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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없는 2013 에너지 전쟁, 밀양이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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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없는 2013 에너지 전쟁, 밀양이 옳다! [초록發光] '보상'이 아닌 '보장'이 필요하다
2011년 이후 우리는 두 건의 큰 사건을 통해 에너지에 대한 인식을 전환해 가고 있다.

많은 사람이 짐작하겠지만, 바로 2011년 3월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와 2012년 1월 밀양 송전탑 건설을 반대하는 한 70대 노인의 분신 자결이 그것이다. 후쿠시마 사고가 핵 발전에 대한 인식의 전환을 불러왔다면, 밀양의 765킬로볼트 송전탑 반대 투쟁은 잘못된 전력 공급 체계에 대한 자각을 가져왔다.

밀양의 저항도 기존의 송전탑 반대 투쟁이 대부분 그러했듯이 주민들의 건강과 재산에 대한 심각한 피해 우려로 시작되었다. 그리고 한국에서 이러한 투쟁은 언제나 '님비(NIMBY)'라는 이름으로 왜곡되어 왔다. 송전탑 건설로 인한 편익은 늘 송전탑이 들어서는 지역의 주민들이 감수하는 비용에 비해 가치 있는, 즉 "공익"으로 간주되었고 주민들의 투쟁은 공익에 대비되는 사익을 챙기기 위한 보상금 갈등 정도로 치부되었다.

바로 이를 전제로 하여 '전원 사업'으로 지정되면 사업자 즉 한국전력이 19개 법률의 규제 사항을 자동적으로 면제받고 토지 소유자의 동의가 없어도 강제 수용을 할 수 있도록 한 전형적인 개발 독재의 유물, 전원개발촉진법의 강력한 법적 뒷받침을 받으면서 말이다.


그러나 전력 공급이 곧 공익이라는 낡은 공식은 크게 세 가지 측면에서 이미 깨졌고 깨지고 있다.

첫째, 시민 사회는 이 전력의 공급이 실은 사회 전체가 아니라 일부 대도시 지역을 위해서 필요한 것임을 자각하게 되었다. 그래서 밀양 송전탑 문제를 비로소 "님비"가 아니라 "전력의 생산과 송전은(희생은) 농촌에서, 전력의 소비는(혜택은) 대도시에서" 이루어지는 불평등한 구조의 문제로 받아들이게 된 것이다. 그 결과 대도시의 시민들은 밀양의 송전탑 건설 현장을 찾아 연대하고(탈핵 희망 버스) "우리가 밀양이다"라고 선언하게 되었다.

둘째, 이제 전력의 공급 중심 그리고 이를 위한 대규모 발전 단지라는 한국 에너지 정책의 방향 자체가 변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끝을 알 수 없이 터져 나온 부품 위조와 비리, 잦은 고장으로 결국 지난 초여름 우리는 핵발전소 10기가 멈추는 상황을 맞이했지만 우려했던 전력대란은 없었다. 바로 수요 관리 덕분이다. 이제 수요 관리 중심으로의 에너지 정책 전환은 정부조차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지금 초안 작업 중이라는 제2차 에너지 기본 계획 논의에서도 핵심은 수요 관리 그리고 이를 위한 전기 요금 체계의 개편이다.

셋째, 수요 관리가 중요해진 데에는 사실 대규모 발전 단지와 송전망이 이미 어느 곳에서 먼저 사고가 날지 모르는 포화 상태에 있다는 일치된 인식이 깔려 있다. 발전소이든 송전 선로이든 너무 밀집되어 있을 때에는 과도 안정도의 문제가 발생해 전체 발전 시스템이 붕괴될 수 있다는 것인데, 이는 반핵 또는 탈핵 진영이 아니라 전력 전문가들로부터 먼저 나오고 있는 목소리다(과도 안정도는 정상 시에는 안정적으로 돌아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외부 충격이 왔을 때 전체 시스템이 붕괴될 수 있는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이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자연스럽게 전력 계통에서 중요한 것은 공급이 아니라 우리가 처한 한계 내에서의 운영이 된 셈이다.

▲ 지난 6월 21일 밀양의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소위 '밀양지원법'을 저지하는 기자 회견을 열고 있다.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살펴보았듯이 영원불변의 공익이란 없다. 공급 중심의 전력 정책은 이제 공익을 대변하지 않는다. 사회적 인식과 수요가 변화되었다면 최소한 기존에 공익으로 인식되어 온 것에 대한 국가 차원의 재검토가 필요하다. 그리고 이 검토는 당연히 정부 내에서 이루어질 성격이 아니다. 사회적 합의 과정이 필요하며, 정부의 몫은 이 합의 과정을 추진하는 것이다.

전문가 협의체의 파행 이후 밀양의 주민과 송전탑 반대 대책위원회는 TV 공개 토론회와 사회적 공론화 기구의 구성을 제안했다. 해외의 유사 사례를 스스로 찾고 이와 관련된 단체와 전문가들을 초청할 계획까지 세우고 있다. 전문가 협의체 기간에는 정부나 한국전력조차 찾지 않은 기술적 대안을 찾아내더니, 이번에는 응당 정부가 해야 할 일을 사회적 합의 과정을 만들어보겠다는 놀라운 제안이다.

그런데 더 놀랍게도 정부와 한국전력은 기존보다 오히려 후퇴하고 있다. 전문가 협의체 협상의 결렬 직후 정부가 내놓은 해법은 주민들에게 '설득'이 아니라 '설명'을 하겠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대안과 미국 사례 재검토 등에 대해서는 해봤자 결론은 바뀌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사업을 빠르게 추진하는 것만이 답이며, 전 국민이 반대하는 사안이 아니기 때문에 전국 방송을 통해 공개 토론을 할 이유가 없다고 당당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님비를 벗어난 지 한참인 사항을 다시 되돌려 보상을 하겠다 한다. 사회적 인식의 변화를 전혀 체감하고 있지 못하거나 악의적으로 무시하고 있는 것이다.

다시 한 번 말하자면, 깨진 공식을 채우기 위해서는 사회적 공론화와 이에 따른 사회적 합의가 불가피하다. 이것을 정부가 알아서 하겠다는 것은 1970~80년대에나 가능했다. 이 갈등을 정말 풀고자 한다면 그리고 가장 빠르게 푸는 방법은 역설적으로 가장 느려 보이는 사회적 합의뿐이다.

이제 시민들과 에너지 시스템은 중앙 집중식 대규모 에너지 공급 체계의 비민주적이고 부정의하며, 불안정한 그늘에서 벗어나 그 다음을 원하고 있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 정부가 해야 할 것은 '보상'이 아니라 국민 권리의 '보장'이다.

'초록發光'은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와 <프레시안>이 공동으로 기획한 연재입니다.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는 이 연재를 통해서 한국 사회를 '초록의 시선'으로 읽으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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