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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순결한 영혼을 기억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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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순결한 영혼을 기억하라" [이태경의 고공비행] 영화 <변호인> 감상기
<변호인>을 봤다. <변호인>에 등장하는 송우석 변호사(송강호 분)는 상고 졸업이 최종 학력인데, 간난신고 끝에 사법고시(당시는 사시 합격자 정원이 60여 명에 불과했다)에 합격하고 판사로 임용된다. 판사를 그만 둔 송 변호사는 부산에 내려가 부동산 등기 및 세무 전문 변호사로 승승장구하다 불법감금과 고문으로 점철된 용공조작사건의 변호를 맡은 후 인생의 방향과 좌표를 완전히 새롭게 설정한다. 이 영화의 백미는 법정 장면인데 그 중에서도 '국가를 위해 국가가 정한 법대로 법집행을 했을 뿐'이라고 강변하는 차동영 경감(곽도원 분, 고문기술자 이근안을 연상시킨다)에게 "국가란 국민"이라고 일갈하는 송 변호사의 모습이 압권이다.

노무현을 소재로 한 영화니만큼 노무현이 영화 속에 겹치는 건 당연했다. 비록 극화되긴 했지만 노무현은 <변호인>의 송우석처럼 살았다. 입신양명을 위한 분투, 사시를 통로로 한 주류 언저리로의 편입, 성공적인 변호사로서의 삶, 각성과 결단, 대한민국과 역사와 정의에 대한 전면적인 투신. 너무나 비극적인 죽음. 노무현의 인생을 대략 설명하면 이렇게 될 것 같다.

노무현은 분명 단점과 한계가 있는 사람이었고, 준비가 미흡한 상태로 대통령이 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일신에 사(私)가 없었던 이 사람은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쏟아 부어 국가와 정의와 역사에 헌신했다. 노무현은 한국사회의 근본악과 비타협적으로 투쟁하며 한국사회를 정의롭고 상식적인 사회로 재편하고자 안간힘 썼지만, 이를 좌초시키려는 적의 힘은 너무나 거대했고 우군은 사분오열 상태였다. 더구나 본인의 준비부족과 개혁 주체의 미형성은 전략수립의 미숙, 개혁동력의 누수로 이어져 성공적인 개혁을 어렵게 만들었다. 노무현의 성공과 좌절은 우리들에게 한국사회의 근본적인 개혁을 위해서는 분명하고 확고한 개혁 비전과 전략 및 정책의 수립, 이를 추진할 개혁주체의 형성,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림 없이 개혁을 지지하고 견인할 시민들의 존재 등이 필수적임을 너무나 뼈아프게 가르쳐주었다.

노무현의 공과에 대한 평가는 객관적이고 엄정해야 할 것이다. 노무현이라는 자연인과 그가 대통령으로 다스렸던 참여정부 공히 그러하다. 분명한 것은 노무현이라는 사람이 시대의 부름에 온전히 호응했고, 자신을 남김없이 불태웠다는 사실이다. 박근혜와 새누리당과 <조선>, <중앙>, <동아>와 일베충이 뭐라고 하건 이런 사실은 변함이 없다. 노무현이라는 순결한 영혼의 감동적인 고투는 그 자체로 대한민국 역사의 장관이며, 인간 존엄의 생생한 증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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