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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LL에서 터닝해 국정원 정치개입 집중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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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NLL에서 터닝해 국정원 정치개입 집중할 때" [협동조합 프레시안·울림 토크콘서트②] 윤여준-박인규-이철희 3色 대화
세 번의 대결이 있었다. 첫 라운드는 NLL(서해 북방한계선) 카드를 꺼내든 반공보수의 '완승'이었고, 또 한 번은 '룰 위반'(위법) 논란으로 승부가 완전히 역전된 'KO패'였다. 세 번째는 애매하다. 누구의 승리로도 보기 어렵다. 오히려 그것은 국익을 팽개친 한국 보수의 '국가 포기 선언'이었으며, 동시에 '명분' 하나로 버티던 야권이 이를 스스로 쓰레기통에 내던져 버린 악수(惡手)에 불과했다. 지난 2일, 여야 양당은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원문 공개에 합의, 재석 276인 중 찬성 257인이라는 압도적인 찬성표로 대화록 제출 요구서를 통과시킨다.

그렇게 1급 국가 기밀인 정상회담 대화록은 지난해 대선 전엔 박근혜 캠프의 '국면 전환용 카드' 취급을 받은데 이어, 올해엔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사건의 '물타기용'으로 활용되더니, 급기야 여야 모두의 '생존'을 위해 15년간의 보호 기간을 둔 원본까지 까발려지는 신세에 놓이게 됐다.

'국정원 댓글 사건'부터 'NLL 대화록 공방'까지. 숨 가쁘게 돌아간 지난 몇 달의 정국을 요즘 가장 '핫(hot)'한 팟캐스터이자 날카로운 정치 분석으로 유명한 두 사람이 요모조모 뜯어봤다. 6일 오후 언론협동조합 <프레시안>과 정치소비자협동조합 <울림> 주최로 열린 토크콘서트 '협동조합으로 만드는 세상' 2부에선 '국정원 나비 효과'로 촉발된 여야의 NLL 공방 등이 두루 논의됐다. 박인규 프레시안협동조합 이사장이 사회를 보며 두 사람의 '날 생각'을 끄집어 냈다.

종횡무진이었다. 대화록 전문을 통해 공개된 실체적 진실은 '노무현의 NLL 포기'가 아닌 '한국 보수의 국가 포기' 선언이라며 보수의 속살을 뜯어 봤고, 이에 끌려간 민주당의 '결정적 패착'도 도마 위에 올랐다. 침묵으로 일관하는 박근혜 대통령의 무책임과 시대와 동 떨어진 리더십도 비판했지만, 동시에 '대안'조차 되지 못하는 야권에게도 애정어린(!) 따가운 질책이 이어졌다. 현장에 참여하지 못한 프레시안 조합원을 위해 이날 토크콘서트의 주요 내용을 싣는다. <편집자>
▲ 6일 오후 언론협동조합 <프레시안>과 정치소비자협동조합 <울림> 주최로 열린 토크콘서트 2부에선 정치권의 서해북방한계선(NLL) 공방과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공개 등에 대한 이야기가 오갔다. (왼쪽부터)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 박인규 프레시안협동조합 이사장,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 ⓒ프레시안(최형락)

■ 쟁점1. NLL 대화록 논란과 '보수의 속살'

이철희 "국익 팽개친 한국 보수, '진짜 보수' 맞나?"


박인규 : NLL 포기 논란이 결국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원문 공개의 단계로까지 접어들었다. 솔직히 우리 정치에 무슨 도움이 될지 잘 모르겠다.

이철희 : 국정원의 대화록 사본 공개, 국회의 국가기록원 소장 원본 공개 모두 잘못됐다고 본다. 특히 두 번째 잘못된 결정에 동조한 민주당에 대해선 상당히 비판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 국정원의 사본이 공개되면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 발언에 대한 진위는 이미 다 확인됐다고 본다.

여권이 공세를 펼친 대목은 딱 두 포인트였다. 하나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NLL을 포기했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저자세 외교'를 했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막상 대화록이 공개되니 NLL 포기라고 확정하거나 추론할 만한 대목이 없었기 때문에 결국 새누리당의 거짓말로 확인됐다. 저자세 외교라는 점도 전문을 꼼꼼하게 읽어보니 말이 안 되는 주장이다.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가 협상학을 전공했다고 하는데, 그 분 말에 따르면 '그래 네 말이 맞다'는 식의 맞장구는 협상의 기본이라고 한다. 김정일이 우리 입장에선 위험 인물인데, 설득해서 원하는 것을 끌어내기 위해서는 상대가 무슨 주장을 하든 일단 동조를 해주는 것이 협상의 기본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저자세 외교라는 비판은 말이 안 된다는 것이다. 표 전 교수도 스스로를 합리적 우파라고 하는데, 정치 성향이 다른 분들이 보면 표현상으로 (노 전 대통령의 발언에) 거슬리는 대목이 있을 수는 있지만 '저자세 외교'란 지적은 잘못됐다는 것이다.

특히 국정원의 발췌본과 대화록 전문이 다르지 않나. 발췌본에는 (노 전 대통령이 스스로를) '저'라고 지칭하지만 전문엔 '나'라고 돼 있다. 발췌본엔 '위원장님'이라고 했는데 전문엔 '위원장'이라고 돼 있다. 이건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왜곡했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대선 과정에서 (대화록이) 유출됐을 가능성이 크다. 새누리당 김무성 의원이 부산 유세에서 대화록 내용을 읽지 않았나. 당시 (김 의원이 대화록을) 입수했다면 심각한 불법이다.

보수라는 이념적 성향엔 여러 특징이 있지만 어쨌든 국가의 이익을 중시한다는 점이 주요한데, 보수가 국익이란 더 큰 가치를 내팽개치고 자신들의 유불리 때문에 대화록을 공개했다. 이건 진정한 보수가 아니다. 많은 이들이 야권의 재구성을 얘기하지만, 이제 대한민국엔 보수의 재구성도 굉장히 필요한 것 같다.

윤여준 "남재준, 원래 군에선 '까는 것' 좋아한다지만…"

박인규 : 시점 상으로 대선 전 NLL이 한 번 논란이 됐고, 또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이 드러난 이후에 다시 NLL 문제가 터졌다. 여권이 자신들의 형편이 어려워지면 이 문제를 들고 나오는 느낌이다.


▲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 ⓒ프레시안(최형락)
윤여준 : 정부나 여당에서 근무할 때 보면, 큰 선거를 치르기 위해선 언제나 상대 후보를 공격할 수 있는 핵폭탄급 무기를 한두 개 마련하게 된다. 지난 대선에서 NLL 문제가 처음 나왔을 때 '뭔가 준비된 게 있구나'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 카드를 잠깐 쓰고 말았다. 반드시 쓸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것 같은데, 이번엔 왜 이 카드를 써야할 만큼 다급한 상황이라고 판단했는지 모르겠지만 무언가 위력적인 폭발물을 터뜨려야만 상황을 덮을 수 있다고 판단한 것 같다.

남재준 국정원장이 국가 기밀문서를 일반문서로 재분류해 문건을 공개했다. 이건 상식의 기준에서 벗어난 일이다. 국정원은 모든 정보기관의 상위에 있는 최고위 정보 기관이다. 그렇다면 대통령 직속인 국정원장은 대통령이 국가를 운영하는데 필요한 여러 요소와 전략을 살필 막중한 임무가 있다. 그런데 남 원장은 자신이 책임진 기관의 사기를 위해 그런 엄청난 일을 저질렀다. 그러면서 청와대에 보고도 안 했다고 한다. 상식에 벗어난 일이고, 국가 기강에 관련한 문제다. (대화록 공개를) 박근혜 대통령과 논의했어도 문제고, 논의 안 했어도 문제다.

어쨌든 상황은 여기까지 흘러 왔는데, 다시는 남북관계가 정치적으로 이용되는 일을 끝내야 한다. 이미 국가적으로도 많은 상처를 받았다. 우리 입장에서야 남북관계가 국가 간 관계가 아니라 '특수 관계'지만, 국제사회의 시각으로 보면 국가 간 관계다. 독립적인 유엔 회원국 아닌가. 그런데 양국의 정상 간 회담 내용을 한 쪽에서 깐다? 원래 군에서는 까는 걸 좋아하긴 한다. 남재준 원장이 육군참모총장 출신 아닌가? 까는 걸 좋아해서 그런지 몰라도, 우리가 경제적·문화적으로는 상당히 선진국가지만 정치적으로는 후진국이라는 게 입증된 것이다. 나라의 위신에도 굉장히 큰 상처가 났고, 앞으로 남북관계나 기타 외교 관계에서도 상당히 큰 부담이 올 것이다. 국내적으로도 가뜩이나 통합이 필요한 시점에 결과적으로 나라를 두 쪽으로 갈라놨다. 그 부분에 대해서도 정부·여당이 책임져야 한다.

■ 쟁점2. 민주당의 대화록 공개, '맞수'일까 '패착'일까?

이철희 "민주, 이긴 싸움에 왜 '인저리 타임' 연장했는지…"


박인규 : 야권은 잘 대응하고 있다고 보나?

이철희 : 지난 대선 때는 워낙 드러난 것이 없었기 때문에 야권이 잘 대응했다고 보기 어렵다. 대화록이 공개되지 않은 상황에서 여권이 공세를 퍼부으면 사실 아니라는 말 밖에 할 말이 없다. 대화록을 봤다는 사람이 NLL 포기라고 하고, 또 언론이 열심히 보도해주면 야권 입장에선 사실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다. 사실 지난 대선에서 야권이 손해를 많이 봤다.

전체적으로 보면 세 가지 국면이 있었다. 서상기 국회 정보위원장이 국정원 소장 발췌본을 공개했을 때는 여권이 공세, 야권이 수세였다. 그러다 지난달 24일 국정원이 사본 전문을 공개하고 나서는 상황이 반전됐다. 여권의 주장과 대화록 전문이 안 맞았다. 빨간색이라고 흔들었는데, 까보니 파란색이었던 것이다. 아무리 뒤져봐도 'NLL 포기'라고 볼만한 발언은 없었고, 여론의 역풍이 일었다. 특히 대화록 공개가 잘못됐다는 여론, NLL 포기 발언은 없었다는 여론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그런데 세 번째 국면, 즉 양당이 국가기록원 소장 원본을 공개하자고 합의해 표결 처리를 하고 나니 여론이 조금 바뀌고 있는 것 같다. 제 판단으로는 '둘 다 나쁜놈이다', 이런 식으로 여론이 바뀌고 있는 것 같다. 민주당에게 답답한 것은 이미 국정원이 사본을 공개하면서 야권이 이긴 상황이었는데, 왜 굳이 한 라운드를 더 펼쳐서 '인저리 타임(injury time)'을 연장했는지 모르겠다. 이미 이긴 싸움인데 왜 30분 더 뛰자고 하는 건지….

▲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 ⓒ프레시안(최형락)
궁금해서 박선원 전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전략 비서관에게 물어봤다. 민주당이 왜 국가기록원이 소장한 진본을 공개하자고 하는 것이냐. 그랬더니 그 분의 추론은 이랬다. 국가기록원 소장 원본과 국정원 소장 사본이 다르다는 것이다. 무슨 내용이 빠졌느냐고 물었더니, 노무현 전 대통령의 발언이 빠진 게 아니라 북한 김정일의 발언이 빠져 있다고 한다. NLL을 인정하는 발언을 김정일이 했다는 것이다. 처음엔 인정 못하겠다고 했는데, 노 전 대통령이 세게 반박하자 김정일이 '그렇다면 NLL 인정하고 나중에 평화논의 하자'고 물러섰다는 것이다. 이 얘기가 사실이라면 그간 새누리당의 주장과는 정반대의 내용인 것이다. 노 전 대통령이 NLL을 포기한 것이 아니라 김정일이 NLL을 수용한 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민주당의 일부 인사들이 대화록 진본을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는 것이다. (☞관련 기사 :"국정원, '김정일 NLL 인정 발언' 누락시켰다")

저는 그럴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고 본다. 그러나 그렇다고 한들, 논란이 정리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연장전을 해서 한 번 더 싸우는 것보다 차라리 국정원의 대선 개입 문제로 '터닝(선회)'하는 것이 맞고, 이게 더 중요하다고 본다.

6년 전 대통령이 무슨 얘기를 했느냐는 진위 공방 수준의 문제일 뿐이다. NLL은 그 때나 지금이나 굳건히 지켜지고 있다. 남북회담 합의문 어디에도 '포기'가 없기 때문에 노 전 대통령 발언의 진위 문제일 뿐이지만, 국정원의 선거 개입은 국기 문란 사건이고 민주주의가 흔들리는 사건이며 국정원은 지금도 존재하고 있다. 이게 더 심각하고 중요한 문제인데 왜 자꾸 이 문제가 밀려나고 진위 공방에만 집중하는가. (민주당이) 전선 관리를 잘못하고 있다. 문제의 경중을 따져서 이긴 것이면 이쯤에서 털고 국정조사에 집중했어야 하는데, 민주당이 잘못된 선택을 했다는 게 제 판단이다.

윤여준 "국정원에서 NLL로 국면 전환…야당, 전술적으로 '말렸다'"

윤여준 : 야당이 전술적으로 '말린' 셈이다. 자신에게 불리한 이슈가 터질 때는 더 큰 것으로 덮거나, 다른 것으로 초점을 바꾸거나, 무시하거나 하는 방법이 있는데 여당은 국정원의 선거 개입 사건을 'NLL 공방'으로 바꿔버렸다. 그런데 야당이 이걸 덥석 물어서 사건의 초점을 국정원 선거 개입에서 NLL로 옮겨가게 만들어 버렸다. 야당의 전술적인 착오로 보인다.

박인규 : 민주당이 '노무현의 명예'를 위해 대화록 원본을 공개하는 것보다는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에 집중했어야 했다는 얘긴가?

이철희 : 명예는 이미 회복됐다고 본다.

박인규 : 어쨌든 국정원 대선 개입에 대해선 이미 국정조사를 실시키로 했다. 전망을 어떻게 보나?

이철희 : 국정조사는 크게 기대를 안 하는 게 좋다. 수사권이 없는, 정치권이 하는 조사다.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파헤치는데 한계가 너무 많다. 국정조사라는 게 입법부가 행정부 활동을 견제·감시하는 장치 중 하나일 뿐이지, 행정부가 마음먹고 막겠다고 하면 성과를 내기 어렵다.

그래서 이제까지 국정조사나 국정감사에서 성과가 나오는 경우를 보면, 대부분 양심선언이나 제보가 있을 때였다. 사건의 당사자들이 얼마나 진실과 부합하는 얘기를 하느냐가 포인트다. 당사자들이 손해 보더라도 역사의 죄인이 되어선 안 된다는 생각이 상황적으로 만들어져야 하는데, 이미 분위기가 흐트러졌기 때문에 얼마나 많은 분들이 그럴 수 있을지 모르겠다. 당사자들이 발언을 하게 하려면 정치권이 명분을 만들어 줘야 한다. 진실을 파헤치려는 사람의 명분과 이를 막으려는 사람의 명분이 강하게 격돌할 때, 당사자나 이해 관계자들이 양심선언을 고민할 여지가 생기는데 그 분위기 자체가 별로 안 만들어진 것 같다. 아무리 입법부가 자료 요청을 하더라도 안 주면 그만이고, 시간만 끌면 끝나기 마련이다. 다만 민주당 얘기를 들어보면 축적된 내용과 제보가 있다고 하는데, 전체적 분위기로 봐서는 다소 걱정된다.

윤여준 : 과거와는 시대가 달라졌다. 과거엔 정보기관들이 보안 통제가 잘 됐지만 그래도 때로 기밀이 빠져나갔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가장 두려운 것이 절대 빠져나가서는 안 되는 기밀을 야당이 갖고 있는 것이다. 국정원 같은 정보기관은 일반 기관보다는 더 낫겠지만 좋은 의미에서 민주화됐기 때문에 철저한 보안은 안 되는 것 같다. 민주당이 얻은 제보 내용이 상당한 수준이라면 일방적으로 덮기는 어려워 질 것이다. 앞으로를 위해서라도, 이 사건은 절대 어물쩍 넘어가선 안 된다.

■ 쟁점3. 국정원-언론, 어떻게 바뀌어야 하나?

이철희 "검찰의 원세훈 '개인 비리' 수사, 깔린 복선은?"


이철희 : 어떤 분이 재미있는 가설을 제기했는데, 지금 검찰이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개인 비리를 조사 중이다. 그런데 국정원 대선 개입 건으로도 수사를 받는 원세훈 전 원장이 자신이 받는 혐의가 좀 과하다고 생각을 하면 항변을 하거나 자구책을 강구할 수 있지 않겠나. 자신이 알고 있는 정보도 상당할 테고, 지난 대선 당시 야당의 주장처럼 박근혜 후보 캠프와 '커넥션'이 있다면 원세훈 전 원장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가설이지만, 그 커넥션을 알고 있다면 원세훈 전 원장이 순순히 혼자 당하고 있겠나. 저항하지 않겠나. 그래서 검찰이 원 전 원장을 개인 비리로 엮어서라도 속된 말로 '조지겠다', 이런 시그널을 준 게 아니냐, 이런 해석을 하더라.

물론 가설이다. 이제까지의 학습효과랄까. 증거가 없으니 '가설'이라고 밖에 말할 수는 없는데, 사실 검찰이 국정원 사건을 수사하면서도 원세훈의 배후, 즉 사건의 '몸통'이 누군지는 규명하지 않았다. 사건의 배후와 몸통은 지금도 공백으로 남아 있다. 법무부 장관이 시간을 끄는 바람에 구속도 못 시켰다. 그런데 지금 불쑥 원 전 원장의 개인 비리 쪽으로 수사망을 좁혀가는 게 어떤 의미일까. 무엇이 맞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시간이 좀 지나면 윤곽이 나올 것이다. 하여튼 국정원 개혁은 반드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정원과 검찰 모두 개혁해야 한다.

윤여준 : 제가 과거 그 기관에서 근무한 적이 있다. 노태우 정부 때 국정원의 전신인 안기부(안전기획부)에서 제3특보, 언론 공보를 맡았는데 그 때도 사고치는 곳은 항상 국내정치파트였다. 해외에서 일하는 요원들이 상당히 열심히 하는데, 정작 국내정치파트에서 사고를 치면 굉장히 괴로워하면서 울분 토했다. 국가를 위해 죽어라 일했는데 계속 사고 치니까 집에서 애들 보기도 민망하고 창피하다고. 국정원이란 기관 자체는 굉장히 필요하고 활성화시켜야 하는 기관이라고 생각하는데, 늘 국내정치파트에서 문제가 생긴다. 다른 파트가 제대로 일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라도 국내 파트는 본격적으로 개혁해야 한다.

윤여준 "언론 후진성, 시민의 힘으로 개혁해야… 정부 직접 손대면 안 돼"


▲ 박인규 프레시안협동조합 이사장. ⓒ프레시안(최형락)
박인규 : 에드워드 스노든이라는 29세 젊은이가 미국 NSC(국가안보국)의 해킹 사실을 폭로해 전 세계를 발칵 뒤집었는데, 우리 국정조사에서도 그런 '양심 선언'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나왔으면 좋겠다. (웃음)

언론 얘기 잠깐 해보자. 최근 일부 종합편성채널에서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북한군 개입설을 주장해 문제가 되기도 했고, 아직도 수많은 해직 언론인이 편집국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노무현 정부 당시 조중동에서 노 정부의 '언론 탄압'을 비판하는 글들을 엄청나게 많이 실었는데, 이명박 정부에서 언론인 수십 명이 잘려도 언론 탄압이라는 기사 한 줄이 안 나왔다. 사실상 '99대1'의 보수 지형인 것 같다.

이철희 : 적절한 비유일지 모르겠지만 언론 문제는 과거 국정원 개혁 문제와 비교해서 따져볼 수 있다. 요즘 국정원 개혁과 관련해 많이 나오는 얘기가 해외와 국내 파트를 이원화하는 안인데, 사실 이게 노무현 전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다. 대선 직후 청와대에 국정원개혁위원회가 만들어졌고, 위원장을 문정인 연세대 교수가 맡았다. 얼마 전 문 교수가 어느 신문 칼럼에서 이런 얘기를 했다. 이원화하는 게 노무현 대통령의 확실한 방침이었는데, 본인을 비롯한 민간위원들이 반대해서 결국 무산됐다고 한다. 대통령이 민간위원들의 주장을 수용해 결국 통합형 국정원이 존치됐다는 것이다. 지금 되돌아보니 그 때 노무현 전 대통령이 판단이 사실 옳았고, 자신이 판단이 틀렸었다고 문 교수가 얘기한다. 그 당시 자신과 참여정부는 국정원을 국내정치에 활용하지 않으면 민주화, 정상화될 것이라고 생각했고, 당시엔 실제로 정상화됐지만, 그 이후 이상한 정권이 들어서면서 완전히 망가졌다. 검찰도 마찬가지다. 당시 참여정부의 생각은 '대통령이 권력을 매개로 통제하지 않을 테니 알아서 하라'는 것이었고, 이게 바로 정부 기관을 '중립화' 시키는 것이었다.

그런데 답은 '중립화'가 아니라 '민주화'였다. 차라리 당시 국정원을 이원화시켜 한 쪽을 국회나 외부기관이 감시·감독하게끔 했으면, 현재의 이 모양 이 꼴은 아니었을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한 사람의 대통령이 5년 동안 국가 기관을 중립화시키는 전례를 남기면 후임 대통령이 과거처럼 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런데 그 뒤에 온 대통령이 정말 '골 때리는' 대통령이었다. 정말 막 하지 않았나. 검찰 입맛대로 부려먹고 국정원도 그렇게 활용하고, 원세훈이라는 최측근을 원장에 앉히고….

언론 문제도 마찬가지라고 본다. 김대중 정부 당시 세무조사 등을 통해 언론 개혁에 조금 손 댔지만 실패했다. 그 이후 언론개혁을 큰 방향으로 어떻게 가져갈지 시민사회나 각 분야 별로 합의가 나름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큰 방향의 합의가 있으면 그 방향으로 가면 되는데, 이렇게 악화된 것은 민주당의 무능이 크다고 본다. 총선과 대선 당시 이 상황을 잘 풀지 못했고, 순간순간의 언론사 파업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그러다보니 사주나 권력이 상황 자체를 만만하게 보는 것이다.

윤여준 : 서구의 이론 중에 '규정자 이론'이라고 있다. '프레임 이론(Frame Theory)'이라고도 하는데, 매일같이 일어나는 사건과 현상을 과연 누가 해석하고 규정하느냐는 것이다. 바로 소수의 지배계층이 최초의 규정자, 즉 프라이머리 디파이너(Primary definer)다. 지배계층의 최초의 해석을 전파하는 세컨더리 디파이너(Secondary definer)가 바로 언론인데, 지배계층이 소유하거나 영향력을 행사하는 언론의 규정을 다수의 대중은 그대로 수용하게 된다. 결국 국민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지배계층과 언론이 규정하는 쪽으로 사고하고, 그들의 이해에 복무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 '세컨더리 디파이너'에 문제가 있으니 권력이 언론을 직접 개혁하겠다고 손을 대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그 순간 바로 '언론 탄압'이 된다. 저도 정부에서 일할 때 언론 유관부서에서 일했는데, 언론이 골치 아플 때마다 가장 손쉬운 방법을 쓰려고 하는데 그렇게 하면 그 싸움은 절대적으로 질 수밖에 없다. 권력이 정 언론의 후진성이 문제라고 생각한다면 언론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가 후진적이라는 사실 역시 알아야 한다. 사회를 총체적으로 개혁하면 언론도 개혁을 안 할 수 없다. 그렇게 시민의 힘으로 바꿀 생각을 해야지, 권력이 직접 손을 대면 이유가 뭐든 간에 언론 탄압이 되기 때문에 절대 이길 수 없다. 우리나라 언론이 문제가 많더라도 한국사회 전체가 바뀌면 자연스럽게 언론도 바뀐다.

■ 쟁점4. 박근혜 '높은' 지지율, 어떻게 보나?

이철희 "대중 어리석지 않아…경험적 판단 결과"


박인규 : '격세지감'이라는 말이 있는데 저는 요즘 느낀다. 지난해 1~2월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김종인 박사를 영입해 경제민주화를 추진하고, 심지어는 강령에서 '보수'를 빼자는 주장도 나왔었다. 총선과 대선 전 여야가 경제민주화를 경쟁적으로 추진하니, 한 때 '경제민주화가 시대정신'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박근혜 정부가 그런 약속을 다 잊어버린 것 같다. 그런데도 여론조사를 보면 박근혜 대통령이 잘한다는 여론이 꽤 높다. 더욱 불가사의한 것은 대북정책에 대한 평가가 상당히 좋다는 점이다. 어떻게 봐야 하나?

이철희 : 대중이 어리석다는 식으로 판단해선 안 된다. 대중은 경험적으로 판단하게 돼 있다. 지난 정부를 생각하면 그나마 박근혜 정부의 대북 정책이 나은 것이다. 절대치를 놓고 보면 성에 안 찰지 모르겠지만 대중의 판단은 큰 기준치가 있는 것이 아니라 현실적인 평가를 하는 것이고, 경험적일 수밖에 없다.

박 대통령의 지지율 역시 마찬가지라고 본다. 보통 사람의 심정으로 보면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접었을 때 누구에게 기대를 걸어야 할지 답답함도 있고, 그래도 대통령이 잘해야 된다는 생각과 기대가 있는 것이다. 흔히 지지율을 체격 및 체력과 비유하는데, 체격이 커진다고 해서 체력이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지지율이 70% 안팎까지 올랐다고 해도 선거에서 반드시 이기는 것도 아니다. 재보선 같은 선거 국면에선 오히려 '체력'이 드러난다.

여론은 대안이 분명할 때 선택하기 쉽다. 그런데 지금 여론 입장에선 대안이 불분명하다. 야권은 뭔가 약하고, 안철수는 희망을 걸어볼만 한 것 같은데 여전히 단기필마인데다 큰 그림이 구체적으로 제시되지도 않은 것 같고…이런 것들이 복합적을 작용한 것 같다.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이 높다고 해서 '많은 국민이 잘하고 있다고 평가한다'고 볼 일은 아니고, 다만 많은 사람이 기대를 걸고 싶어 한다는 것은 인정해야 할 것 같다.

여론조사 회사에 잠깐 있었는데, 대중은 일도양단의 판단을 잘 안하려고 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문제는 있는 것 같지만 아직은 잘 해야 돼'라는 생각을 오히려 하는 것이다. 기대를 접어버리면 마음 줄 곳이 없기 때문에, 그런 생각이 나올 수 있는 것이다.

정신과 의사들이 하는 말이 '사람들이 고통보다 더 못 견디는 게 불안'이라고 한다. 불안 정서가 커지면 커질수록 어딘가 마음 둘 곳이 필요하다. 그렇게 보면 최근의 여론 흐름은 충분히 설명이 가능하다. 대신에 사안 별로 들어가 보면 여론이 충분히 합리적인 판단을 하는 것 같다. 103쪽 짜리 대화록을 읽어보지 않은 사람도 NLL 포기가 아니라고 한다. 국익이 뭔지 구체적이진 않지만, 국정원의 대화록 공개가 '국익 저해'라고 한다. 사안별로 다 합리적 판단을 하고 있다. 그런 분들이 '도저히 이건 아닌 것 같다'고 느끼고, 또 마음을 기댈 희망이 생긴다면 여론의 흐름은 바뀔 것이다.

▲ 이철희 소장. ⓒ프레시안(최형락)

방송하는 사람이 밥줄 끊는 이야기인지는 모르겠지만 제 기준에서 박 대통령은 잘 하지 않는다. 이명박 전 대통령보다는 나아 보일 수는 있겠지만 지금 우리나라가 이 시점에서 갖춰야 하는 대통령의 자질이나 역량에 비해선 훨씬 못 미친다. 특히 국정원 대선 개입이나 NLL 문제에 침묵하는 것, 대통령으로서 그러면 안 된다. 본인의 책임 여부를 떠나 국정을 책임지는 국가 원수로서, 대통령의 책무를 방기하고 있는 것이다. 이밖에도 여러 아쉬움은 많지만 그래도 박근혜 대통령이 성공해야 한다고 본다. 덕담이 아니라, 박 대통령이 성공해야 우리 정치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다고 생각한다.

또 다시 야권이 반사이익에 기대 정권교체를 하겠다고 덤비기 시작하면 더욱 절망스러운 상황으로 갈 수 있다고 본다. 이제는 정권의 실패라는 반사이익이 아니라 실력 대결로 집권하겠다는 생각을 야권이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역설적이지만 박근혜 대통령이 성공해야 한다. 반사이익으로 집권하려고 한다면 집권 그 자체로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요행히 집권을 해도 성공하기 어렵다.

윤여준 "박근혜 인기? MB-민주당 덕분 아닌가?"

윤여준 : 박근혜 대통령의 인기나 지지율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나 민주당 덕분 아니었나? (웃음) 웬만큼 하면 잘한 것으로 보게 돼 있으니까…. 더구나 민주당에 지금 대안 인물이 있는 것도 아니고 대안 세력으로서의 역할도 못하고 있지 않나.

대북 정책을 잘한다고 보는 것은 금방 이해가 간다. 과거의 당근 위주의 정책도 문제라고 보고, 그렇다고 이명박 전 대통령처럼 제재와 압박으로 채찍만 휘두르는 것도 잘못이라고 보는데, 그에 비하면 박근혜 대통령은 균형을 잘 잡는 편인 것 같다. 김정은이 그렇게 도발을 하는데 가죽잠바 입고 벙커 내려가는 것보다는 잘 대처한 것 아닌가. 한미정상회담이나 한중정상회담만 봐도 본질로 들어가면 많은 얘기를 할 수 있지만, 주변적인 것만 보도되고 거기에 관심이 쏠리니까…어쨌든 한복 입은 맵시도 우아해 보이고, 행동하는 게 상스럽지 않고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의 품격은 유지한 것 아닌가. 전임자에 비해서…(웃음).

물론 미국이나 중국이 극진한 대접을 한 것은 박 대통령 개인을 보고 한 것은 아니고 한국이란 나라의 전략적 가치가 그만큼 높아졌기 때문이다. 북한의 3차 핵실험 이전과 이후로 미국과 중국이 북한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질 수밖에 없고, 그러다 보니 한국이란 나라의 전략적 가치가 높아질 수밖에 없지 않겠나. 그렇다면 국민이 볼 때 저 정도 지지율이 나오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박인규 : 말씀을 들어보니, 박근혜 대통령이 장점이 굉장히 많은 것 같다. 몰랐다.

윤여준 : 장점이 많은 분이다. 다만 지금 이 시기, 21세기도 십 년이 넘게 지난 이 시점에서 대한민국에 필요한 리더십이냐고 볼 때엔 문제가 많다. 이 점을 여러 번 비판했는데, 그 점만 바뀐다면 굉장히 훌륭한 대통령이 될 수 있다고 본다.

▲ 윤여준 전 장관. ⓒ프레시안(최형락)

■ 쟁점5. 야권의 혁신, 과연 길은 있나?

이철희 "인적 청산이 핵심…이제 DJ·盧는 극복해야 "

박인규 : 어떻게 보면 우리나라 정치가 '누가 더 잘하는가'를 따지는 정치가 아니라 '누가 더 못하느냐'를 규정하는 정치인 것 같다. 야권에 대해서도 국민의 실망이 큰데, 제안이나 충고를 하자면?

이철희 : 감히 충고할 입장인지는 모르겠지만, 안철수 의원을 보면 잘 하는 점도 있고 못하는 점도 있는 것 같다. 잘하는 점은 이번 논란에 자신의 입장을 충분히 제시했다는 점이다. 국정원장 해임을 강하게 주장했고, 국정원의 선거 개입에 집중해야 한다고 밝힌 것은 잘 지적한 것 같다. 다만 처음부터 분명하고 과감하게 주장해 문제를 적극적으로 끌어갔으면 좋았을 텐데, 속된 말로 이번에도 '간을 좀 보다가' 움직인 게 아쉬운 대목이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단기필마로서 저 정도 한 게 어디냐는 생각도 든다.

민주당 문재인 의원의 심정은 잘 모르지만 충분히 이해는 한다. 지난 대선 때 당한 억울함, 자신이 모셨던 분신이나 다름없는 대통령에게 그렇게 인간적 모멸감을 주고 죽음으로까지 내몬 세력이, 또 다시 저런 짓을 하는 것을 보면 참기 힘든 분노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심정은 충분히 이해한다. 그러나 문재인 의원이 국가기록원에 있는 원본을 공개하자고 제안한 것은 '주장'으로는 괜찮은데, 이게 '당론'으로 결정돼 현실화되니까 너무 나갔다는 생각이 든다. 그 점이 아쉽다.

개인적으로 민주당은 이제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을 보내드릴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새로운 사람이 나와서 새로운 정치를 해야 하지 않겠나. 언제까지 DJ, 노무현에 의존해 민주당이 연명할 것인지 냉정하게 생각해야 한다. 사실 민주당은 이제 내몰릴대로 내몰린 상황이다. 비유를 하자면 안철수라는 사람이 여차하면 접수할 생각으로 문 앞에서 칼 들고 서 있는데, 저렇게 느슨하게 대응하는 것은 참 '민주당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저는 역설적이게도, 국정원 대선 개입에 대한 국정조사와 민생 입법, 경제민주화 입법, 연말 정기국회가 민주당에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라고 본다. 이번에 NLL 공방과 관련해선 간만에 민주당이 존재감을 드러냈다. 127석을 가진 정치세력으로서의 힘을 보여줬다. 자신들이 무엇을 잘하고, 어떤 힘을 갖고 있는지 인지하고 거기에 맞게 움직여야 하는데, 조금 분위기 좋아졌다고 욕심을 내버리면 스텝이 꼬이게 된다. 더 철저하게 움직여야 한다.

저는 야당이 되살아날 길의 핵심은 인적 청산이라고 본다. 철 지난 사람들, 안일한 사람들, 여러 번 한 사람들은 과감하게 퇴출시키고 새로운 사람이 새롭게 정치를 하는 게 대단히 중요하고 그것이 곧 신이라고 본다. 그 혁신 속엔 물론 통합도 필요할 것이다. 결국은 (야권이) 하나로 합쳐야 한다고 보는데, 패권적이거나 인위적으로 합치는 것이 아니라 각자가 갈 수 있는 길은 가보되, 어느 시점에선 통합에 대한 고민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전제가 인적 청산을 비롯한 야권의 혁신이어야 통합도 유효한 수단이 될 수 있다. 대선 전의 통합 방식은 무익하고, 오히려 해악이라고 본다.

어떻게 보면 야권의 혁신은 간명하다. 다만 누가 혁신할 것인가라는 '리더십'이 불분명하다. 그러나 리더십이 먼저 서고 개혁을 추진하는 것이 아니라,개혁 과정에서 오히려 새 리더십도 나올 수 있다고 본다. 그 어려운 과제를 민주당이 좀 더 집중해서 가야만 하고, 그러면 길도 보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프레시안(최형락)

윤여준 "국민 야당에 '상반된 요구'…'야당의 딜레마'도 이해해야"

윤여준 : 이명박 대통령 재임 시절 언론 인터뷰를 할 때마다 '정부에 충고 및 제안을 해 달라'는 질문을 받았다. 그 때마다 저는 '왜 허공에 대고 총질해야 하느냐'고 답했다. 참 허망한 것이, 이제 민주당에 충고하는 게 허공에 대고 총질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2009년 민주당이 '뉴민주당 플랜'이라는 것을 발표한 적이 있다. 내용이 괜찮았다. 좌우의 낡은 이념 대립을 비판했고, 본인들이 표방한 가치와 정책 방향은 옳았으나 정책 수단이 효율적이지 못했다는 반성 역시 있었다. 아마 민주당이 이 때 발표한 '뉴민주당 플랜'대로만 했으면 지난해 총선도, 대선도 이겼을 것이다. 원인이 뭔지 모르겠지만 결국 흐지부지됐다. 그렇게 연패하고 나니 패배의 책임이 누구한테 있느냐고 싸우다가 이제서야 쇄신한다고 또 내놓지 않았나. 그런데 예전의 쇄신책은 어디로 갔나? 성찰도 못하고, 성찰도 못하니 바꾸지도 못하는 것이다.

다만 우리가 야당을 이해해야 할 부분도 있다. 보통 대중은 야당에 두 가지 상충된 요구를 하는 경우가 많다. 하나는 '야당다운 야당이 돼라'는 것이고, 그러면서 바로 '싸우지 말라'고 한다. 대통령 권력을 견제하는 야당다운 야당, 투쟁하는 야당을 요구하면서 지리한 말 싸움조차도 국민은 싫어한다. 어떻게 안 싸우고 야당다운 야당이 되나? 그러다 보니 야당은 두 가지를 충족할 수도, 외면할 수도 없다. 그래서 싸우는 쪽으로도 갔다가, '왜 싸우냐'면서 또다시 안 싸우는 쪽으로 오기도 한다. 지금도 그렇지 않나. NLL 강경투쟁 목소리가 나오는가 하면, 싸울 게 아니라 민생을 챙겨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게 바로 '야당의 딜레마'다. 국민이 민주당이 못한다고 비판하지만, 야당 입장에선 딜레마가 있는 것이다. 시대적인 딜레마인 셈인데, 그렇기 때문에 야당은 어떻게 하면 국민에게 지지를 받는 투쟁 방법을 개발하고, 어떻게 국민에게 환영받는 야당사를 만들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과거 민주 대 반민주 투쟁 시절의 야당사로는 이제 안 된다. 사실 야당으로서는 짧은 시간 안에 두 가지 상충되는 요구에 부응하기가 굉장히 어렵다. 행정부를 견제하려면 정책 능력도 굉장히 높아져야 하는데, 그 어려움도 있다. 이해하면서 비판할 것은 비판했으면 좋겠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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