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표 주택정책이 방향을 잃고 표류하고 있다. 박근혜표 주택공약의 중핵이라 할 '행복주택'이 시작도 하기 전에 대폭 축소되고, '목돈 안 드는 전세제도'도 사실상 형해화 됐기 때문이다. 이른바 12.3 후속조치에 따라 행복주택이 애초 20만 호에서 14만 가구로 줄어들고 그조차 철도부지 및 유수지 등의 공공용지에는 3만8000가구만 공급하고 나머지는 주거환경개선지역 등에 공급하겠다는 것, 집주인 담보대출 방식의 '목돈 안 드는 전세제도'를 폐기하겠다는 것이 그 구체적인 내용이다.
이런 사태는 예정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부동산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와 철학이 부재한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 즈음에 급히 내놓은 대표적인 공약이 '행복주택'과 '목돈 안 드는 전세제도'이기 때문이다. '행복주택'은 입지에 대한 착상부터 난센스에 가까웠고, '목돈 안 드는 전세제도'는 집주인들을 착한 사마리아인으로 간주하지 않는 한 정책 설계를 할 엄두조차 낼 수 없는 정책이었다.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 대부분이 그렇듯 '행복주택'과 '목돈 안 드는 전세제도'는 선거가 끝나면서 용도 폐기당할 가능성이 높은 공약이었다. '행복주택'과 '목돈 안 드는 전세제도'가 현실과의 마찰을 이기고 현실 속에 뿌리내리기는 처음부터 난망이었다.
'행복주택' 및 '목돈 안 드는 전세제도'의 난파를 보아도 그렇고, 치솟는 전·월세난에 속수무책인 것을 보아도 그렇고 확실히 부동산을 모른다. 박 대통령이 이제라도 부동산을 공부해 제대로 된 부동산 철학과 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집행할 수 있을까? 어려워 보인다. 그러기에는 입만 열면 말하는 '민생'과 실제 '민생' 간 거리가 너무 멀다. 박 대통령이 전매특허처럼 사용하는 '민생'은 다분히 상징과 수사의 영역에 머문다. 보다 결정적으로 박 대통령은 당근(경제민주화 및 복지)없이 채찍(종북몰이 및 공안통치)만으로도 충분히 대한민국을 다스릴 수 있다는 교만에 사로잡힌 것 같다.
아무래도 한국사회 구성원의 대부분을 이루는 중산층과 서민들은 앞으로도 한참 동안 부동산문제로 골머리를 앓을 각오를 해야 할 듯싶다. 선거와 정치는 그렇듯 엄중하고 엄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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