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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알 낳는 거위라던 뉴타운, 이제는 재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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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황금알 낳는 거위라던 뉴타운, 이제는 재앙" [누구를 위한 뉴타운인가·②] 뉴타운사업, 무엇이 문제인가
서울시 뉴타운 사업은 기존 주거지를 정비하여 주거환경을 개선하고자 2002년 이명박 서울시장 재임시절, 처음 시작됐다. 뉴타운 사업, 즉 도시재정비사업이 도입되기 전에는 재개발 문제 갈등은 주로 철거세입자와 재개발 조합 간 임대주택 및 보상금과 관련된 것이다.

하지만 뉴타운 사업 이후 분쟁 양상은 달라졌다. 건실한 주택이 재정비촉진 지구로 지정되면서 지가가 올랐고, 투기 세력의 지분 쪼개기 등으로 사업성이 악화됐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사업성은 더욱 악화됐다. 이 때문에 원주민들은 새로 지어지는 아파트에 들어가려면 높은 추가 부담금을 내야 했다. 적게는 1억 원에서 많게는 3억 원을 내는 상황까지 발생한 것.

이런 사실을 뒤늦게 안 조합원들은 뉴타운 사업에 반대하며 소송에 들어간 상태다. 반면, 여전히 뉴타운의 사업성을 믿는 주민들은 뉴타운 사업 추진을 요구하고 있다. 이 때문에 마을 주민 간 갈등은 극에 달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박원순 서울시장이 오는 1월, 뉴타운 해법을 발표한다. 구체적인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뉴타운 진행상황에 따라 맞춤형 해법을 내놓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뉴타운 문제는 쉽게 풀기 어려운 사안이다. 뉴타운 문제가 무엇인지, 왜 문제가 발생하는지를 살펴본다. <편집자>


"누구를 위한 뉴타운인가"

"뉴타운이 로또? 지붕에서 비 새도 수리도 못하는데…"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뉴타운사업(재정비 촉진사업)이다. 각종 소송과 주민 간 갈등으로 사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는 곳이 부지기수다. 사업시행인가까지 난 지역에서조차 여러 문제로 끊임없이 분쟁이 발생하고 있다. 왜 그럴까.

2002년부터 지정된 뉴타운지구는 총 35개, 245구역으로 면적은 27㎢이다. 서울시 면적의 4.46%를 차지하는 방대한 크기다. 2002년 이명박 서울시장 재임 시절 시작된 뉴타운사업은 강북 지역의 주거 환경이 강남에 비해 열악하다는 점에서 출발했다. 강북에 고품격 주거 환경과 교육 여건을 조성해 지역 간 격차를 해소하고 삶의 질을 개선한다는 게 주목적이었다.

공공의 기반시설투자를 전제로 공공에서 개발기본계획을 수립한 후, 민간 주도로 개별 구역별로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기존 재개발 사업과의 차이점이다. 하지만 개발이익을 전제로 사업이 추진된다는 점에서는 기존 사업과 큰 차이가 없다.

한마디로 군소단위로 진행되던 재개발을 하나의 대규모 재개발사업으로 진행하는 게 뉴타운사업이라고 보면 된다. 따라서 하나의 뉴타운지구 안에 여러 정비 구역이 존재한다. 뉴타운지구라는 것은 여러 정비 구역을 묶은 일종의 정비 구역 조합이라고 보면 된다.

그렇다면 뉴타운사업의 현재 상황은 어떨까. 2011년 3월 기준으로 총 35개 지구 241개 사업 구역 중 착공에 들어갔거나 준공된 구역은 단 32개에 불과하다. 전체 사업 구역의 87%는 아직 삽질 한 번 하지 못한 상황이다.

소송도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다. 2007년~2010년 3월까지 서울시에서 발생한 재정비사업 관련 소송건수는 212건으로 이중 절반가량이 2009년에 발생했다. 자치구별로는 동대문, 성동, 성북, 서대문구 등 재정비사업이 많은 자치구에서 43.3%로 가장 많은 소송이 진행되고 있다. 사업단계별로는 추진위원회 및 조합설립과 관련한 소송이 134건으로 63%를 차지하고 있었다. 왜 이런 일이 발생하는 걸까.

▲ 신길뉴타운지구. ⓒ프레시안(허환주)

주민에게 제대로 정보를 주지 않는 뉴타운

재정비사업의 갈등은 상당부분 정보부족과 제도에 대한 이해부족에서 발생한다. 대부분의 주민들은 정확한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뉴타운사업 동의서를 작성한다. 뉴타운 계획수립 후 주민공람과 공청회가 개최되지만 주민의견을 수렴하기보다는 일방적인 설명회에 그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렇게 겉치레로 공청회 등을 진행하는 이유는 주민이 정보를 알지 못하면 못 할수록 사업 진행이 수월하기 때문이다. 뉴타운사업은 지역 주민들이 조합을 결성해 토지 등을 담보로 아파트를 건설하는 수익형 사업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분양수익이다. 이것이 많이 남아야 지역 주민의 부담금이 줄어든다.

일반분양 물량이 감소하면 분양수익이 감소하고 그 결과는 고스란히 지역주민들에게 돌아간다. 아파트로 들어갈 때 부담해야 하는 부담금액이 증가하는 것.

문제는 이런 부담금을 정비업체에서는 지역 주민, 즉 조합원들에게 자세히 알려주지 않는데 있다. 부담금에 대해선 말하지 않고 막연한 개발이익에 대한 왜곡된 정보만을 제공하며 사업을 추진한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2009년 발표한 '묻지마식 재개발사업의 실태 보고서'를 보면 조사 대상 모든 구역의 재개발조합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서 정한 분담내역 제시 등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일명 '부실동의서'로 조합이 설립됐다. 또한 백지동의서에 주민의 인감이 찍혀 있는 것도 확인됐다. 백지동의서에 주민이 동의했다는 건 사업내역을 주민이 알지 못한 채 동의했다는 이야기다.

결국 조합원들은 나중에야 막대한 추가부담금을 내야 아파트에 들어갈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또한, 개별감정평가액은 관리처분단계에나 가서 알게 된다. 이는 이후 소송과 주민 간 반목의 원인이 된다.

조합설립동의서 징구시 개관적인 비용분담의 기준을 제시하고 사업시행인가 후 감정평가를 통해 관리처분계획 총회 전에 조합원들에게 자신의 집 평가액과 추가부담금 금액을 통보해줘야 한다. 하지만 다수의 재개발조합에서 이를 시행하지 않는다. 사업성이 낮은 주택재개발 사업구역일수록 개별감정가가 낮게 나오기 때문이다.

조합원 입장에서는 부담금이 클수록 뉴타운사업을 반대할 가능성이 크다. 이에 재개발 조합은 이를 최대한 숨기고 있다가 관리처분 총회 자리에서 통지 후 일사천리로 총회를 진행, 결의한다. 관리처분계획이 통과되면 사실상 뉴타운사업 절차는 마무리되는 셈이다. 물론 총회를 열 때는 재개발에 반대하는 주민의 출입은 철저히 통제한다.

▲ 신길9구역 비상대책위원회 사무실에 붙어 있는 포스터. ⓒ프레시안(허환주)

고작 17%만 재정착하는 원주민들

과도한 추가부담금도 문제다. 왕십리, 아현동 등 상대적으로 도심과 역세권에 가까운 지역의 뉴타운지구도 주민이 새로 지어지는 아파트에 들어가려면 2억 원의 추가부담금을 내야 한다. 특히 지리적 여건으로 고분양가를 확보할 수 없는 신림, 신길, 상계 등과 같은 서울 외곽지역의 경우는 감당할 수 없는 추가부담금으로 아예 뉴타운사업 자체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크다.

경실련이 재개발사업을 분석한 결과, 23개 지구 평균 아파트 분양가인 평당 954만 원을 적용할 때 30평형 아파트에 입주하기 위해 부담해야 할 최소 비용은 1억5000만 원으로 예상된다. 자신의 땅을 내주고도 이만큼의 돈을 더 내야 한다는 이야기다.

부담금을 조합원들이 이렇게 내야 하는 이유에는 뉴타운지구 선정 뒤 집값이 상승하는 게 하나의 원인이다. 시행사는 오른 집값 보상금만큼 그 비용을 아파트분양권 인상으로 채우기 때문이다. 주민의 추가부담금이 오르는 이유다.

신길2구역 주민 박정금(가명·68)씨는 "뉴타운 지구 선정 발표 전에는 한 평에 400~500만 원 하던 반지하 집이 지금은 한 평에 2000만 원을 넘어 간다"며 "결국 외부에서 들어온 투기꾼들만 여기서 시세차익을 얻어가는 실정이다"고 말했다.

과도한 부담금은 원주민의 재정착률을 떨어뜨리는 주요원인이기도 하다. 저소득층 밀집 지역이 주를 이루는 뉴타운지역의 영세집주인들의 경우, 전세금을 끼고 주택을 구입한 경우가 많아 문제가 된다.

이들은 부담금을 낼 수 없어 분양권을 매매하고 다른 지역으로 이사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돌려줘야 할 전세금이 있기에 그걸 제외하면 서울 외곽에 집을 구할 수밖에 없다. 지금처럼 부동산 경기가 불경기면 분양권은 프리미엄을 붙여서 팔지도 못한다. 그나마 융자를 받지 않고 집을 구하면 다행이다.

이에 뉴타운지구 내 원주민들의 재정착율은 20%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의 2007년 자료를 보면 뉴타운 재정착률은 17.1%에 머물렀다.

부동산 시장에 좌우되는 뉴타운?

그렇다면 뉴타운사업은 원래 주민들이 많은 비용을 내야 하는 사업이었을까.

뉴타운사업은 대규모 아파트 단지를 조성하면 자연히 그 지역 집값은 오르게 되고 그 오른 집값, 즉 개발이익으로 큰 비용부담 없이 신축아파트를 분양받거나 분양권을 전매할 수 있다며 주민들을 '현혹'시켜 진행되는 사업이다.

하지만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 시장이 정체되면서 이러한 유혹은 사기극이었다는 게 드러났다. 집값은 떨어지고 기존에 지어진 아파트조차 미분양 사태를 맞고 있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로또라고 추앙받던 뉴타운사업은 한 순간에 미운오리새끼가 되어버렸다. 뉴타운사업에 찬성했던 주민들도 엄청난 부담금을 내야 하는 현실을 인식하고 반대 입장으로 돌아섰다. 지역마다 뉴타운사업 취소 소송도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다.

그렇다고 이런 주민들의 반대 움직임을 단순히 부동산 가격 하락으로 분석하기는 어렵다. 이주원 나눔과미래 사무국장은 "뉴타운의 문제는 부동산 경기의 호·불황 때문이 아니라 애초 민간의 수익성 위주 프로그램으로 사업성이 없는 지역들을 개발하려 한 데 따른 필연적인 결과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이 국장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욕망했던 사람들이 평범한 거위를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착각했던 것"이라며 "이명박과 오세훈 전 시장은 되지도 않는 사업으로 사람들을 현혹시켰고 사람들도 그런 움직임에 동조했다"고 꼬집었다.

이 국장은 "이제야 많은 사람이 뉴타운사업의 실체를 제대로 알고 본격적으로 문제를 지적하고 반대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며 "이제는 시급히 뉴타운사업 탈출 전략을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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