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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핵재앙, 4~5년 후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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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핵재앙, 4~5년 후에는…" [인터뷰] '쿠마토리 6인' 원자력 전문가 이마나카 데츠지
내년 3월이면 후쿠시마 사고가 일어난 지 1년이 된다. 그러나 여전히 사고는 수습되지 않았을 뿐더러 방사능 오염의 정도와 건강에 미친 영향도 정확히 알려지지 않고 있다. 다만 식품에서 방사능 물질이 발견되는 등의 단편적인 소식만 전해질 뿐이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일본은 현재 어떤 상황일까. <프레시안>은 14일 천주교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환경소위가 주최한 '미래 세대를 위한 한일 원전정책의 길' 강연자로 한국을 방문한 이마나카 데츠지 씨와 인터뷰를 통해 현재 일본의 상황을 들었다.

이마나카 데츠지 씨는 교토대학 원자로실험소의 조교로 방사능 오염 사고를 연구해온 전문가다. 그는 원폭이 있었던 히로시마, 나가사키와 최악의 원전 사고가 일어난 체르노빌, 핵무기 실험 장소로 심각한 방사능 오염이 있었던 세미 팔라틴스크 지역 등에서 방사능 영향 조사 등을 벌여왔다.

그는 "후쿠시마 사고 이후에는 일본의 피해 지역 역시 예정에 없던 연구대상으로 추가됐다"며 씁쓸하게 웃었다. 이마나카 데츠지 씨는 지난 3월 후쿠시마 사고 직후 인근의 이이다테무라 지역의 방사능 오염도를 조사하고 실태를 알려 일본 정부가 '피난 지역'으로 지정하도록 이끌기도 했다.

교토대학 원자로 실험소에는 이마나카 데츠지 씨 외에도 고이데 히로아키 등 원자력 이용의 위험성을 연구해온 연구자가 6명이 있다. 원자로 실험소가 있는 지역 명칭인 쿠마토리(熊取)를 따 '쿠마토리 6인'이라고 불리는 이들은 일본의 원전 정책을 비판하는데 앞장서 왔다. 이마나카 데츠지 씨는 이번 사고 역시 "인재"라고 비판하면서 일본 정부에 대해서도 "사고 직후 정보를 공개하고 즉각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거듭 비판했다.

이마나카 데츠지 씨는 "당장 방사선 노출로 인한 급성 방사성 장애가 일어나지는 않겠지만 향후 4~5년 후에는 만발성 장애를 걱정해야 할 것"이라며 "이미 위험을 완전히 피하기는 불가능하지만 시민들이 방사능에 대한 상식을 갖추고 스스로 대처할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일본 지역의 오염에 대해서는 "스트론튬과 플로토늄이 유출됐던 체르노빌과 달리 반감기가 짧은 세슘이 주로 유출됐기 때문에 향후 10년 후에는 안정적인 수치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원자력 전공자 가운데 원자력 발전의 위험성을 지적하는 전문가가 한 명도 없는 한국과 마찬가지로 일본에서도 이마나카 데츠지 씨를 비롯한 '쿠마토리 6인'은 특이한 존재다. 그는 "원자력 학회는 과학을 목적으로 한 학회라고 볼 수 없다"고 비판하면서 "일본의 원자력촌(村, 원자력 마피아를 지칭)을 움직이는 것은 '언제든 핵무기를 가질 수 있도록 한다'는 핵 옵션"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후쿠시마 사고 이후 '위기는 기회'라며 원자력 산업 확대를 추진하는 한국 정부에 대해서는 "내가 한국에 대해 뭐라 할 입장은 아니다"라면서도 "여전히 원자력 확대를 추진하는 것은 일본도 마찬가지이고, 이는 역시 흉한 일이 아닐 수 없다"고 꼬집기도 했다. 다음은 이마나카 데츠지 씨와의 인터뷰 전문. <편집자>


▲ 이마나카 데츠지 씨 ⓒ프레시안(최형락)

"후쿠시마도 사고도 '인재'다"


프레시안 :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일어난 직후인 3월 말 이이다테무라에서 직접 방사능 오염 자체 조사를 실시했다고 들었다. 현장을 가보니 당시 상황이 어땠나?

이마나카 데츠지 : 후쿠시마 사고 이후 반경 20km 이내의 7~8만 명 정도가 피난을 갔는데. 오염 상황이 어떤지에 관한 정보가 전혀 나오지 않았다. 조사했던 이이다테무라는 후쿠시마에서 30~40km 떨어진 곳으로 오염이 심한 곳이었다. 실제로 깜짝 놀랄 정도로 높은 수치가 나왔다. 내가 일하는 원자로 실험소에서도 시간당 20마이크로시버트 이상 나오는 곳은 '고선량 지역'이라고 해서 특별한 표시가 있고 우리도 함부로 들어가지 않는다. 그런데 이이다테무라에서는 높은 곳은 한 시간당 30마이크로시버트까지 나왔다. 이런 곳을 어린이나 노인들까지 평상시와 똑같이 활동하고 있었다. 믿을 수 없는 광경이었다.

프레시안 : 사고 직후에 일본 정부가 오염도를 조사하고 조치를 취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이마나카 데츠지 : 당시 우리 조사팀은 이이다테무라의 전체적인 오염도를 바로 발표했다. 이곳은 일본의 허술한 방제 대책 지침에 비추어도 바로 피난해야 하는 수준이었다. 이후 정부 쪽에서도 문제가 제기되서 4월 22일에 계획적 피난 지역으로 지정됐다. 그 이후 6000명의 마을 사람들이 피난했다. 정부의 오염에 대한 대응이 이토록 늦을 수 있다는 것에 대해서 놀랐다. 분명 대책 본부는 오염이 이렇게 심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음에도 아무런 정보 공개도 하지 않았고, 피난을 가라거나 외출을 삼가라, 식품을 조심하라는 등의 주의도 하지 않았다. 그 책임 관계를 분명히 밝혀야 할 것이다.

프레시안 : 보통 원자력 추진파에서는 '체르노빌은 인재에 의한 것이고 후쿠시마는 천재다'라고 한다. 체르노빌 사고등 원자력 발전소 사고 문제를 연구해온 전문가로서, 어떻게 생각하나?

이마나카 데츠지 : 후쿠시마 사고도 분명 인재다. 물론 지진과 쓰나미가 계기가 됐지만, 원전 운영에 책임이 있는 사람들이 상상력을 더 갖고 있었다면 그런 사태는 쉽게 예측을 할 수 있었던 일이었다. 그 지방 사람들은 50년이나 100년 한번씩 쓰나미가 온다는 사실을 분명히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후쿠시마에 원전을 설계하는 사람이 쓰나미에 대한 대책을 아무것도 세우지 않았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였다. 마땅히 세웠어야 할 대책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인재라고 할 수밖에 없다.

프레시안 : 피해의 정도로 비교하면 어떤가? 후쿠시마 사고는 체르노빌 사고를 넘어서는 피해를 미친 것으로 볼 수 있을까?

ⓒ프레시안(최형락)
이마나카 데츠지 :
후쿠시마와 체르노빌 사고 간의 중요한 차이는 스트론튬과 플로토늄의 오염 간의 차이다. 후쿠시마 사고의 경우 방출된 주된 방사선 물질이 세슘이고 스트론튬이나 플로토늄은 적다. 세슘134와 세슘137은 각각 반감기가 2년과 30년이기 때문에 앞으로 한 10년이 지나면 안정적인 수치를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체르노빌의 경우는 반감기가 2만 4000년인 플로토늄이 확산됐기 때문에 차이가 크다.

원자로 자체가 폭발한 체르노빌과 멜트다운 이후 주로 휘발성 방사성 물질이 나온 후쿠시마의 차이라고 할 수 있겠다. 스트론튬과 플로토늄은 비등점이 높아 날아가지 않고 많이 원자로 내에 남았다. 그래서 체르노빌에 비해 후쿠시마는 비교적 처리하기 쉬운 오염이라고 본다.

"앞으로 만발성 방사성 장애를 걱정해야 한다"

프레시안 : 많은 수의 주민들이 이이다테무라처럼 심각한 방사능 오염이 된 곳에서 일상 생활을 했고, 일부는 지금도 하고 있다. 사고가 난 지 1년이 다 되어 가는데, 주민들의 건강에 방사능 관련 증상이 나타나지는 않는지?

이마나카 데츠지 : 사고 직후에 에다노 관방장관이 계속 말했듯이 지금의 방사능 오염은 즉각 몸에 영향이 나타나는 수준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이후에 나타날 백혈병이나 암에 대한 대책을 빨리 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는 게 문제다.

피폭에 대한 건강 영향을 생각할 때는 두가지로 나눠서 생각해야 한다. 일단 한꺼번에 많은 양을 피폭당했을 때 나타나는 급성 방사성 장애가 있다. 이것은 한꺼번에 500미리시버트 정도를 맞아야 나타나는 증상이다. 나도 주민들이 그렇게까지 심한 피폭을 당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나중에 증상이 나타나는 만발성 방사선 장애는 우려할만하다.

체르노빌의 경우 요오드131에 피폭되서 사건 4년 후부터 갑상선암이 많이 발생했다. 요오드131 같은 경우 반감기가 8일이라, 일찍 줄어드는 만큼 빨리 대응을 해야할 필요가 있다. 이번 후쿠시마 사고에서도 어린 아이들이 나중에 암에 걸리지 않도록 조치를 취했어야 하는데, 안 했고, 우려스럽다.

프레시안 : 그렇다면 최근 후쿠시마 제1원전 현장소장이 식도암에 걸린 것으로 드러나고, 후쿠시마 채소를 시식한 방송 캐스터가 급성 백혈병에 걸리는 등의 사건들은 어떻게 봐야할까?

이마나카 데츠지 : 전문가로서 의견은 말씀드리자면 후쿠시마 사고와 발병 간에 관계는 없다고 본다. 체르노빌의 경우 방사선에 대한 감수성이 높은 아이들이 암에 걸리기 시작한 것이 4년 후다. 사고 영향을 보려면 5년, 10년 단위로 시간을 잡아야 하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두 사람은 관계가 없다고 본다. 다만 요시다 제1원전 현장소장 같은 경우는 9개월 동안 엄청난 스트레스 속에서 일을 했고, 그 스트레스가 암을 키웠을 가능성은 있다고 본다. 급성 백혈병이 걸린 캐스터는 원인을 잘 모르겠다.

"이제, 완전히 오염을 피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프레시안 : 최근 일본 최대 식품회사인 메이지에서 만든 분유에서 방사성 세슘이 검출됐다. 아무래도 식품 오염에 대한 우려가 높을 텐데,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이마나카 데츠지 : 이것은 너무 민감하고 심각한 문제라 쉽게 답하기 어렵다. 일본 전국의 어린 아이를 가진 엄마들이 걱정이 많고, 전국으로 강연을 다닐 때마다 관련 질문을 많이 받는다. 나는 그 때마다 '이미 오염되버렸기 때문에 완전히 오염을 피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답한다. 도쿄에서 후쿠시마에 걸친 동북 지방, 태평양 쪽에는 무시할 수 없는 오염이 있다. 그리고 이렇게 말한다. '이제 하는 수 없으니 베크럴, 시버트 라는 말에 익숙해지세요. 그리고 만발성 암이나 나중에 나타날 위험에 대비하도록 합시다'라고 한다.

중요한 것은 정부의 기준치다. 일본 정부는 1kg에 500베크렐을 잠정 기준치로 정하고 그 이상의 식품에 유통을 금지시키고 '1kg당 500베크렐 이하는 안전하니 안심하고 먹으라'고 한다. 일본 시민들이 다들 '이건 아닌거 같다'고 느끼고 있다.. 501베크렐이면 위험하고 499베크렐은 안전한가. 그럴 수는 없다. 방사능은 노출양에 따라 위험도가 높아지는 비례 관계를 갖고 있기 때문에 501베크렐이면 501베크렐의 위험성이 있고, 10베크렐이면 그만큼의 위험이 있다. 즉 안전하다, 위험하다는 기준으로 선을 긋는 것이 불가능하다. 문제는 우리가 얼마만큼의 오염을 참을 것인가, 인내를 강요당하고 있는가라는 문제다. 나와 같은 전문가들은 그간 연구해왔던 것에서 이 판단에 필요한 지식을 제공할 수 있다. 그러나 마지막의 판단은 각각 개인이 해야한다.

물론 일반인들이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에 나는 1년간 1미리시버트가 가장 적절한 기준이 아닐까 라고 생각한다. 연간 1미리시버트는 원자로 규제법 그리고 방사선 장해 방지법 등에서 일반 사람들의 연간 한계치로 설정된 수치다. 그리고 우리가 매일 맞고 있는 자연 방사선은 장소에 따라 다르지만 평균 1년간 1미리시버트 정도다. 따라서 우리가 얼마나 참을지를 생각하는 출발점으로서 1미리시버트의 수치가 기준이 될 수 있다고 본다.

프레시안 : '방사능에 안전한 역치는 없으며 위험은 방사능 노출과 비례 관계를 가진다'는 주장은 국제적으로는 공인된 이론이라고 하나 한국에서는 일부 의학자들을 제외하고는 인정하지 않는다. 일본은 어떤지?

이마나카 데츠지 : 일본도 비슷한 상황이다. 특히 후쿠시마 사고 이후에 저선량 피폭은 건강에 위험이 없다고 말하는 학자들이 늘어나서 놀랐다. 너무 신기하다. 그러나 암이나 급성 백혈병 등이나 역학 데이터 등을 생각했을 때 이러한 선형 모델이 가장 합리적이고 반박의 여지 없는 이론이라고 생각한다. 자연 방사선에 의해서도 암에 걸릴 위험성이 높아지지만 사실상 대책이 없기 때문에 포기하더라도, 방사능의 건강 영향을 생각할 대는 피폭선량을 보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라고 본다.

프레시안 : 이미 도쿄도 오염 지역이 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많다. 도쿄 지역의 오염은 어느정도인가?

이마나카 데츠지 : 일단 3월 15일에 도쿄에서도 높은 방사능 수치가 관측 됐는데 그때도 정부는 '마스크를 착용하라', '외출을 삼가하라'는 대책은 전혀 취하지 않았던 것은 지적해야 한다고 본다. 이후 3월 20일과 22일 내린 비로 오염 먼지가 떨어져서 땅이 오염됐다. 이렇게 도쿄에도 오염이 있지만 피난 가야하는 수준은 아니다. 다만 구석구석에 '핫스팟'이 있기 때문에 시청등이 나서서 오염제거 작업을 할 필요가 있다.

가령 도쿄와 같은 도시에는 비가 내리면 아스팔트의 물이 배수구로 쓸려가면서 배수구에서 오염이 집중되는 현상이 곳곳에서 일어난다. 오염이 심한 지역이 국소적으로 생기게 되는 셈이다. 도쿄 주민들로서는 오염이 심할지도 모르는 곳에서 사는 것이 불안할 텐데, 그래서 집 주변의 어디가 오염이 됐는지를 제대로 측정, 조사하는게 중요하다고 권하고 있다. 도쿄를 방문하는 한국인들에게는, 어른이라면 그렇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말하고 싶다.

프레시안 : 도쿄전력이 원전 내의 방사능 오염수를 정화 처리한 후 바다로 방출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밝혀서, 어민단체나 한국이나 중국 등 인접 국가에서 우려하고 있다. 추가 오염의 우려는 없을까?

이마나카 데츠지 : 결국 방사능 농도가 문제일텐데 상당부분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제염 이후의 방사능 농도를 알 수 없으니 추측일 뿐이다. 그러나 기술적으로는 제염 과정에서 돈이 많이 들 뿐 농도를 낮춘 물을 방출하는 것은 문제가 없다. 법에서 정해진 배출 기준치 이하라면 내보낼 수 있다. 기준치 이하로 낮춘다면 3월에 방출된 오염수의 방사능 양에 비해서는 100만분의 1이라든가 1000만분의 1수준이 될 것이다. 다만 사회적으로는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고 문제가 되리라고 생각한다.

"원자력촌(村)을 움직이게 하는 것은 '핵 옵션'"

프레시안 : 이마나카 데츠지 씨의 이야기로 넘어가보자. 한국의 경우 원자력을 전공한 학자 중에서는 원자력에 비판적인 분들이 하나도 없다. 원자력 학회의 폐쇄성을 보여주는 것인데. 일본의 경우는 어떤지?

이마나카 데츠지 : 일본도 마찬가지다. 나도 원자력학회의 한 멤버지만 이상한 사람일 뿐이다. 나는 20년 동안 학회 모임에 참석을 안했다. 원자력학회는 원래 원자력을 추진하는 학회로, 그런 의미에서 과학을 목적으로 한 학회가 아니다. 원자력 추진은 기술개발에만 치중된다. 요즘 들어 잘 알려진 대로 원자력학회도 원자력촌(村), 원자력 마피아의 일각이다. 원자력 학회가 '원자력은 안전하다'는 신화를 만들어낸 주범이라는 것은 틀림없다.

프레시안 : 그렇다면 이마나카 데츠지 씨는 어떻게 원자력에 비판적인 원자력 전문가가 되셨는가.

이마나카 데츠지 : 내가 대학교에 입학했을 때 원자력은 원자력학회에서 말하는 것처럼 꿈의 미래에너지로 알려졌다. 그러나 대학원을 다닐 즈음에 각지에 원자력발전소가 건설되자 반대 운동도 곳곳에서 일어났다. 주민들의 이야기는 이랬다. '전력회사는 원전이 들어오면 절대 사고도 안 나고, 일자리도 생기고 돈이 들어오는 등 지역에 좋은 일만 생긴다고 하는데, 이건 이상하지 않은가. 그런 좋은 곳을 왜 시골에 짓는가.' 그래서 알아보니 사고가 났을 경우 엄청난 피해가 일어난다는 것을 알게됐다. 30년 전에 정부와 전력회사가 돈과 권력의 힘으로 억지로 시골에 떠맡기려 한다는 것을 간파했고 나는 '만약 사고가 일어나면 어떤 피해가 나는가'를 제대로 연구해보기로 했다. 이게 시작이었다.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 : 한국이나 일본에서나 원자력 추진파는 강한 세력을 유지하고 있다. 원인이 뭘까?

이마나카 데츠지 : 애초에 일본의 원자력 개발은 '핵의 평화 이용'이라는 미명 하에 추진됐다. 이 논리에는 '원자력은 좋은 것이다'라는 선전이 포함되어 있는데. 나는 '상업 이용'이라는 말이 더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원자력 개발 과정에서 전력회사를 중심으로 그 이권과 연결된 정치인, 예산을 쥐고 있는 관리, 연구 예산이 필요한 학자, 지원금을 끌어오려는 지자체장, 광고비를 원하는 언론 등이 얽히고 설킨 일종의 공동체, 원자력촌(村)이 형성됐다. 만약 관료든, 교수든, 언론이든 원전의 위험성을 지적하면 왕따당하거나 조직에서 쫓겨나거나 광고비를 받지 못한다.

이렇게 자기들끼로 돌고도는 구조를 유지할 수 있는 이유는 만약의 경우 일본도 핵무기를 가질 수 있다는 '핵 옵션'이다. 1968년 당시 사토 에이사쿠 총리는 '일본은 핵무기를 가지지 않고, 만들지 않고, 반입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3원칙을 발표해 노벨 평화상을 받았지만, 나중에 밝혀진 바로는 실제 결정은 '지금은 핵무기를 가질 수 없지만, 만약의 경우 언제든 가질 수 있도록 기술을 보유한다'는 것이었다.

현재 일본이 추진하는 고속증식로, 재처리, 농축우라늄 제조 등 이 세가지 기술은 핵무기를 만들기 위한 기술이다. '언제든 가능하도록 기술을 갖고 있는다'는 기조는 여전히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원자력촌을 유지하는 하나의 큰 이유다.

프레시안 : 페쇄적인 원자력 학계에서 원전의 위험성에 대한 연구를 하면서 어려운 점은 없었나?

이마나카 데츠지 : 흥미로운 이야기를 하나 하자면, 만약 내가 도쿄대학에 있으면서 그런 연구를 했으면 왕따를 당하거나 쫓겨났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교토대학은 칭찬해주지도 않았지만. 야단 맞을 일도 없었다. '그 문제는 그것대로 중요하니까 해보라'는 식이었다. 직장에서 비슷한 문제의식을 갖고 함께 연구한 동료들이 여섯 명이 있었다. (이들을 교토대학 원자로실험소가 있는 쿠마토리(熊取)의 지명을 따 '쿠마토리 6인'이라고 부른다.)

ⓒ프레시안(최형락)
그간 우리는 '원전은 위험하다'는 경종을 울려왔지만, 실제로 이런 엄청난 사고가 일어날 줄은 생각 못했다. 머리로는 '반드시 사고가 일어난다'는 생각이 있었지만, 그래도 몰랐다. 그래서 사고 후 몇달 간은 마치 꿈속에 있는 것처럼 현실감이 없었다. 이제는 좀 정신을 차렸지만. 2,3개월 동안 영화속에서 사는 느낌이었다. 나는 일반 시민들에게 강의하는 경우가 많은데 후쿠시마 사고 이전과 이후, 사람들의 반응이 전혀 다르다. 체르노빌도 사고 이전과 이후 시대가 달라졌다,고 하는데 일본 사람들도 후쿠시마 사고 이전과 이후 다른 시대를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원전을 짓고 추진해 온 그 빚을 갚게 된 것 아닌가요"

프레시안 : '다른 시대를 살고있다'고 하셨지만 한국 정부는 후쿠시마 사고 이후 '위기는 기회다'라며 원자력 발전을 오히려 확대하려는 정책을 펴고 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이마나카 데츠지 : 내가 한국에 대해 뭐라 운운할 입장은 아니지만, 일본도 역시 원자력을 수출하려고 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너무나 흉하다. 우리는 일본 원전의 안전성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모든 원전을 없애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러나 그러한 검토는 전혀 없이 당장 경제만 생각해서 '원전 수출' 등을 밀어붙이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원자력을 에너지원으로 쓴다는 것은 그만큼 사회가 위험을 진다는 것이고, 그런 위험성에 대해서 제대로 설명한 다음에 시민들이 추진할지 말 것인지를 판단해야 한다. 또 아직 어느나라도 폐기물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했다. 폐기물도 처리하지 못하는 에너지원을 쓰는 것은 결코 옳은 일이 아니다. 일본은 4개의 원자로가 파괴도어 앞으로 40~50년 간은 폐기물 문제가 매우 심각하게 대두될 것이다.

현재 일본은 54기의 원자로 가운데 40여 개가 원전이 정지된 상태다. 우리는 이 기회에 다 정지시키는 것을 제안하고 있다. 그렇게 하면 진짜 우리가 원전을 필요로 하는지, 아닌지가 확실해진다. 결정단위는 물론 지역사회가 되어야 할 것이다. 이렇게 해보고 나서, 모든 시민들이 '원자력 괜찮다'고 하면 나도 반대하지 않는다.

프레시안 : 한국에서 원자력의 안전성을 우려하는 사람들은 '이제까지 원자력 사고는 원자력발전소가 많은 순서대로 일어났다. 다음은 한국이다'라는 주장을 많이 한다. 정부나 원자력 학계는 인정하지 않지만.

이마나카 데츠지 : 에피소드를 소개하자면, 지진이 일어나던 3월 11일에 나는 간사이 공항에 우크라이나에서 온 손님을 모시러 갔다. 체르노빌 25주년을 맞아 키에프의 친구를 초대해서 세미나를 열려고 했다. 그 친구가 온 다음날 사고가 일어났고, 15일 히로시마로 가는 기차안에서 NHK와 그 친구가 인터뷰를 했다. 그는 기자의 질문에 대해서 '지난 40년 간 많은 원전을 짓고 추진해 온 일본이 이제 그 빚을 갚을 때가 된 것이 아닐까요. 우리도 살아남있으니까 일본 사람들도 살아남겠지요'라고 말하더라. 눈물 나올 것 같았다.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 : 마지막 질문이다. 한국과 일본에서 독일의 사례와 같은 탈핵은 가능할까?

이마나카 데츠지 : 그렇게 됐으면 좋겠다. 운동가도 정치인도 아니기 때문에 전문가 입장에서는 할 말이 없지만, 한 개인으로서는 그 쪽으로 가는 흐름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본다. 일본은 너무 에너지를 많이 쓰고 있다. 그런 에너지를 낭비하는 생활을 바꿔가는 것을 통해서, 이룰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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