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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장하성 조합,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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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장하성 조합, 걱정된다 [기고] 안철수의 선택은 주주자본주의 강화인가?
안철수 캠프의 경제 정책을 책임질 경제 전문가가 장하성 고려대 교수로 확정되면서 안철수 캠프의 경제 민주화에 대한 구체적인 그림의 방향이 정해졌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주주자본주의의 폐해를 지적하고 그것을 극복하려는 경제 전문가들의 눈에는, 장하성-안철수 조합이 경제 민주화 분야에서 새누리당의 김종인-박근혜, 민주통합당의 이정우-문재인 조합보다 더 주주자본주의를 강화하는 방향일 것으로 그려지리라 예상된다. 기업가가 아닌 서민의 처지에서 보면 겉모양은 그럴듯한데 내실이 문제가 될 수 있는, 그래서 가장 실효가 적은 경제 민주화가 될 수 있어 우려가 된다.

그동안 주주자본주의의 폐해를 지적하고 '경제 민주화는 주주자본주의의 근본적인 문제점을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한 전문가 그룹은 장하준 교수를 비롯한 비주류 경제학자들, 특히 소수의 포스트케인지언 경제학자들이었다.

이 중 장 교수는 우리가 잘 아는 대로 주주자본주의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연구 성과와 저서로 학문적 성과를 이루고 동시에 대중적으로 인기를 끌었다. 장하준 교수는 장하성 교수가 이끄는 소액주주 운동, 기업 지배구조 개선 운동이 실제로는 글로벌 자본을 위해 국내 산업을 먹잇감으로 내주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해왔다. 그리고 사민주의 방식이나 독창적인 방식의 새로운 자본주의를 통해 주주자본주의의 문제점을 극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실 국민적인 정서를 볼 때는 안 후보와 잘 어울리는 것은 장하준 교수다. 그러나 안 후보는 장하준 교수가 강력하게 비판하는 활동을 한 장하성 교수를 선택했다. 그런데 이것은 안 후보의 인생 역정을 보면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일이며, 장하성 교수가 안 후보와 잘 어울리는 면이 있다.

그동안 안철수 후보는 사회구조적 문제를 제기하기보다는, 주어진 사회구조에서 자신의 성공을 위한 인생의 길을 열심히 달려왔다. 기술 분야의 혁신에는 익숙하지만 사회와 구조 분야에서는 혁신과는 거리가 있었다. 기술 분야의 혁신도 아주 큰 간격의 혁신은 아니었다.

그가 회사를 운영한 방식이나 그동안 사회에서 실제적으로 행동했던 일들을 '서민을 위한 이타적인 선택을 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그가 언론에 나와 홍보를 할 때에는 그것이 이타적인 형태로 표현됐다. 그러면서 안 후보 자신의 세계관과, 안철수 현상을 일으킨 국민들이 '안 후보가 어떠할 것'이라고 바라보는 '안철수 현상의 안철수' 사이에는 어느 정도의 차이가 형성됐다.

그는 천성적으로 보수적이고 기술 지향적이며 내성적으로 자신의 문제에 먼저 관심을 가지는 유형의 사람이다. 안 후보가 진심으로 국가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다. 그가 대선에 출마한 것 자체가 큰 결단이요 나라를 위한 헌신이다. 안 후보를 잘 아는 사람들은 그가 대선에 나오지 못할 것이라 말했지만 필자는 출마한다고 보았다. 안 후보는 성격상 그것이 자기에게 맡겨진 일이라 생각하면 누구보다 열심히 최선을 다하는 바른 생활 사나이, '철수 스타일'이기 때문이다.

결국 안 후보는 자신의 성향대로 장하성 교수를 선택했다. 염려되는 것은 그의 경제팀에 장하준 교수와 같이 창의적으로 주주자본주의의 문제점을 파헤치고 대안을 찾으려는 경제학자들이 한두 명 정도는 있어야 하는데, 눈에 띄지 않는다는 점이다.

미국 주도 경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 정도로는 불가능한데, 미국식 주주자본주의를 신봉하는 학자들로 경제 정책 팀을 채우고 어떻게 미국 주도 경제의 문제점을 극복할 정책을 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참고로 루즈벨트는 대공황 당시 주류 경제학자들의 경제학을 선택하는 대신에 비주류였던 케인즈의 경제학을 선택했다. 독일과 일본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를 선택했고, 스웨덴과 북유럽은 주류와 비주류를 구분하기 이전에 주주자본주의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사민주의 방식을 채택했다.

▲ 장하성 교수(왼쪽)와 안철수 후보. ⓒ프레시안

주주자본주의 신봉자를 수장으로 해서 혁신적인 것을 내놓을 수 있을까?

안 후보의 <안철수의 생각>에는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를 추구할 것처럼 적혀 있다. 그런데 미국식 주주자본주의를 신봉하는 경제학자를 수장으로 해서 어떤 혁신적인 것을 내놓을 수 있을지 궁금하다.

미국식 주주자본주의의 장점을 받아들이고 단점을 제거하는 접근법을 써야 한다. 단점을 제거하지 못하고 단점에 매몰되어 전 세계 경제가 붕괴하도록 방치한 것이 주주자본주의를 신봉하는 경제학자들의 과오이다. 당연히 경고할 것을 강력하게 경고하지 못하고 문제가 터진 이후에도 자신들의 과오에 대해 사과를 제대로 하는 경제학자들이 없었다.

대부분의 사람이 노력하지 않아도 생존 본능으로 악해지지만 선해지기 위해서는 교육을 받아야 하듯이, 권력과 힘은 누구나 자연스럽게 쫓게 되어 있다. 미국식 주주자본주의는 현재 패권을 행사하고 있으며 다수가 쉽게 쫓아가는 흐름이다.

그러나 미국식 주주자본주의 안에는 제어되지 않는, 폭발적인 자본의 권력이 있다. 무제한적인 이익이 주어지는 주주자본주의의 내적인 구조적 모순은 전 세계적인 파멸을 불러일으키는 악성 종양으로 세계 경제를 불치병에 걸리게 만들었다. 이것은 아무리 겉에서 포장하고 분을 바르더라도 드러나게 되는 근본적인 문제점이다.

그런데 문제는 주주자본주의가 긍정적인 부분도 함께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가 주주자본주의의 긍정적인 부분을 살려야 하는 이유는 그것이 인류의 속성과 연결된 제거 불가능한 것이자 가장 빠르게 성장한다는 점 때문이다. 간단히 말해, 필요악이기에 반드시 장점을 살리고 단점을 제거하는 방식을 사용해야 한다. 그러나 미국식 주주자본주의를 추종하는 경제학자들의 경제 정책에는 근본적인 단점을 제거하는 핵심이 빠져 있다. 이것을 아는 장하준 교수는 주주자본주의 및 그것을 지지하는 경제학자들의 문제점에 대해서 통렬하게 지적했다.

이헌재-장하성으로 이어지는 노선에 상당히 우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어떤 정책을 내놓을지는 더 두고 봐야겠지만, 점점 더 주주자본주의의 본산으로만 접근하는 것의 문제점을 잘 아는 사람으로서 문제점을 경고하지 않는 것은 사회에 대한 책임을 소홀히 하는 것이라 생각해 졸필을 들어 경고음을 울리고자 한다.

안 후보는 '안철수 현상의 안철수'가 어떠해야 하는지를 생각해야 한다. 국민의 부름을 받은 안철수를 생각해야 한다. 국민의 부름을 받기 전의 자연인 안철수로서 장하성 교수를 선택하면 안 된다.

대통령이 되어 '국민이 나를 선택한 것은 4대강 사업을 선택한 것'이라 생각하고 4대강 사업을 밀어붙였던 현 대통령과 같이 자신이 직접 밀어붙이지는 않겠지만, 주주자본주의를 추종하는 경제학자들을 내세워 국민들이 바라지 않는 미국식 주주자본주의를 밀어붙일지 모른다는 염려가 강하게 든다. 그러나 그것은 결코 국민이 바라는 '안철수 현상의 안철수'가 아니다.

안 후보는 장하준 교수를 불러야 한다. 그렇게 해서 주주자본주의의 한계를 극복할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그것이 '안철수 현상의 안철수' 후보를 선택한 국민의 정서와 일치하는 선택이고 미국식 주주자본주의를 극복하는 새로운 시대를 여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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