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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들에게 물었다 "위험한 성형 수술, 왜 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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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들에게 물었다 "위험한 성형 수술, 왜 하시나요?"

[토론회] 한국의 성형 실태 및 대안 모색을 위한 포럼

"취업이 안 되면 이유를 찾잖아요. 저는 학벌이라든지, 영어 성적이라든지…. 기타 등등에서 더는 찾을 이유가 없어서 외모나 인상, 내 말투에서 많이 찾았어요. 그래서 다이어트를 결심했어요. 이유를 찾다 찾다 외모가 아닌가 생각한 것 같아요." (25세. 신입 사원)

"자기 관리를 하지 못하면 일도 못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요. 자기 관리를 잘하는 건 외모를 꾸미고, 살을 찌우면 안 되고. 이게 다 같이 있어요. 성공하고 능력 있는 사람은 잘 꾸며야 한다." (37세. 보험 설계사)

"우리 때(10년 전)는 외모는 '약간 조금 더 도움이 될까?' 이 정도 수준이었고 그때 가장 큰 고민은 언어였어요. 외모는 부차적(고민)이었고요. 지금은 거의 성형은 다 하고 들어오는 것 같아요." (30대. 항공 승무원)

11일 한국여성민우회(이하 민우회)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남윤인순 의원이 주최한 '한국의 성형 실태 및 대안 모색을 위한 포럼'에서 발표된 사례들이다. 민우회는 최근 성형 및 다이어트 경험이 있는 여성 22명을 상대로 "왜, 어떤 순간에 성형을 결심하는가"에 관한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례를 발표한 민우회 여성건강팀 김희영 씨는 "사례에서 볼 수 있듯, 외모는 한국 여성들에게 자기 관리의 중요한 평가 척도"라며 "이력서에 키와 몸무게 작성을 요구하는 등의 노골적인 용모 차별은 점차 줄어들고 있지만, 실제 여성에게 가해지는 외모 압박은 더욱 교묘하고 정교하게 노동 시장에 뿌리내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 성형외과 밀집 지역. ⓒ연합뉴스

"정부와 지자체가 성형을 상품으로 삼아 시장 활성화 꾀해선 안 돼"

만연한 외모 차별은 한국을 성형 수술을 가장 많이 받는 나라로 만들었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국제미용성형외과의사협회(International Society of Asthetic Plastic Surgeons)의 보고서를 인용해 지난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한국은 재작년 기준 인구 1000명당 성형 수술을 한 해 13.5건 받았다. 조사 대상에 오른 국가 중 가장 횟수가 많다. 77명 중 1명이 성형 수술을 받은 셈이다.

이와 관련, 영국 코벤트리대 문화미디어학과 김종미 교수는 "서구 언론은 종종 한국을 성형 공화국(Republic of Plastic Surgeon)이라고 소개하고 있다"며 "특히 최근에는 한국이 이른바 한류를 내세워 의료 관광을 상품화하며, 아시아 지역 여성들을 성형 산업으로 끌어모으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강남구는 지난 2일 압구정동 강남관광정보센터에 의료 관광을 지원하는 '메디컬 투어 센터'를 열었다. 센터 제막식에는 신연희 강남구청장이 JK성형외과 대표 등 지역 성형외과·피부과·의료 한방의들과 함께 참석했다.

남윤인순 의원은 "성형이나 외모 관리를 상품으로 삼아 시장 활성화를 꾀하려는 정부와 지방자치체의 정책은 왜곡된 몸의 이미지를 확산하는 주요한 원인이 되고 있다"며 "부당한 외모 차별과 배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또 국민의 건강권을 지키기 위해 성형 산업에 대한 최소한의 정책과 규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노골적으로 성형 수술 광고하는 미디어…"사회적 파급력 성찰해야"

이날 포럼에서 첫 규제 대상에 오른 것은 미디어였다. 윤정주 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소장은 "미용 성형 광풍이 형성된 데에는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미디어"라고 꼬집었다.

윤 소장은 "드라마, 예능 등 장르를 불문하고 텔레비전에 나오는 여성 출연자는 대개 남성 출연자보다 더 어리고, 더 마른 몸이며, 더 화려한 차림새를 하고 있다"며 "미디어는 지속해서 '여성은 예뻐야 출세할 수 있고 사회에서 인정받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더욱 큰 문제는 최근 들어 미디어가 노골적으로 성형 수술을 광고하고 있는 점이다. 케이블 채널 스토리온의 간판 프로그램 중 하나인 <렛미인>은 일반인에게 직접 성형 수술 기회를 제공하고, 그 전 과정을 공개한다. 커다란 위험을 감수하고 수술을 감행한 출연자는 프로그램 말미에 화려한 외모로 등장한다. 방청객들은 손뼉을 치고, 프로그램 사회자들은 때때로 감동의 눈물을 보이기도 한다.

윤 소장은 "미디어가 최소한 성형 수술 방법을 자세히 언급하거나, 때로는 목숨을 걸어야 하는 성형 수술을 가벼운 웃음거리로 다루지 말아야 한다"며 "미디어 종사자들은 자신의 프로그램이 어떤 사회적 파급력을 가지는지를 성찰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케이블 채널 프로그램 <렛미인> 홈페이지 갈무리

"사회적·정책적 규제 시급"

이날 포럼 참석자들은 성형 산업에 대한 사회적·정책적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데 입을 모았다. 성형 산업을 지금처럼 자연스러운 시장의 하나로 인식하다가는 국민, 특히 여성의 건강권이 크게 위협받을 거란 문제의식이다.

이상윤 건강과 대안 책임연구원은 "현행 의료법에 따라 무면허 의료 행위는 금지되어 있음에도, 면허가 없는 사람의 사이비성 미용 성형 행위가 횡행하고 있다"며 "정부 관계 기관이 비의료인에 의한 성형 수술을 적극 단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성형 수술 이후에 생길 수 있는 부작용 및 수술 위험성을 의사가 의무적으로 설명토록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민주 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이한본 변호사는 "현재도 의사가 수술 후유증 및 위험성을 충분히 설명하지 않았다면, 수술 이후에 문제가 생겼을 때 위자료 청구가 가능하다"며 "이를 넘어 설명 의무를 의료법에 명시하는 방안도 고민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성형 광고를 규제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 변호사는 "수술 장면 등을 직접 노출하는 광고나, 심각한 부작용 등 주요 정보를 누락하는 광고는 관계 당국이 강력히 규제해야 한다"며 "이를 통해 미용 성형 확산 속도를 늦추고, 불필요한 성형 수술에 대한 경각심을 사회가 갖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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