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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노동은 왜 노동이 아니라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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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성노동은 왜 노동이 아니라는 건가? [전태일 통신]<95> 성노동자를 보는 또다른 시선
'전태일 통신'에서 어느 날 갑자기 원고 청탁이 들어왔다. 20대 청년 중 노동하는 여성에 대한 인터뷰를 진행할 수 없겠냐는 말. 바로 수락은 했지만 고민을 참 많이도 했다. "누굴 인터뷰하지?" 생전 인터뷰 글을 써본 적이 없는 나로서는 그저 부담만 커졌지만 일단 인터뷰 대상을 찾아 나서게 됐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사람의 말을 차분히 듣고 싶었다.

내가 만난 인터뷰 대상은 성노동자다. 나는 예전부터 성노동에 관해서 여러 고민들을 했고 지금도 고민을 하고 있는 건 마찬가지다. 일전에 해봤던 파트타이머 일 중에서 안마방 카운터 일을 했던 적이 있었는데 아마 내 고민은 거기서부터 시작되었던 것 같다.

그 이전까지는 언제나 성노동자들을 '피해자' 혹은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이라고 인식했는데 몇 년 전 일을 하면서 그런 생각들은 철저히 부서졌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인터뷰는 어느 정도 나의 생각과 관점이 자연스럽게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자연스럽게 나와 비슷한 문제제기를 하는 인터뷰 대상을 만나게 되었다.

성노동자 이영미 씨(가명)와 나는 정말 어렵게 닿은 인연이었다. 어떻게 만났는지도 기억이 나지 않는 건 아마도 물어 물어 한 다리 건너 한 다리… 그렇게 알게 되었기 때문이리라. 자신의 목소리를 크게 내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성노동에 관련한 것들은 가끔 찾아본다는 이 씨. 내가 그에게 인터뷰를 하면 어떻겠냐는 물음에 시원하게 대답해 준 그였다. 처음으로 누군가를 이렇게 인터뷰를 한다는 것이 굉장히 낯설었다.

요즘 이게 이슈인지는 모르겠지만 '성노동'이라는 단어가 화두다. SNS에서도 끊임없이 열거되고 있는 성노동 관련 글들…. 2004년에 시행 된 일명 '성매매특별방지법' 이후 8년. 그 뒤로 많은 사건들이 있었지만, 2011년 영등포 집창촌에 있는 성노동자들이 거리에 뛰쳐나온 사건도 1년이 훌쩍 지났다. 계속해서 '피해자'와 '가해자'만 보여 지고 이마저도 언론에서는 지독하고 냄새 나게 자극적인 기사들만 올라왔다.(자칭, 타칭 진보 타이틀 걸고 장사하는 언론사마저도)

나는 그들의 진짜 생목소리를 듣고 싶었다. 이건 개인적인 나의 갈증이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지만 지금 이 시점에서는 '성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듣고 있어야 하는 건 아닐까? 너무 많은 사람들이 성노동자들에게 일방적으로 이야기 한 건 아닌지 이제는 곱씹어봐야 하지 않을까.

참고로, 여기에서 사용되는 '성노동'이라는 단어와 '성노동자'라는 단어는 인터뷰 대상자와 나의 언어일 뿐, '전태일 통신'이나 <프레시안>의 공식입장이 아님을 밝혀둔다. 이렇게까지 내가 왜 쓰고 앉아있어야 하는지 참 서글픈 더운 여름밤이다.

▲ 2011년 5월 17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 타임스퀘어 앞에서 집창촌 종사자들이 집창촌 폐쇄에 반대하며 집회를 가진 뒤 옷을 벗고 뛰어가자 경찰이 이를 저지하고 있다. ⓒ프레시안(최형락)

올해 스물넷, 반 지하에 살고 있는 패티쉬클럽 성노동자

정휘아 : 형식적이지만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한다.

이영미 : 올해 스물넷. 서울시 서초구 서초동 반 지하에 살고 있고, 현재는 강남구에 있는 패티쉬클럽에서 일하는 성노동자다.

정휘아 : 패티쉬클럽? 도대체 어떤 곳인지 궁금하다.

이영미 : 다른 말로는 '이매쿠라' 혹은 이미지클럽이라고 한다. 일본에 있는 이매쿠라가 한국에 들어오면서 패티쉬나 이미지클럽으로 불리게 된 것이다. 성인을 대상으로 개인의 성적판타지를 충족 및 실현시켜주는 일이라고 보면 된다. 직접적인 성관계를 하지 않기 때문에 주로 상황극이나 SM플레이를 많이 하게 된다.

아니면 특정한 신체부위에 성적 흥분과 쾌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은데 예를 들자면 발이라던가 다리라던가 보고 만질 수 있다. (손님이 나의 성기를 만질 수는 없다.) 상황극은 콘셉트에 따라 연기를 하는 건데 선생과 제자, 직장상사와 부하직원, 의사와 환자, 길가는 깡패와 행인, 형부와 처제 등등 서로 역할극을 하는 것 이다. 의외로 남성들 중에서는 자신이 당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리고 SM플레이는 주종관계가 분명하다.

현재 패티쉬클럽에서는 성노동자가 '팸돔플레이'만 할 수 있다. 여기서 팸돔이란 여성주인을 뜻하는 것이며, 반대로 손님은 노예(섭)가 되는 것이다.

정휘아 : 패티쉬클럽은 어떻게 알게 되었나. 이 일을 하게 된 계기 같은 게 있나.

이영미 : 특별한 계기 보다는 돈이 필요해서 일을 시작하게 됐다. 원래는 키스방을 알고 있었는데, 스마트폰 앱으로 우연히 광고를 보게 되었다. 광고를 올린 그 사람에게 물어보고 관심이 있어서 일을 하게 되었다. 이 일을 하게 될 거라고는 생각해 본적 없었다. 원래 일하던 걸 계속하면 앞으로 나아가질 못할 것 같았다. 나는 조금 더 많이 벌어서 더 나은 삶을 살고 싶은데… 나를 위해서라도 계속 할 건 아니지만 한 번 해보자 해서 하게 되었다.

정휘아 : 노동환경은 어떠한가? 사람들이 많이 오해하고 있는 부분이 아직도 '착취' 당하는 분위기에서 일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영미 : 돈은 그날그날 일급으로 받는다. 절대 임금이 떼이거나 하는 일은 없다. 때마다 다르지만, 출근을 며칠 하느냐, 그 가게에 머무는 시간이 얼마나 되느냐에 따라 임금은 천차만별이다. 출근하고 싶을 때 출근하고 쉬고 싶을 때 쉬면된다. 강제적으로 일하는 분위기는 아니다. 성노동자 마다 다르기 때문에 한 달 수입은 비밀이다.

정휘아 : 위에 이야기를 듣고 보니 이영미 씨는 착취 및 피해자 같아 보이지는 않는다. 다른 사람들이 성노동자에 대해서 착취당하는 피해자라고 보는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이영미 :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 건 안다. 나도 어릴 때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내가 자발적으로 이 일을 하다 보니 전에 일했을 때 보다 자존감이 높아졌다. 왜냐하면 다른 파트타이머 일을 할 때 보다 내가 쓰는 시간의 가치가 높아져서 좋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성노동자에게 정신적,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나는 평범한 사람과 크게 다를 게 없다. 그렇게 나쁜 사람도 아니고 남에게 피해주면서 사는 것도 아니다.

피해자? 더러운 돈 버는 사람으로 보는 시선이 더 싫어

이것보다 더 심각한 것은 나는 '피해자'라고 생각해 본 적이 별로 없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사람들은 이런 직종에 있는 사람에게 흔히들 '더러운 일'을 하고 있고 '더러운 돈'을 번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사회 분위기상 성에 대해 보수적인 것은 알겠지만, 그렇다고 이 일을 하는 사람이 도덕적, 성적으로 문제가 되는 사람들은 아니다. 나는 오히려 '피해자' 라는 시선보다 '성적으로 문란한' 사람으로 보이는 게 싫고 이게 더 문제라고 생각한다.

정휘아 : "성노동자는 돈을 쉽게 번다"라는 말을 많이 한다. 성노동자 입장에서 이 말은 어떻게 들리는가.

이영미 : 예전에는 학생이었고 학교를 공부도 해야 하고 일도 해야만 했다. 커피전문점이나 다른 파트타이머 노동을 해봤다. 사람이 하는 일 중에서 힘들지 않은 건 없다. 모두 다 똑같이 힘들다. 하지만, 전에 다른 노동을 했을 때 느낀 점은 임금이 너무 적었다. 내가 힘들게 일을 했어도 보상이 만족스럽지 못했다. 마치 착취당하는 느낌이랄까… 그래서 지금도 파트타이머 노동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 마음이 좋지만은 않다.

정휘아 : 힘들지 않게 돈을 버는 게 아니라서 물어보지만 일을 하면서 좋은 점이나 힘든 점은 뭐가 있었나.

이영미 : 힘들었던 건 사실 그렇게 많지 않았다. 그런데 한 번은 손님이 나의 동의 없이 동영상 촬영을 하다가 걸렸다. 그 때 잠깐 정신적인 충격이 있었다. 시간이 다 돼서 나가려고 했는데 손님 휴대전화가 세워져 있었다. 화면을 보니 녹화가 끝났다는 메시지를 보게 되었다. 나는 바로 사장과 이 사실에 대해 이야기를 했고 손님은 발뺌을 했다. 손님이 내가 보는 앞에서 지워버렸기 때문에 증거가 없으니 제대로 된 사과도 받지 못했었다. 내가 위험한 상황에 있구나 하는 불안함 때문에 잠도 못 잔 적이 있었다.

좋은 점은 당연히 돈이다. 돈을 엄청나게 버는 건 아니지만, 큰 부족함 없이 돈을 마음먹으면 모을 수 가 있다는 것. 아직까지는 추상적이지만 내 미래를 설계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앞서 이야기 했듯이 노동환경이 좋다. 다른 일을 하면 터무니없이 낮은 임금에 높은 물가와 주거에 드는 돈이 너무 많이 드는 이유 때문에 서울에서 독립을 하며 돈을 모을 수가 없다.

▲ 영등포 집창촌 ⓒ프레시안(최형락)

미래에 빚지지 않고 자신감 있게 살고 싶다

정휘아 : 성노동을 노동으로 인정할 수 없다. 라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한마디 시원하게 한다면? 그리고 당신이 생각하는 노동은 무엇인가.

이영미 : 내가 가진 것을 이용해서 돈을 벌고 있기 때문에 당연히 노동이라고 생각한다. 왜 노동이 아니라는 건가? 노동은 숭고해야 돼서 그런 건가? 나는 숭고하지 못한 일을 한다고 생각하진 않다. 그리고 인간에게 성은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취향 및 성향에 대해서 존중을 해주고 때로는 평범한 사람들이 와서 나에게 말 못할 이야기도 한다. 내가 그 시간에 돈을 받지 않는다면 그 일을 하진 않았을 것이다. 나는 충분히 나의 것을 활용해서 일을 한다고 생각한다. 이건 단순한 일이라고 생각하지도, 나쁜 일이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때때로 다른 일을 했을 때 보다 보람을 느낄 때도 있다.

정휘아 : (나는 일을 하면서 그렇게 보람을 느낀 적이 없어서 그런 걸지도 모르겠지만) 이영미 씨가 성노동을 할 때 느끼는 보람은 무엇인가?

이영미 : 돈이 많은 사람이 손님으로 온 적이 있었다. 돈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 나온 이야기인데, 자신은 돈을 돈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쓴다고 했다. 돈을 막 쓰는 바람에 남는 게 없다고 이야기 해줬다. 그 손님은 뭘 해도 즐겁지 않아 보였다. 내가 이런 질문을 한 적이 있었는데 "최근에 언제가 가장 행복했냐" 라고 물어봤는데 "지금이 가장 행복하다고 느꼈다" 라고 들었다.

그리고 성에 대한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만족을 줬을 때 나에게 고맙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 보람을 느낀다.

정휘아 : 성노동을 하면서 '자립'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가. 당신인 생각하는 '자립'은 무엇인가.

이영미 : 충분히 자립에 도움이 된다. 자존감도 높아졌고, 돈도 잘 벌리니까. 내가 생각하는 자립은 혼자 힘들지 않게 사는 것. 억지로 사는 거 말고. 자신이 태어났기 때문에 숨을 쉬는 게 아니라 숨을 쉬기 위해 사는 것. 내가 내 인생을 만들어 가는 것. 혼자 잘 사는 것. 남한테 기대지 않고 (예를 들자면 부모에게) 미래에 빚지지 않고 자신감 있게 사는 것. 나는 공연 보는 걸 좋아하는데 돈이 없어서 보고 싶은 공연을 못 보면… 일은 일대로 하면서 즐거움을 누릴 기회조차 없다면 살기가 힘들다고 생각한다.

꿈이나 장래희망 같은 건 아니지만,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동종업계에 있는 가게를 차리고 싶다. 예전에는 돈을 모아서 한국을 떠나는 게 목표이긴 했지만… 한국은 노동환경도 그렇고 여러모로 문제가 많은 곳이라서 그런 생각을 했었다.

그리고 나는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지금 충분히 만족하면서 살고 있다.

지금 살고 있는 청년에게 자립이란 무엇일까

이영미 씨와 함께한 첫 인터뷰는 무사히 마쳤다. 카페를 나서며 담배를 태웠다. "허심탄회하게 더 털어놓고 싶었었는데…" 라고 나에게 먼저 말을 걸었다. 나는, "질문이 좀 구렸죠?" 라고 말했다. 인터뷰가 끝나고 어디로 가냐 물어보니 이영미 씨는 내가 그토록 보고 싶어 했던 공연을 보러 간다고 했다. 더운 여름날 2호선 어떤 역에서 우리는 그렇게 헤어졌다.

인터뷰는 끝이 났어도 여운이 계속해서 남고, 고민이 깊어진 건 사람들의 편견을 어떻게 하면 깰 수 있을까를 고민하게 되었다. 일을 하고 있는데 일하는 사람이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들, 일을 하는 건 인정 하지만 혐오와 차별을 하는 사람들 속에서 여전히 이들은 존재한다. 똑같은 시간 속에서 똑같이 일을 하고 있고 나름대로의 삶이 있는데 사람들은 왜 평등하게 바라보지 않을까.

혹시, 이들에게 가해지는 폭력들이 단순히 돈을 많이 벌고 있다는 게 배가 아파서 그런 건 아닐까? 노동이라는 게 그렇게도 신성한 것인가? 아니 도대체 성도덕은 뭔데? 점점 머릿속이 복잡해져 갔다. 여기에는 정치경제학이고 뭐고 던져서 휴지통에 처넣고 싶었다.

20대 여성이 노동을 하면서 자립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끼치는지에 대해 좀 더 이야기 하고 싶었지만 이번호는 왠지 '성노동' 현장에 대해 초점을 맞춘 것 같아 많이 아쉽다. 다음에 또 기회가 된다면 많은 성노동자들과 인터뷰 해보고 싶다는 욕심도 생겼다. 그리고 지금을 살고 있는 청년에게 '자립'이란 과연 무엇일까? 노동이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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