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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인권 침해는 장기 미제, 허무 개그 따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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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인권 침해는 장기 미제, 허무 개그 따로 없다" [현병철 인권위, 3년을 말하다·①] 인권위의 북한인권위원회로의 변질
2009년 7월 임명된 현병철 국가인권위원장은 취임때부터 인권문외한이라며 시민사회의 반대가 많았다. 급기야 2010년 11월부터 12월까지 두달간 전국적인 사퇴운동이 벌어졌던 인물이다. 그러나 청와대에서는 현병철 인권위원장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를 하며 연임발표를 했다. 어떻게 이렇게 상반된 평가가 가능한지, 어떤 평가가 맞는지 현병철 취임 3년간을 분야별로 살펴보며 평가하는 글을 통해 짚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현병철 위원장의 연임과 국가인권위원회의 변질

현병철 위원장의 연임은 참으로 놀라운 일이다. 인권위원장 최초의 연임이다. 현병철 위원장 시대의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로 약칭함)에는 어떤 특별한 점이 있었던 것일까? 바로 '북한 인권'이다.

현병철 위원장은 애초에 임명 당시부터 '적격 시비'에 휘말렸다. 인권위 법이 정한 요건, 그리고 인권위원장으로서 당연히 기대되는 이력과는 거리가 먼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은 현병철 위원장에게 특명을 준 바 있다. 즉 '북한 인권을 다루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현병철 위원장은 토씨 한 마디 달지 않고 그 과제를 충실히 수행하였다. 청와대는 흡족하였을 것이다. 그 연임 이유로 "북한 인권 문제를 적극적으로 개진하여 국제적으로 공론화하는 데에 기여하였다"는 점을 직접 밝혔다.

하지만, 청와대의 기대에는 부응하였는지 모르지만, 우리 국민들에게는, 인권위의 직원들에게는 그리고 우리의 인권 상황에는 재앙과 같은 것이다. 인권위는 대통령의 비위를 맞추라고 만든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대통령을 비롯한 권력의 오남용의 가능성을 감시하는 것이 인권위의 주 업무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제 인권위는 일개 대통령 산하의 행정위원회, 고분고분하게 말 잘 듣는 정부기구로 변질되어 버린 것이다.

하지만, 그와 같이 북한 인권을 '특장'으로 하는 인권위는 우리 국가인권위원회 법에 반하는 것이다. 게다가 실제 현병철 위원장 시절 인권위가 다루었다고 하는 북한 인권옹호 활동도 민망한 수준이다. 근본적으로 현재 인권위의 북한 인권 문제의 접근법은 북한 인권 자체에도 도움이 안 됨은 물론이고, 인권위 자체를 정치적 부속물로 만들어 버리는 매우 불행하고 위험한 것이다.

ⓒ연합뉴스

국가인권위원회는 북한인권위원회가 아니다.

먼저 우리 국가인권위원회는 대한민국의 인권위원회이지 '북한 인권위원회'가 아니다. 인권위법 제4조 '적용범위'에도 "대한민국 국민과 대한민국의 영역에 있는 외국인"이라고 규정되어 있고, 제2조 '적용인권'에 대하여도 "'인권'이란 「대한민국헌법」 및 법률에서 보장하거나 대한민국이 가입·비준한 국제인권조약 및 국제관습법에서 인정하는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및 자유와 권리"로 규정되어 있다.

보다 구체적으로 인권위법 제30조 1항에서는 인권위의 조사대상으로서 "1. 국가기관, 지방자치단체, '초·중등교육법' 제2조, '고등교육법' 제2조와 그 밖의 다른 법률에 따라 설치된 각급 학교, '공직자윤리법' 제3조의2제1항에 따른 공직유관단체 또는 구금·보호시설의 업무 수행(국회의 입법 및 법원·헌법재판소의 재판은 제외한다)과 관련하여 '대한민국헌법' 제10조부터 제22조까지의 규정에서 보장된 인권을 침해당하거나 차별행위를 당한 경우 그리고 2. 법인, 단체 또는 사인(私人)으로부터 차별행위를 당한 경우"로 특정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 주민들의 인권은 애초에 위의 범주에 포함될 수 없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역대 인권위에서도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하여 '북한 주민들의 인권'과 '이산가족/국군포로/납북자/탈북자(새터민)'의 경우를 나누어 접근하였던 것이다. 즉 북한 주민들의 인권 상황 자체에 대하여는, 인권위가 직접 다룰 수는 없고, 다만, 국군포로, 납북피해자, 이산가족, 새터민에 대하여는 다룰 수 있는 것으로 보았던 것이다.

그러나 현병철 위원장의 인권위에서는 그와 같은 구분이 없어졌다. 현병철 위원장의 인권위는 기존의 인권위의 입장을 슬그머니 폐기하였다. 대표적으로 2010년 12월 "북한인권법 제정 촉구 및 북한 주민 정보접근권 관련 권고"에서는 인권위는 통일부장관, 국방부장관, 문화체육부장관 등에게 모든 매체를 통하여 북한 주민이 외부의 자유로운 정보에 접근하여 알 권리를 실현하고 인권의식을 함양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을 권고하였다.

또한, 북한인권특별위원회 위원장인 김태훈 위원은 전원위원회 회의 공개석상에서 리비아 사태에서와 같이 '국민보호책임(Responsibility to Protect; R2P)'을 말하고 북한 정권타도도 언급하기도 하였다. 그리고 제2기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National Action Plan; NAP)에는 '북한인권 개선을 위한 국가 정책 권고안'을 넣기로 결정하였다.

인권위원회가 북한 인권 문제를 다룰 능력은 충분한가?

이와 같이 현병철 위원장 시대의 인권위는 스스로 '북한인권위원회'의 역할까지 자임하였다. 그와 같은 '북한인권위원회로의 변신'에서 핵심적인 부분은 북한 인권침해 신고센터와 북한 인권기록관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와 같은 조직 확장은 무모하고도 무익한 것이었다. 주지하듯이 2009년 현병철 위원장이 임명될 당시 인권위는 급격한 조직축소를 당한 후였다. 정부 차원에서의 인권위 무력화 기도가 있었고, 마침내 인권위의 인원이 21%나 감축되었던 것이다. 그렇게 하여 인권위 본연의 일과 업무에 있어서도 인력과 조직이 부족한 마당에, 북한 인권을 위하여 새로 부서를 만들고, 일을 벌인 것이다.

한편, 북한인권침해신고센터와 북한인권기록관은 인권위 관련 법령에도 근거가 없는 것이었다. 모든 국가조직이 그렇듯이 인권위도 법령에 의하여 직제를 구성하고 운영하게 되어있다. '국가인권위원회와 그 소속기관 직제'라는 대통령령이 그것이다. 인권위의 조직감축도 그 직제령 개정을 통하여 수행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북한인권침해신고센터와 북한인권기록관은 직제상 근거가 없다. 말하자면, 근거 법규도 구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자의적으로 '급조'한 것이다.

그렇게 하여 북한인권침해신고센터와 북한인권기록관은 결국 인권위 조사국의 '침해조사과'에 속하는 것으로 되었다. 그리고 담당 인력이라고 하여도 북한인권팀 2명에 불과하다. 통일부 산하 통일연구원이 북한인권연구센터에 11명, 그에 더하여 북한연구센터에 12명의 연구 및 행정인력을 두고 있는 것과 비교도 될 수 없는 수준이다.

근본적으로 북한 주민들의 인권 침해 조사란 어려운 일이다. 북한 인권 침해 진정인은 탈북자들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탈북자들은 이미 국가정보원과 검찰, 통일부, 군수사기관 등의 합동심문과정에서 그들의 경험담을 다 얘기하게 된다. 그것을 인권위에서 다시 반복할 이유는 없는 것이다. 그리하여 인권위는 그 합동신문에 참여하고자 하였던 모양이다. 하지만, 결국 성사되지 못하였다. 나아가 합동심문을 마치고 탈북자 교육기관인 하나원 입소를 기다리는 탈북자들이라도 인터뷰하겠는 제안마저도 거부되었다고 한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에서 인권적 접근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보여주는 실례라고 생각된다.

그렇게 하여 북한인권침해 신고센터는 사실상 유명무실한 기구가 될 운명이었다고 하겠다. 결국 현병철 위원장은 모든 탈북자들에게 직접 편지를 써 인권위에 신고해 달라고 요청하는 웃지못할 일도 생겼다. 그리고 전화신고 접수, 수소문 방문 상담까지 지극한 노력을 하였다. 그래도 센터 개소 1주년인 금년 3월까지 고작 80여건의 진정사례를 확보하였을 뿐이다.

그러면, 그렇게 접수된 인권침해 진정은 어떻게 처리될 것인가? 인권위법상 인권침해의 진정이 접수되고, 인권침해로 판정되면, 해당 기관에 대하여 시정권고 등의 조치를 취하여야 한다. 그러나 북한에서의 인권침해에 대하여 시정조치를 취할 도리가 없다. 진정사건은 그저 인권위 사무실에 잠자고 있는 것에 불과한 것이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그 진정 사례들이 모두 장기 미제 사건으로 분류되어 각하될 방침이라고 한다. '허무 개그'가 따로 없다.

▲ 2010년 12월 열린 인권상 수상식에서 현병철 위원장이 상을 수여하려 하자 수상자인 강재병 집행위원장은 '현병철 위원장은 즉각 사퇴하라'며 현수막을 꺼냈다 ⓒ연합뉴스
북한 인권 관련 인권위의 귀결은 무엇인가?

그럼에도 대통령은 현병철 위원장의 인권위원회의 북한인권활동을 '높이' 평가하였다.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 대통령이 바라는 것은 북한 주민들의 인권개선이 아니라 단지 북한 인권문제의 정치화였기 때문이다. 현병철 위원장의 인권위는 여하튼 그 점에서는 아주 적극적이었던 것이다.

북한인권침해센터와 북한인권기록관을 급조한 배경에는 '북한인권법'이 있다. 그 법안의 핵심사항 가운데 하나가 '북한인권기록보존소'의 설치이다. 이는 옛 서독의 잘츠기터 중앙기록보존소를 본 뜬 것인데, 북한의 인권침해사실들을 기록하고 후에 과거청산의 작업으로 활용하기 위한 것이다.

인권위는 그 '북한인권기록보존소'를 자신들의 것으로 하기를 원했다. 그리하여 직제령에도 없는 북한인권기록관이라는 것을 먼저 만들고, 개소식을 성대하게 치룬 것이다. 일종의 '선수'를 친 것이다. 그러나 '북한인권기록보존소'는 정부 내, 그것도 법무부의 소속으로 될 것이 유력하다. 그것은 정부의 입장이기도 하고, 또 그 모델인 독일의 잘츠기터 중앙기록보존소의 성격을 보건대도 그러하다.

그러나 그에 대하여 인권위는 집요하였다. 예컨대 인권위법에 '관계기관' 협의가 규정되어 있다. 이것은 보통 우리 정부의 인권관련 정책을 논의하고, 국가기관의 권력 오남용의 위험성을 견제하기 위하여 하는 것인데, 이제 '북한인권기록보존소'의 설치를 위한 '로비'의 장이 된 것이다. 총리실까지 나서서 무마할 정도로 인권위의 노력은 집요하였다.

결국 인권위의 노력은 일단 수포로 돌아갔지만, 대통령의 입장에서는 '북한인권기록보존소'가 어디에 설치되는가는 큰 문제가 아닐 수 있다. 오히려 법무부에도 '북한인권기록보존소'가 생기고, 인권위에도 북한인권기록관이 존재하는 것 오히려 환영일 것이다. 북한 인권 문제가 정부 안팎으로 이슈화되는 것, 그리고 인권위가 다른 문제가 아니라 바로 북한 인권 문제에 몰두하는 것, 그것은 참으로 현 정부가 바라던 바가 될 것이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인권위는 대표적인 '손 볼 대상'으로 꼽혔으며, 실제로 인권위를 대통령 직속으로 만들려는 시도도 하였고, 결국 조직 감축을 강행하였다. 그러나 이제 더욱 좋은 수가 생긴 것이다. 인권위를 북한인권위원회로 만드는 것이다. 인권위가 정부의 불법사찰이나 MBC 피디수첩에 대한 무리한 검찰수사 등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북한인권을 화두로 삼고 있으니, 얼마나 좋은 일인가?

이렇게 하여 인권위는 이명박 정부 권력의 충실한 우군이 되었다. 현 정부의 인권적 취약성은 북한 인권 문제를 내세움으로써 만회할 수 있고, 또 정부가 직접 나서기 부담스러울 수도 있는 북한 문제에 대하여는 인권위가 여론을 이끌어 주는 것이다. 인권위는 우리 사회 이데올로기 정치의 최전방에 서게 되었다. 그러나 정치를 순화하여 공존의 자유를 지키고, 이데올로기를 제어하여 인간의 공간을 만드는 것이 인권이라고 한다면, 지금 인권위는 인권과 점점 멀어지고 있는 셈이다.

마찬가지로 북한 인권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당연하고 필요한 일일 것이다. 그러나 북한 인권 문제를 정치화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이다. 정치적 이해관계를 위해 북한 인권을 활용하는 데에 능통한 이들에게 진정 북한 주민들에 대한 연민과 공감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북한 인권 문제를 적극적으로 다루고, 국제적으로 이슈화시켰다는 것이 인권위원장의 '치적'이라고 하는데, 필자가 보기에 그것은 오히려 '치부'가 아닌가 한다. 우리 사회에서 북한 인권에 대한 '진정성'은 점점 찾기 어려워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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