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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자회담이 재개되지 못하는 근본적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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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자회담이 재개되지 못하는 근본적 이유는? [한반도 브리핑] 북한을 보는 두 가지 관점의 충돌
6자회담 재개를 두고 관련국들의 외교가 숨 가쁘게 진행되고 있다. 6자회담은 재개될 것인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를 위한 프로젝트에 드디어 발동이 걸리는가? 현재 최대의 관건은 무엇인가?

6자회담 재개를 위한 다양한 흐름들

현 국면에서 6자회담 재개를 위해 가장 바쁘게 움직이는 국가는 중국이다. 6자회담 의장국으로서 회담 장소나 제공하고 명분만 차리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 의장의 역할을 하기 위해 아이디어를 내고, 의견을 청취하여 모으고, 회담 재개를 위한 분위기 조성을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뿐만 아니라 왕이(王毅) 외교부장과 우다웨이(武大偉) 한반도 사무 특별대표는 "6자회담 재개에 자신이 있다"고 공언할 정도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북한도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국방위원회 대변인이 지난 6월 16일 '중대담화문'에서 한반도 비핵화를 김일성과 김정일의 '유훈'이자 "당과 국가와 천만군민이 반드시 실현하여야 할 정책적과제"라고 공언하면서부터 비핵화를 위한 대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 담화에서 미국과 '고위급회담'을 제안한 데 이어, 6자회담 재개에도 적극적이다. 최근 베이징과 런던, 베를린에 6자회담 관련 고위당국자들을 총출동시켜 '비정부' 대화를 무색하게 하며 비핵화를 포함한 의제를 협상을 통해 해결하겠다고 목표를 밝히고, 그 구체적인 단계를 제시하기까지 했다.

▲ 2005년 9.19 공동성명 발표 직후 손을 모으는 포즈를 취하고 있는 6자회담 수석대표들 ⓒ연합뉴스

미국도 지난 4월 국무부 연간 전략목표에 북과의 대화 재개를 포함시킨 이래 북미 대화 재개 가능성을 여러 가지로 모색하고 있다. 존 케리 국무장관 취임 이후 작성된 이 보고서는 "북한의 국제적 지위 개선과 관련해 북한과 논의를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제시했다. 또 "북한의 협력을 전제로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을 포함한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와 초기 검증 절차를 논의하는 다자간 협의를 추진한다"며 6자회담 재개 추진을 명시했다. 아직도 '북핵협상'의 결렬, 특히 2.29합의의 결렬에 대한 트라우마 때문에 협상 재개의 전제조건과 협상 시작 후의 결과에 대해 의구심을 거두고 있지 않지만 오바마 1기와는 다른 분위기이다.

한국도 이명박 정부 때와는 달리 대화에 긍정적인 모습이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이 지난 6월 6일 남북 장관급 회담을 개최하자고 공식 제의한 것이나,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일 <르피가로> 인터뷰에서 "필요하다면" 언제라도 남북 정상회담을 가질 수 있다고 피력한 바 있다. 물론 한국도 장관급 회담의 '격'을 두고 문제가 있었고, 개성공단을 둔 엎치락 뒤치락, 이산가족 상봉 불발 등 이미 여러 차례 어려움을 겪었다. 정부 안에서도 대북관계에 대한 강경한 흐름이 명백하게 존재하고 있다. 하지만 남북 "당국 간 대화 추진 및 합의 이행 제도화"가 <제2차 남북관계발전 기본계획>의 중점추진과제의 첫 번째로 제시될 정도로 '전략적 인내'와는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러시아는 중국 및 북과 함께 6자회담 재개를 위해 분위기 조성을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가스관 연결, 시베리아 횡단철도 연결, 나진항 현대화 사업 등을 '당근'으로 내세우며 회담 재개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일본은 공개적으로는 별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 않지만 몽골에서 이미 2차례 북과 비밀협상을 가진 바 있고, 안토니오 이노키(猪木) 의원의 방북 및 스포츠 교류 등을 통해 대화재개의 흐름을 끊지 않고 있다.

그러면 왜 6자회담은 당장 재개되지 않고 있는가?

6자회담 당사국들이 모두 대화재개에 적어도 긍정적이거나, 심지어는 적극적이라면 6자회담은 왜 아직도 재개되지 않고 있는가?

중국과 북은 '조건 없이' 회담을 재개하자고 하는 반면 한국과 미국은 '조건이 충족'돼야 회담을 재개할 수 있다고 하기 때문이다. 한국과 미국은 북의 비핵화 의지를 신뢰할 수 없으므로 6자회담이 "실질적 협의"가 되기 위해서는 북의 의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고 있다. 그 근거의 하나로 북이 3월 31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채택한 '경제건설과 핵무력건설 병진노선'을 들고 있다. 북이 핵무기 개발을 국가 기본전략으로 채택했는데, 그러한 핵무기를 포기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국내외에서 이 '병진전략'을 비판한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이는 국가의 목표와 노선을 혼동한 데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북의 목표와 노선이 일견 모순적이므로 이러한 혼동은 북에서 초래한 측면도 있다. 위에서 지적한 것과 같이 북은 국방위원회 중대담화문에서 '한반도비핵화'가 "유훈"이자 "정책적 과제"라고 명시한 바 있다. 그런데 그러한 유훈과 과제를 달성하기 위해 핵무기를 개발하겠다는 것이다. 핵무기라는 수단으로 비핵화라는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모순된 상황을 연출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형식 논리적 모순은 북이 처한 구체적 현실 속에서 이해될 수 있는 면이 있다. 즉 북은 1950년부터 시작해서 지금까지도 미국의 핵무력 위협에 노출되어 있다. 전쟁이라는 최악의 적대관계로 대치해있는 상태에서 상대국이 세계 최강의 핵무력으로 무장되어 있다는 현실이 북에 위기감을 초래하지 않는다면 비정상일 것이다. 북은 이를 비대칭전력으로 대항하던 끝에 핵무장까지 하게 된 것이다. <자위적 핵보유국 법령>에서 핵무기를 '방위수단'으로 규정한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단순한 방위수단에서 더 나아가, 북은 이제 핵무기를 쥐고 미국과 맞서며 미국의 핵위협과 북의 핵위협이 동시에 해소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북이 주장하는 '한반도비핵화'의 의미이다. 북의 세계인식 안에서 핵무기 보유와 비핵화는 모순이 아닌 것이다.

여기에 현 국면을 이해하는 단초가 있다. 북은 국방위원회 담화문에서 한반도비핵화라는 목표를 제시했다. 하지만 한국과 미국은 북이 핵무기를 포기해야 한다는 목표를 견지하고 있다. 북은 한반도에서 미국과 북의 핵위협이 동시에 제거되는 상태를 말하고 있으나, 미국과 한국은 일방의 핵위협 제거만을 말하고 있다. 6자회담에서 합의된 중요한 원칙인 '말 대 말'에서 어긋나고 있는 것이다.

또 하나는 평화체제의 문제이다. 많은 이들이 지적한 것과 같이 핵문제는 증상이고 그 근본원인은 한반도 전쟁상태이다. 따라서 핵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전쟁상태를 끝내고 평화체제를 건설하는 것이 필요하다. 6자회담 9.19공동성명에서 '한반도평화체제'와 북미 평화공존과 관계정상화에 합의한 이유이다. "정전체제의 평화체제 전환 등 한반도평화체제 구축"이 <제1차 남북관계발전 기본계획>의 전략목표와 추진과제에 들어간 이유이다.

그러나 최근 발표된 <제2차 남북관계발전 기본계획>에는 이 항목이 빠졌다. "튼튼한 안보"가 남북관계의 '바탕'으로 제시되었다. 미국도 케리 국무장관이 적대국 간에도 체결이 가능한 '불가침협약'의 가능성을 시사하기는 했지만 적대관계의 청산이나 평화체제의 건설은 공언하지 않고 있다. 6자회담 재개를 둔 최근의 발언에서 미국과 한국은 9.19공동성명의 내용까지 가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될 것인가?

'말과 말'의 합치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현 상황의 이면에서는 북을 둔 두 개의 관점이 충돌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북이 정치적으로 안정화되고 있으며, 경제적으로도 활력을 보이고, 핵능력도 신장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시간이 갈수록 북의 핵능력은 커질 것이고 발전할 것이므로, 비핵화는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는 것이다. 반면 다른 편에서는 북이 정치적으로도 불안하고, 경제적으로도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핵군사력도 종이호랑이에 불과하다고 보고 있다. 경제제재를 유지한 채 북이 협상장에 굴복해 들어오도록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어느 쪽이 현실을 정확하게 보는 것일까? 협상의 재개여부는, 그리하여 한반도의 미래는 결국 현실의 힘에 의해 결정될 듯하다. 현실을 정확하게 보는 자만이 역사의 흐름에 뒤떨어지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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