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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 흘린 박근혜, '천안함 시험대'는 이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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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 흘린 박근혜, '천안함 시험대'는 이제부터 보수 '北風몰이'에 '박근혜의 원칙'은 무엇인가?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눈물을 훔쳤다. 그는 27일 경기도 평택 해군2함대 사령부에 마련된 천안함 희생 장병 46명의 합동분향소를 찾아 안타까움을 표하며 눈물을 보였다. 유가족들과 일일이 악수했다. "얼마나 가슴이 아프시냐. 힘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위로했다. 그 자리에 머문 45분 동안 정말 '조문'만 했다.

눈물을 보였으니 보수 진영이 박 전 대표를 봐줄까? 천안함 사건 발생 한 달. 보수 진영에서 '북한 도발설'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어떻게 응징을 할 것이냐가 문제일 뿐. 그런데 보수의 가장 유력한 차기 대선주자가 아무 말이 없다. 고와 보일 리 없다.

게다가 박 전 대표는 사건 발생 초기이던 지난달 31일 "국민이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이 상당히 많다. 정부와 군에서 국민이 납득할 수 있게끔 한 점 의혹 없이, 그리고 가감 없이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고 정부의 '비밀주의'를 질타했다. 그의 측근인 이성헌 의원은 대정부질문에서 "국민들이 어떻게 정부를 믿고 안위를 맡길 수 있느냐"고 구멍 뚫린 안보를 질책하며 정운찬 국무총리의 사퇴를 요구하기까지 했다.

천안함 사건은 박 전 대표에게 큰 시험무대다. 시험대에 올린 쪽이 정치적 지지기반인 보수라는 점에서 박 전 대표에겐 시련이기도 하다. 최근 조갑제 전 <월간조선> 대표가 "천안함 사건에 정치 지도자는 반드시 발언을 해야 될 의무가 있다"고 박 전 대표를 겨냥했다. 그는 일찌감치 "김정일을 만난 뒤 사람이 달라졌다"고 박 전 대표의 '사상 전향'을 문제 삼아왔다. 2002년의 방북 전력은 천안함 국면에선 영락없는 주홍글씨다.

보수는 집요하게 묻고 있다. "원칙의 정치인 박근혜, 천안함에 대한 원칙은 무엇이냐"고. 이명박 대통령과 정부, 보수언론이 사실상 '잠정 결론'을 내린 대로 상황이 흘러갈수록 박 전 대표는 궁지에 몰리게 된다.

박 전 대표에 대한 보수의 공격은 이명박 정부 들어 뚜렷해진 보수진영과 박 전 대표 사이의 길항관계를 배경으로 한다. 미디어법 파동에서 이명박 정부와 엇박자를 냈을 때 보수언론은 정색하고 그를 공격했다. 소위 수도권 중심주의 세력도 세종시 문제에 대한 박근혜의 '몽니'가 불편했다. 그때마다 보수를 자임하는 거리의 투사들은 "좌파 폭도와 야당 편을 든다"면서 박 전 대표에게 한나라당 탈당을 요구하기도 했다.

천안함 사건은 이명박 정부에서 박 전 대표가 행한 이 모든 '미운털'이 복기되는 계기가 되기에 손색없다. 보수 진영에는 박 전 대표가 다음 대통령이 되는 걸 마뜩찮아 하는 부류가 꽤 있다. 이유는 놀랍게도 "박근혜는 너무 진보적"이라는 것이다. 그 근저에 2002년 김정일 위원장과 만난 '원죄'가 있음은 물론이다. 그로 인해 김대중 대통령의 햇볕정책에 대한 호의적인 평가, '좌파 정권 10년' 대북정책에 대한 무비판으로 이어졌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박 전 대표를 보는 보수의 눈초리가 이러하기에, 천안함 사건은 중원으로 내달려온 박근혜 정치 노선의 진정성을 가늠해 볼 무대다.

박 전 대표가 '열공' 중이라는 '복지'에 대한 화두도 그 테두리 안에서 경계가 구획될 성 싶다. 민주당의 3선 중진의원이 "우리사회가 갖고 있는 작동 원리가 왜 안 돌아가는지 정확히 꿰뚫고 있더라. 저 넓은 중간파를 향해 뚜벅뚜벅 걸어오고 있다"고 위기감을 토로했으나, 박 전 대표의 정치 기반이 보수인 한, 남북관계가 침몰된 국면에서 그의 포괄적 정치 철학이 분명해지기 마련이다.

일각에선 북한 응징론을 주도하고 있는 한나라당 정몽준 대표의 고강도 발언이 박 전 대표의 아킬레스건을 노린 정치적 행위로 분석하기도 한다. 여러모로 박 전 대표의 다음 행보가 주목될 수밖에 없다. '눈물'로 모양새를 낸 조문 국면 이후, 박 전 대표마저 '응징론'에 올라탈 것인지 8년 전 김정일 위원장과 만나 확인한 7.4 공동성명과 6.15 남북공동선언의 정신을 견지할 것인지, 우회로 없는 갈림길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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