스에 돌려보내기만 한다면 누구든 라이센스가 허용하는 지식 커먼스의 재사용할 수 있게 허용한다. 이것 역시 많은 진전을 이룬 것이지만, 공정성의 요구를 빼먹으면 안 된다. 물질적 생산은 자원 또는 내용물을 찾는 과정과 기여자들에게 대가를 지불하는 과정이 들어 있다. 추출적인 모델들은 이러한 커먼스를 마구 상업적으로 착취하면서 이득을 취한다. 그러므로 지식 공유는 언제나 유지되어야 하지만, 우리는 또한 커먼스의 상업적 착취에 대해 호혜성을 요구해야만 한다. 이렇게 해야 현재 사회적, 환경적 비용으로 내부화된 윤리적 경제 사업체들을 위한 평탄한 운동장이 만들어진다. 지식을 공유함과 동시에 상업화의 권리와 호혜성의 교환을 요구하는 카피페어 라이센스의 사용은 이러한 균형을 촉진할 것이다.

카피페어 라이센스의 첫 사례가 바로 P2P 생산 라이센스(Peer Production License)이다. 이는 실질적으로 크리에이티브 커먼스 비-상업적 라이센스의 한 갈래인데, 노동자-소유 협동조합과 여타 비-착취 조직들이 라이센스를 받은 내용물을 자본화할 수 있게 허용하지만, 이러한 가능성을 추출적인 기업들에게는 허용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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