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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해봐서 아는데"를 탓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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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해봐서 아는데"를 탓하지 말라 [프덕프덕] "가카가 소만 키워보셨어도…"
"내가 해봐서 아는데"

인식·지식의 근원을 오직 경험에서만 찾는 '경험주의'를 표방하는 조어. "내가 장사 해봐서 아는데", "내가 배를 만들어봐서 아는데" 등으로 쓰이고 "나도 한때 노점상/비정규직/환경미화원이었다", "나도 한때 민주화 운동 해봤다"는 등 이른바 '왕년에' 어법으로 표현할 수 있음. 최근엔 "나도 2주에 한번 치킨을 먹는데 치킨값이 비싸다고 생각한다"라는 '현재진행형' 문장도 나타남.

이 말은 자신이 얻은 경험이 어느 누구에게나 적용 가능한 진리라고 생각하는 '주관주의'로도 이해할 수 있음. 가령 최근의 "내가 장사해봐서 아는데" 발언의 경우 "열심히, 끈질기게 하면 된다"는 조언에서 이러한 경향을 발견할 수 있음. 한발 더 나아가면 "내가 노점상 할 때 끽소리도 못했어", "좋아졌잖아, 세상이" 등 사회가 발전한다는 긍정적 역사관으로 나타남.

이러한 발언의 백미는 "제가~"로 시작하는 높임말이 아닌 "내가~"라는 반말투에 있다고 할 수 있음. 상대의 반박을 사전에 차단하는 자신감의 상징. 고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의 "해봤어?"의 영향으로 추정됨. 만에 하나 이러한 어법이 통하지 않을 경우 "야, 이 뻥튀기 사먹어라"는 외침으로 마무리할 수 있음.

▲이명박 대통령은 28일 서울 동대문시장을 방문해 상인들에게 "열심히, 끈질기게 하면 된다. 내가 장사해봐서 안다"고 조언했다. ⓒ청와대 사진 기자단

현재 트위터에서 유행 중인 응용 화법에는 "나도 여러 대통령 겪어본 국민이라 잘 아는데 당신 참 한심하오"가 있으며 그 외에도 각각 상황에 따라 "내가 무상급식 때문에 욕 먹어봐서 아는데", "내가 파란색 점퍼 입고 강릉 다녀봐서 아는데", "내가 신년 기자회견은 안해봐서 모르는데" 등으로 활용할 수 있다.

주의 사항. 이러한 화법을 활용할 경우 검증이 가능한 분야에서는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음을 유념해야 함. 최근 보온병을 들고 "이게 바로 포탄입니다"라고 말한 안모 대표의 발언이 대표적이다. 일부 누리꾼들은 3년 째 계속되는 '내가 해봐서' 시리즈에 "가카, 이제 '내가 군인만 안해봤지 다 해봐서 아는데'로 바꿔주십시오"라고 요청하고 있음. 한편에서는 최근의 구제역 사태를 두고 "가카가 소만 키워보셨어도 구제역 파동은 없었을 텐데…"라고 아쉬움을 표함.

(어이없어 실소만 나오는 일들을 진지하게 받아쳐야 할 때 우리는 홍길동이 됩니다. 웃긴 걸 웃기다 말하지 못하고 '개념 없음'에 '즐'이라고 외치지 못하는 시대, '프덕프덕'은 <프레시안> 기자들이 쓰는 '풍자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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