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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남자의 '흔한' 사연, '코'를 분실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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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남자의 '흔한' 사연, '코'를 분실했어요! [금정연의 '요설'] 니콜라이 고골의 '코'
☞황당한 소설들의 계보,'요설' 지난 글들 모아 보기

<제22장>
그래, 자기. 잘 봐. 우리 모두는 고골의 콧구멍에서 나왔어


1.
"뭐 해?" 평소와 달리 거울 앞에서 머뭇거리고 있는 나를 보면서 아내가 물었다.
내가 대답했다. "별건 아닌데, 여기를 좀 봐. 이쪽 콧구멍을 보라고. 누르면 약간 아파."
아내는 웃으며 대답했다.
"휜 쪽을 보고 있군."
나는 누군가에게 꼬리를 밟힌 개처럼 몸을 돌렸다.
"휘었다고? 이쪽으로? 코가?"
그러나 아내는 조용하게,
"그래, 자기. 잘 봐. 오른쪽으로 기울었어."
(루이지 피란델로, <아무도 아닌, 동시에 십만 명인 어떤 사람>(김효정 옮김, 문학과지성사 펴냄) 13쪽)


아무것도 아닌 이날의 대화는 비탄젤로 모스카르다의 인생을 영원히 바꾸어버렸다. 스물여덟 살이었던 그는, 또래 남자들이 대부분 그런 것처럼, 아니,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모든 남자들이 간단없이 그러는 것처럼, 자신이 그리 아름답지는 않지만 딱히 못나지는 않고 자세히 살펴보면 은근히 매력적인 것이 어디에서 꿀리지 않는 외모를 가지고 있다고 믿고 있었다. 물론 그의 코도 외모의 일부분이었다. 예외는 될 수 없었다는 말이다. 따라서 그는 잘생긴 코를 가지고 있어야만 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그의 코는 한쪽으로 휘어 있었고, 그는 휘어진 코와 함께 28년을 살았던 것이다. 더 나쁜 것은 그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은 그것을 알고 있었다는 사실이었다. 그는 더 이상 자신이 알고 있던 비탄젤로 모스카르다가 아니었다. 멍청이다. 코가 휜 주제에 그런 사실도 모른 채 거들먹거리는 못난이에 불과했던 것이다. 그가 믿었고 또 살았던 현실은 그렇게 무너져버렸고, 그날 이후 그는 무시무시한 광기에 사로잡혔다. 1925년 10월의 일이다.

그래도 가련한 모스카르다는 운이 좋은 편이다. 1836년 3월 25일, 8등관 나리인 꼬발료프에게 일어났던 사건과 비교한다면.

그날 아침, 뻬쩨르부르그의 보즈네센스끼 거리에 살던 이발사 이반 야꼬블레비치는 아침 식사를 위해 식탁에 앉아 있었다. 메뉴는 따끈따끈한 빵과 파. 예절을 지키기 위해 남방셔츠 위에다 모닝코트를 입고 식탁에 앉아 심각한 표정으로 빵을 자르던 그는 빵 속에서 무언가 하얀 것을 발견하고 깜짝 놀란다.

이반 야꼬블레비치는 조심스럽게 나이프 끝으로 빵을 헤집은 다음 손가락으로 그것을 살짝 만져보았다.
"단단한걸."
혼자 중얼거렸다.
"대체 이게 뭘까?"
그는 손가락을 쑤셔 넣어 그것을 빼냈다. 코다……! 이반 야꼬블레비치는 양손을 얼른 움츠렸다. 눈을 비비고 다시 손가락으로 건드려보았다. 역시 코다. 사람의 코가 틀림없다! 게다가 아는 사람의 코 같았다. 이반 야꼬블레비치의 얼굴에 공포의 빛이 감돌았다. (고골, '코', <뻬쩨르부르그 이야기>(조주관 옮김, 민음사 펴냄) 10쪽)


▲ <뻬쩨르부르그 이야기>(고골 지음, 조주관 옮김, 민음사 펴냄). ⓒ민음사
그러자 아내가 다정하게 "그래, 자기. 잘 봐. 코야"라고 말했다면 좋았겠지만, 강단 있는 슬라브 여인의 반응은 조금 더 현실적이었다. 불호령이 떨어진 것이다. 그녀는 버럭 성을 내며 그를 사기꾼, 술주정뱅이, 날강도, 엉터리 이발사, 등신, 바보라고 부르며 당장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이반은 그런 경우에 모든 사려 깊은 남편들이 하는 일을 했다. 아내를 향해 그만 하라고 맞고함을 친 후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잔소리를 뒤로 한 채 헝겊에 코를 싸 들고 서둘러 집을 빠져나온 것이다. 이 코가 도대체 어디서 온 건지, 혼자 얼떨떨해 하면서.

"어제 내가 술에 취해 집에 들어왔나? 어쨌든 아무리 생각해 봐도 이건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야. 빵은 잘 구워졌는데 그 속의 코는 말짱하잖아. 어찌 된 영문인지 알 수가 없네." (12쪽)

공연한 말썽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 그는 코를 내버리기로 마음먹는다. 대문 아래 주춧돌 사이에 끼워 넣거나, 아니면 실수인 양 땅에 슬쩍 떨어뜨리고 유유히 걸어가는 거다. 말하자면 완벽범죄. 하지만 말처럼 쉽지만은 않다. 아는 사람이 나타나 말을 걸어 타이밍을 놓치기도 하고, 감쪽같이 떨어뜨리는데 성공했다고 믿는 순간 경찰이 나타나 칠칠맞게 물건이나 흘리고 다닌다며 주의를 주는 것이었다. 누구보다 술을 좋아하고, 손에서는 정체를 알 수 없는 구린내가 나는 이 모범적인 이발사는 절망에 빠진다. 그때 그에게 좋은 생각이 떠오른다. 그래, 네파 강에 코를 슬쩍 던져버리는 거야. 거기라면 사람들이 알아챈다고 해도 대충 얼버무릴 수 있겠지. 누구도 내가 던진 게 코라는 사실을 알아차릴 수는 없을 테니까.

그래서 그는 그렇게 한다. 주위를 한번 살펴본 후, 다리 밑에 물고기가 많이 놀고 있는지 어떤지를 살피는 척하며 난간에 몸을 기대며 헝겊에 싼 코를 슬쩍 던져버린 것이다. 그는 또래 남자들이 대부분 그런 것처럼, 아니,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모든 남자들이 간단없이 그러는 것처럼, 자신의 대담성과 치밀함에 더없는 만족감을 느꼈다. 그리고 그런 경우에 모든 건강한 남자들이 하는 일을 하기 위해 걸음을 옮겼다. 술 한 잔 빨기 위해 가까운 음식점을 향한 것이다.

하지만 세상에 완전 범죄란 없는 법이다. 뜻밖에도('당연하게도'를 조금 더 드라마틱하게 서술하고 싶을 때 작가들이 사용하는 단어다.) 어디선가 삼각모에 대검을 차고 구레나룻을 넓게 기른 경찰 하나가 그를 불렀다. 경찰은 이발사에게 다리 위에서 무얼 하고 있었는지 추궁했고, 당황한 이발사는 그에게 일주일에 세 번씩 공짜 면도를 하겠다고 제안했다. 나쁘지 않은 거래였지만 강직한 경찰은 쉽게 넘어가지 않았다. 그에게는 이미 공짜 면도를 해주는 세 명의 이발사가 붙어 있었던 것이다. 경찰은 계속해서 그를 몰아붙였고

이반 야꼬블레비치는 새파랗게 질려버렸다. 하지만 여기서 사건은 완전히 안개 속에 묻혀 그 후 어떻게 되었는지 전혀 알 길이 없다. (15쪽)

2
그날 아침, 8등관 꼬발료프는 기지개를 켜며 일어났다. 그리고 책상에 놓여있던 거울을 들어 얼굴을 살펴보았다. 콧등에 생긴 여드름이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했던 것이다. 다행히 여드름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문제는 여드름과 함께 코까지 사라졌다는 사실이었다. 납작해진 것도 아니고, 잘려나간 것도 아니었다. 그냥, 사라져버렸다.

꼬발료프는 소스라치게 놀라 물을 가져오게 하여 세수 수건으로 눈곱을 닦았다. 다시 보아도 정말로 코는 없었다. 꿈은 아닌 것 같았다. 그곳을 만져보기도 하고 자신을 꼬집어보기도 했지만, 아무래도 꿈인 것 같지는 않았다. 8등관 꼬발료프는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몸을 흔들어보았으나 역시 코는 없었다……! 그는 하인에게 서둘러 옷을 가져오게 하고, 옷을 몸에 걸치자마자 경찰 서장한테로 달려갔다. (16쪽)

여기서 우리는 벌레로 변해버린 그레고르 잠자를 떠올린다. 어느 날 아침, 잠에서 깨어나 벌레로 변해버린 자신을 발견한 우울하고 침착한 20세기의 세일즈맨을. 하지만 세일즈맨과 8등관 나리는 급이 다르다. 벌레 한 마리야 죽든 말든 신경 쓸 사람은 아무도 없겠지만(심지어 그의 가족이라고 해도), 잘생기고 야망에 찬 8등관 나리의 코가 사라졌다면 경우가 다른 것이다. 그가 여자를 좋아하고, 사교계를 드나드는 건강한 8등관 나리라면 더더욱. 세상 어느 숙녀가 코 없는 신사를 좋아한단 말인가?

꼬발료프는 손수건으로 코를 가린 채 거리로 나섰다. 그런데 정말 코가 사라졌을까? 그는 좀처럼 믿을 수가 없었다. 자신의 손이 코가 있어야 할, 그러나 이제는 언제 그런 게 있었냐는 듯 평평한 얼굴의 한 부분을 누르고 있었는데도. 그 또한 세상 모든 남자들과 마찬가지로, 좀처럼 자신의 확신을 버릴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는 확인 차 제과점에 들어가 남들 눈을 피해 슬쩍 거울에 자신의 얼굴을 비쳐보았다. 그리고 분통을 터트렸다. "코가 없으면 뭐 다른 거라도 붙어 있어야 할 것 아니야! 이건 아무것도 없으니!" 이가 없으면 잇몸이라지만 코가 없으면 아무것도 없었다. 그는 비통한 심정으로 제과점을 나섰다.

그때, 그의 눈앞에 믿을 수 없는 광경이 펼쳐진다.

갑자기 그는 어떤 집 대문 앞에 못 박힌 듯 멈춰 섰다. 상식적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기이한 광경이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현관 앞에 사륜마차가 멎더니 이내 문이 열리며 정복을 입은 신사가 몸을 구부리고 뛰어내려 계단을 따라 뛰어올라갔다. 그런데 그 신사가 바로 자신의 코였던 것이다. 이때 꼬발료프의 놀람과 두려움은 어떠했는지! 이 기이한 광경을 본 순간 그는 눈에 비친 모든 것이 거꾸로 뒤집어진 듯해서 그대로 서 있을 수도 없을 것 같았다. 그는 열병 환자처럼 온몸을 떨면서도 어쨌든 자신의 코가 마차로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정확히 이 분 후에 코가 돌아왔다. 코는 커다란 깃을 세우고 금실로 수놓은 정복에 양가죽 바지를 입고, 허리에는 대검을 차고 있었다. 모자의 깃털 장식으로 보아 5등관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밖의 모든 정황으로 보아 코는 누군가를 방문하러 온 게 분명했다. (19쪽)

코는, 이제 5등관 나리라고 불러야겠지만, 위풍당당한 모습으로 마차를 부른 후, 어안이 벙벙한 꼬발료프를 지나쳐 어디론가 사라졌다. 하지만 그대로 포기하고 있을 꼬발료프가 아니었다. 그 또한 당당한 8등관이었다. 다행히 마차는 얼마 가지 않아 성당에 섰고, 그는 자신의 코를 찾아 성당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코에게 말을 걸었다.

"저 실례합니다만…… 좀 이상한 일이 있어서 말씀드리는 건데…… 제 생각으로는…… 귀하는 자기가 있어야 할 자리를 알고 계실 텐데요? 그런데 이런 성당 안에서 귀하를 뵙게 되다니 참으로 이상하군요…… 그렇지 않습니까?"
"미안합니다만 저는 무슨 말을 하고 계신지 통 이해할 수가 없군요. 좀 더 분명히 말해 주시죠." (21쪽)


그래서 꼬발료프는 그렇게 한다. 조심스럽지만 분명한 말투로, "……귀하는 바로 제 코가 아닙니까?"라고 직구를 던진 것이다. 하지만 코는 별 황당한 소리를 다 듣겠다는 투로, 그러나 천박하지 않게 위엄을 지킨 채, 미간을 약간 찌푸리며 이렇게 말할 뿐이었다.

"당신은 실수하고 있소. 나는 어디까지나 나 자신이오. 더욱이 나와 당신 사이엔 어떤 밀접한 관계도 있을 수 없잖소? 당신의 제복에 달린 단추를 봐도 나와는 다른 관청에 속해 있으니까요. 나는 문관이지만 당신은 원로원이나 법무성에 근무하는 것 같군요." (22쪽)

할 말을 잃은 꼬발료프. 그때 아름다운 귀부인이 성당에 들어섰고, 자신이 당황했다는 사실조차 잊은 8등관 나리가 손수건으로 코가 있던 자리를 가린 채 그녀에게 다가가 눈빛을 나누었다. 비록 코는 없었지만 여전히 건강한 남자였던 것이다. 하지만 이내 코가 없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고, 어쩐지 분한 마음에 눈물까지 아른거리며, 이번에야말로 그 정복을 입은 신사에게 너는 가짜 5등관으로 사기꾼에 악한일뿐더러 내 코에 불과해(그리고 나는 네가 잘생겼다고 생각하지만 어쩌면 너는 휘어있는지도 몰라)라고 쏘아붙이기 위해 돌아섰지만, 코는 이미 자리를 뜬 후였다.

그 순간 이후, 코를 붙잡기 위한 꼬발료프의 분투가 시작되었다. 경찰서장을 방문하고(자리에 없었다), 사기꾼 코를 찾는다는 광고를 내기 위해 신문사를 찾고(담당자는 신문의 권위를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에 그런 광고는 낼 수 없다고 말했고, 꼬발료프가 이래도 못 믿겠냐며 코가 있던 자리를 보여주자 그때야 그의 처지에 공감하며 정중하게 코담배를 권했는데, 그것은 꼬발료프의 화를 더욱 돋울 뿐이었다), 또 다시 경찰서장을 찾지만(그는 똑똑한 사람이라면 코를 떼이는 일은 결코 없을 거라며 요즘 세상에는 제대로 자기 자리도 지킬 줄 모르면서 이리저리 나대는 관리들이 많다는 되도 않는 소리를 늘어놓을 뿐이었다), 코가 없는 남자에게 세상은 녹록치가 않았다. 코가 없어졌으니 코를 찾는 것인데, 코가 없기에 코를 찾는 일이 쉽지 않았던 것이다. 세상이란 게 그렇다.

하지만 신은 꼬발료프의 편이었다. 애초에 코가 사라지도록 만든 것이 신이었다는 사실만 눈감는다면, 확실히 그랬다. 절망에 빠진 8등관이 애꿎은 하인에게 화를 내고 있는 동안 한 풍채 좋은 경찰관이 찾아와(1부의 마지막에서 네파 강의 다리에 서 있었던 바로 그 경찰이었다) 그에게 코를 내민 것이다.

"어, 어떻게 찾았습니까?"
"정말 우연하게 여행을 막 떠나려는 놈을 체포했습니다. 역마차를 타고 라뜨비아의 리가로 도망치려던 찰나였지요. 여권도 어느 관리의 이름으로 오래전에 발급받았더군요. 경찰관인 나 자신도 처음엔 의젓한 신사로 알았어요. 다행히도 마침 안경을 쓰고 있었기 때문에 그게 코라는 걸 금방 알아챘지요." (38쪽)


과연 여드름이 있는 것이 그의 코가 분명했다. 그렇지만 문제는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코를 찾긴 했지만 그것을 도로 얼굴에 붙일 수 있는 방법이 요원했던 것이다. 그는 의사를 찾아가 코를 붙여달라고 사정하기도 하고(의사는 그럴 수는 없다며, 다만 보드카와 따뜻하게 데운 식초 두 숟갈을 넣은 용액에 코를 상하지 않게 보관해두면 비싼 값에 팔아줄 수 있다고 했다), 자신의 딸과 결혼하기를 거절한 것에 앙심을 품은 귀부인이 저주를 걸었다고 확신하며 편지를 쓰기도 했지만(그녀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코 꿰기 싫다고 한 건 당신이 아니었나요?"라고 되물었다) 아무 소용없었다.

그리고 소문이 퍼졌다. 어느새 8등관 나리와 그의 5등관 코의 이야기는 장안의 화제가 되어 사교계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은 코가 없는 그와, 그가 없는 코를 보기 위해 몰려들었다. 그들이 어딘가에 모습을 드러냈다는 소문이 돌면 순식간에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하지만 실제로 그 모습을 본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학구열에 불타는 의학도와 외국의 귀족들이 편지를 써 교육적인 목적을 위해 방문을 요청했지만 8등관이 그들의 요청을 받아들였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이런 일들이 있은 후에 뒤이어…… 그러나 여기서 이 사건은 또다시 미궁에 빠져 버렸다. 그 후 일이 어떻게 되었는지는 전혀 알 길이 없었다. (47쪽)

3
세상엔 정말로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나기도 한다. 때로는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운 사건이 벌어진다. 그리고 그런 일들은 한 번만 벌어지는 것도 아니다. 한때, 8등관 꼬발료프의 얼굴에 자리 잡고 있던 코가 어느 날 5등관 나리가 되어 위세를 뽐내며 돌아다니는 일이 벌어지는가 하면, 그렇게 기세등등하던 코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다시금 8등관의 얼굴로 돌아오는 일도 일어나는 것이다. 4월 7일, 바로 그 일이 일어났고, 잠에서 깨어 무심코 거울을 들여다 본 꼬발료프는 기쁨에 차서 외쳤다. 코다! 틀림없는 코다!

그는 기쁨에 찬 채 하인에게 내 코에 여드름을 보라며 자랑하기도 하고, 이반 야꼬블레비치의 손가락 냄새를 맡으며 면도를 하고, 제과점으로 달려가 코코아 한 잔을 주문한 후, 언제나 남의 약을 올리길 좋아하는 친구에게 다가가 친구가 코가 없다고 놀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했으며, 마침내 육체에 아무 이상도 없다는 사실을 확인한 후 길가에 서서 여자들과 한참을 이야기를 나누었다. 보란 듯이 코담배를 양쪽 콧구멍에 집어넣기도 하면서, 동시에 속으로는 '어리석은 여자들이야! 아무튼 난 당신 딸에게 장가들지 않겠소. 뭐 별다른 이유가 있는 건 아니지만……. 흥, 미안하게 됐습니다!'라는 생각을 하면서. 말하자면, 다시금 완벽한 남자로 돌아온 것이다.

그리하여 우리의 8등관 나리와 코의 이야기도 막바지에 다다랐다. 길지 않은 소설이다. 하지만 이야기를 하자면 끝도 없는 소설이기도 하다. 물론 우리에겐 남은 지면이 많지 않고, 나는 이미 마감 시간을 넘겼으며, 어딘가에서는 끝을 내야만 한다. 고골 자신은 이런 말로 끝을 맺는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상하고 무엇보다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작가들이 어떻게 이런 종류의 사건을 주제로 삼을 수 있겠느냐 하는 문제이다. 솔직히 말해서 이것은 이미 인간의 두뇌로써는 풀어낼 수 없는, 다시 말하자면…… 아니, 아니, 나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문제다. 첫째로 이런 사건을 주제로 써봐야 국가에 이로울 건 조금도 없을 거고, 둘째로는…… 둘째도 역시 아무런 이익을 없을 것이다. 하여튼 나는 뭐가 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그렇긴 하지만 하나하나 따져본다면 전체적으로 이 사건을 수긍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하나에서 열까지 모두가 비현실적인 것만은 사실이지만, 그러나 생각하고 다시 생각해 보면 이 이야기 속에는 분명히 무엇인가 내포되어 있다. 누가 뭐라 해도 이와 비슷한 사건들은 이 세상에 있을 수 있다. 드물긴 하지만 있을 수 있는 일이다. (51쪽)


그러니 내가 뭐라고 덧붙일 수 있을까. 나는 다만 이렇게 말해야겠다. 언젠가 도스토예프스키는 "우리 모두는 고골의 외투에서 나왔다"고 말했지만, 사실 우리 모두는 고골의 콧구멍에서 나왔다고. 그러니까 루이지 피란델로의 모스카르다도, 카프카의 잠자도, 암메뉘엘 카레르의 <콧수염>의 주인공도, 그리고 그 밖의 멋지고 우습고 동시에 슬픈 모든 현대적인 주인공들도.

그건 매일 눈 뜨고 코 베이는 세상을 살고 있는 우리 모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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