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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유사시 일본 자위대 투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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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유사시 일본 자위대 투입? [정욱식 칼럼] 박근혜 정부, 집단적 자위권까지 인정할 텐가?
한반도 유사시 일본 자위대가 한반도에 온다? 한반도에서 또다시 전쟁이 벌어지는 일도, 이를 이유로 자위대가 한반도로 오는 일도 상상하기 어렵다. 그러나 오늘날 한반도 안팎의 정세는 금기의 문턱에 도달하고 있다. 한반도에선 막말 전쟁이 벌어지는 등 긴장이 조성되고 있고, 일본에선 한반도 유사시 자위대 출병을 공식화하는 집단적 자위권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올해 내 집단적 자위권 논의를 마무리한다는 계획하에 브레이크 없는 질주를 하고 있는 아베 신조 정권은 집단적 자위권 행사 범위에 '한반도 유사시'를 포함하기로 했다고 일본 언론이 보도했다. 13일 자 <아사히신문>을 인용한 <연합뉴스>에 따르면, "한반도 유사시 한국에서 피난하는 일본인 등 민간인을 수송하는 미국 항공기와 선박을 자위대가 호위하는 상황이 포함된다"는 것이다.

일본 정부는 이 외에도 △공해 상에서 미국 함선을 겨냥한 공격에 대한 응전 △미국으로 향하는 탄도미사일 요격 △일본 근처에서 무력 공격을 한 국가에 무기를 공급하기 위해 항행하는 외국 선박에 대한 진입 검사 △일본의 민간 선박이 항행하는 외국 해역에서의 기뢰 제거 등도 포함된다고 <연합뉴스>는 전했다. 이러한 내용은 주로 한반도 유사시 및 중국을 겨냥한 것들이다.

▲ 아베 신조 일본 총리(오른쪽)가 지난해 10월 27일 일본 사이타마현 소재 육상자위대 아사카 훈련장에서 열린 관열식(열병식)에서 사열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박근혜 정부, 집단적 자위권 인정?

그러자 조태영 외교부 대변인은 13일 정례브리핑에서 "한반도와 관련된 사항에 대해서는 우리 정부의 명시적인 동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라면서 "일본도 이를 충분히 알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집단적 자위권 행사는 "지역 안정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그리고 전수방위의 원칙을 지키는 선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거듭 확인했다. 정리하자면, 한반도와 관련된 사항은 한국 정부의 동의가 필요하고, 그 밖에 사항에 대해서는 사실상 용인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박근혜 정부의 입장인 것이다.

실제로 박근혜 정부는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용인하는 듯한 태도를 보여왔다. 작년 10월 하순 청와대의 김장수 안보실장은 미국을 방문한 자리에서 "한반도 주권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 우리 입장을 반영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자 박근혜 정부가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용인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쏟아졌다. 논란이 채 가시기도 전인 11월 8일에는 김규현 외교부 1차관이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보유 여부는 논란의 대상이 아니다"라며, "우리가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추진을 제어할 수 있는 방안이 없다는 것도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목할 점은 한일, 혹은 한미일 간에 이미 집단적 자위권 논의가 깊숙이 진행되어왔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12일 자 <연합뉴스>는 일본 정부가 보고서 제출에 앞서 박근혜 정부에게 사전에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일본 국가안전보장국의 후나코시 다케히로(船越健裕) 참사관이 최근 한국을 비공개 방문, 외교부와 국방부 등 정부 인사들과 면담했다"는 것이다. 일본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국인 국가안전보장국은 집단적 자위권 논의의 핵심기구라는 점에서 그의 방한의 핵심 의제는 집단적 자위권이었을 것이라는 점을 어렵지 않게 추측할 수 있다.

보다 실질적으로는 한미일간에 이 문제가 논의되었을 공산이 크다는 점이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잠시 중단됐던 '3자 안보토의(DTT)'가 지난 4월 중순 워싱턴에서 열렸는데, 이 회의의 핵심 의제가 바로 집단적 자위권을 포함한 한미일 군사협력 방안이기 때문이다. DTT는 한미일 안보협력을 추진하는 '컨트롤 타워'로써, 이 회담의 미국측 수석대표인 마크 리퍼트는 주한미국대사로 내정된 상태이다. (☞관련 기사 : '한미일 3각 동맹' 설계자, 주한미국대사 됐다)

한국 정부의 동의는 필요한데···

한반도 유사시 자위대 투입에 대해 한국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박근혜 정부의 입장은 맞는 말이다. 위키리크스가 폭로한 2008년 7월 31일 작성된 미·일 양국 정부의 고위 관료 회담 내용을 보면, 일본 측은 한반도 유사시 "일본인 수송 작전을 위해 한국에 자위대 소속 함정과 항공기를 보낼 계획"이라고 설명하면서 이를 위해서는 "한국 정부의 사전 승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한반도 유사시 자위대의 활동에는 미군 호송 지원, 기뢰 제거, 수색 및 구조 작전, 선박 검색 등"이 포함된다고 덧붙였다.

2009년 4월 13일 한미일 비공식 회의 결과를 기록한 주일 미국대사관 외교 전문에도 흡사한 내용이 나온다. 이 회의에 참석한 일본 외무성의 미일안보조약 담당 부국장인 아베 노리아키(安培德明)는 "한반도 유사시에 대한 한일 정부 간 대화의 부족은 일본 자위대를 이용해 한국 내 일본인 소개 작전을 펼치려는 노력에 큰 제약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작전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한국 정부가 일본 자위대의 항공기와 함정의 한국 내 진입을 허용해야 하는데 아직 그렇지 못하다"면서, 한-미-일 3자 대화가 이를 위한 "유용한 방법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리아키가 말한 '3자 대화'가 바로 DTT이다.

공개적인 발언도 있었다. 2010년 12월 간 나오토(菅直人) 총리는 "한반도 유사시 한반도 거주 일본인을 구출하기 위해 자위대 파견을 검토하고 있고 이를 위해 한국 정부와 협의하겠다"고 말해 파문을 일으킨 바 있다. 뒤이어 아즈미 준(安住淳) 방위성 부대신은 "외교 루트를 통해 제대로 (한국에) 얘기를 하지 않으면 이쪽(일본)의 의사만으로는 좀처럼 일이 진전되지 않을 수 있다"며 한국과의 협의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한국과 일본이 집단적 자위권 공유?

이러한 흐름과 아베 정권의 강력한 드라이브, 그리고 한미일 삼각동맹을 추진하는 미국의 전략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집단적 자위권에 대한 논의도 막바지에 왔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특히 박근혜 정부가 한반도 유사시 자위대 진출을 용인해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러한 분석이 결코 지나치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달 하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한미일 3국 간 정보공유"의 필요성에 합의하고 한미일 군사정보공유협정을 양해각서(MOU) 형태로 추진키로 했다. 미국은 이미 한국 및 일본과 양자 협정을 체결하고 있기 때문에, 이는 사실상 한일 군사정보호협정과 다름 아니다.

그런데 한일 정보 공유는 한일간에 집단적 자위권을 공유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이 일본으로 향하는 탄도미사일 정보를 일본에 전달하거나 요격하는 것 자체가 집단적 자위권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그 반대 역시 마찬가지이다. 더구나 한미일 3자 대화의 주요 의제 가운데 하나가 '북한급변사태론'이었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한반도 유사시 자위대의 역할에 대한 논의도 3자 간에 진행되어왔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일본 군국주의의 최대 피해자인 한국이?

집단적 자위권에 대한 박근혜 정부의 입장에 또 다른 문제점들도 있다. 정부는 일본이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하더라도 지역 안정과 전수방위 원칙에 충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집단적 자위권이 겨냥하고 있는 북한과 중국이 이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는 상황에서 '지역 안정'을 이룰 수 있을지 의문이다. 무엇보다도 집단적 자위권은 전수방위 원칙과의 결별을 의미한다. '일본 자국 방어에만 전념한다'에서 '동맹국 보호까지 확대한다'는 게 집단적 자위권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집단적 자위권은 일본이 군사대국으로 가는 데 중요한 디딤돌이다. 이는 신임 주한미국대사로 내정된 마크 리퍼트가 "일본 군사력의 확대 및 유연성 확보 차원에서 집단적 자위권 추진을 환영한다"고 말한 것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또한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은 미·일 동맹의 일체화를 가속화하고 여기에 한국까지 편입시키려는 의도도 깔려 있다. 집단적 자위권에 한반도 유사시 자위대 파견까지 포함시키고 군사정보호협정을 매개로 삼아 한-미-일 MD를 구축하려 한다는 점에서 이러한 분석은 결코 지나친 것이 아니다. 그 결과는 좁게는 한반도, 넓게는 동아시아 전체에 꿈틀거리고 있는 신냉전을 고착화하고 무력 충돌의 위험을 높이게 될 것이다.

한국은 일본 군국주의와 뒤이은 냉전 체제의 대표적인 피해자이다. 집단적 자위권이 일본의 군사대국화와 동아시아 신냉전의 '트로이의 목마'라는 점에서 결코 남의 나라 문제만도 아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는 사실상 팔짱만 끼고 있다. '주권국가인 일본이 하는 일이라 어쩔 수 없다'고 해명하고 싶을 수 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는 한반도 유사시 자위대 파견에 대해 명시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명하지 않고 있다. 이에 더해 한미일 군사정보 공유와 MD를 통해 일본과 집단적 자위권 일부를 공유하려고까지 한다. 이러다가 한국 외교안보전략의 복원력까지 상실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깊은 우려가 드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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