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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군사적 증강에 대처하려면… [원광대 '한중관계 브리핑'] 남북관계 개선 외엔 답이 없다
중국의 과학기술 발전이 눈부시다. 그리고 이를 통한 군사력 증강이 주목할 만하다. 중국은 지난해 12월 14일 달 탐사위성을 무사히 달에 올려놓았다. 지구에서 수십만 킬로미터 떨어진 달을 탐사할 수 있다는 것은 군사적으로 ‘초정밀 타격’ 기술을 충분히 갖췄음을 보여준다. 우주에 떠 있는 미국의 위성을 정확하게 타격함으로써, 위성을 이용해 전투기 항로를 결정하는 ‘위성항법’ 체제를 마비시킬 수 있다는 말이다. 지난 1월 9일엔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발사에 성공했다고 보도됐다. ‘음속’은 흔히 ‘마하’로 나타내는 ‘소리의 속도’로 시속 1224 킬로미터 인데, 중국의 ‘극초음속’ 미사일은 ‘마하10’ 또는 시속 12240 킬로미터로 비행했다고 한다. 중국과 러시아의 미사일을 막기 위해 미국이 구축해온 ‘미사일방어망(MD)’을 뚫을 수 있다는 뜻이다. 이 밖에 중국은 자체 기술로 항공모함과 세계 최대 규모의 수륙양용기를 개발하고 있다고 한다. ‘항공모함’이란 수십 대의 전투기와 각종 군 장비를 싣고 다니는 군함으로, 이동하는 해군기지와 공군기지를 합친 것이나 다름없으니 웬만한 국가의 국방력을 뛰어넘는다. ‘수륙양용기’는 말 그대로 바다나 육지 어디에서든 뜨고 내릴 수 있는 비행기를 가리킨다.

▲ 중국 항공모함 랴오닝호에서 한 대원이 전방을 감시하고 있다. 랴오닝호는 지난해 11월 26일 취역 후 처음으로 남중국해에서 훈련을 진행했다. ⓒAP=연합뉴스

중국의 이러한 과학기술 발전과 군사력 증강은 경제성장을 바탕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급속한 경제성장률에 맞춰 군사비 지출도 급격하게 늘고 있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밝히면, 미국, 중국, 프랑스, 영국, 일본, 독일, 러시아 등 세계 군사비지출 7대국 가운데 중국의 군사비 지출이 2000년대 이전까지는 맨 꼴찌였지만, 2010년부터는 미국을 제외한 어떤 군사 강국들보다 두 배 이상 많은 군사비를 지출하고 있다. 그런데 중국의 급속한 군사력 증강을 부추기는 가장 큰 요인은 미국의 중국 견제와 포위 전략이다. 미국 국방비는 중국 국방비의 다섯 배 정도 되고, 미국을 뺀 세계 군비지출 10대국 국방비를 모두 합친 것보다 훨씬 많은데, 미국은 군사력의 절반 이상을 중국을 둘러싼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배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중국에 대한 미국의 가장 심각한 군사적 위협은 이 지역에 집중적으로 배치된 핵잠수함이다. 여기서 미국의 핵무기 전략에 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2009년부터 ‘핵무기 없는 세상’을 주창하면서 2010년 러시아와 ‘새 전략무기감축협정 (New START)’을 체결해, 2018년까지 각각 핵무기를 1550개씩 줄이기로 했다. 이에 따라 미국은 작년 6월 “핵무기 사용 전략 (Nuclear Weapons Employment Strategy of the United States)”을 발표했다. 미국 국방부 주도로 작성하고 대통령이 확정한 이 전략의 핵심은 러시아와 중국을 겨냥해 핵무기 수량은 줄이되 품질을 높이고 효과적으로 사용하겠다는 것이다.

핵무기를 실어 나르고 사용할 수 있는 효과적 수단은 크게 세 가지로 폭격기와 미사일 그리고 잠수함이다. 미국이 2013년 현재 즉각 사용할 수 있도록 배치해놓은 핵무기는 약 2000기인데,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이 잠수함에 실려 있다. 미국은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 (SLBM)’을 실은 이른바 ‘핵잠수함’ 14척을 운용하는데 이 가운데 9척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배치돼 있으니, 대략 700~800기의 미국 핵무기가 중국 및 한반도 주변 해역을 떠돌고 있는 셈이다. (이와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미국 국방부와 백악관 그리고 핵과학자협회에서 발표한 자료들에서 찾을 수 있다. )

이에 맞서 중국은 미국의 항공모함과 핵잠수함을 정확하게 타격할 수 있는 미사일을 비롯한 최첨단 무기들을 개발하고 있으니, 두 나라 사이의 군비경쟁이 그치기 어렵다. 점진적으로 쇠퇴하는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이 자신에게 도전하려는 나라를 견제하려는 것도 당연하고, 급격하게 떠오르는 2위 국가가 자신을 포위하려는 나라를 따라잡으려는 것도 자연스럽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에 직접 그리고 크게 영향을 받게 되는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덩달아 군비경쟁에 끌려들어가기 쉽지만 피해야 한다. 예를 들어, 중국이 작년 11월 동중국해 일대에 방공식별구역을 선포하자 박근혜 정부는 서둘러 이지스 구축함을 건조하고 공중급유기를 도입하겠다고 했는데, 이런 군사적 대응은 무모하고 위험하다. 돈도 많이 들기 마련이다. 평화적이고 큰돈도 들지 않는 가장 바람직한 대응 방안은 ‘세련된 중립적 외교’일 것이다. 문제는 남북 관계를 개선하지 않고는 미국에든 중국에든 이런 외교를 펼치기 어렵다는 점이다. 남한이 세계 200여 개 나라 가운데 경제력으로나 군사력으로나 10위 안팎의 강국에 속하지만, 그에 걸맞은 정치력이나 외교력은 갖지 못하고 있는데, 북한과 적대적으로 대치하면서 어찌 미국에 자주적 목소리를 낼 수 있고 중국의 비위를 거스를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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