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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장현 "사장님 마중 나가는 시장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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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윤장현 "사장님 마중 나가는 시장 되겠다" [박인규의 inter-view] ② "광주 승리는 새정치연합에 대한 기대"
"광주에 살면서 활동한 게 내 인생의 축복"이라고 했다. "광주 정신", 자존감의 표현이다. 광주 시민들은 새 시장으로 '광주 정신'을 앞세운 시민운동가를 선택했다. 그가 이제 어두운 현대사의 기억, 소외와 한을 극복하고 "당당한 광주로 가자"고 한다. 시정 개혁과 일자리 창출을 내걸고.

상징적인 도시인 만큼, 중앙 정치에 휘둘리기 십상이다. 야당의 기득권 토양도 뿌리깊다. 지방선거전 내내 그 기득권의 저항으로 적지 않은 곤욕을 치렀다. '안철수 낙하산'이라는 세간의 꼬리표는 그렇게 붙었다. 독자적인 고용과 복지의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일도 결코 쉽지 않다. 이래저래 숙제가 많다.

윤장현 당선자는 과거 정치인과 관료 출신 시장들이 벌여놓은 대규모 전시행정부터 뜯어고칠 심산이다. 세계수영선수권대회 유치나 광주지하철 2호선 사업 등에 대한 재검토 입장을 밝힌 상태. 윤 당선자는 "시민들의 미래 먹거리가 되는 일이라면 투자해도 상관 없겠지만, 그런 게 아니라면 큰 일을 벌이는 것은 한 번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그 대신 윤 당선자가 부여잡은 시정의 화두는 일자리와 복지다. 좋은 일자리 1만개 창출을 공약하기도 했다. 이른바 '광주형 일자리'다. 그는 기아자동차 사장의 광주 방문과 관련해 "공항에 꽃다발 들고 마중 나가려 한다"고 했다. 시민들 일자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얼마든지 자세를 낮출 수 있다는 뜻이다. 광주를 독일의 자동차 밸리인 슈투트가르트처럼 만들겠다는 야심찬 포부다.

새정치민주연합의 중앙 정치에 대해서도 한마디 했다. 그는 "야당이 견제와 비판 기능을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현장 중심과 정책 대안이라는 2가지가 그와 함께 가야 국민이 느끼는 게 있다"고 했다.

윤 당선자와의 인터뷰는 박인규 언론협동조합 프레시안 이사장이 진행했다.

▲윤장현 광주시장 당선자가 18일 <프레시안>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프레시안(최형락)

"윤장현은 '광주의 박원순?' 다른 점은…"

프레시안 : 윤 당선자가 6대 민선 광주시장 취임을 앞두고 있는데, 5대까지는 정치인이나 관료 출신이었다. 시민운동가 출신이라는 공통점도 있고 해서 윤 당선자를 '광주의 박원순'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윤장현 : 제가 스스로 그렇게 (박원순이라는 이름을) 도용한다거나 활용한다거나 하는 건 아니다. 박원순 시장으로 상징되는, 시민들과 정책을 함께 풀어가는 또다른 변화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자꾸 저한테 그런 네이밍(이름짓기. 별명)이 붙는 것 같다. 한편으로 고맙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앞으로는 다름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서울의 상황과 광주가 가진 역사성, 가치는 다른 게 있다.

박 시장은 변호사 직분을 가진 '프로 전업운동가' 출신인데, 저는 안과 의사로 9시부터 6시까지는 진료를 해와서 스스로 프로 전업운동가라는 생각을 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민주화 운동부터 1987년 이후에는 시민운동을 시작해 한 번도 그 일을 떠나보지 않았다. 박 시장이 참여연대를 할 때 저는 광주시민연대를 만들어 조금 빨리 시작했고, 아름다운가게는 같이 결합해 했지만 저는 또 광주전남 환경운동연합이나 YMCA,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본부 등 다른 영역의 일을 해 왔다. 그것은 광주라는 역사 속에서 1980년 당시 온몸을 던지지 못한 것에 대한 역사적 채무감 때문이기도 했다.

광주에 살면서 활동한 게 내 인생의 축복이다. 제가 다른 도시에 살았으면 좀 더 유복한 의사로 살았을지 모른다. 아시다시피 세계적으로 도시 이름 뒤에 '정신'이라는 단어를 붙이는 경우는 없지 않나. 80년 광주항쟁과 그 이후의 극복과정, 민주화 과정을 보편적 가치로 재해석한다면, 인간의 존엄성 훼손에 대한 저항과 공동체의 복원이다. 광주가 아니었으면 (이를) 깨우치지 못했을 것이다.

프레시안 : 역사적 채무감이라고 말했는데, 그러면 시민운동을 시작한 계기가 5.18이었나?

윤장현 : 중고등학교 때부터 독서회 활동을 했다. 제가 1기로 시작했고, 지역 1년 후배가 김상곤 경기교육감이다. 1987년 이전에는 학생운동, 정치 민주화 운동을 하며 지냈고, 1987년부터 연구소를 만들어 시민운동을 시작했다. 광주 시민운동이 다른 지역보다 어려웠던 게, 재야 민주화 운동이 워낙 큰 흐름이어서 시민들 삶에 가까이 있는 시민운동은 태동이 안 돼 있었다.

그러던 중에 1989년 이철규 조선대 학생 사건이 있었다. 그때 제가 시민 대표로 부검을 참관하며 보니, 경찰이 발표한 단순 익사라는 사인에 동의할 수 없어서 그해 5월부터 11월까지 싸웠다. 같은 해에 영광핵발전소 건설현장에서 일했던 노동자의 아내가 뇌 없는 아이를 사산하는 일도 있었다. 그 싸움도 시작했다. 환경공해연구회를 만들었다가 광주전남 환경운동연합이 됐고, 그 이후로 시민단체를 하나하나 만들어 YMCA,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등 3년에 하나씩 만들며 지금까지 온 셈이다.

프레시안 : 오히려 '광주의 박원순'이라든가, '서울시를 벤치마킹한다'는 표현은 윤 당선자에게 실례인가? (웃음)

윤장현 : 그런 것은 아니고, (웃음) 박 시장은 이미 2년 6개월 동안 시정을 펼친 경험이 있고 여러 시책들을 해왔다. 소중한 경험이다. 단 서울과 광주는 예산 등 상황이 많이 다르다. 때로는 벤치마킹도 하고, 필요하면 정책에 대한 양해각서(MOU)도 하면서 협력하기로 했다.

프레시안 : 첫 시민운동가 출신 광주시장으로서, 시정의 기본 방향을 어떻게 잡고 있는지?

윤장현 : 접근하는 자세, 태도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현장 속으로 가겠다, 시민만 보고 가겠다는 게 저의 태도다. 어느 시대나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신자유주의 체제 속에서 모든 일에 우선하는 것은 결국 2가지일 것이다. 첫째, 일하고 싶고 일할 수 있는 사람에게 얼마나 일자리를 만들어 주느냐, 둘째, 일할 수 없는 사람을 얼마나 보살필 것이냐다. 이 고용과 복지의 선순환 관계를 어떻게 만드느냐를 최우선으로 삼겠다.

한국사회가 물량 중심, 토건 중심, 1회성 전시행정 중심, 메가 스포츠 이벤트 중심인데 과연 이게 맞는 것인가? 사람 중심, 생명 중심으로 패러다임을 바꾸는 게 중요하다. (그 해법이) 때로 생태일 수도 있고 공동체일 수도 있는데, 모든 것을 물적으로 해결하는 게 아니라 더불어 가는 사회로 가는 중에 광주가 몇 가지 전범을 시도하고 도전해 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수영대회 재검토…대구·인천, 육상대회·아시안게임 해서 뭐가 달라졌나"

프레시안 : 세계수영선수권대회나 광주지하철 2호선 사업을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은 논란을 낳기도 했다.

윤장현 : 제가 그런 것들을 무시하고 가겠다는 건 아니다. 선거과정에서 보니 많은 데이터가 확대해석된 경향이 있었다. 예를들어 광주시 예산 3조 시대를 열었다고 하는데, 그 속에는 KTX 공사비 1조3000억 원, 88고속도로 확장공사비 3000억 원 등이 포함돼 있다. 3조 중 1조6000억이 그런 일이다. 또 광주 농민 인구가 2.1%인데 거기로 가는 예산은 350억 밖에 안 된다.

ⓒ프레시안(최형락)
사실 나라가 굉장히 어려운데도 '국비는 무조건 갖고 오면 좋은 것'이라는 생각이 있는 것 같다. 그런데 국비에 대한 매칭펀드(광주시의 재정부담분)를 때로는 50%, 때로는 40% 이렇게 하다 보면 결국 복지·교육·민생 분야로 가야 할 재정도 다 그리로 간다. 광주 지하철은 지금 있는 1호선 같은 경우도 시민 수송분담률이 2.8%밖에 안 된다. 운영결손을 보전해 주는 데에만 연 300억, 하루 1억씩 들어간다. 조직 운영에 드는 비용이나 투자비는 별도다. 그게 맞는 건가? 지하철 2호선에도 1조4000억 원이 들어간다는데, 국비 60%에 광주시가 매칭펀드로 40%만 부담한다고 해도 그게 얼마인가. 유지비용도 계속 들어간다.

사업을 하겠다, 안 하겠다 하는 것보다 기존의 행정가들이 해왔던 물량 중심, 토건 중심 행정을 한 번 제로-베이스에서 봐야 한다는 그런 뜻이다. 대구에서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했는데, 수영대회보다 더 큰 대회였다. 그 대회 해서 대구가 엄청나게 바뀌었나? 인천에서 송영길 시장이 낙마한 원인도 여러 가지가 있었겠지만 아시안게임 문제도 크지 않았나 한다. 시민들의 미래 먹거리가 되는 일이라면 투자해도 상관 없겠지만, 그런 게 아니라면 큰 일을 벌이는 것은 한 번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는 취지가 강하다.

다산목민아카데미를 하면서 7·9급 공직자 위탁교육을 해왔는데, 젊은 이들 중에 한류 스타처럼 '한류 공무원'이 생겼으면 좋겠다. 한 공무원에게 "당신 다루는 예산이 얼마냐" 하니 50억이라고 하더라. 한 기업이 이억을 얼마나 내면 50억을 사회 환원하겠나? 1000억 정도 벌어 50억을 환원하면 좋은 기업 아닌가? 1년에 1000억을 벌려면 기업 규모가 1조 정도는 돼야 한다. 제가 그 공무원에게 "당신 스스로 1조짜리 회사를 가진 최고경영자(CEO)로 생각하고 기획단계에서부터 사업이 얼마나 멀리 갈지 생각해 보자"고 했다.

프레시안 : '관료의 덫'이라는 말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관료 출신 시장들도 관료들을 완전히 장악하지 못했다. 시정에서 인사 문제도 간단치 않을 텐데, 어떤 원칙이 있다면?

윤장현 : 원칙은 두 가지다. 첫째, 제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 있을 것이다. 바르게 하는 일은 제가 한다. 관사 안 쓰는 것 등 기득권 내려놓는 것은 제 판단이면 된다. 그러면 기본은 좀 정리되지 않을까 한다. 뒷거래를 한다든지 해서 원칙을 훼손하지 않겠다.

둘째, 바르게 하는 건 제가 하지만, 제대로 하려면 제가 다 판단해서는 안 될 것 같다. 시스템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 투명성·공정성·전문성 이런 시스템 속에서 인사를 해야 하고, 산하기관 같은 경우도 당연히 경영이 우선이라는 원칙을 천명하고 가야 저 스스로도 족쇄를 풀 수 있다.

다만 이런 것은 제가 취임하게 되면 공직자 분들께 얘기하고 싶다. 행정을 해오던 중에, 혹시 본인의 뜻이 아닌데도 선거를 의식한 행정을 한 행태는 없었는지, 본인들이 소신껏 일하지 못하는 데서 오는 속상함이나 안타까움이 없었는지 그런 것은 한 번 의견들을 받아보고 싶다. 할 수 있다면 다면평가 등 공정한 인사평가 시스템을 갖추려 한다. 공직자들에게는 권한도 주고 책임도 물어야 한다.

"일자리 문제, 중앙정부에만 맡겨놓지 않고 한번 '뒹굴어' 보겠다"

프레시안 : 일자리 1만 개 창출을 공약했다. 독일 슈투트가르트 모델도 언급했다. 일각에서는 '이게 과연 되겠느냐' 하는 회의도 있다. 구체적 청사진이 있는가?

윤장현 : 해야 할 일에 우선순위가 있다. 고용 창출에 앞서 가장 관심을 가져야 할 일은 비정규직 문제를 먼저 들여다보는 것이다. 고용은 대통령도 하고 싶어도 마음대로 안 된다.

지금 한국사회에서는 안전 문제도 노사관계도 중앙정부만 쳐다보고 있을 때가 아니다. 노사관계에서 지역은 지역 나름대로의 치열한 고민을 시도해 봐야 한다. 저에게 있어 소중한 경험은, 1997년 아시아자동차가 부도났을 때의 일이다. '시민운동을 열심히 해 봐야 동네가 죽으면 무슨 소용이냐' 하는 깨우침을 처음 가졌다. 외과의사가 수술을 열심히 해서 암덩어리는 떼어냈는데 환자를 못 살리면 무슨 소용이겠나. 그 후로는 시민운동을 하는 중에도 '지역 경영'이라는 화두를 죽 갖고가게 됐다.

당시 아시아차 부도사태로 1200명이 해고당했는데 그 효과가 광주 경제의 40%에 달했다. 그때부터 '아시아자동차 살리기 범시민운동본부'를 만들었다. 1년 후에는 또 IMF 외환위기가 터졌는데, 바로 금호타이어에 쫓아가서 정리해고를 막아달라면서 '내가 매주 금요일마다 와서 노조와 4시간씩 학습하고 얘기하겠다'고 했다. 결국 금호는 한 명도 자르지 않았다. 그때(1997년) 연 6만8000대 생산하던 (아시아자동차. 현 기아자동차) 공장은 지금 62만 대를 생산하게 됐다. 그 과정 중에 끊임없이 노사 사이에서 노력했다.

슈투트가르트 모델 얘기는 이런 것이다. 외국 사례를 보면, 미국의 디트로이트와 독일 슈투트가르트는 모두 리먼브러더스 파산 이후의 글로벌 금융위기로 고통을 받았다. (두 지역은 모두 자동차산업 도시이다 : 편집자) 그런데 슈투트가르트는 살아났지만 디트로이트는 계속 꺼지고 있다. 그 핵심은 슈투트가르트에서는 노사민정이 참여하는 지역경제특별위원회를 만들어 적정한 임금을 통해 일자리를 보장하는 모델을 만들었다는 데 있다.

독일과 한국이 문화가 다르다 해도 누군가는 이런 시도를 해야겠다고 생각한다. 저는 기아자동차 광주 공장에서 3번에 걸쳐 노조위원장을 했던 운동가와 함께 슈투트가르트에 가서 현지를 돌아보기도 했다. 한국의 임금이 낮지는 않지만 거기에는 손댈 수도 없고 손대서도 안 되니, 시에서는 최대한 공단 조성에서 인센티브를 주는 것으로 조건을 만들자는 것이다. 기업은 이윤 없는 곳에는 오지 않으니까.

농업 인구가 떨어져 농촌이 몰락하듯 광주·전남에서는 일자리가 없어 다들 떠나고 있는데, 그 절박함을 의제로 삼아야 한다. 숫자는 상징적으로 한 것이지만, 그래도 4인 가족의 평균생계비 정도는 되도록 연봉 4000만 원 정도 되는 일자리 1만 개를 만들겠다고 했었다. '우리가 이 정도 임금을 줄 수 있는 조건을 만들겠다'고 공동체가 최대한 노력하면 기업도 관심을 갖지 않겠나?

즉 노사 문제를 중앙정부에만 맡길 수 없으니, 지역 내부에서 일자리에 대한 절박함을 해결하자는 것이다. 노조 측도 일부 동의하고 참여하고 있다. 실제로 광주시장 인수위원회에 전 기아자동차 노조위원장도 들어와 있는데, 노조 지도자가 인수위원회에 들어와 있는 경우는 많지 않은 것으로 안다. 우리 일이 아니라고 포기할 게 아니라, 한 번 뒹굴어볼 생각이다.

20일 기아차 사장이 광주에 온다고 해서 공항에 꽃다발 들고 마중 나가려 한다. '광주를 먹여살려 주셔서 고맙습니다' 하고.(웃음) 기업 사장이 오는 것을 마중가는 시장이 되겠다. 저는 기아차 공장장 하셨던 분들도 집에서 김장하면 김치를 다 보내 준다. 시민사회운동 하면서도, 유통이나 건설 쪽과는 인연이 없었지만 생산직인 기아차 공장장이 새로 오거나 하면 집에도 초대하고 지속적으로 인연을 맺고 있다.

그런데 이것의 대전제는 수도권 규제 완화로 가 버리면 지역은 기회가 없다는 것이다. 균형 발전과 지역 분권이라는 화두는 정치권의 역할인데, 그런 정책 기조를 가진 정권이 되냐 안 되냐 하는 문제와도 결합된다. 얼마 전에 세종시에 처음 가 봤는데, 행정기관 이전이 얼마나 엄청난 결단이었는지 피부로 체감했다.

ⓒ프레시안(최형락)

"광주 시민의 선택, 새정치민주연합에 대한 기대로 본다"

프레시안 : 광주에서 의외로 큰 표차로 당선됐다. '광주 시민들의 전략적 선택'이라는 평이 나온다.

윤장현 : 2가지 판단인 것 같다. 먼저 선거는 상대가 있는 것이기 때문에, 강운태 시장이 해온 행정의 내용이나 행태에 대한 평가다. 강 시장은 관(官)에 오래 계셨기 때문에, 관치행정의 문화나 흐름이 있었다. 강 시장의 여러 업적도 있지만 몇 차례나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은 것은 시민들의 자존심에 상처가 된 것 같다. 두 사람 중에 한 사람을 선택하는 판단이니 후보에 대한 선택에서는 그런 것이 있었을 것이다.

두 번째로, 이번 선거는 4년마다 치러지는 지방선거이기도 하지만 2012년 대선 이후 처음 치러지는 선거다. 대선 이후 시민들이 처음으로 정치 상황에 대해 의사표시를 하는 의미가 실려 있다. 그렇게 보면, 광주나 호남이 정치적 변화의 시기에 본인들의 의사를 투표라는 방법으로 표출하는 의미가 있었다고 본다.

프레시안 : 그간 광주 등 호남은 '민주당 간판만 달고 나오면 당선된다'고 할 정도였는데, 그런 기존 민주당 정치에 대한 염증도 작용했으리라 보는가?

윤장현 : (통합 이전의 옛) 새정치연합이 나오면서 옛 민주당이 전국적으로 10%포인트 정도, 호남 쪽에서도 꽤 많이 지지율이 낮아졌다. 저도 새정치추진위원회 측 후보로 조사했을 때는 다른 민주당 후보들보다 6~7%포인트씩 높게 나왔다. 그런데 '야권이 분열되면 정권교체가 되겠나' 하는 흐름이 있어 합당을 했는데, 이용섭 의원이나 강 시장 두 분은 공천 과정에서 당을 부정하고 탈당하고 이후에도 지도부와 당에 대한 원색적 (비판) 입장을 가졌다. 그렇기 때문에, 시민들의 판단은 기존 민주당에 대한 반발이라기보다 새로운 정치를 내세운 새정치민주연합의 출범에 대해 또다른 기대를 가진 것이라고 생각한다. '새롭게 잘 해보라'는 뜻으로 받아들인다.

프레시안 : 그런데 선거 과정에서 광주시장 후보로 윤 당선자를 전략공천하면서 광주 민심이 갈렸다는 평도 있다. 안철수 대표도 광주를 찾아 홍역을 치르기도 하지 않았나.

윤장현 : 사실 전략공천이 곧 정략공천이거나 반민주적인 공천은 아니고, 당헌당규에 있는 것이다. 상대 두 후보들이 그 부분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것은, 그 부분에 대해 나름대로 입장을 설명했지만 부족했었기 때문이다. 그 부족함 때문에 시민들이 속상한 마음을 일정 정도 가진 것은 사실이라 인정한다. 그러나 그 후에 "과정에서는 잘못됐지만 광주시민들의 판단을 믿겠다. 저라는 사람이 그런 뜻에 부합하지 않는 인물이 아니니 시민들이 믿고 도와달라"고 청했던 것이다.

광주시장 선거에서 역대 최고의 득표율이었고, 선거가 끝나고 쉼없이 돌아다니며 시민들을 만나보면 굉장히 저를 좋아하시더라. (웃음) 정말 당선돼 줘서 고맙다고 하신다. 제가 받는 느낌은, 단지 전략적 선택일 뿐 아니라 새로운 패러다임의 시대가 열렸다는 것이다. 중앙언론은 큰 정치적 구도 속에서 보눈 시각이 있는 것 같은데, 선거 끝나고 시장통이며 이런 곳에서 사람들을 만나보며 드는 느낌은 꼭 전체를 관통한 게 전략적 선택이 아니라는 것이다.

프레시안 : 인간 윤장현에 대한 선호다?

윤장현 : (웃음) 제가 제 입으로 말씀드리긴 그런데, 막판에 그 사람이 누구냐 하며 주목하기 시작했으니 저로서는 그런 것을 많이 느낀다.

"安의 광주 지원 때문에 인천·경기 졌다니…'심장부' 광주 뚫렸다면?"

프레시안 : 불편한 지적일 수도 있는데, 야당 내에서는 안철수 대표가 광주 지원유세에만 집중하느라 경기나 인천 등 접전지역에서 졌다는 비판도 나온다.

윤장현 : 안 대표는 공천 이후로 광주에는 3번 왔다. 전체적인 상황에 대해서는 시야를 어디까지 보느냐에 따라 문제 제기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또다른 한편으로 되짚어 보면 새정치연합의 심장부인 광주가 뚫렸다면 또 어떤 판단을 했을 것인가 하는 부분도 있다. 문제를 제기하는 입장을 보면 당 내의 미묘한 역학관계도 조금은 있지 않나 한다. 전체적으로 새정치연합의 기조가 꼭 그런 것인지 제가 정치를 처음 해 봐서 그 부분에 대한 생각이 깊지 않다.

프레시안 : 지방선거 결과가 여야에 비등하다는 평이고, 새정치연합 내에서는 이기지 못했다는 자평도 있다. 세월호 참사 등 박근혜 정부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은 가운데에서도 새정치연합이 대안 세력으로 인정을 못 받고 있는 게 아닌가. 야당의 위기라는 지적이 있다.

윤장현 : 적대적 공생관계라는 틀거리가 있으니 여야가 기득권 지역에 안주하는 데 익숙해 있지 않았나 한다. 선거는 늘 긴장과 감동이 있어야 하는데, 한국사회의 기존 상황에 대한 안주가 아직 깨지지 않았다.

야당이 견제와 비판 기능을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현장 중심과 정책 대안이라는 2가지가 그와 함께 가야 국민이 느끼는 게 있을 거라 본다. 이번 세월호 사태를 보면, 새정치연합 여객선 침몰사고 대책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끊이지 않고 한두 명이라도 끝까지 현지에 남아 계신 것을 보면서 참 좋은 전범을 만들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새정치연합이 집권 여당을 비판하거나 사과하라고만 하지 않고 현장을 떠나지 않는 것은 소중하다고 본다.

프레시안 : 윤 당선자는 안 대표와 함께 정치를 시작한 셈인데, 안 대표에 대해서는 참신하다는 평이 있는 반면 구체적 정책 대안이 없어 막연하다는 비판도 있다. 윤 당선자는 안 대표의 어떤 면을 보고 함께하기로 결심한 것인가?

윤장현 : 안 대표가 저에게 "제가 새 정치를 통해서 나라를 위한 좋은 도구가 되고 싶다. 그런 저를 좀 도와달라"고 하더라. 정치인의 일반적인 표현 방식이 아니다. 그래서 제가 "스스로를 도구로 표현하는 건 신부님이나 목사님들이 쓰는 말인데 그런 말을 안 의원이 쓰시오?" 했더니 재차 "제가 도구가 되고 싶은 것이다"라고 하더라. 별다른 얘기 없이 교감하다가 "그래요" 했다. 정치 안 했던 사람이 들어가는 게 새 정치는 아니지만, 새 정치를 하는 데 제가 필요해 청한 거라 생각하고 같이 하기로 했다. 지식인이면서 현장활동가인 사람이 몇 남지 않았는데, 정치권으로 편하게 갈 수 있는 시기에도 러브콜을 다 정리했었는데 이게 무슨 운명의 장난인지 모르겠다.

안 대표보고 '정책이 없다'고 하는데, 그래도 지난 대선을 통해 이런저런 정책들이 나오지 않았나? 없다고 표현하고 싶지 않은데….

프레시안 : 대선 당시에는 물론 정책이 없었던 건 아니다. 하지만 '의원정수 축소' 같은 정책을 내놓은 것은 비판이 더 많았다.

윤장현 : 그런 시비거리가 되는 것 때문에 다른 것이 많이 묻혀 버렸는데, 경제민주화나 공공성 등 중요한 화두는 갖고 있었다고 생각한다. 저도 민생 문제에 공공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안 대표도 그런 생각을 항상 견지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프레시안 : 좋은 말씀 감사하다. 광주 시민들에게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윤장현 : 지난 대선이 끝나고 광주 시민들이 많이 허탈해 했다. 다른 지역에서 저 동네는 어떻게 저렇게 많이 투표하고 많이 표를 주나 했을 거 아니냐. 대선 후 모바일 메신저에 어느 한 사람도 버려지지 않는 따뜻한 광주, 아무도 함부로 할 수 없는 당당한 광주로 가자고 올렸다. 그 때는 정치인이 아닐 때여서 시민운동가로서 한 얘기였는데, 이 영역에 나서 보니 넉넉하지 않고 어떻게 당당할수 있겠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민생과 일자리에 관심을 갖게 됐다.

광주 그리고 호남이 자꾸 피해의식이 있는 지역, 소외와 한의 땅으로 가면 안 되고, 역사적 정당성을 가진 만큼 북쪽이나 아시아 등 다른 지역 문제까지 풀어가는 자존감 있는 공동체 도시로서 한국사회에서 해야 할 역할이 있지 않나 한다. 실제로 광주 시민들은 피해의식 속의 선택이 아니라 당당한 선택을 많이 했다. (2004년) 북한 용천역 폭발사고가 났을 때, 여기서 성금 5억 원을 모았다. 다른 어떤 곳도 그런 지역이 없었다. 역사 속에서 당당하고 문제를 풀어 가려는 지역이 되기를 마음으로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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