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아파트 전세금이 66주 연속 상승했다는 우울한 기사가 나온 가운데 박근혜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극심한 혼란상을 보이고 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 박근혜 정부가 정책목표를 잘못 설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는 두 가지 정책목표를 달성하려고 하는 것처럼 보인다. 주택 매매가격 하락 억제라는 목표와 전·월세난 해소라는 목표가 그것이다.
이 두 가지 정책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박근혜 정부가 동원한 정책수단은 취득세 인하,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폐지, 제한적 양도세 면제, 리모델링 수직증축 허용, 손익공유형 모기지 및 정책 모기지 확대 등이다. 즉 박근혜 정부는 다주택자 혹은 임대차시장에 머물고 있는 무주택자들이 주택을 매입하는 데 인센티브를 제공해 주택구입을 촉진시키고 이를 통해 주택가격 하락을 저지하는 동시에 임대차 시장의 수요사이드에 가해지는 압력을 완화시켜 전·월세난을 해소하겠다는 복안이었던 것이다.
애초부터 허망한 꿈이었고 이룰 수 없는 목표였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발표된 4·1 대책, 7·24 후속 조치, 8·28 전월세 안정대책, 12·3대책은 완전히 실패했다. 주택 매매가격 하락추세를 인위적으로 제어하는 바람에 특히 서울 등 수도권의 집값은 낙폭이 크지 않은 반면 임대차 시장은 아수라장에서 벗어날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 시장은 박근혜 정부의 부동산 대책들이 철저히 매매대책이지 전월세 안정대책이 아님을 꿰뚫어보고 있다. 박근혜 정부는 신기루 같은 목표의 달성을 추구하는 동안 시장의 질을 나쁘게 만들고 있으며 정부 재정도 낭비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는 이제라도 부동산 정책의 방향과 목표를 근본적으로 전환해야 한다. 유주택자 보다는 무주택자, 매매시장 보다는 임대차 시장에 방점을 찍고 투기근절과 주거복지를 정책목표로 삼아야 한다. 부동산이 메인스트림의 가장 주요한 물적 토대라는 점, 부동산 연관 산업이 너무나 많고 고용유발계수가 크다는 점 등이 정부가 운신할 폭을 제한하겠지만 여기에 매몰돼서는 절대 안 된다. 박근혜 정부는 부동산 가격 하락의 경향성을 인정하고 이에 맞서는 어리석음을 버려야 한다. 부동산 가격 하락을 담담히 받아들이고 부동산 가격 폭락저지를 정책 목표 중 하나로 설정해야 한다.
임대차시장에 머물고 있는 시장참여자들이 구매하기에는 현재의 집값이 너무나 높다. 집값은 더 떨어져야 한다. 정부는 이를 방해하지 말아야 한다. 거기서 난마처럼 얽힌 부동산 시장의 안정이 시작될 것이다. 단언컨대 정부가 지금 같은 정책 기조를 유지하는 한 부동산 시장은 점점 더 미궁·속으로 빠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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