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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수탈'하는 시간강사, 대책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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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가족 '수탈'하는 시간강사, 대책 없나? 교수노조 등, "국가연구교수 선발해 최저생계비 보장해 주자"
# 경북대 비정규직 교수들은 지난해 12월 8일부터 두 달여간 천막 농성에 들어갔다. 보통 국립대에서 시간 강사 급여는 건강보험 가입 여부를 기준으로 '전업'과 '비전업'으로 갈리는데 농성 전 전업 강사의 시급은 5만7100원이었고, 비전업은 2만8000원이었다. 이들은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투쟁"이라며 시급 10% 인상을 학교 측에 요구했다.

# 조선대는 비정규 교수들이 전체 강의의 40%를 맡고 있다. 이들이 받는
시간당 강의료는 박사학위 소지자 기준으로 3만8000원. 정교수 강의료의 20% 수준이다. 이곳은 지난해 5월 한 시간강사가 '열악한 대우', '논문대필 관행', '교수채용 부정' 등을 고발하는 유서를 남기고 목숨을 끊는 사건도 벌어졌다. 하지만 학교는 아무런 대안조차 마련하지 않았고, 결국 지난해 12월 20일부터 시간강사들이 농성을 시작했다.

새 학기가 시작된다. 그러나 대학 사회는 시끄럽기만 하다. 학생들은 등록금 때문에 시위하고, 학교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정당한 대우를 요구하며 농성을 했다. 한쪽에선 모 대학 교수가 학생들에게 수업 중 폭력을 행사했는지를 두고 시끄럽다. 이런 와중에 관심에서 비켜나 있는 학내 구성원이 있다. 소위 '보따리장수'로 불리는 시간강사다.

▲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조선대학교분회 조합원들이 지난 9일 오후 조선대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학생들을 희생양으로 삼는 대학당국의 'P(pass·성적등급 미부여 이수처리)학점' 처리 방침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비정규교수들이 파업을 위해 학생들 성적을 입력하지 않자 조선대 측은 P학점 부여로 강사들의 반발을 샀다. ⓒ뉴시스

싸움을 벌인 두 곳은 부족하나마 약간의 성과를 냈다. 두 달간 파업을 벌인 경북대 비정규 교수들은 지난 8일 단체교섭에서 임금을 2000원 인상하기로 하고 현재 13개인 비정규직 교수 연구실을 2011년 2학기까지 4개 더 신설하는 데 합의했다. 조선대는 지난 11일 박사학위를 소지한 시간강사의 강의료는 시간당 4만6000원으로, 박사학위 미소지자의 강의료는 4만2500원으로 각각 인상하기로 했다.

비정규교수노조의 임순광 사무처장은 "대학 내 (비정규교수) 노조가 없는 곳이 대다수인데 그런 곳은 시간당 3만 원도 안 된다"라며 "노조가 있는 곳 중 조선대가 특히 열악해서 싸웠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조선대가 임금을 인상했다고 하나, 월 100만 원이나 받을 수 있을는지 모르겠다"라며 여전히 열악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전국 평균 (시간강사) 강의료를 계산하면 (연봉이) 1000만 원이 조금 넘는다"라며 "일부는 프로젝트나 과외, 시간강사 연구 보조 지원 등을 통해 돈을 더 버는데, 그 비율도 10%가 될까말까 하고 프로젝트를 하는 이들도 주로 전임교원과 같이 하는 식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그런 사람들을 제외한 나머지는 비참 그 자체다. 가족을 '수탈'해서 생활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라고 덧붙였다.

"시간강사 교원으로? 홍보 뿐 아직 국회 통과도 안 돼"

서울대, 조선대 시간강사가 자살하는 등 시간강사의 처우문제는 이미 오래 전부터 제기 되어 왔다. 정부 차원에서도 대책을 내놨다. 사회통합위원회(사통위)는 지난해 10월 25일 '대학시간강사 제도개선 방안'을 발표했고 이를 기초로 교육과학기술부는 지난해 11월 시간강사에 대해 교원 지위를 부여하는 일부 개정 법률안을 입법 예고했다.

그렇지만 이 법안은 다른 법안들에 밀려 통과되지 못했다. 정부 개선안의 골자인 '교원 지위 부여'와 '국립대 강사 연봉 인상' 가운데 통과된 것은 연봉 인상 뿐이다. 정부는 국립대의 경우 매년 1만 원씩 시간당 강의료 단가를 올려 2015년에는 2498만 원까지 높인다는 계획을 밝혔고 지난해 국회에서 97억 원의 예산이 통과됐다.

시간 강사에게 교원 지위를 부여하는 법안은 아직도 처리되지 않았다. 정부는 현재 교원 외로 분류되어 있는 시간강사를 교원에 포함시키고, 계약 기간도 현행 학기당 계약에서 '최소 1년 이상'으로 바꾸고 계약 기간 내에는 면직, 권고 사직 등을 할 수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법안은 '쟁점 법안'으로 분류되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임성윤 비정규교수노조 성균관대 분회장은 지난해 12월 말 <한겨레>에 기고한 '노예의 처지, 시간강사는 말한다'는 글에서 "여야 모든 국회의원이 강사 문제는 시급하게 해결되어야 할 사회문제이고 교육문제라고 입으로는 동감한다고 하지만 강사를 교원에 넣는 개정안이 현재 국회 교육위에 쟁점법안으로 분류되어 있다"라며 "정부, 국회, 그리고 대학이 강사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진정한 의지가 없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정부 개선안은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

정부의 개선안에도 여전히 문제가 많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민교협)는 개정안에 대해 "어떤 명칭을 사용하더라도 시간당 급료를 받는 한 그 교원은 시간강사"라며 "이번 개선안은 말로만 교원으로 인정한다는 것이지 시간 강사제를 더욱 공고히 하는 조처"라고 반발했다. 월급제나 연봉제가 아닌 시급제가 유지되는 한 정부 개선안은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사립대학에 강제조항이 없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민교협은 "강의료에 민감한 사립대가 강사 대신 초빙교원을 늘려 임용할 수 있고, 강사료 인상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도 있다"고 평했다.

조선대 비정규 교수노조의 정재호 분회장도 "개정 법안이 시간강사를 아주 철폐하고 있진 않아서 악용의 여지가 있다. 대학들은 시간강사를 둘 수 있는 사각지대를 활용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정부의 개선안은 국립대의 개선안일 뿐 사립대학은 이를 따르지 않을 개연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임순광 사무처장은 "전임교원 시수만 늘리게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전국교수노조는 '국가교수제'를 제안하고 있다. 국가교수제는 박사학위 또는 이에 준하는 자격을 가진 이들 중에서 순차적으로 3만 명 정도를 '대학교원국가풀(pool)'에 등록시켜 연봉 2400만 원에서 3000만 원 수준으로 최저생계비를 보장하자는 것. 이들의 자격은 별도의 연구, 교육 및 봉사 업적 규정에 따라 자격이 유지된다.

풀이 우선 5000명 정도에서 시작해 점차 규모를 늘려 3만 명 정도로 형성되고 나면 대학에서는 전임교원 아니면 대학 교원국가풀 등록자만 강의할 수 있도록 하고 현재의 시간강사 제도는 폐지하자는 게 교수노조의 주장이다.

교수노조 김도형 기획정책실장은 "정부가 재정을 확충해 적극적인 개선 노력을 보여야 하지만 이런저런 핑계를 대고, 교육 문제는 우선순위에서 늘 저 밑에 있다"며 "교육에 투자해 봤자 실질적 효과가 나타나는데 시간이 오래 걸려서인지 시간강사든 등록금 문제든 적극적인 해결 노력을 보이지 않는다"라고 꼬집었다.

시간강사 해결의 문제는 대학 교육의 질을 높이는 문제와 직결된다는 지적도 있다. 교육과학기술부 청사 후문에서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시간강사 문제 해결을 위해 1인 시위를 하는 송환웅 참교육을 위한 전국 학부모회 수석부회장은 "학부모 입장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학 교육 정상화를 위해서도 시간 강사 문제 해결은 시급하다. 신분이 불안정하면 교수가 자기 신념을 가지고 제대로 지도할 수가 없지 않느냐"며 "대학 등록금은 1000만 원에 육박하는데 대학이 교육의 질을 높일 생각은 안 하고 건물 짓는 데만 쓰고 있는 상황에서 시간 강사들에게 교원 지위 부여해서 안정감 있는 교육을 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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