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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님, 교육부패와의 동거는 불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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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대통령님, 교육부패와의 동거는 불륜입니다" [인터뷰] 상지대 사태 7일째 단식 농성, 정대화 교수
사람에게 곡기를 끊는다는 의미는 어떤 것일까. 희끗희끗한 머리카락은 짧게 잘려 있었다. 입술은 비쩍 말라 안 그래도 얇은 입술이 더욱 얇아 보였다. 연신 입술에 침을 발랐지만 소용이 없었다. 인터뷰를 진행하는 내내 물로 입술을 축였다. "괜찮습니까"라는 기자의 질문에 "되레 정신이 맑아져 좋다"고 웃음을 내보였다. 하지만 두 볼은 움푹 들어가 있었다. 며칠 깎지 못한 수염은 덥수룩하게 나 있었다.

상지대 사태 해결을 촉구하며 7일째 단식 농성을 벌이고 있는 정대화 상지대(교양학부) 교수였다. 정대화 교수는 지난 3일 교육과학기술부 앞에서 삭발식을 진행했다. 이후 아침부터 저녁까지 교과부 앞에서 연좌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상지대 교수들은 3일씩 돌아가며 단식농성에 동참하고 있다. 벌써 20여 명의 교수들이 단식을 함께 했다. 하지만 정대화 교수처럼 일주일째 단식을 이어가고 있는 교수는 없다. 8일 상지대 비상대책위원회가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대규모 집회를 진행했다. 약 2000여 명의 학생, 교수 및 직원들이 참석했다. 이곳에서 정대화 교수를 만났다.

"힘 있는 자의 정책 바꾼다는 게 쉬운 일인가"

정대화 교수는 아직까지는 "괜찮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그는 "이제는 안 먹는 게 편하다"고 했지만 수분이 부족할 경우 위험할 수 있기에 늘 물통을 들고 다녀야 했다. 올해로 쉰다섯이다. 자칫 건강을 해치면 다시 회복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는 나이다. 그럼에도 그의 의지는 단호했다.

"힘 있는 자의 정책을 바꾼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닙니다. 선거에 지고서도 4대강 사업이나 세종시 수정안 등을 계속 강행하려는 것 보세요. 우리도 힘을 발휘하는 수밖에 없어요. 삭발, 단식 등 할 수 있는 건 다 해봐야죠. 그렇게 해서 김문기 전 이사장을 막을 수만 있다면 열흘이고 더 단식을 하겠습니다."

▲ 단식 중 상지대 비대위에서 주최한 대규모 집회에 참석한 정대화 교수. ⓒ프레시안(허환주)

정대화 교수는 상지대 사태를 단순한 개별 학교의 문제로 보고 있지 않았다. 이명박 정권 들어 교육계에 불어오는 보수화의 거대한 흐름 중 하나로 판단했다. 정 교수는 "성명서, 기자회견 등으로 여기에 맞서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며 "강한 힘에는 강한 힘을 보여줘야 한다"고 단식 이유를 설명했다.

정대화 교수는 상지대 사태가 해결되기 위해선 무엇보다도 사학분쟁조정위원회의 올바른 판단이 필요하겠지만 그것은 요원하다고 판단했다. 비록 교과부가 지난 3일, 사분위에게 상지대 사태와 관련해 청문회를 열 것을 요청했으나 이러한 일련의 과정이 보수화된 사분위의 생각을 바꾸진 못한다는 것.

정대화 교수는 "'청문요청' 결정은 그나마 다행한 일"이라면서도 "하지만 결국 최종 결정을 연기한 것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힘에는 힘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것을 거듭 강조했다.

"우리의 목적은 사분위 결정이 집행되지 않도록 하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선 강한 힘, 즉 구성원 간의 단합, 시민단체의 연대, 정치권의 지원 등이 필요합니다. 이 세 가지 조건이 만들어 지기 위해선 무엇보다도 우리, 즉 주체가 바로 서야 합니다. 그래야 연대도 되고 단결도 이뤄지기 때문입니다."

실제 지난 3일 교과부 앞에서 삭발을 진행하고 단식 농성에 돌입하자 연대하는 단체도 많아지기 시작했다. 정대화 교수에게는 수많은 격려 메시지가 휴대전화로 밀려오고 있었다.

"이번 싸움이 민주화 위한 마지막 싸움"

정대화 교수는 "단식으로 인해 몸은 불편하지만 마음만은 가장 행복하다"고 했다. 그는 "학교라는 곳이 직장이지만 직장과는 엄연히 다르다"며 "지식인으로서 양심과 신념에 따라 행동을 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정대화 교수는 "옳은 싸움을 하고 있고 옳은 길을 함께 가고 있기에 힘은 들지만 행복하다"며 "교수들도 똘똘 뭉쳐 이번 사태에 대응하니 학생들도 함께 열심히 하고 있다. 이런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다"고 자랑스러워했다.

실제 상지대 교수협의회 소속 253명의 교수 대부분이 이번 사태에 공동대응을 하고 있다. 얼마 전에는 교수 1인당 100만 원씩 투쟁기금을 모금했다. 대부분 교수들이 흔쾌히 모금에 응했다. 그렇기에 정대화 교수는 이번 싸움에서 자신들이 "이길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내가 정치 분석만 30년을 해왔다"며 "딱 보면 감이 보인다"고 투쟁에 대한 강한 자신감도 내비쳤다.

정대화 교수는 "이번 싸움이 마지막 싸움이라고 생각한다"며 "상지대 민주화의 화룡점정을 하는 싸움"이라고 칭했다. 그간 학내 민주화를 위해 수십 년 간 진행된 분규가 이제는 마무리 되어야 한다는 것. 그의 바람이 이뤄질지, 아니면 수포로 돌아갈지, 오는 29일로 예정된 사분위 본회의를 주목해 본다.

인터뷰가 끝난 뒤 정 교수는 <프레시안>에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내는 편지를 기고해왔다. 다음은 정 교수의 기고 전문이다.

"이명박 대통령님, 교육부패와의 동거는 불륜입니다"

국정 중반기를 맞아 나라 안팎의 중요한 국정과제를 수행하시느라 여념이 없으실 대통령께 저희 상지대학교 문제를 말씀드리는 것을 양해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이런 방식이 아니고서는 상지대학교가 처한 절박한 상황을 대통령께 알려드릴 방법이 없는 상황을 헤아려주시길 바랍니다.

상지대학교는 55년의 역사를 가진 사립대학으로서, 강원도 원주에서 지역인재와 수도권 인재의 양성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저희 상지대학교는 과거 발전과정에서 부패한 구 재단 문제로 인해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습니다. 그러나 정부의 적절한 지원과 저희 구성원들의 단결된 노력으로 역경을 잘 이겨내고 지금은 강원권의 명문사학이자 전국에서 가장 민주적이고 투명하게 운영되는 대학으로 우뚝 서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최근 교육과학기술부 산하 사학분쟁조정위원회가 우리 국민들의 보편적인 상식에도 어긋나는 터무니없는 결정을 함으로써 저희 상지대학교 구성원들은 이루 헤아릴 수 없이 큰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과거 상지대학교를 부정비리와 불법부패의 나락으로 떨어뜨리고 구성원들에게 감당할 수 없는 고통과 좌절감을 안겨주었던 사람이 구 재단 김문기 씨입니다. 하지만 사분위는 그에게 대학을 돌려주려는 결정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대통령께서도 잘 알고 계시는 것처럼, 김문기 씨는 대한민국의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는 우리나라의 가장 대표적인 부패인사입니다. 단순한 부패가 아니라 장기간에 걸쳐 수많은 교육 비리를 자행해온 사학비리의 전형적인 인물입니다. 이런 이유로 김영삼 대통령의 개혁과정에서 구속되어 실형을 산 전과기록을 가지고 있는 가장 대표적인 교육범죄자입니다.

이와 같은 전과를 가진 부패인사가 국가백년대계를 준비하는 고등교육기관의 운영자가 될 수 있겠습니까? 이런 인사가 어떻게 가장 민주적이고 가장 도덕적이어야 할 교육기관의 책임자가 될 수 있겠습니까? 이런 인사가 어떻게 글로벌 경쟁이 요구되는 대학교육을 감당할 수 있겠습니까?

사학분쟁조정위원회가 지난 4월 29일자로 내린 결정은 천부당만부당한 결정입니다. 이 결정은 국민들의 상식을 짓밟아버린 나쁜 결정이자 교육의 도덕성과 순수성에 침을 뱉어버린 저급한 결정입니다. 사학분쟁조정위원회는 단순히 상지대학교의 정 이사 비율을 잘못 결정한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 교육의 기준과 품격을 무너뜨려버린 것입니다.

대통령께서는 지난 봄 교육비리가 터져 나왔을 때 교육부패 척결을 강조하셨습니다. 최근에는 교육부패 척결을 6.2지방선거 이후 추진할 역점과제로 설정하셨습니다. 참으로 시의적절한 결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사학분쟁조정위원회는 대통령의 정책의지와 무관하게 이미 충분히 정상화되어 교육목표를 초과달성하고 있는 대학을 분규대학으로 지정하여, 그 대학을 대표적인 부패인사에게 돌려주려고 혈안이 되어 있습니다. 사분위가 선무당이 생사람 잡는 방식으로 정상적인 대학을 분규대학으로 만들고 있는 것입니다.

대통령께서는 사학분쟁조정위원회가 오래전부터 '사학분쟁조장위원회'로 명칭을 변경했다는 소문을 들어보셨습니까? 최근에는 그간의 활동을 평가하고 활동에 부합하는 명칭으로 변경할 것을 검토하면서 일단 '부패재단 복귀추진위원회'라는 명칭을 잠정안으로 확정했다는 소문도 있습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인지요? 사학분쟁조정위원회는 대통령님의 정책을 반대하는 야당의 조직인지요? 아니면 대한민국에 반기를 든 반체제 집단의 조직인지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대통령님의 집권기간에 일어나고 있습니다.
▲ 지난 3일 교과부 앞에서 삭발식을 진행하고 있는 정대화 교수.(가장 왼쪽) ⓒ프레시안(허환주)

하여 이명박 대통령께 다음 네 가지를 묻고 싶습니다.

첫째, 17년 전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면서 감옥으로 갔던 사학비리의 대표인사가 이제 와서 대학운영권을 장악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 일인지 묻고 싶습니다. 이것이 대학교육발전에 도움이 되는 일인지, 이것이 과연 대통령의 교육정책을 반영한 것인지 묻고 싶습니다.

둘째, 김문기 씨가 상지대학교의 설립자가 아니라는 사실은 전 세계가 다 아는 사실입니다. 매우 역설적입니다만, 그 자신 과거 상지대학교에 임시이사로 파견되었다가 정이사가 된 경력을 가진 사람입니다. 그이는 20년 동안 대학을 운영하면서 상지대학교를 부패공화국, 동토의 공화국으로 만들었다가 법의 심판을 받았던 자인데 이제 와서 그이가 대학을 건실하게 운영할 수 있다고 판단할 근거가 있는 것인지 묻고 싶습니다.

셋째, 교육부는 17년 전 김문기 씨에게 '대학운영 부적격자' 판정을 내렸습니다. 그런데 이제 와서 교과부와 사분위가 그이를 복귀시키려는 것은 그이가 '대학운영 적격자' 지위를 회복했다는 것인데, 이렇게 된 이유가 과연 무엇입니까? 김문기 씨가 대오각성하고 개과천선이라도 했다는 것인지요? 아니면 김문기 씨와 교육부패를 바라보는 교과부의 기준이 기업 살리기 규제완화 차원에서 현저하게 낮아진 것인가요? 대통령님의 답변을 듣고 싶습니다.

넷째, 17년 전, 김영삼 대통령께서는 당시 민자당 소속 3선 의원이자 강원도당위원장으로 거물급 정치인이었던 김문기 씨를 대표적인 부패인사로 지목하여 정계와 교육현장에서 배제하는 조치를 취하였습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사분위가 김문기 씨의 복귀를 추진하는 것은 17년 전 폐기처분한 것을 대통령께서 다시 줍는 것이자, 대통령님을 대표적인 부패인사와 동일 부류로 취급하는 것일 뿐입니다. 이에 대하여 대통령님의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사정이 이러하기에 이명박 대통령님께 저희 구성원의 뜻을 전해드리고자 합니다. 우리 상지대학교의 교수, 학생, 직원, 동문 등 모든 구성원들은 전형적인 교육전과자, 대표적인 부패인사의 복귀를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이사장으로 재직했던 20년 동안 온갖 부정비리를 자행했고 감옥에서 출소한 후 지난 15년 동안에도 과거의 잘못을 반성하고 뉘우치기는커녕 온갖 비열한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여 학교발전을 방해하고 구성원들을 고소고발하면서 괴롭혀온 저 후안무치한 인사를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자신이 저질렀던 모든 범죄행위를 인정하지 않는 것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대법원에서 최종적으로 1년 6개월을 선고받아 실형을 살았으면서도 자신은 대법원에서 무죄판결을 받았다고 강변하는 저 철면피한 인사를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자신이 저지른 부정비리를 은폐하고 학생들의 정당한 요구를 탄압할 목적으로 "꽃으로도 때리면 안 될" 젊은 대학생 제자 100여 명을 간첩으로 몰아넣은 용공조작을 자행한 반교육적 도덕파탄자를 결단코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이명박 대통령님! 대통령께서 학생이라면 이런 부패인사를 용납하실 수 있겠습니까? 이런 인사가 이사, 이사장, 총장이라고 할 때 그 학교를 자랑스럽게 생각할 수 있겠습니까? 대통령께서 학부모라면 이런 인사가 경영하는 대학에 아들딸을 보내시겠습니까?

우리 상지대학교의 모든 구성원들은 어떤 상황, 어떤 경우, 어떤 조건에서도 김문기 씨의 복귀만은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설립자도 아니고 아무런 기여도 없이 온갖 부정비리와 악행만 일삼아온 자를 어떻게 대학운영의 책임자로 받아들일 수 있겠습니까?

상지대학교에 대표적인 부패인사 김문기 씨를 복귀시키는 것은 작게는 상지대학교를 죽이는 일이지만, 크게는 사립 대학교를 죽이는 일이며, 더 크게는 대한민국의 교육 자체를 죽이는 길입니다. 결코 이런 일이 발생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김문기씨 의 복귀를 강행한다면 우리는 정부의 그 어떤 결정에 대해서도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입니다. 사분위가 그런 결정을 한다면 사분위의 결정을 거부할 것입니다. 교과부가 그런 결정을 한다면 교과부의 결정을 거부할 것입니다. 우리의 주장은 처음도 "김문기 반대", 마지막도 "김문기 반대", 오직 한 가지 "김문기 반대"뿐입니다.

우리 상지대학교 구성원들은 이명박 대통령님의 현명하신 판단을 믿습니다. 수백 명의 교수와 직원, 일만여 명의 학생, 수만 명의 동문들이 길거리에서 방황하지 않도록 올바른 판단을 내려주실 것을 간곡하게 요청 드립니다.

교수, 학생, 직원들이 가정으로 돌아가 평화로운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교수와 직원이 학교로 돌아가 학생들을 가르치고 학생들이 강의실과 도서관으로 돌아가 학업에 매진할 수 있도록 도와주시기를 다시 한 번 간곡하게 요청 드립니다.

2010년 6월 8일, 정부중앙청사 농성장에서
상지대학교 정대화 교수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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