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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의 지역공동체, 보수단체 '새마을운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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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박근혜의 지역공동체, 보수단체 '새마을운동장'? [협동연대 대안국민농정]<19> '지역공동체'의 균형발전 전략
새누리당은 '지자체 파산제'를 이번 지방선거의 핵심공약으로 내걸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도 도입을 검토했던 정치권의 해묵은 과제다. 실제로 2010년에는 성남시가 모라토리엄(지급유예)을 선언, 도입 논의가 본격화되기도 했다. 이미 미국, 일본 등 일부 선진국에서는 파산제를 시행하고 있다. 파산 사례도 자주 발생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역의 불균형 발전문제가 심각한 수준이다. 이런 나라에서 발전에 뒤진 지방정부는 먼저 망할 수도 있을 것이다. 더 이상 남의 나라 일로 느껴지지 않는다.

최근 박근혜 정부는 '지역공동체 활성화 지원법안'을 발의했다. 명분이야 그럴듯하다. 훌륭하다. "지역활력을 제고시키기 위한 지역공동체사업을 효율적으로 추진하고 지역공동체의 역량강화를 체계적으로 지원하는데 필요한 사항을 법으로 정함으로써 해체된 지역공동체를 회복하고 지역이 당면한 안전·교육·문화·복지·환경 등 현안들을 지역공동체 스스로 해결하여 지역사회의 통합과 주민행복의 증진에 기여하고자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법안 겉 명문과 속 목적은 좀 다른듯하다. 사실상 안행부가 새누리당 의원 이름을 빌려 제안한 이 법안은 한마디로 박근혜 정부가 공을 들이고 있는 '제2의 새마을운동'을 법률적, 재정적으로 적극 지원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보수 관변단체 중심으로 '지역공동체'라는 허구적이고 기만적인 사업조직의 설립 및 운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악법 중 악법으로 오해되기에 충분하다. 안행부 자신도 고백하고 있다. '지역공동체 관련 민간단체'로 새마을운동중앙회, 바르게살기운동 중앙회, 한국자유총연맹 등 보수 관변단체를 예시로 들어놓았다. 아예 당당하다 못해 노골적인 수준이다. 이쯤 되면 박근혜 정부가 '지역공동체'를 염려하는 진심을 평가하는 노력은 무의미한 작업으로 판단된다.

▲산청 민들레공동체에서 열린 지역공동체포럼(지역발전위). ⓒ정기석

지역공동체의 균형발전은 국가와 정부의 헌법적 책무다

"국가는 지역 간 균형 있는 발전을 위하여 지역경제를 육성할 의무를 진다." 대한민국 헌법 제123조 제2항이다. 국가의 균형발전은 헌법적 가치를 지니고 있는 국가의 중대사다. 박근혜 정부는 국가 균형발전을 위한 새로운 지역발전정책 방향으로, 일명 '지역희망(HOPE) 프로젝트'를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새로 간판만 바꿔 달았을 뿐, 진열된 상품은 이명박 정부의 그것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 구태의연하다. 지역공동체에 대한 이해와 지역균형발전이라는 정책목적의 진심이 부족한 정부의 한계로 여겨진다. 지표가 증명한다.

지금 수도권은 11.8%의 면적으로 인구의 49.5%, 취업인원의 50.3%, 지역 내 총생산의 48.9%를 끌어안고 있다. 국토가 극도로 불균등하게 이용되고 비효율과 불평등이 심각하다는 경고성 지표에 불과하다. 지역 간 불균형 문제는 이토록 심각한 사회문제이자 국가문제다.

하지만 정권이 바뀔 때마다 지역균형발전계획은 ‘조변석개’했다. 지역균형발전은 고사하고 수도권규제완화 정책으로 발전에 역행하는 정치적 퇴보를 거듭했다. 특히 이명박 정부는 '국가균형발전 특별법’ 자체를 '지역발전'이라는 개념으로 축소했다. 지역균형발전이라는 대의와 본의를 공격적으로 훼손하려는 불순한 의도의 소산이다.

박근혜 정부도 다를 게 없다. 이명박 정부와 차별화되지 않은 '지역발전'의 기조를 그대로 이어받고 있다. 무역투자진흥회의 때마다 지역발전을 위한 투자 활성화라며 수도권 규제 완화를 추진하는 기만적 정책을 꺼내놓고 있다. 수도권 집중은 지역의 불균형 발전을 조장하고 촉진한다. 전방위적으로 전 국토와 지역에 심각한 부작용과 폐해를 야기한다.

경제적 측면에서도 수도권 집중으로 막대한 사회 경제적 비용이 발생한다. 국민 삶을 지치게 만들고 국가경쟁력을 저하하는 주범으로 작용한다. 좁은 국토와 한정된 자원이나마 균형 있고 조화롭게 폭넓게 활용하는 ‘지역균형발전’ 전략이라야 그나마 국력이 극대화될 수 있다. 그렇다고 지역균형발전과 지방분권 촉진은 특정 지역과 지역주민을 위하는 일이 아니다. 마땅히 국가와 국민 전체를 위하는 일이라는 인식에서 출발해야 한다. 국가 전체를 위하고, 세계와 미래를 내다보는 통찰력 있는 '지역균형발전' 로드맵이 절실하다.

지역 불균형과 격차는 ‘지역감정’의 뿌리이자 결과

지역불균형발전의 문제는 ‘격차’ 또는 ‘불평등’의 상태로 표출된다. 수도권과 비수도권, 대도시와 중소도시, 도시와 농촌, 경부축과 비경부축 사이에 다양한 차원의 격차가 발생한다. 지역 내에서도, 수도권이나 광역경제권 내에서도 낙후지역의 문제는 상존한다. 동일한 행정구역 안에서도 지역마다 격차는 피할 수 없다. 가령 서울시 같은 경우 강남과 강북의 격차, 도농복합지역의 도시지역과 농촌지역의 격차 같은 양상이다.

이 같은 지역 격차의 양태도 변화한다. 인구, 산업, 기반시설 등 양적인 격차에서, 복지, 의료, 교육, 문화 등 삶의 질 격차로까지 전환된다. 어쩌면 이 같은 ‘지역 격차’란 사회경제적 격차의 결과이자 원인이라 할 수 있다. 산업구조의 변화, 계층의 변화가 지역 간 격차를 유발했기 때문이다. 결국 지역격차는 경제적 기회, 정치적 접근성, 문화적 향유의 격차로 이어진다. 그래서 사회적 갈등의 원천이자 국가 통합 발전을 저해한다. 지역격차를 해소하고 지역균형발전을 이뤄야 하는 명백한 이유다. 하지만 단지 물리적 개발사업이나 외부자본 유치만으로는 해소하기 어려운 한국사회의 난제가 지역격차, 또는 지역차별이다. 지역격차야 말로 한국사회 만악의 원인인 ‘지역감정’의 뿌리이자 결과이다.

이 같은 지역불균형 발전 와중에 지방분권 과제도 늘 현안이자 쟁점으로 살아있다. 당위론과 신중론 사이에서 늘 격론이 벌어지곤 한다. 우선 당위론자들은 일단 국가능력의 한계를 이유로 들고 있다. 재정적 한계, 다양한 수요 충족의 한계, 예측 능력의 한계 등으로 중앙정부의 획일적 관리는 한계가 있다는 주장이다. 창의성과 다양성이 국가경쟁력의 핵심원천이 되는 시기에, 중앙정부가 지방마다 상이한 특성을 파악해 적절하게 지원하기는 제도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역 간 협력과 통합을 위해서도 지방분권은 반드시 필요하다. 오늘날 지역불균형 또는 차별의 원인이 결국 권력의 중앙 집중에 있으므로 지방 자율과 분권은 불가피하다. 지금처럼 지역마다 중앙정부의 한정된 재원과 기회를 선점하고 쟁취하기 위한 투쟁을 벌이면서 지역 간 협력과 통합을 모색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지방분권 회의론자, 또는 신중론자들은 국가 중심의 고도 경제성장 경험과 효율성을 강조한다. 여기에 정보기술 발달과 통합관리 효율성을 이유로 덧붙인다. 이미 수도권으로 집중된 현 체제에서 자칫 분권정책을 추진하면 불균형이 오히려 심화될 우려가 있다고 걱정한다. 지자체의 성장주의, 개발주의라는 이기적인 특성도 경계하고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어쩌면 한국사회에서 지방분권에 대한 당위론자와 회의론자의 대치 양상은, 마치 보수와 진보의 대결 양상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하다.

결국 우리나라의 핵심적 지역문제는 권력의 집중과 공간적 집중이 동시에 나타난다는 점에 있다. 중앙집권과 수도권집중이 동시에 나타나 지역문제가 마침내 구조화되고 만 것이다. 따라서 지방의 내생적 자원 활용과 지방의 참여를 통한 자체 역량강화가 핵심 관건이다. 실천적으로는 분권화된 지방정부에 대한 시민적 견제와 감시 기능이 절실하다. 이른바 참여자치와 시민자치를 통해 시민주의적 자치분권이 실현돼야 한다. 지방분권으로 인한 지역 간 격차해소를 위해서는 교정, 보완장치도 아울러 병행돼야 한다. 자칫 지역 간 과도한 경쟁으로 기존 격차와 불균형이 더욱 심화되고 확대될 우려도 없지 않다. 지역 간 격차를 해소하는 재정조정 제도, 자치단체 간 수평적 보조, 지역최저기준 등을 도입해 적용할 필요가 있다.

▲원주 한살림에서 열린 지역공동체포럼(지역발전위). ⓒ정기석

51%의 지방재정자립으로, 공무원 월급날 걱정하는 지방자치

한국의 지역불균형발전 문제는 곧 지방자치 위기로 직결된다. 지난 1995년 이후, 지방자치제가 본격 시행 된 지 20년이 가깝지만 일반 평가는 긍정보다는 부정 쪽으로 기운다. 지방재정자립도가 실증적인 지표다. 전국 지방자치단체 평균 재정 자립도는 민선 자치가 시작된 1995년 63.5%였으나 2008년 53.9%, 2013년 51.1%로 떨어졌다. 지난 18년 동안 12.4%포인트 악화된 것이다.

지방자치단체 총수입에서 지방세 비중도 2003년 36.9%에서 2009년 34.2%까지 낮아졌다. 국고보조금은 2003년 13.6%에서 2009년 19.3%로 5.7%포인트, 지방교부세는 2003년 14.7%에서 2009년 19.3%로 4.6%포인트 증가했다. 지방정부의 중앙정부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다. 지방자치 완성도가 날로 떨어지고 있다. 취약한 지방재정자립도 등으로 지역 내부 민주주의는 더디고 주민 참여는 부진하다. 각종 부정부패, 예산낭비 사례는 끊이지 않고 있다.

지방의회와 의원들에 대한 주민 불신은 전반적이고 총체적이다. 지역마다 '제왕적 단체장'이 마치 조선의 고을수령처럼 전근대적으로 군림하고 있기도 하다. 의회의 지방의회 감시와 견제기능은 무책임하고 무기력하다. 무엇보다 이명박 정부에서 수도권규제 완화와 각종 감세정책이 무분별하게 추진된 게 결정적 화근이다. 그나마 명맥을 유지하던 지방자치의 규모와 존재감마저 초라하게 만들었다.

이처럼 지방자치의 위기는 곧 지방재정의 위기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자체마다 정상적인 예산편성이 어려울 정도다. 누적된 악성 부채로 공무원 월급날을 걱정해야 하는 지자체장이 한둘이 아니다. 재정난으로 지방분담금을 마련하지 못해 국비보조금사업마저도 포기하거나 차질을 빚고 있는 지방자치단체가 대부분이다.

이 같은 지방재정난의 가장 큰 이유는 주로 외부적 요인에 기인한다. 이명박 정부의 감세정책, 부동산 경기 침체, 복지분야 등 신규 세수지출의 증가 등이 대표적이다. 국회 예산정책처 자료를 보면 실제 각종 감세정책으로 인한 지방정부의 재정수입 감소규모는 지난 2008년 대비 2012년 32.8조 원 감소한 것으로 분석된다.

또 지방자치단체의 자체수입(지방세+세외수입)은 매년(2007~2011년) 2.8% 증가했지만, 정부 등의 의존수입(매칭) 비중은 매년 3.8% 증가했다. 이는 지방재정위기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 사회복지 분야 세출예산 연평균 증가율(2008~2012년, 9.3%)과 국고보조금 매칭 지방비 증가율(2008년 12.2조 원->2012년, 20.6조 원)이 다른 분야에 비해 높았던 것도 문제였다.

내부적 요인은 지방정부의 무리한 사업성 재정지출 증가 등이 핵심 원인이다. 지난 2011년 지자체 SOC분야 지출은 5.4조 원 증액한 반면 사회복지분야 지출증가는 1.9조 원에 지나지 않았다. 재정건전성을 위한 자구노력은 고사하고 무리한 사업성 지출을 계속 늘린 것이다.

이처럼 낭비성 지출, 각종 개발사업, 지방공기업 부채 등이 재정위기를 자초한 지방정부의 실패 원인임은 명백하다. 그 결과 1995년 민선1기 때 63.5%이던 지방재정자립도가 민선5기에는 52.5%까지 추락했다. 무엇보다 세출예산규모가 늘어나는 만큼 자체수입이 뒤따르지 못했다.

시민사회가 참여하는 ‘마을자치’, ‘동네자치’ 수준의 지방분권을

지역의 균형발전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새로운 지역발전 주체를 육성해야 한다. 제도나 법률보다 사람과 조직이 먼저 준비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시민·사회가 참여하는 새로운 분권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이미 중앙정부에서 지방정부로의 분권은 시민 생활과 괴리되어 수용력의 한계에 도달했다. 따라서 국가에서 시민사회로의 권력 이양이 동시에 추진되어야 한다. 지역혁신체계 및 지역거버넌스도 아울러 구축해야 한다. 이로써 지역혁신창출, 마을만들기 등 마을공동체사업, 주택 공급, 일자리 창출, 복지 등에서 다양한 지역주체들이 능동적으로 참여하고 책임있는 역할을 수행하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지역균형발전과 지방분권을 통합해 추진하는 기구도 정비할 필요가 있다. 지역정책의 컨트롤 타워이자 새로운 거버넌스 구조의 축으로서 실천적인 집행력을 발휘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통합적 지역발전정책을 위해서는 공간 전략도 중요하다. 광역경제권은 세계화 시대의 지역정책 수립과 보편적인 공단단위로서, 도시권은 광역경제권의 하위단위로서 적절히 기능해야 한다. 이때 광역경제권은 지방분권과 행정적 통합을 가능케 하는 공단 단위인 반면, 도시권은 기능적 통합의 단위로 인식하는 게 중요하다. 그래야 광역경제권과 도시권의 공존과 상호 보완이 가능하다.

지자체의 ‘자치입법권’을 확보하는 노력도 중요하다. 현행 조례는 헌법과 지방자치법에 의해 ‘법령의 범위 안에서’로 제정 범위가 제한된다. 이 같은 법적 제약을 해소할 필요가 있다. 장기적으로는 자치입법권 확보를 위한 개헌이 불가피하지만, 일단 단기적으로는 법률의 범위 안에서 조례 제정을 허용하도록 지방자치법을 개정해야 한다.

또 국가사무의 지방 이양도 확대해야 한다. 지방이양 업무 보다 국가업무는 더 많이, 더 빨리 증가하기 마련이다. 장기적으로 국가업무 비중을 60% 이내로 명시해 하향 설정하는 적극적인 방법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일자리 창출, 기술개발, 산업정책 등을 우선 이양하고 환경, 노동, 국토 등 규제행정은 단계적적으로 추진하는 방법이 합리적일 것이다.

본질적으로는 단체자치만으로는 진정한 자치제 실현에 한계가 있다. 이를테면 ‘마을자치’, 또는 ‘동네자치’가 필요하다. 이렇게 시민자치를 통한 참여 민주주의를 실현해야 한다. 가령 읍면동 단위의 준 자치단체화를 통해 민관 협치형 주민자치를 모색해볼 수 있다. 마을, 동네, 공동주택(아파트) 단위의 자율형 주민자치기구에 법적 지위를 부여한다면 지역사회역량의 참여도와 실천력도 실질적으로 강화될 수 있을 것이다.

지방재정 개선방안도 시급하다. 지방자치발전위원회의 ‘지방재정 확충 및 건전성 확보’ 방안으로는 오늘날의 지방재정위기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데 역부족이다. 지방재정난에 대한 근본적 문제해결을 위해서는 지방교부세율을 현행 19.24%에서 적정수준으로(최소한 24% 내외) 확대해야 한다. 정부의 재정조정제도를 투명하게 하는 등 특단의 조세체계 개편과 재정운용의 혁신도 병행해야 한다.

하지만 지방세수를 무조건 확대한다고 지방재정이 양호해지는 건 아니다. 지역불균형 문제와 계층 간 형평성 측면도 적극 고려해야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가령 사회복지 지방이양사업 중 분권교부세 대상사업의 국고보조사업 전액 환원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이는 사회복지계 현장활동가의 일관된 요구다.

또 2010년도 도입된 지방소비세의 지방이양비율을 애초 약속대로 10%로 확대해야 한다. 이후 재정여건 등을 고려해 점진적으로 확대하는 것은 물론이다. 지방소비세는 부가가치세의 5%(약 2조6000억 원)를 국세에서 지방세로 전환한 최초의 사례다. 지방소비활동과 지방소비세 배분액 간 연계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배분방식을 조정해야한다. 또 보통교부세 등 지방재정조정제도의 재정력 격차를 완화하는 방안도 조속히 마련되어야 한다. 특히 취득세 감면, 무상보육 부담 등 지방재정으로 무분별하게 전가하는 국가정책을 지방정부와 사전 협의 조정하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아울러 지방정부 차원의 지속적인 지방재정 건전성 확보 노력도 절실하다. 최소한 세입을 걱정하지 않고 세출부터 계획하는 무책임한 관행은 타파해야 한다. 이를 위해 지자체 마다 건전 재정 운용을 위한 중장기재정운용계획을 보다 정교하게 수립할 필요가 있다. 이 같은 제도 개선, 정책 수립보다 더 중요한 건 지역민들의 관심과 참여다. 현재 형식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주민참여예산제, 주민참여감사제 등이 보다 실효성 있는 제도로 개선되어야 한다.

▲홍성 마을활력소에서 열린 지역공동체포럼(지역발전위). ⓒ정기석

지역의 발전은 장소나 시설이 이나리 '참여하는 시민'이 한다

'지방'이란 용어는 부적절하다. '지역'이라고 해야 한다. 지방이란 용어는 '서울'을 중앙으로 보고 나머지 지역은 변두리 또는 나머지를 보는 시각과 인식이 깔린 것이다. 지방이 아닌 지역을 발전시키는 방법은 다른 곳에 있지 않다. 바로 저마다의 지역 안에 있다. 지역 스스로 방법을 찾는 게 상책이다. 물론 지방재정의 절반 이상을 중앙정부에 의존하는 현실에서 지역 독자적으로, 주체적으로 살 길을 모색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 해도 어차피 어느 지역을 가장 잘 아는 주체는, 책임질 당사자는 바로 그 지역이다. 그 안에서 일터와 삶터를 꾸려가는 지역주민들이다.

그동안 지역발전 정책의 실수나 실패는 지역발전의 동인을 지역 외부에서, 또는 상부에서 찾으려 했기 때문이다. 자생적, 내생적, 내발적 지역발전보다 외생적, 하향식, 의존적 지역발전 전략에 기대온 대가다.

외부나 상부에 의존하는 외생적 지역발전전략의 폐해와 상처는 생각보다 심각하다. 심지어 자기 지역이 살기 위해서 다른 지역의 발전 기회를 가로채야 하는 '제로섬 게임' 양상의 반사이익도 마다치 않았다. 이는 필연적으로 지역 간 갈등이 초래될 수밖에 없는 파괴적인 전략이다. 망국병인 지역감정의 원인이다.

가령 수도권 규제를 통한 비수도권 발전전략이 그 대표적인 경우라 할 것이다. 결국, 이 같은 전략은 지역마다 비수도권의 발전전략 그 자체에 대한 생산적 고민을 등한시하게 했다. 대신 수도권의 규제전략에 집착하는 소모적 결과로 귀결됐다. 무엇보다 상부, 즉 중앙정부의 배분에 의존하는 외생적 지역발전 전략은 지역의 창의력, 능동성, 독립성을 마비시킨다.

그동안 우리의 지역발전 정책은 ‘장소(place)’에 매달렸다. ‘시설(hardware)’에 집착했다. SOC 같은 토건사업에 집중했다. 지역발전의 궁극적 대상이자 성과는 장소나 시설이 아니라 ‘사람(humanware)’이나 ‘프로그램, 콘텐츠(software)’라야 한다. 휴먼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위해 하드웨어와 장소가 결정되고 설계되어야 한다. 이제 인적 자원, 사람의 창의력에 의해 창출되고 개발되는 지역 고유의 특성과 자원이 지역발전의 이유와 목적이 되어야 한다.

마땅히 이러한 지역발전 전략과 정책은 그 지역을 가장 잘 아는 그 지역에 의해, 지역주민들에 의해 주도되어야 한다. 지방의 ‘자율’과 ‘책임’에 기초한 지역발전정책으로 제도와 정책의 패러다임과 기조가 혁신되어야 한다. 그렇게 지방분권, 지방주권, 지방책임경영의 기틀을 다져야 한다. 다만 지방분권, 지방주권, 지방책임경영의 주체는 정부나 행정이 아니다. 반드시 ‘참여하는 시민의 조직’이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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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농민] '여성농민'의 가치 - 여성농민에게 '절반의 영농권 소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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